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테이블 와! 저도 1996년에 대학 새내기 때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이 책의 기억이 아주 강렬해서, 저는 푸코가 아니라 이 책을 쓴 디디에 에리봉처럼 되고 싶었어요. :) (저는 2012년에 개정판이 나오고 나서, 대학원 공부 때문에 한 번 더 읽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 읽는 셈이네요.)
오오 정말 옛날 책이네요. 전 오히려 랭스는 최근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된 책을 썼는지 몰랐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랭스랑 푸코의 전기랑 어딘가 겹치는 데가 있네요.
1989년에 나온 책이고, 디디에 에리봉은 푸코의 만년에 직접 교류했던 사이였어요. 그래서 푸코가 죽고 나서 곧바로 평전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었죠. 운도 좋고 재주도 많아서 30대 중반에 이런 걸작을 써낸 거죠.
우리가 푸코가 없을 수는 있어도 에리봉이 없겠습니까^^ 강기자님의 앞으로의 활동과 저술에 대해서도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
@테이블 이렇게 따뜻한 덕담을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벌써 50대에 접어드는 시점이라서. 그리고 제가 에리봉이 되려면 한국에 푸코가 있어야 됩니다! :)
이 책 도서관에서 빌리려는데, 2012년도 일반책은 딱 한 권(슬프게도 대출중), '큰 글자책'이 두 권 있어서 그 중 하나 빌렸어요... 640p라는데 어떤 책이 올지 두근거립니다~ 읽다가 너무 좋으면 사려고요. '어머니의 탄생'은 샀거든요.
결국 영어로 된 전자책은 못 찾아서 프랑스어판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읽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Retour a Reims도 그렇고 이 책도 아주 편하게 읽기 좋은 문체입니다. 지금 푸코의 감시와 처벌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나오는 고문 묘사가 좀 읽기 괴롭지만 그 외에는 제가 두려워했던 현대철학의 난해한 문체가 아니어서 수월하게 읽히네요.
@borumis 아, 얼핏 봤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찾아볼게요.
@꽃의요정 @향팔 @borumis 앗, 분위기 화기애애하고 좋은데요? "애기봉"과 "쉐리봉"은 디디에 에리봉에게 직접 전해주고 싶네요. 하하하!
왕년에 스타벅스에서 주는 선물 받겠다는 핑계로 아내와 함께 전국을 돌며(제주까지) 스타벅스에 가서 스탬프 찍고 주위 좋은 곳 둘러보던 혈기왕성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그렇지만 애기봉은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가보고 안 가봤습니다. 에리봉의 이 책은 2장까지 읽었는데 아직 어린 시절 이야기라 그런지 술술 읽히는데요, 우리나라의 치열한 대학입시가 연상되더이다.
앗 저두요.. 한국의 대치동열풍이나 맹모삼천지교에 지지 않는 엄청 치열한 학구열입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baccalaureat는 한국의 단답식 공부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말 준비하기도 힘든 고난이도의 시험이라.. 푸코도 꽤 똑똑했을 텐데 이 시험에서 떨어지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시험인 것 같아요.. 이런 시골에서 고등사법학교에 보내는 거 봤냐는 말에 바로 파리로 보내서 기숙사가 아니라 혼자 지낼 수 있게 하고 의대로 보내고 싶었던 아버지의 강요에 반대하고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던 푸코의 어머니.. 아버지는 증오했다지만 어머니는 엄청 따랐던 이유가 있네요.
저도 2장까지는 술술 넘어가는데 헤겔 부분에서 좀 궁금해지는 게 생기네요. 헤겔의 변증법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고 헤겔의 저서를 읽어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실은 푸코도;;) 헤겔이 프랑스 철학에 그 당시 그렇게 영향을 준 이유가 뭘까요? 맑시즘 때문에? 그리고 푸코의 학문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지금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고 있는데 확실히 그냥 보통 철학책보다는 약간 역사와 사회학적 고찰이 많기는 하네요. 얼마전 레미제라블을 완독하고서 이걸 읽는데 위고가 설명했던 툴롱 형무소의 쇠고랑을 찬 채 강제노동하던 chain gang이 거기서도 나오네요.
흐흐.. 전 어차피 푸코의 방대한 철학을 이 한 권의 평전으로 이해하기는 불가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확장하지 말고 이 책의 내용에만 집중해서 읽자고 마음다짐을 해두었습니다. 헤겔의 철학까지 파고 들다간 책을 제대로 못 읽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더라구요. 이 평전을 읽고 나서 더 관심이 가면 푸코든 헤겔이든 제대로 된 그들의 저서를 읽으면 된다고 위안삼고 있습니다.
@밥심 님, 아주 좋은 전략이십니다. :)
옷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철학과 거리가 먼지라.. 이 말씀이 위로가 되네요..
