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필요하고, 또 세계와 인간관계와 상황에 대한 어떤 정치적 개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반면 이론의 분명한 정립과 그것의 과학적 가치는 완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을 위한 진정한 원칙이라기보다는 토론을 통해 사람들을 행동 속에 끌어들이는 미끼에 불과했다. (중략)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앞으로 전개할 투쟁의 의지를 설명했다. 즉 쓸데없는 궤변이나 다변 또는 '총체성' 같은 거대 이론이 아닌 구체적이고 분명하고 정확한 투쟁만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325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가 들어서 그들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그들이 분노와 절망의 몸짓 속에서 권력과 나눈 말일 뿐이다. 즉 ‘이 불행한 사람들’이 다른 ‘불행한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또는 가족이나 이웃 등 자신의 세계에서 뒤죽박죽이 된 모든 것에 질서를 바로 잡아 달라고 왕에게 청원하는 때의 말일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7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글을 쓰는 것은 다소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더 이상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책을 한 권 끝낸다는 것은 더 이상 그것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책을 사랑하는 동안 책을 쓰지요. 그러나 일단 그것을 사랑하기를 그치면 그때 그 책을 쓰는 일도 그칩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것이 누구에 의해 저질러지든, 그리고 그 희생자가 누구이든 간에 모든 권력 남용에 반대하여 분연히 일어나 의연하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수 있는 국제 시민권이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피지배자며, 그런 점에서 강한 연대감을 느낍니다. 사회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미명하에 모든 나라 정부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야기한, 그리고 자신들의 태만이 허용한 사람들의 불행을 손익계산으로만 따지는 권력 남용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그 정부들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세계 시민의 의무입니다. 사람들의 불행이 결코 말없는 정치적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자에 대항하여 말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의 기초가 바로 그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임무의 분산, 즉 개인들은 분노하고 말하며, 정부는 숙고하고 행동하는, 그런 식의 임무 분산을 거부합시다. .... 정부가 독점하고자 하는 현실 속에 개인들의 의지를 새겨 넣읍시다. 정부로부터 이 독점을 매일같이 조금씩 빼앗아 내야 하겠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독자가 자신의 책을 잘못 읽고, 잘못 이해했다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아마도 독자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왜 책을 쓰는지 아는가?” 라고 그는 클레르몽페랑의 조교였던 프랑신 파리앙트에게 언젠가 말했다. “사랑 받기 위해서야.”
미셸 푸코, 1926~1984 470쪽 3부5장,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의 시위 참여와 같은 적극적 행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에 의해 많은 것이 정해져버림을 자신의 철학을 통해 주장했는데 그럼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저항을 계속 하자.’
'말과 사물'은 "진짜 내 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말은 그의 '열정'으로 밑받침되는 저작들이 광기, 범죄, 섹슈얼리티 등에 관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349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가 보기에는 담론에 대한 이 외관상의 존경, 이 외관상의 사랑 밑에 일종의 두려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금기와 장벽과 문턱 그리고 한계들을 쳐 놓아 담론의 가장 위험한 두터운 부분을 얇게 만들고, 그 무질서는 가장 통제하기 좋은 형태로 재편성한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언어와 사상에 침투한 흔적마저 지우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만 같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는, 아니 모든 사회에는 각기 그 양상은 다르지만 아주 깊이 언어에 대한 공포가 있는 듯하다. 사건들, 말해진 것들의 거대한 덩어리, 이 모든 언술의 솟아남, 거기에 있을 수 있는 모든 폭력적, 불연속적, 전투적인 것, 위험하고, 무질서한 것들, 다시 말해서 담론의 끈입없이 혼잡한 웅웅거림에 대한 일종의 막연한 두려움인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4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3부 5장 '우리는 모두 지배받는 자들이다'를 읽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읽기에 좋은 장은 아니지만, 또 스페인의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의 탄압에 맞서 마드리드까지 건너가서 기자 회견을 하는 푸코와 그의 동료의 모습은 뭉클해지기도 하고,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지하 시인 같은 분을 살리고자 연대했던 외국의 저명한 지식인의 모습과 겹치기도 하지요. 