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아마도 '맑시즘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남들이 저 아래 내려가서 본 사실을 위에 앉아 머리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여하튼 그와 똑같은 식의 변화가 "모든 사유의 대상을 손쉽게 역사학자들의 손에서 건네받지 않으려는 풍조를 일으켰다. 역사적 대상에 직접 접근하여 그것을 자신이 정의하기 위해 스스로 찾아나서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자신, 우리의 사상, 우리의 행동에 대한 성찰에 실질적인 내용을 부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것은 또 반대로 역사의 암묵적인 가설에 우리도 모르게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것은 또한 성찰에 새로운 역사적 대상을 주는 한 방식이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역사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의 성찰인 것이다. 우리의 사유에 역사연구라는 훈련을 부과하는 방법이며, 또 한편으로는 역사연구에 개념적·이론적 테두리의 변화라는 시험을 부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셸 푸코, 1926~1984 465-46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나는 욕망이라는 말을 참을 수 가 없어. 당신이 그 말을 다르게 사용한다 해도 나는 '욕망=결핍' 혹은 '욕망은 곧 억압'이라는 생각과 느낌을 피할 수가 없어.' ... '내가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신은 욕망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여하튼 나는 욕망이 아닌 다른 말이 필요해.'"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써놓았다. "물론 다시 한번 이것은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나는 '쾌락'이라는 단어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내게 있어 욕망은 아무런 결핍도 함축하지 않는다.... 나는 쾌락에 아무런 실증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쾌락은 욕망의 내재적 과정을 단절시키는 것으로 보이니까. 나에게 쾌락은 지층과 생체구조 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셸 푸코, 1926~1984 46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desir와 plaisir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였나?
그러나 나는 성의 억압이 없었다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권력·지식·성의 관계를 판독해 내기 위해 분석 전체를 억압의 개념 쪽으로 향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성의 금지·방해·거부·은폐 등을 좀더 복합적이고 좀더 전면적인 전략에 삽입시켜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실을 잘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런 현상들의 가장 기본적이고 주요한 목표가 단순히 억압에만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평행선(les parallèles)이란 무한대 저편에서 합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사이가 벌어지는 또 다른 평행선들을 상상해 보자. 그것들이 한데 만나는 지점은 없고 그것들을 회수할 자리도 없다. 가끔 서로를 비판하는 메아리만 들려올 뿐이다. 그들을 분리시키는 운동 속에서 그들을 포착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치닫고 있을 때, 또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의 단계로 향하고 있을 때, 그리고 '모든 평판'이 사라진 곳에서 그들이 남긴 흔적, 그 한순간의 반짝임을 재발견해야만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7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필요하고, 또 세계와 인간관계와 상황에 대한 어떤 정치적 개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반면 이론의 분명한 정립과 그것의 과학적 가치는 완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을 위한 진정한 원칙이라기보다는 토론을 통해 사람들을 행동 속에 끌어들이는 미끼에 불과했다. (중략)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앞으로 전개할 투쟁의 의지를 설명했다. 즉 쓸데없는 궤변이나 다변 또는 '총체성' 같은 거대 이론이 아닌 구체적이고 분명하고 정확한 투쟁만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325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가 들어서 그들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그들이 분노와 절망의 몸짓 속에서 권력과 나눈 말일 뿐이다. 즉 ‘이 불행한 사람들’이 다른 ‘불행한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또는 가족이나 이웃 등 자신의 세계에서 뒤죽박죽이 된 모든 것에 질서를 바로 잡아 달라고 왕에게 청원하는 때의 말일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7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글을 쓰는 것은 다소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더 이상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책을 한 권 끝낸다는 것은 더 이상 그것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책을 사랑하는 동안 책을 쓰지요. 그러나 일단 그것을 사랑하기를 그치면 그때 그 책을 쓰는 일도 그칩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것이 누구에 의해 저질러지든, 그리고 그 희생자가 누구이든 간에 모든 권력 남용에 반대하여 분연히 일어나 의연하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수 있는 국제 시민권이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피지배자며, 그런 점에서 강한 연대감을 느낍니다. 사회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미명하에 모든 나라 정부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야기한, 그리고 자신들의 태만이 허용한 사람들의 불행을 손익계산으로만 따지는 권력 남용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그 정부들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세계 시민의 의무입니다. 사람들의 불행이 결코 말없는 정치적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자에 대항하여 말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의 기초가 바로 그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임무의 분산, 즉 개인들은 분노하고 말하며, 정부는 숙고하고 행동하는, 그런 식의 임무 분산을 거부합시다. .... 정부가 독점하고자 하는 현실 속에 개인들의 의지를 새겨 넣읍시다. 정부로부터 이 독점을 매일같이 조금씩 빼앗아 내야 하겠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독자가 자신의 책을 잘못 읽고, 잘못 이해했다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아마도 독자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왜 책을 쓰는지 아는가?” 라고 그는 클레르몽페랑의 조교였던 프랑신 파리앙트에게 언젠가 말했다. “사랑 받기 위해서야.”
미셸 푸코, 1926~1984 470쪽 3부5장,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의 시위 참여와 같은 적극적 행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에 의해 많은 것이 정해져버림을 자신의 철학을 통해 주장했는데 그럼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저항을 계속 하자.’
