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매우 서투른 언어를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진정한 조국, 그 위를 걸을 수 있는 유일한 진정한 국토, 머물러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집은 다름 아닌 자신이 어린 시절 이래 배운 언어였다. 나는 이 언어를 되살리고, 언어의 작은 집을 하나 짓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 집의 주인이 될 것이고, 그 집의 구석구석을 잘 알게 될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51-15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문체가 참을 수 없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 저도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표현들은 없애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체의 불비함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을 선생님께 보여 드렸는데 그것은 이 논문의 자료와 주제에 제가 깊은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저는 정신분석학의 역사나 발달사를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분석학이 발달해 온 사회적·도덕적·상상계적 맥락의 역사를 쓰고 싶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19세기까지는 광기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이 없었고, 단지 어떤 비이성의 체험(도덕적·사회적 등등)을 과학적인 유사어로 표현해 놓은 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별로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역사적이지도 않은 방식으로 제가 이 문제를 다룬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가 왜 철학 대신 과학을 공부하지 ㅇ낳았을까?"
미셸 푸코, 1926~1984 15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전 반대의 생각을 가졌는데..ㅎㅎ
"나는 우연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쓰기란 일단 한번 시작하면 그것의 노예가 되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
미셸 푸코, 1926~1984 16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파스칼은 "인간은 누구나 광인이므로 미치지 않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광기다"라고 말했다. ... 이 또 하나의 광기의 역사를 기술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고한 이성의 이름으로 자기 이웃을 감금하고, 비-광기의 무자비한 언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자신을 확인했다. 이 음모가 진리의 영역 안에 결정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그리고 저항의 서정주의에 의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이전에 빨리 그 음모의 순간을 찾아내야만 한다. 역사 속에서 광기가 아직 편가르기에 의해 분리되지 않은 무심한 경험이었던 시절, 다시 말해서 광기의 역사의 영도를 찾아보아야 한다. 이 굴절, 이 '또 다름'의 근원에서부터 이성과 광기를 서술해 보아야겠다. 이성과 광기는 서로 교대하며 마치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죽어 있는 존재이듯이 일체의 교류가 없이 서로를 완전히 배제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6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불편한 지역'을 주파하기 위해 푸코는 시작하기에 앞서 '최종적 진실이라는 편리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다시 말하면 현대 심리병리학의 개념들에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이다. "광기를 분리시키는 일은 구성적인 일이다. 그리고 일단 광기를 배제하는 편가르기가 일어난 후 정착된 평온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가 발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분리의 행동, 혹은 순간이었다. 의학의 카테고리는 미친 사람을 광기의 영역 안에 집어넣어 고립시킨다. 그러나 그 간극은 1세기 전만 해도 도덕적이고 제도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공통의 언어가 없다.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18세기 말에 광기를 정신병으로 규정한 이래 미친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정상인과의 분리는 기정사실화됐으며, 전에 광기와 이성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대화, 즉 약간 더듬거리며 직설적으로 내뱉는 두서없는 말들이 완전히 망각 속에 묻히게 되었다. 정신과의사의 언어는 광기에 대한 이성의 독백일 뿐, 그런 침묵 위에서 진정한 언어는 형성될 수 없다."
