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그리고 마르크스를 통해서건 니체를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헤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그와 유리됨으로써 치르게 될 대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공공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나마 헤겔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 며, 우리가 헤겔에 대항하여 사고할 때조차 그것이 여전히 헤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상대로 한 제소(提訴)가 실은 그가 우리에게 마련한 계략이며 그 끝에서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장 이폴리트에게 빚진 듯한 느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리고 우리를 앞질러서 헤겔과 멀리 떨어지는 길을 지칠 줄 모르고 답파했기 때문이다. 그 길을 통해 우리는 헤겔과 거리를 유지했고, 비록 다른 방식이기는 하나 그 길을 통해 헤겔에게 당도했으며, 이어서 다시금 그에게서 떠나게 되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부 2장, 41~42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말씀하신 부분이 이 책 2장(41~42쪽)에서도 인용되고 있는 것 같네요.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그리고 맑스를 통해서건 니체를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헤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그와 유리됨으로써 치르게 될 대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공공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나마 헤겔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며, 우리가 헤겔에 대항하여 사고할 때조차 그것이 여전히 헤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상대로 한 제소가 실은 그가 우리에게 마련한 계략이며 그 끝에서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장 이폴리트에게 빚진 듯한 느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리고 우리를 앞질러서 헤겔과 멀리 떨어지는 길을 지칠 줄 모르고 답파했기 때문이다. 그 길을 통해 우리는 헤겔과 거리를 유지했고, 비록 다른 방식이기는 하나 그 길을 통해 헤겔에게 당도했으며, 이어서 다시금 그에게서 떠나게 되었다.' (푸코, 담론의 질서 pp.74-75라는 주석이 달려 있네요)
제가 한때 박사 학위를 염두에 뒀을 때, 학위 논문을 푸코와 그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로즈 등의 사유를 방법론으로 놓고서 '생명공학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주제로 써보려고 이것저것 궁리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 책 읽으면서 제가 어쭙잖게 얘기하는 것들은 모두 그때 주워들은 아주 얕은 얘기이니,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하시고 들으시면 좋겠어요. (전공자가 들으면 웃을 얘기가 아주 많을 겁니다.)
일단 헤겔의 변증법을 기반으로 하는 역사분석, 이에 반하는 니체의 도덕 계보학, 그리고 니체에서 더 나아가 도덕만이 아닌 문화, 역사 등에 적용한 푸코의 고고학과 계보학이 얽혀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벌써 머리가 아파오네요. ㅠㅠ
아뇨,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전 정말 현대철학이나 헤겔이나 푸코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책부터 읽어봐야하나..했는데 책 추천 감사합니다. 책도 얇고 발췌와 평을 보니 허경선생님 번역이 괜찮네요. 지식의 고고학과 함께 읽어볼게요. 그나마 다른 현대철학에 비해 푸코는 가독성이 좋은 듯합니다.
@borumis 님, 너무 어렵게 시작하지 마시고 서문에서 디디에 에리봉이 언급한 '계몽이란 무엇인가'부터 한 번 찾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푸코가 죽기 직전에(1983년) 기고한 글입니다. 칸트가 100년 전에 썼던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소논문에 대한 푸코의 응답이죠. 인터넷에서 영어판은 쉽게 찾을 수 있고, 대충 번역해 놓은 한국어판도 저한테 있으니 혹시 필요하신 분들은 말씀하시면 드릴게요.
1,2장까지 오면서 헤겔에서 멈칫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이드를 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는 chatGPT 요약버전으로 만족하고 지나갈께요.. ㅋㅋ 푸코 ― 「계몽이란 무엇인가」 요약본 제목: 미셸 푸코, 「계몽이란 무엇인가」 요약 1. 글의 목적 푸코는 칸트의 질문, “계몽이란 무엇인가?” 를 오늘의 철학적 주제로 다시 설정한다. 그에게 계몽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태도이다. 2. 푸코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 “현재성의 비판” 푸코는 계몽을 **“현대성(modernity)의 태도”**라고 부른다. 이 태도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현재에 대한 비판적 관계 -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 실천. 자기 자신에 대한 관계 - 사회가 규정한 정체성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변형하는 작업. 자유를 실험하는 태도 - 제도·규범·담론의 ‘당연함’을 의심하고 자유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천. 3. 푸코가 보는 칸트의 의미 칸트는 계몽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이라고 정의했다. 푸코는 이를 ‘현재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4. 푸코의 계몽 개념 푸코에 따르면 계몽은 다음과 같다: 완성된 해방 상태가 아니라, 사회·지식·규범의 작동을 끊임없이 분석하며 자유를 만들어가는 비판적 실천방식 그는 이를 “우리 자신을 만드는 작업, 변형의 윤리” 라고 부른다. 5. 칸트와 푸코 비교 정리 구분 칸트 푸코 계몽 이성의 자율성 비판적 실천의 태도 현대 역사적 전환 자기-변형의 실험 자유 규범의 자기입법 권력-담론 속에서의 실천적 자유 6. 결론 푸코에게 계몽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비판적·창조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론이다. 즉, “계몽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비판적 탐구이며, 자기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지속적 실험이다.”