저는 추억 속 배우로만 남아 있는 이브 몽탕 부부와 푸코의 인연도 애틋하고요. 뒷 부분에서는 1976년에 나온 푸코의 『앎의 의지』에 정리된 권력 이론이 자세하게 요약되고 있습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이 모임방을 차분히 이끌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변화'하는 푸코의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합니다(아, 그렇다고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건 아니... 털썩). 주변인들과의 마찰은 한결 같네요(하하하). @YG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내용 전부 다 이해 못하는 일인 한 명 추가요.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과 주변 유명인들과의 관계를 따라가는 제가 기특합니다. ㅎㅎ 철학적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퍼즈가 걸리지만요 ^^ 연해님도 메리크리스마스 ♡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핫). 덕분에 든든해졌어요(응?). 기특하다는 말씀에 웃음 짓기도 했는데요. 그러고보니 저도 올 한 해 벽돌 책을 꾸준히 읽어가는 제 자신을 기특하게 여겨(?) 줘야겠습니다(이해를 하고 있든 못하고 있...).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YG님이 중간중간 보충 설명해주시는 게 마치, 어릴 때 참고서 읽으면서 끄덕거리는 기분이 들어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다지요(집중할 때 자주 짓는 표정). 하루 지났지만 @꽃의요정 도 메리 크리스마스:) 이건 여담이지만 오늘 날이 정말 춥네요. 사무실에서 제 손에 닿는 모든 물건이 다 차가워요.
전 징검다리 휴일이라 오늘 휴가를 냈는데 밖이 매우 춥다고 해서 잘 했네 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 뭣도 모르던 시절에 왜 국어로 쓰인 글인데 철학책은 읽으면 이해가 안될까 의아해하다가 깨달은 것이 수학의 무한대 개념을 아직 공부하지 않은 학생에게 미적분학을 가르치면 알아듣겠냐는 것이었죠. ‘실존’이란 단어는 국어로 쓰인 말이지민 그 개념은 꽤 많은 공부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데 ‘실존’이란 단어가 남발되는 책부터 읽으면 당연히 이해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철학도 제대로 공부하다보면 기초인 고대철학부터 다시 시작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전 아직 철학을 그다지 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푸코 평전을 읽으면서 이해 안 되는 철학 내용은 대략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다른 분들의 댓글 도움을 받으면서요. 그저 푸코의 삶을 통해 내가 배울만한게 무엇인가 정도를 얻으려는 생각입니다. 추운데 주말 생각하며 잘 버티시길 ㅎㅎ
헉.. 부럽습니다.. 오늘 새벽6시 집을 나서면서 '아..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생각이 확 들면서 '그래도 내일 출근할 때는 조금 덜 춥겠지.. 아냐 이렇게 확 추워야해.. 겨울은 겨울다워야지..'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요. 저도 '실존'이란 말이 참 어렵더라구요. 실은 아직도 제대로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지도 못한 채 그냥 읽습니다..^^;;; 서양 고대 철학부터 읽어왔는데도..(아예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전의 presocratists와 sophists부터 읽었습니다..) 독학으로 읽은 개똥철학공부답게 저도 대략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ㅋ 그래도 이제 저도 살날이 많이 남지 않아서 푸코가 말한대로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 주는 그러한 호기심'때문에 제 깜냥도 되지 않는 철학 원전을 또 무모하게 파고듭니다. 하지만 푸코의 삶을 통해 배울 만한 것은 정말 많은 것 같아서 밥심님의 생각이 전 좋은 독서 자세인 것 같아요! (어차피 제가 프레드릭 그로의 책과 다른 책을 보고나서 에리봉의 책을 보니 에리봉은 푸코의 학술 이론보다는 푸코의 삶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가 인용한 푸코의 말대로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니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이에 대한 사색으로도 충분한 감상일 듯합니다. 그리고 정말 푸코의 머리스타일부터 옷 스타일 그리고 독설과 비아냥이 섞인 말투까지.. 그는 정말 댄디하고 카리스마와 열정을 모두 내뿜는 입체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휴가내셨군요!! 승리자시네요:) 저희도 오늘 연차내신 분들이 꽤 많아 사무실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예요. 조용한 건 좋은데, 사람이 적으니 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미적분에 대한 비유는 정말 찰떡이네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인상을 팍 쓰고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그랬는데요. @밥심 님 말씀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고(내가 모자란 게 아니다, 내가 모자란 게 아니...), @aida 님이 남겨주신 말씀처럼, 철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흐릿한(아주아주 흐릿한) 느낌을 받으면서 어제 완독해버렸습니다(갑자기 해치워버린 느낌이... 쩝). 남은 기간 동안은 이 방에 남겨주시는 여러 글들 차근차근 읽으면서 복습하고 이해하려 해요. 밥심님도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요:)
