[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1974년에 프랑스에서 나온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반밝시즘의 전복세력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프랑스의 지식사회에서 전지전능의 힘을 갖고 있던 맑시즘, 모든 이론적·정치적 성찰이 거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며 이 시대의 극복할 수 없는 지평이었던 맑시즘은 70년대에 속절없이 허물어져 갔고, - 장기적으로 - 지식 현장에서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45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들은 일반인들이 조용히 있는 가운데 법원 자체가 어떤 안을 내어 스스로를 개혁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깊은 변화는 근본적 비판, 단호한 거부 그리고 약해지지 않는 목소리들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어디에 오류가 있는가? 몇 년 전부터 감옥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사람들은 감옥이 '처벌하고 교화하기 위해 설치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벌을 준다? 아마 그럴 수 있겠다. 교화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직업 교육도 없고, 재취업의 교육도 없으며, 그저 '범죄 환경'의 강화가 있을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무책임한 지식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푸코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당신들, 오늘의 범죄가 어제의 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들은 이성적인 추론의 능력이 없다. 그러나 더 나쁜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당신들도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최소한 우리처럼 당신들도 자의적인 힘에 도취되어 잠자고 있는 사법의 피해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들은 또한 역사적 위험물이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제도에 대한 연구 없이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 사법제도도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
미셸 푸코, 1926~1984 45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두 저서에서 그는 '권력'과 그 행사의 양식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감시와 처벌'에서 권력이 인체를 강제하는 '규율'의 방식으로 사회 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을 부여 주었으므로, 이어서 성과 권력의 메커니즘 및 그물망을 연걸하는 '장치들' 더 정확히 말해 근대 사회에서 섹슈얼리티가 곧 특정한 개인의 삶의 형태 자체가 되는 방식을 고찰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규율과 함께 이 방식이야말로 권력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기능들 중의 하나다.
미셸 푸코, 1926~1984 45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때까지 그의 분석의 중심에 있던 금기, 터부, 억압, 배제, 침묵은 더 이상 섹슈얼리티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말하라는 명령, 담론화, 담론적 카테고리 설정 등이 성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억압'과 '터부'의 주체는 결국 섹슈얼리티 장치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 다시 말하면 '위반적'임을 자처하는 말들이 사실은 사람들을 예속시키는 기술을 작동시키기 위한 (즉 성적 개인화의 과정 속에서 복종하는 주체들을 생산해 내는) 권력 쪽의 효과적인 간계라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성을 말할 때 우리는 모두 다소간 어떤 포즈를 취하면서 말한다. 기존 질서에 도전한다는 의식을 갖거나, 자신이 전복적임을 과시하는 어조를 취하거나, 아니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현실을 회피하고 미래를 재촉하는 열기를 보이는 것이다. 반항, 약속된 자유, 현재와는 다른 법이 지배하는 새 시대의 도래 같은 것들이 성의 억압이라는 담론 속에 손쉽게 끼어들어 온다. 예언이라는 과거 시대의 기능이 거기서 되살려진 듯이 보인다. 그 잘난 성이여, 안녕.
미셸 푸코, 1926~1984 45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무엇을 사고 싶었던가? "한 세기 전부터 떠들썩하게 자신에게 위선의 매질을 가하면서, 자신의 침묵을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자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하는 그런 이상한 사회를 연구해 보는 것이다.... 내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왜 우리가 억압을 당했느냐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방금 전의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자신을 부인하면서까지 우리가 억압당했다는 것을 그토록 원망 섞인 어조로 열렬하게 말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8-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가 성과 범죄를 연결했는가를 물어보는 것은 매우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한편 우리는 오늘날, 예전에 그것을 죄악시했다는 사실에 대해 왜 그토록 죄악감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자문해 보아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나 이 '억압 가설'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이 가설을 완전히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푸코는 자신의 직업이 한번 더 역사적·비판적·고고학적·계보학적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성에 대한 담론을 떠받치고 있는 '권력-앎-쾌락'의 체제가 어떤 기능과 존재 이유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