'말과 사물'은 "진짜 내 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말은 그의 '열정'으로 밑받침되는 저작들이 광기, 범죄, 섹슈얼리티 등에 관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349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가 보기에는 담론에 대한 이 외관상의 존경, 이 외관상의 사랑 밑에 일종의 두려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금기와 장벽과 문턱 그리고 한계들을 쳐 놓아 담론의 가장 위험한 두터운 부분을 얇게 만들고, 그 무질서는 가장 통제하기 좋은 형태로 재편성한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언어와 사상에 침투한 흔적마저 지우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만 같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는, 아니 모든 사회에는 각기 그 양상은 다르지만 아주 깊이 언어에 대한 공포가 있는 듯하다. 사건들, 말해진 것들의 거대한 덩어리, 이 모든 언술의 솟아남, 거기에 있을 수 있는 모든 폭력적, 불연속적, 전투적인 것, 위험하고, 무질서한 것들, 다시 말해서 담론의 끈입없이 혼잡한 웅웅거림에 대한 일종의 막연한 두려움인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4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3부 5장 '우리는 모두 지배받는 자들이다'를 읽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읽기에 좋은 장은 아니지만, 또 스페인의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의 탄압에 맞서 마드리드까지 건너가서 기자 회견을 하는 푸코와 그의 동료의 모습은 뭉클해지기도 하고,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지하 시인 같은 분을 살리고자 연대했던 외국의 저명한 지식인의 모습과 겹치기도 하지요. 저는 추억 속 배우로만 남아 있는 이브 몽탕 부부와 푸코의 인연도 애틋하고요. 뒷 부분에서는 1976년에 나온 푸코의 『앎의 의지』에 정리된 권력 이론이 자세하게 요약되고 있습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이 모임방을 차분히 이끌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변화'하는 푸코의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합니다(아, 그렇다고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건 아니... 털썩). 주변인들과의 마찰은 한결 같네요(하하하). @YG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내용 전부 다 이해 못하는 일인 한 명 추가요.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과 주변 유명인들과의 관계를 따라가는 제가 기특합니다. ㅎㅎ 철학적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퍼즈가 걸리지만요 ^^ 연해님도 메리크리스마스 ♡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핫). 덕분에 든든해졌어요(응?). 기특하다는 말씀에 웃음 짓기도 했는데요. 그러고보니 저도 올 한 해 벽돌 책을 꾸준히 읽어가는 제 자신을 기특하게 여겨(?) 줘야겠습니다(이해를 하고 있든 못하고 있...).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YG님이 중간중간 보충 설명해주시는 게 마치, 어릴 때 참고서 읽으면서 끄덕거리는 기분이 들어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다지요(집중할 때 자주 짓는 표정). 하루 지났지만 @꽃의요정 도 메리 크리스마스:) 이건 여담이지만 오늘 날이 정말 춥네요. 사무실에서 제 손에 닿는 모든 물건이 다 차가워요.
전 징검다리 휴일이라 오늘 휴가를 냈는데 밖이 매우 춥다고 해서 잘 했네 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 뭣도 모르던 시절에 왜 국어로 쓰인 글인데 철학책은 읽으면 이해가 안될까 의아해하다가 깨달은 것이 수학의 무한대 개념을 아직 공부하지 않은 학생에게 미적분학을 가르치면 알아듣겠냐는 것이었죠. ‘실존’이란 단어는 국어로 쓰인 말이지민 그 개념은 꽤 많은 공부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데 ‘실존’이란 단어가 남발되는 책부터 읽으면 당연히 이해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철학도 제대로 공부하다보면 기초인 고대철학부터 다시 시작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전 아직 철학을 그다지 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푸코 평전을 읽으면서 이해 안 되는 철학 내용은 대략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다른 분들의 댓글 도움을 받으면서요. 그저 푸코의 삶을 통해 내가 배울만한게 무엇인가 정도를 얻으려는 생각입니다. 추운데 주말 생각하며 잘 버티시길 ㅎㅎ
헉.. 부럽습니다.. 오늘 새벽6시 집을 나서면서 '아..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생각이 확 들면서 '그래도 내일 출근할 때는 조금 덜 춥겠지.. 아냐 이렇게 확 추워야해.. 겨울은 겨울다워야지..'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요. 저도 '실존'이란 말이 참 어렵더라구요. 실은 아직도 제대로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지도 못한 채 그냥 읽습니다..^^;;; 서양 고대 철학부터 읽어왔는데도..(아예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전의 presocratists와 sophists부터 읽었습니다..) 독학으로 읽은 개똥철학공부답게 저도 대략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ㅋ 그래도 이제 저도 살날이 많이 남지 않아서 푸코가 말한대로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 주는 그러한 호기심'때문에 제 깜냥도 되지 않는 철학 원전을 또 무모하게 파고듭니다. 하지만 푸코의 삶을 통해 배울 만한 것은 정말 많은 것 같아서 밥심님의 생각이 전 좋은 독서 자세인 것 같아요! (어차피 제가 프레드릭 그로의 책과 다른 책을 보고나서 에리봉의 책을 보니 에리봉은 푸코의 학술 이론보다는 푸코의 삶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가 인용한 푸코의 말대로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니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이에 대한 사색으로도 충분한 감상일 듯합니다. 그리고 정말 푸코의 머리스타일부터 옷 스타일 그리고 독설과 비아냥이 섞인 말투까지.. 그는 정말 댄디하고 카리스마와 열정을 모두 내뿜는 입체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휴가내셨군요!! 승리자시네요:) 저희도 오늘 연차내신 분들이 꽤 많아 사무실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예요. 조용한 건 좋은데, 사람이 적으니 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미적분에 대한 비유는 정말 찰떡이네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인상을 팍 쓰고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그랬는데요. @밥심 님 말씀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고(내가 모자란 게 아니다, 내가 모자란 게 아니...), @aida 님이 남겨주신 말씀처럼, 철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흐릿한(아주아주 흐릿한) 느낌을 받으면서 어제 완독해버렸습니다(갑자기 해치워버린 느낌이... 쩝). 남은 기간 동안은 이 방에 남겨주시는 여러 글들 차근차근 읽으면서 복습하고 이해하려 해요. 밥심님도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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