ㅎㅎ 저도 @연해님과 @꽃의 요정님과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더 많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요..그래도 끝까지 읽고 나면 다음에 미셸 푸코 만나면 반가울거 같아요^^
3부 5장은 흔히 『성의 역사』 1권으로 알려진 『앎의 의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푸코의 ‘권력 이론’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책입니다. 에리봉이 최대한 이 책에 근거해서 권력 이론을 설명하고 있어서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실 것도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의 후속 연구를 염두에 두고 제가 조금 도식화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 『앎의 의지』에서 푸코가 비중 있게 비판하는 억압 가설은 당시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자로 젊은 세대가 열광했던 빌헬름 라이히(1897~1957)나 헤르베르트 마르쿠제(1898~1979) 같은 사상가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이 금기시되고 억압되었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푸코는 17세기(푸코의 세계관에서 고전주의 시기라고 불리는 때) 이후 오히려 성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기원을 따라가 보면, 이렇게 ‘성에 대해서 말하기’는 기독교의 고해성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봅니다. 푸코는 이 기독교의 고해성사가 근대의 정신의학, 정신 분석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요. 푸코는 이렇게 성에 대해서 말하라고 부추기고, 나아가 성적 해방이 곧 자유라는 믿음 자체가 바로 권력의 “효과적인 간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자기의 내밀한 영역인 성에 대해서 말하기를 부추김으로써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권력은 특정한 방식으로 ‘욕망하는 주체’를 ‘생산’한다!) 이 대목에서 그 유명한 “권력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권력이 왕이나 국가라는 정점에서 아래로 투사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입니다만, 직관적으로 이 문장만 보고 이해되듯이 사회의 밑바닥 피지배 세력이 권력을 쟁취할 가능성을 말하는 선언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비관적인 세계관이죠.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꽂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학교, 병원 등 “사회조직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에서부터 작동하는 다양한 힘의 관계로 짜인 그물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권력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의 정확한 의미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 내면에도 권력이 작동한다”라는 비관적인 세계관입니다. * 제가 앞에서 『말과 사물』 편에서 해설하면서 영국의 니컬러스 로즈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로즈는 『앎의 의지』와 그 이후 푸코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연의 영향을 받아서 ‘통치성’ 연구로 확장합니다. 우리를 ‘직접’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로운 개인’으로 스스로 관리하도록 부추기는 권력이 바로 통치성입니다. 심리학, 자기 계발 담론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건강, 행복, 효율성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죠. 푸코가 『앎의 의지』에서 ‘성(섹슈얼리티)이 곧 특정한 개인 삶의 형태 자체가 되는 방식’을 말했듯이, 미국 영국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같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통치성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책이 아주 많아요. 서동진 선생님의 『자유의 의지 자기 계발의 의지』(2009)도 이런 문제의식과 공명하는 연구 성과고요. 심지어, 제니스 펙(Janice Peck)의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2008)에서는 오프라 윈프리의 성공과 대중의 열광도 바로, 나의 상처를 고백하고 치유하며 더 나은 주체가 되려는 노력을 통해서, ‘자기 계발하는, 혹은 자기 관리하는 주체’를 만드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통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답니다. * 푸코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권력이 그물망처럼 어디에나 있다면, 저항 역시 어디에나 있겠죠. 권력이 중앙 집중되어 있지 않기에, 저항 역시 단일한 혁명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지점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투쟁이 됩니다. 1970년대 이후 좌충우돌 세상을 낫게 만들기 위해서 실천한 푸코의 모습과 겹칩니다. 하지만 권력이 우리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말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즉 “예속화”를 통해서 “주체”가 만들어진다면 결국 이런 저항의 몸짓 역시 권력의 새로운 작동 방식 아닐까요? 