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간의 막간 휴식을 취한 후 공연이 재개되었다. 심사위원장이 학위후보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푸코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며 긴장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빠른 리듬 속에서 발표가 진행되었다. 하나하나의 말들은 마치 세공한 다이아몬드처럼 정교하게 빛났다. (역시 구이에의 노트에 의하면) 연구초기에는 의사들보다는 광인들에 대한 책을 쓰려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의 시점이나 연대기 없는 역사서가 될 것이므로 불가능한 책이었다. 고문서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먼지 더미의 자료에서 "광기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문명의 현상"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 특정 사회 안에서 광기는 언제나 "다른 행동", "다른 언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광기를 광기라고 말하는 문화, 광기를 박해하는 문화들의 역사" 없이는 광기의 역사도 없다. "광기를 비-광기와의 관계 속에서 즉 광기를 포로처럼 잡고 있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광기를 접근하려는 방법론이 거기서 나왔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거북별85
밥심
전 공학 계열이라 잘 모르겠는데 인문학 계열에서는 박사학위 논문 심사 시 이 정도로 치열한 과정을 거치는가요? 예를 들면 청중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그러는가요, 공학 쪽은 심사위원들 앞에서만 하거든요. 아무튼 치열한 논쟁 과정이 @YG 님 말씀처럼 부럽고도 멋있게 보이네요.
195쪽 읽다가 ‘18세기말과 19세기 초의 독일 인간학을 프랑스의 인간론과 비교해보고 싶다’는 문장을 보고 도대체 인간학과 인간론이 뭐가 다르다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인공지능의 정리를 보면서 약간 이질감을 느끼긴 했습니다. 제 공학 연구 경험을 볼 때 프랑스 연구원들은 말로 때우고 날짜도 잘 안 지키고 감성적인데 반해 독일 연구원들은 서류로 남기고 날짜 칼같이 지키고 이성적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프랑스의 인간론과 독일의 인간학은 반대네요. ㅎㅎ
그리고 2부 1장 읽으면서 팍 터진 부분은 논문 심사 위원장인 구이에가 한 논평에 대해 푸코가 “내가 좀 아무렇게나 쓴 문장”이라고 인정했다는 204쪽 내용이었어요. 그저 그런 식으로 해명해도 되는 건가요. ㅎㅎ


도롱
프랑스와 독일의 차이를 표로 보니, 덕분에 이해가 더 되어요.

borumis
저도 이과여서 모르겠는데 소르본느에서 대학원을 다닌 언니 얘기를 들어보면 어마무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인종차별 등 주관적인 것도 엄청 많이 개입한다고..;; 푸코는 좀 뻥이 심한 것 같기도 한 것 같아요..ㅎㅎㅎ

YG
이번 주말에 병행 독서한 책으로 이수지 선생님의 『자연스럽다는 말』(사이언스북스)이 있습니다. 푸코 평전과도 공명하는 책이니 여러분도 한 번쯤 살펴보시면 좋겠어요. 올해(2025년) 나온 과학책 가운데 최고입니다!

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자연스러운 게 좋다”는 말 뒤엔 무엇이 감춰져 있을까. 진화 인류학자 이수지 박사가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자연의 권위를 해부한다. 생물학과 신경 과학을 넘나들며 우리가 믿어 온 ‘자연스러움’의 신화를 근본부터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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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
찜해두었습니다.. 이런 책 정보 너무 좋습니다!

도롱
제목만 언뜻 보고 볼까말까 했었는데 덕분에 바로 담았습니다.
밥심
논쟁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요. 그건 이미 설득된 사람만 설득시키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은 더 강화시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225쪽 2부 2장,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