@borumis 제가 아는 한도에서만 얘기하자면, 헤겔-이폴리트-푸코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1. 장 이폴리트는 헤겔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정신현상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그냥 철학 교사가 아니라 당대 프랑스에서 독일 철학(독일 관념론)에 가장 정통한 철학자였습니다. 푸코가 이폴리트에게 교육받으면서 당대 사유의 정점에 서 있었던 독일 철학의 정수를 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것이고, 푸코에게는 그것이 철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아주 큰 자극이 되었겠죠. 2. 하지만, 푸코가 위대한 것은 이폴리트로부터 받은 헤겔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을 목표로 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폴리트 역시 단순히 헤겔 철학에 주석을 다는 철학자가 아니라 그 한계를 고민하는 편이었습니다.) 푸코와 (그의 또래 동료) 들뢰즈 등의 철학은 헤겔(또 멀리는 플라톤) 철학을 비판하고 극복하려는 특징을 공유하면서 독특한 프랑스 현대 철학으로 이어졌습니다. 언급하신 변증법을 가지고 설명하자면, 헤겔 철학은 그 비판까지도 변증법으로 통합해버리는 궁극의 통합 철학입니다. 헤겔 철학(정)을 비판하면(반) 응, 우리 다시 합해야 해(합), 해버리는 식이니까요. 푸코는 이 헤겔 철학의 특징을 예민하게 사유했고, 헤겔 철학을 극복하려면 헤겔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헤겔 철학이 포용하지 못하는 사유의 방법을 개척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게 푸코의 고고학, 계보학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철학적 방법론이죠. 앞으로 뒤에서 계속 나올 테니, 일단은 이 정도로만 정리하겠습니다.
푸코 철학 여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텍스트가 1971년에 나온 『담론의 질서』입니다. (제가 두 번째로 읽었던 푸코 책인데요,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원래 1970년 12월 2일 콜레즈 드 프랑스 취임 강연 원고를 푸코가 직접 고쳐서 다음 해에 책으로 낸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푸코의 철학 방법론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발표한 저서라서 푸코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읽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Mais échapper réellement à Hegel suppose d'apprécier exactement ce qu'il en coûte de se détacher de lui ; cela suppose de savoir jusqu'où Hegel, insidieusement peut-être, s'est approché de nous ; cela suppose de savoir, dans ce qui nous permet de penser contre Hegel, ce qui est encore hégélien ; et de mesurer en quoi notre recours contre lui est peut-être encore une ruse qu'il nous oppose et au terme de laquelle il nous attend, immobile et ailleurs." 저는 프랑스어를 모르지만 @borumis 님은 아시니까. 아래는 제미나이 이용한 번역인데요. (제가 이정우 선생님 번역의 한국어판을 집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검색했습니다.) "그러나 헤겔로부터 진정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그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정확히 평가한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것은 헤겔이,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insidieusement), 얼마나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아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헤겔에 맞서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 속에 여전히 헤겔적인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우리의 수단이 어쩌면 그가 우리에게 맞서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계략(ruse)일 수도 있으며, 그 계략의 끝에서 그가 꿈쩍도 하지 않은 채(immobile) 다른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헤아리는 것을 전제합니다."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헤겔 철학의 강고함을 푸코가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이 내용 다음에 자기 사유가 장 이폴리트에게 얼마나 빚지고 있었는지 언급하는 대목이 바로 이어집니다. 대충 어떤 영향과 관계인지 아시겠죠? 참, 『담론의 질서』는 결정판 번역본이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허경 선생님 번역입니다.
담론의 질서세창 클레식 6권. 푸코의 취임강연은 1970년 12월 2일 ‘담론의 질서’라는 제목으로 행해졌고, 이 강연은 다음 해인 1971년 푸코의 교정·검토 아래 동명의 제목으로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 1971년의 프랑스어본을 완역한 것이다.
우왓 감사합니다! 번역까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Ian McLeod가 번역한 영문판을 스캔한 pdf파일이 화질은 안 좋지만 있네요. 이폴리트에 대한 부분도 있어요. I consider that my greatest debt is to Jean Hyppolite. (...) But to make a real escape from Hegel presupposes an exact appreciation of what it costs to detach ourselves from him. It presupposes a knowledge of how close Hegel has come to us, perhaps insidiously. It presupposes a knowledge of what is still Hegelian in that which allows us to think against Hegel; and an ability to gauge how much our resources against him are perhaps still a ruse which he is using against us, and at the end of which he is waiting for us, immobile and elsewhere. 이걸 읽어보니 푸코나 이폴리트는 헤겔의 철학의 강고함을 인식하면서도 헤겔 철학을 넘어선 철학, 역사, 과학이 가능한지 실험하고 탐구한 듯 하네요. https://monoskop.org/images/7/78/Foucault_Michel_1970_1981_The_Order_of_Discourse.pdf
딴 얘긴데 제가 일할 때 구글번역기를 돌린 다음에 그걸 엄청 많이 다듬고 수정해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특히 불어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제미나이는 비교적 잘 번역했네요! (그것도 insidieusement이나 immobile 등 원글의 단어를 넣어서)
@borumis 제가 2장을 읽어보니, 제가 기억하고 있던 인용 부분이 2장에도 앞뒤까지 인용이 되어 있네요. (이렇게 항상 읽을 때마다 새롭다니까요. :) )다들 함께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41~42쪽의 인용과 같은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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