미셸 푸코, 1926~1984 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담론의 생산과 권력의 효과가 성에 대한 진실을 형성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그것을 은폐하는 거짓말을 만들어 냈는지를 아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담론들의 내용이며 동시에 도구 역할을 했던 '앎의 의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6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지식의 고고학'과 '담론의 질서'에서 담론의 희소화 원칙을 조사했던 푸코는 여기서 그 접근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금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성의 담론화', 말을 하라는 독촉이며 그 독촉의 형태다. 또 (말의) 증식의 역사와 그 역사를 떠받치고 있는 원칙들, 그리고 그 역사가 기대고 있는 심급들이다. ...... "앎의 의지는 도저히 제거될 수 없는 금기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악착같이 앞으로 나아가 결국 성 과학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정신분석에 대한 공격은 분명해 보였다. "하급담당자가 다른 사람의 성 고백을 들어 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 있는 유일한 문명 안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46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권력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 사회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큰 덩어리로 나뉘어, 위에서 아래로 서로 반향을 일으키며 점차 제한적인 그룹으로까지 내려와 결국 사회조직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그러한 전면적 이분법적 대립은 권력관계의 원칙이 아니며 그것의 일반적인 모태도 아니다. 차라리 생산기구나 가족, 또는 제한된 그룹이나 제도들 안에서 형성되고 행사되는 다양한 힘의 관계가 사회조직 전체를 둘로 쪼개는 단절의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6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책의 출발점이며 원동력은 정신분석과 푸코의 결별이었다. ... 푸코는 "당신은 적수를 잘못 설정했다"는 반박이 나올 곳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억압과 금지를 말하면서 성을 그 굴레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프로이트와 맑스의 추종자들)과, 법의 차원에서 말하면서 사실은 "법은 욕망과 그 욕망을 성립시키는 결핍을 구성한다"... 라고 생가하는 사람들을 혼동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그러나 .... 비록 서로 다른 결론과 정반대의 선택으로 귀결된다고는 하나 그것들이 똑같은 '권력의 표상'을 나눠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유일한 중앙집권적 권력이라는 왕권적 모델에 집착하는 사법-정치적 개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6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결국 '앎의 의지'에서 우리는 초기부터 푸코의 책에 강박적으로 보이는, 과학의 개념에 대한 회의를 볼 수 있다. ... 고백을 과학이라는 새로운 형태 속에서 가능하게 하는 이 모든 '권력장치'에 대한 그의 연구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서구 문화가 이룩한 인간 예속의 거대한 작업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일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63-46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마도 '맑시즘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남들이 저 아래 내려가서 본 사실을 위에 앉아 머리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여하튼 그와 똑같은 식의 변화가 "모든 사유의 대상을 손쉽게 역사학자들의 손에서 건네받지 않으려는 풍조를 일으켰다. 역사적 대상에 직접 접근하여 그것을 자신이 정의하기 위해 스스로 찾아나서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자신, 우리의 사상, 우리의 행동에 대한 성찰에 실질적인 내용을 부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것은 또 반대로 역사의 암묵적인 가설에 우리도 모르게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것은 또한 성찰에 새로운 역사적 대상을 주는 한 방식이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역사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의 성찰인 것이다. 우리의 사유에 역사연구라는 훈련을 부과하는 방법이며, 또 한편으로는 역사연구에 개념적·이론적 테두리의 변화라는 시험을 부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셸 푸코, 1926~1984 465-46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나는 욕망이라는 말을 참을 수 가 없어. 당신이 그 말을 다르게 사용한다 해도 나는 '욕망=결핍' 혹은 '욕망은 곧 억압'이라는 생각과 느낌을 피할 수가 없어.' ... '내가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신은 욕망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여하튼 나는 욕망이 아닌 다른 말이 필요해.'"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써놓았다. "물론 다시 한번 이것은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나는 '쾌락'이라는 단어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내게 있어 욕망은 아무런 결핍도 함축하지 않는다.... 나는 쾌락에 아무런 실증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쾌락은 욕망의 내재적 과정을 단절시키는 것으로 보이니까. 나에게 쾌락은 지층과 생체구조 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셸 푸코, 1926~1984 46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desir와 plaisir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였나?
그러나 나는 성의 억압이 없었다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권력·지식·성의 관계를 판독해 내기 위해 분석 전체를 억압의 개념 쪽으로 향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성의 금지·방해·거부·은폐 등을 좀더 복합적이고 좀더 전면적인 전략에 삽입시켜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실을 잘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런 현상들의 가장 기본적이고 주요한 목표가 단순히 억압에만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평행선(les parallèles)이란 무한대 저편에서 합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사이가 벌어지는 또 다른 평행선들을 상상해 보자. 그것들이 한데 만나는 지점은 없고 그것들을 회수할 자리도 없다. 가끔 서로를 비판하는 메아리만 들려올 뿐이다. 그들을 분리시키는 운동 속에서 그들을 포착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치닫고 있을 때, 또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의 단계로 향하고 있을 때, 그리고 '모든 평판'이 사라진 곳에서 그들이 남긴 흔적, 그 한순간의 반짝임을 재발견해야만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7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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