ㅋㅋㅋ 저만 헤겔의 이름을 보고 겁먹은 게 아니라 다행;; 푸코의 글에서 헤겔이 꿈쩍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미지가 웬지 무섭게 느껴져요..ㅋㅋㅋㅋ 안그래도 제미나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요즘 chatGPT같은 LLM의 AI가 나오면서 헤겔이 다시 언급되는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ㅎㅎㅎ 여기서도 나오는 헤겔... 우리는 과연 헤겔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https://www.newstatesman.com/ideas/2023/07/hegel-against-machines-ai-philosophy
오죽하면 헤겔 이후의 모든 철학은, 헤겔 철학의 주석일 뿐이라는 얘기까지 있겠습니까? 프랑스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헤겔 붐이 그런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듯해요.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의 새로운 흐름을 헤겔 이후 독일 철학(사상)의 주석으로 보는 책도 있을 정도니까요. 니체-푸코, 프로이트-라캉, 마르크스-부르디외 등.)
‘정반합‘이 머리 깊숙히 콱 박혀있지요. ㅎㅎ
앗 서양철학이 플라톤의 주석이 아니라 현대철학이 헤겔의 주석이었군요.. 아흐..
@밥심 @borumis 네, 이 책 전체를 거쳐서 반복되는 주제이니 처음부터 너무 난이도를 높이지 말고 천천히 얘기하면서 가시죠.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5일 금요일부터 12월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시작합니다. 평일과 주말 포함해서 매주 여섯 장씩 읽는 일정입니다. 오늘은 서문과 1부 1장 '내가 태어난 도시'를 읽습니다. 함께 읽기의 장점이기도 하고, 또 매체 환경이 처음, 재독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져서 요즘에는 이런 것도 바로 찾을 수 있네요. :)
1장에서 푸코가 유년기와 10대를 보낸 푸아티에에 아직도 남아 있는 푸코가 태어나서 자란 생가입니다. 파리와 푸아티에의 거리를 가늠해 보시라고 구글 맵으로도 보여드립니다. 푸코는 죽어서 푸아티에에 묻혔네요. 생가나 묘지 모두 관광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은 저렇게 해놓았네요. 검색하다 보면, 우연히 푸아티에 관광을 갔다가 '어, 뭔가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 사람 집인가 보네.' 이런 포스팅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푸아티에가 무슨 촌구석처럼 나오는데 실제로는 꽤 역사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잘 나가는 도시였던 것 같아요. 데카르트도 라블레도 푸아티에 대학을 다녔던 것 같은데.. 물론 푸코의 입장으로보면 벗어나고싶은 마음이 컸겠지만 결국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것일까요?
반대다. 사생활에 대해서건 저작에 대해서건 내가 애초에 제시했던 그의 초상화가 오늘날 새롭게 밝혀지는 자료들에 의해 단순히 확인되는 정도가 아니라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느낀다.
미셸 푸코, 1926~1984 세 번째 판본의 서문, 5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의 이론 작업은 그의 개인적 경험에 뿌리박고 있다(그의 책 한 권 한 권이 모두 ‘자서전의 한 조각’으로 읽일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미셸 푸코, 1926~1984 세 번째 판본의 서문, 5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통치의 기술(art de gouverner)’이라는 이론 작업을 논하는 1978년 강의에서 그는 15~16세기의 서구 사회에서 “통치(gouverner)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널리 대두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 질문은 그 반대의 질문인 “어떻게 하면 통치받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세 번째 판본의 서문, 6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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