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와, 모임 첫날부터 (아니, 사실 그전부터) 철학자들에 대한 이토록 활발한 대화라니! 지난달에는 역사적 인물들 이름 때문에 버벅거렸는데, 이번 달에도 저는... (하하하)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어제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했어요. 여담이지만, 이 책 종이 재질이 참 가볍습니다.
"내가 태어난 도시의 모습은 이러했다. 참수된 성자들이~감시하고 있는 곳. 내가 상속받은 지혜는 그런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장내가태어난도시 12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만일 뭔가 단절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와의 단절이다. 푸코는 언젠가 이렇게 회상한 적이 있다. "가족이란 갈등의 관계이지만, 비록 가족을 떠난 다음에도 결코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어떤 끈끈한 관심의 관계다."
미셸 푸코, 1926~1984 1부 지옥에서의 심리상태 12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폴 미셸 푸코.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이 상태에서) 그는 지옥이라는 심리 상태에서 자발적 해방, 반성적 불복종을 어떻게 끌어낼지 궁금합니다. 책이 나에게 노크하는 것 같아서 째지는 순간입니다. 그렇지만 어려울까 봐, 끝까지 읽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철학은 너무 너무너무 어려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6일 토요일을 포함한 이번 주말에는 1부 2장 '헤겔의 목소리'를 읽습니다. 2장에서는 푸코가 프랑스의 명문 고등사범늘 12월 6일 토요일을 포함한 이번 주말에는 1부 2장 '헤겔의 목소리'를 읽습니다. 2장에서는 푸코가 프랑스의 명문 대학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고자 대합 입시반 운영으로 유명한 파리의 앙리 4세 학교(리세 앙리 4세)에서 대입 준비를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그를 철학으로 인도해준, 앞에서 여러분이 이미 언급한 철학 교사 장 이폴리트를 만납니다. 저자는 푸코가 이폴리트에게 받은 영향을 중심으로, 이폴리트와 헤겔 철학이 전후 프랑스 사상계에 미친 영향을 두루 이번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헤겔이 나온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스토리를 즐기시는 독서법을 권해드립니다. :)
참, 저도 이번에 프랑스 정규 교육 과정을 다시 찾아봤어요. 1. 프랑스 학제는 기본적으로 5-4-3 시스템이더라고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 2. 그런데 푸코 때는 중고등학교 7년이 통합한 파리의 앙리 4세 학교나 그 경쟁 학교인 루이 르 그랑 학교 같은 사립 명문 리세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명문 리세는 고교 3년 과정 위에 대입 준비반을 운영해서 고등사범학교 같은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걸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앙리 4세 학교도 중학교 과정 4년은 학군제로 운영되고, 고등학교 3년 과정만 전국 학생을 상대로 시험을 본다고 해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국 단위 모집하는 자립형 사립고 같은 느낌인 듯?)
3. 흥미로운 포인트를 하나 덧붙이자면, 푸코보다 네 살 연하의 유명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있습니다(1930년생). 부르디외는 푸코와는 달리 노동 계급 출신(시골 우체국 직원 아들)이었어요. 운이 좋게도 장학금을 받아서 푸코가 다녔던 앙리 4세 학교의 경쟁 학교 루이 르 그랑 학교 대입 준비반을 거쳐서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합니다. 부르디외는 평생 프랑스의 계급, 계층 문제를 파헤쳤는데 성장기의 이런 경험이 아주 중요했던 것 같아요. 부르디외는 똑똑해서 항상 공부는 1등했지만, 부잣집 도련님의 문화 취향을 따라가지 못해서 항상 소외감을 느끼면서 힘들었다고 해요. 이런 경험이 그의 역작 『구별 짓기』(1979)로 이어졌겠죠. 『구별 짓기』에 나온 개념이 요즘 일상어로도 가끔 쓰는 (하지만 원래 의미가 아니라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아비투스(Habitus, 아비튀스 혹은 하비투스)'입니다. 4. 부르디외가 명문 대학을 통해서 프랑스의 계급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통찰한 책은 『국가 귀족(La Noblesse d'État)』(1989)입니다. 국내에는 번역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쓴소리를 하자면 국내의 부르디외 번역 책은 극히 예외를 빼놓고는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엉성하게 펴낸 게 많아요. 특히 특정 출판사 책들. 아래 두 권은 번역본 가운데 제가 읽을 만했던 것 두 권만 링크로 걸어둡니다. 이상길 선생님께서 관여하신 책들만 봅니다.) 5. 부르디외가 자기 자신을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서 시골 우체국 직원 아들이 어떻게 파리의 최상류층 엘리트 집단에 진입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자기 분열을 경험해야 했는지 등을 쓴 『자기 분석을 위한 초고(La Noblesse d'État)』(2004)라는 책이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은 되어 있지만; 아무튼, 이 책은 2002년 부르디외가 죽고 나서 미완성 유고로 2년 후에 출판된 책입니다. (푸코처럼 부르디외도 2002년 사후에 계속해서 콜레주 드 프랑스 강연록과 유고 등이 계속 나오고 있답니다.)