미셸 푸코, 1926~1984 169-1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나는 이 언어의 역사를 쓰려는 것이 아니라 이 '침묵의 고고학'을 쓰려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마도 이 이성, 실성의 관계가 서구 문화의 독창성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문화는 자신을 위협하는 이 심연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푸코가 우리를 안내하고자 하는 곳은 바로 이 심연이다. 그 심연은 "한 문화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 한계가 문제인 그런 영역"이다. "한계의 역사, 그 막연한 행동들의 역사를 써야만 한다. 수행되자마자 잊혀지고 마는 이 막연한 행동을 통해 하나의 문화는 자신의 외부로 간주되는 어떤 것을 배척한다. 하나의 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이 움푹한 허공, 이 백색의 공간은 이 문화의 다른 가치들만큼이나 이 문화의 성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한 문화의 한계 경험을 조사해 보는 것은 역사의 경계선을 조사하는 것이며, 이 역사의 근원인 분열을 조사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언제나 억압되고 억눌리고 망각되지만 그러나 끈질기게 존재하는 이 위협적인 모든 체험들을 탐사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7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가 말한 니체의 영향은 지금 글을 보니 니체의 '비극의 탄생'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한 인간은 언제나 미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유의 권리가 위험 속에 놓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시대는 광기에서 비이성으로, 다시 말하면 광기가 특수성을 갖고 있던 시대에서 그것이 다른 수용자 그룹 속에 녹아 들어가 '교정' 대상이 된 시대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이 수용서는 의학적인 조치보다는 주로 처벌과 징벌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비이성이 인식의 대상이 되기 전에 우선 파문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17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는 비록 밖에서는 무죄였더라도 수용소 안에서는 처벌의 대상이었다. 광인들은 오랫동안,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도덕적 세계의 수인이 되었다. (...) 사람들은 튜크와 피넬이 의학적인 상식에 의거하여 요양원을 개설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과학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를 도입했는데, 이 인격체는 과학에서 위장의 방법을, 혹은 기껏해야 광기의 위상을 정확히 집어냈다 해도 그것은 광기를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라 통제하는 과정에서였다. 그리고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는 지배를 의미할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6-17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 시대의 인간은 자신이 광인이건 아니건 간에 광인의 수수께끼 속에서만 자신의 진실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광인들은 사람에 따라 자기 속에 인간의 진실을 갖고 있거나 혹은 갖고 있지 않거나 하지만, 여하튼 그 진실은 그의 인간성이 추락할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정상인과 광인은 이 상호적이며 양립 불가능한 진실의 희미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17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의 새로운 승리와 계략. 광기를 측정하고 심리학에 의해 광기를 설명한다고 믿는 이 세계는 이제 거꾸로 그 광기 앞에서 자신을 변명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논쟁과 노력 속에서 세계는 니체, 반 고흐, 아르토 등의 작품을 거슬러 자신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기에 대한 지식은 결코 이 세계에 확신을 주지 못하며 오로지 그 광기의 작품들만이 이 세계를 설명해 줄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르토가 누군지 몰라서 찾아보니 잔혹연극(theater of cruelty)로 알려진 극작가네요. 신기하게도 "아르토, 고흐"라는 연극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서 관련 나무위키의 글을 퍼왔습니다. 강렬한 리듬과 음향을 동반한 신체 움직임으로 관객들이 공포와 광란을 경험케 해 인간 본연의 특별함을 끄집어내는 방식을 제안했다. 각자의 경험치가 더해져 새로운 진실, 혹은 깨달음에 다가서도록 함축되고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나서 까뮈의 은사인 장 그르니에가 깎아내리는 편지에 좌절하고 하마터면 이방인이 세상에 나오지 않을 뻔 했다는 Alice Kaplan의 까뮈 전기 'Looking for the Stranger'를 올해 읽었는데요. 믿고 따르던 은사님이 너무 황당한 혹평을 내리기도 하고 오히려 자기 저작을 내세우는 걸 보고 까뮈가 상심했던 게 참 놀라웠는데 반대로 그의 진가를 알아본 그의 친구와 앙드레 지드가 정말 적확한 비평과 도움을 주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실은 논문 쓸때 대학원 지도교수랑 여러번 싸우고 솔직히 그닥 도움이 안되고 재촉만 해서 안 좋은 기억이 남았는데요..;; 캉길렘의 주논문 인쇄허가를 얻기 위한 보고서를 보고 정말 앙드레 지드가 까뮈를 향해 보낸 열성적인 지원처럼 살짝 감동적이네요..;; 정말 주변에 좋은 지도자가 있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borumis "저도 실은 논문 쓸때 대학원 지도교수랑 여러번 싸우고 솔직히 그닥 도움이 안되고 재촉만 해서 안 좋은 기억이 남았는데요..;;"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문장입니다.. ㅠㅠ 실은 전 의절할 뻔... 논문을 쓰는 내내 이 논문은 누구의 논문인가, 왜 나는 내 논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가?.. 이런 의문에 휩싸였었더랬죠. ㅎㅎ ㅠ 지도란 무엇이며, 지도교수는 무엇을 해 주는 사람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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