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음.. 팡세는 개인적인 삶의 고민 때문에 신의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게 안전한 베팅이라고 간주하고 거기서 인간 세계에 대한 생각을 펼쳐갔다면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도 나 자신도 포함해 모든 것을 일단 의심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 더 폭이 넓은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푸코도 보면 모든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여진 것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의심하고 질문해보는 sceptic의 자세가 된 것 같아요.
오~대단하세요 @향팔님!! 저도 이런 차이를 알면 좋으련만~~~^^;; 지금은 차근 차근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부연설명 너무 감사합니다^^
미셸 푸코는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의 어려웠던 시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다. "내게 새겨진 인상을 되돌아볼 때, 가장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나의 모든 감정적 추억들이 정치적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략) 우리들의 사사로운 개인 생활은 정말로 위협을 받았다. 내가 역사에 매혹되었던 것은, 그리고 우리가 처한 사건과 개인적 체험 사이의 관계에 그토록 관심이 끌렸던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내 이론적 욕망의 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p.21~22) 🤔 역사는 개인들의 사소하기도, 거대하기도 한 사건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우리의 모든 서사가 역사가 되고, 역사는 개인의 서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
"내가 태어난 도시의 모습은 이러했다. 참수된 성자들이 손에 책을 들고 재판은 공정한지, 성채는 굳건한지, 고요한 정원의 비밀을 아이들이 헤집고 다니지나 않는지 감시하고 있는 곳, 내가 상속받은 지혜는 그런 것이었다."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푸아티에(Poitiers)에 대해 미셸 푸코가 즐겨 하던 말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마도 관습의 존중과 신앙의 냉담이라는 서로 모순적인 양상이 공존했던 듯하다. Sans doute les deux aspects coexistaient-ils: respect des convenances et éloignement de la croyance.
미셸 푸코, 1926~1984 1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폴 미셸이 예수회 교단의 학교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우연의 장난이었다. 또는 역사의 장난이었다. 종종 이 두 낱말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전쟁의 위협은 우리들의 지평이었고 우리들의 실존의 테두리였다. 그리고 정말로 전쟁이 터졌다. 우리 세대의 기억의 실체는 가정생활보다는 세계적 관점의 사건들이었다. 나는 '우리들'이라고 말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소년 소녀들이 똑같은 체험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사사로운 개인 생활은 정말로 위협을 받았다. 내가 역사에 매혹되었던 것은, 그리고 우리가 처한 사건과 개인적 체험 사이의 관계에 그토록 관심이 끌렸던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내 이론적 욕망의 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22-2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나 푸코 부인은 항상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라'는 자기 아버지의 가훈에 충실하기를 원했다. Mais Mme Foucault se veut toujours fidèle à l'adage de son père, 'se gouverner soi-même'
미셸 푸코, 1926~1984 23-2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처신하다'로 번역되었는데 se gouverner (self-govern)이라는 말에는 푸코의 철학에서 많이 다루던 power와 authority, control과 self-control과 일맥상통하네요.
"우리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 특히 정치적인 주제에 관해서 말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했지요. 아주 다양한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었으니까요. 우리 급우 중에는 부모가 강제수용소에서 죽은 여학생도 있었고, 해방 당시 아버지가 총살당한 남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모두를 약간은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죠."
미셸 푸코, 1926~1984 2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감시와 처벌의 panopticon이 생각나네요..
"전쟁이 끝난 후 몇 년 동안 철학의 권위는 그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철학이 무엇이었느냐를 말하라면 우리는 결코 그것을 남의 얘기하듯 냉정하게 할 수는 없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19세기는 아마도 역사의 시대였을 것이다. 20세기의 한 중간은 철학에 바쳐진 듯이 보였다. 문학 미술 역사 정치 연극 영화가 모두 철학의 손아귀에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3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지금은 정말 철학(아니 모든 인문학)이 찬밥신세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보고 정말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질문들이 심각하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얼마전 제 딸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엄마, 저요.. 비웃지 말아요, 철학을 할까 생각중이에요..'라고 고백하더라구요. 물론, 얼마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또 말이 바뀌긴 했지만요 ㅋㅋㅋ
"헤겔은 한 세기 전부터 유명해진 모든 것, 예컨대 맑시즘, 니체, 독일 현상학과 독일 신존주의, 정신분석학 등의 근원이다. 그는 비합리성을 탐사하여 그것을 좀더 넓은 이성 속에 편입시키려 시도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우리 시대가 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서 "헤겔의 후계자 중에는 자신이 헤겔에게 빚진 것보다는 그의 유산 가운데에서 자신이 거부하고 싶은 것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메를로 퐁티는 "헤겔의 근원을 잊으려는 배은망덕한 이론들을 헤겔과 다시 연결시키는 것"보다 더 시급한 작업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4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그리고 맑스를 통해서건 니체를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헤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그와 유리됨으로써 치르게 될 대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비록 공공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나마 헤겔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며, 우리가 헤겔에 대항하여 사고할 때조차 그것이 여전히 헤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상대로 한 제소가 실은 그가 우리에게 마련한 계략이며 그 끝에서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1-4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결국 그는 우리에게 철학적 사유란 끊임없는 실천이고, 철학 아닌 것을 작품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와 엮여 있는 그 비-철학 옆에 항상 가장 가까이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도.
미셸 푸코, 1926~1984 4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종전 직후 그는 우리에게 폭력과 담론의 관계를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제 우리에게 논리와 실존의 관계를 생각하도록 가르쳤는데 지금도 그는 우리에게 앎의 내용과 형식적 필연성의 관계를 사유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철학적 사유란 끊임없는 실천이고, 철학 아닌 것을 작품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와 엮여 있는 그 비-철학 옆에 항상 가장 가까이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도.
미셸 푸코, 1926~1984 42-43쪽, '장 이폴리트, 1907~1968', '형이상학과 도덕 리뷰' 131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생각해보니 평전이라는 걸 처음 읽었네요.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의 기억만 가지고 재미없는 장르라고 생각했는지 한 번도 읽어볼 엄두를 내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네요!
@dobedo 재밌죠? 저는 언젠가부터 어떤 사람의 사상이 궁금하면 좋은 평전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기억력 이슈로 인명, 지명, 숫자에 유독 약해서 지난 벽돌책은 첫날 몇 장 읽고 더 이상 진도를 못 나갔거든요. 저에겐 책상머리에 앉아서 인물 관계도 정리해 가면서 읽지 않으면 못 읽을 책이다 싶어서... 어차피 벽돌책 진도는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이번 책도 평전이라 이름과 숫자는 못지않게 나올 테니 진도 빼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읽히네요. 제가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은 인간이라 그런가 아, 이런 스승을 만나서 그런 공부를 했나 보다 유추하면서 따라가는 게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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