사회학자와 역사학자세계적인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와와 역사학계의 거장 로제 샤르티에의 대담집,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를 한국어로 옮긴 글이다. 자신의 핵심 개념을 놓고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연구한 아날학파 4세대의 대표 학자 샤르티에와 격렬하면서도 우호적인 대화를 나눈다.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현대 사회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집대성한 책. 제자인 로익 바캉이 질문을 던지고 부르디외가 답하는 인터뷰(2부)가 중심을 이루고, 바캉이 쓴 부르디외 사회학 개관(1부)과 학문하는 자세에 관해 부르디외가 학생들에게 행한 강연(3부)이 더해졌다.
안타깝게도, 부르디외는 함께 읽을 만한 한국에 번역된 권위 있는 평전이 없습니다. 시차를 두고 푸코 평전과 함께 읽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이죠. 외국에서 나온 평전 가운데는 그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장-루이 파비아니(Jean-Louis Fabiani)의 책이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나 봐요. 『Pierre Bourdieu. Un structuralisme héroïque 』. 영어판은 『Pierre Bourdieu: A Heroic Structuralism』. 사실, 부르디외는 평전 작업을 비판적으로 봤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우연'과 '구조'의 산물일 뿐이지(이건 저도 절대 동의!) 기승전결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환상일 뿐이라고 했다죠? 저도 부르디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래도 저는 평전을 좋아합니다. :) 우리 읽는 책과 연결해 보면, 부르디외는 디디에 에리봉과도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역시 노동 계급의 아들이었던 에리봉은 부르디외에게 아주 깊은 친밀감을 느끼며 영향도 많이 받았답니다. 부르디외가 에리봉의 푸코 평전 작업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궁금하네요(사석에서). 부르디외의 영향을 받은 에리봉의 자전적 작업이 바로 서문에도 잠깐 언급된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입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 등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이 책 읽으시면서 병행 독서도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책 병행하려고 빌려왔습니다. 단절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첫 장부터 빠져들고 있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이 책에 비하면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술술 읽힙니다. 이 책이 어려운 것은 괴팍한(!) 푸코 선생님이 난해한 철학적 사유를 자꾸 하기 때문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면서 읽고 있습니다. 밤에 읽으면 3장을 못 넘기고 잠의 세계로.... ㅠㅠ. 5장까지는 겨우 읽었는데 산 넘어 산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 급 자신을 잃고 있어요.
@개와고양이 너무 꼼꼼하게 다 이해해 보려고 하셔서 힘드신 것 아닐까요? 그냥 서걱거리는 건 서걱거리는 대로 읽으시길 권해드리고 싶은데; (가이드로서 너무 무책임하네요; ㅠ.)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읽어나가고는 있지만 이해 안 되는 문장들이 마구 춤을 추면 ‘이게 뭔 개소리야?‘ 하는 욕지거리와 함께 좌절에 빠지게 되더이다. 꾸역꾸역 넘어가던 전 7장 170-171쪽에서 다시 한 번 ‘뭔 개소리야?’를 외쳤죠. ㅋㅎ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간신히 7장을 마치긴 했습니다. 1부 지옥에서의 심리상태를 겨우 마친건데 진짜 지옥을 다녀온 느낌이에요. 2부, 3부로 갈수록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처럼 점점 더 깊은 지옥으로 내려가게 되는 걸까요…
저는 현재 1부6장까지 읽다가 알듯 말듯? 하면 그냥 아아 이건 이런 뜻일거야 하고 스스로 뻥치면서 넘어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아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만, 가끔 이건 진짜 모르겠는데? 싶으면 한두번 제미나이한테 물어봤어요. 그친구가 항상 참말만 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더라고요.
'개소리'에 위로가 됩니다. 한국어인데 이해가 안되는 말이란 뜻이죠. ㅎ
저도 푸코의 철학에 대해 1도 모르고 읽고 있기 때문에 알아 듣는 것 위주로 읽고 있어요^^
교육을 문화적 자본?으로 본 그 사람인가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얼마나 힘든데 공부를 잘 했어도 한무리에 끼지 못해서 힘들었다니, 예술 분야도 비슷한 것 같아요, 프랑스는. 그래서 인상주의가 나온 것 같은데... 푸코 어머님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면서도 앞길을 정리해주는 게 이른바 '있는 집'들의 가정교육을 여실히 보여주네요. 교육열이 예사롭지 않네요. 그게 대물림되고요. @밥심 님 말씀대로 우리나라는 '저리 가라'네요
어제 남편과 이 부분을 말했어요. " 푸코 엄마는 넘사벽이다. 대학교수님에게 연락을 했더라.^^" 요즘 아들이 중 3이라 고등학교 진학으로 남편과 많은 얘기를 하기도 하고 학원 보내면서 강제로(?) 같이 시간도 많이 보내거든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 고민이 많이 되는 시기라서 그런 거 같아요. 저라는 사람은 푸코 엄마의 상황이어도 그렇게 못했을 거 같기도 한데, 저런 적극적인 태도도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도 합니다.
@빨간망토 님, 저 감상 읽으면서 빵 터졌어요. 푸코도 에리봉도 21세기의 어느 시점에 푸코의 어린 시절을 보면서 동북아시아 어느 나라 학부모가 어머니의 진학 지도에 공감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 작은 동거인도 중학생이라서 남의 일 같지도 않고요.)
책걸상에서 YG님이 자녀를 '작은 동거인'이라고 지칭하시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하게 느껴지고 재밌는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계속 듣다보니, 자녀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는 거 같아서 더 듣기 좋아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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