로즈가 자기가 더는 ‘통치성’ 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알겠는데 그 저항의 방식이 무엇인지는 오리무중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죠.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탄생한국사회의 다양한 층위, 구체적인 맥락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주체 형성의 논리가 어떻게 스며들고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신자유주의를 사회, 정치, 행정, 교육, 문화 등 자본주의 사회의 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조직하는 '새로운 합리성'으로 바라보고 근본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것. 이 책은 1980년대 산업구조조정에서부터 20년간의 흐름이 '자기계발하는 주체'라는 새로운 주체화 방식에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 - 대통령을 만든 미디어 권력쓰레기 같다는 의미인 '트래시 TV'의 진행자에서 토크쇼의 여왕으로, 문화 아이콘으로, 대통령을 만드는 거대한 미디어 권력으로 성장한 오프라 윈프리. 인간 승리의 위대한 모델이자 전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엘리트로 우뚝 선 오프라 윈프리를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난번 YG님의 <말과 사물> 해설도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알기 쉽게 정리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YG님의 글을 정독하며 책의 해당 대목을 다시 넘겨보니까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1974년에 나온 스티븐 룩스의 『권력: 급진적 접근』은 권력 이론에 대한 중요한 사회학 고전 입니다. 이 책에서는 권력을 1차원, 2차원, 3차원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룩스의 권력 이론을 푸코의 권력 이론과 비교해 봐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 볼게요. * 룩스는 권력을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합니다. 1차원 권력은 “A가 B에게 무엇인가 강제하는” 눈에 보이는 권력입니다. 2차원 권력은 “A가 B의 의제 자체를 제한하는” 눈에 보이지 않은 권력입니다. 이때 눈에 보이는 갈등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B는 A로부터 속박되었다고 분명히 인식하죠. 3차원 권력은 “A가 B에게 인식과 욕망을 형성해서, B가 A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권력입니다. 이때 B는 자기가 A로부터 억압당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하죠. * 여기서 자크 라캉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푸코의 선배, 알튀세르의 권력 이론도 살짝 언급할 만합니다.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라는 개념으로 유명합니다(1970). 학교, 언론, 교회가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해서 우리가 스스로 ‘국가의 선량한 시민’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룩스의 3차원 권력과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 모두 ‘권력의 비가시성’에 주목합니다. 또 지배 세력이 피지배자의 욕망 자체를 형성해서, 피지배자가 자발적으로 지배에 복무하게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 하지만 룩스의 3차원 권력과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와 푸코의 권력 이론에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룩스와 알튀세르에게는 권력의 배후가 있습니다. 룩스에게는 ‘지배 권력’이고, 알튀세르는 자본주의의 집행 기관인 ‘국가’죠. 하지만 푸코에게는 권력의 관계망이 있을 뿐, 그 권력을 만들어서 행사하는 배후가 없습니다. 룩스와 알튀세르에게는 진실과 거짓(이데올로기)의 구분이 있습니다. 이때 권력은 피지배자에게 ‘오인’하도록 만들어서, 자기 이익에 반하면서 오히려 지배 권력에 복무하는 ‘가짜 진실’을 만들죠. 반면, 푸코는 주체가 어떤 담론을 ‘진실’이라고 믿는 과정 자체에 주목합니다. “나는 이런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야”라고 고백하는 순간, 그것은 자기를 구성하는 진실이 되죠. * 룩스나 알튀세르에게 여전히 저항은 “이데올로기에서 깨어나 진짜를 보자”가 됩니다. 하지만 푸코에게 있어서는 이데올로기와 진실을 구분하는 일이 의미가 없을뿐더러,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그 둘을 구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실은 진실 자체도 나를 만드는 특정한 시기 권력의 작동 방식일 뿐이기 때문이죠. 룩스와 알튀세르는 “누군가 당신의 눈을 가리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푸코는 눈 자체가 “특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상황을 고발했다고나 할까요? 아예 눈을 들어내지 않는 한, 푸코의 입장에서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 3차원적 권력에 대한 근본적 해부현대적 권력 현상을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필독서인, 스티븐 룩스의 불멸의 고전인 ‘Power-A Radical View’ (2021년에 출판된 제3개정판)의 완역이다.
아미엥에서의 주장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읽으신 분들은 『멋진 신세계』와 『1984』의 디스토피아를 비교해 놓은 대목이 룩스/알튀세르와 푸코의 권력 개념의 차이와 연결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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