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독일 철학이나 프랑스 철학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도 같아요. (1) 독일 철학이나 프랑스 철학에서는 철학 개념어를 새롭게 만드는 경우가 많고 (2) 그런 철학적 개념 중 오래된 건 보통 일본어 번역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와서 쓰이기 시작한 한자어인 경우가 많고 (3) 새로운 번역도 과거 번역어를 존쟁해야 하니 요즘 언어 감각과는 괴리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 (1) (2) (3)이 겹치면서 사실 요즘 언어로 풀어서 쓸 수 있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개념어 잔치가 되는 일이 많은 듯합니다. (이건 영미 철학이라고 딱히 다른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아 맞아요. Dasein이든 signifiant이든 기본개념 용어 익히는 것 부터가 드높은 초입장벽이 되죠;;; 안그래도 그래서 서양철학 책들은 제가 잘 모르는 독일어여도 영어 아닌 한글로 읽기 망설여지더라구요..;; 대신 동양철학 책을 영어로 읽으면 또 그런 장벽에 부딪혀요..^^;; 옛날에 도덕경과 논어를 영어로 읽었는데 정말;;; 제가 맞게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한글(한자는 딸려서;;) 번역판을 찾아 읽었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죠. 처음에 ‘함수’라는 용어를 만났을 때 이건 무슨 개소리지? 하고 역시나 당황했는데요,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함수가 영어로는 function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능이란 건 에너지든 재료든 뭔가 집어넣으면 운동이나 물건이 산출물로 튀어나오게 하는 거잖아요. 이걸 수식으로 쓰면 y=f(x) 죠. x라는 것을 입력하면 f라는 기능을 거쳐 y라는 산출물이 나온다.. 너무 쉽게 function의 개념이 이해되는데 함수라는 이상한 일본식 용어를 들이밀어 혼란이 가중된 셈이죠.
@밥심 네, 맞아요. 수학, 과학도 그런 용어가 많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도 같아요. 일본에서도 과거의 번역어가 요즘 세대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아예 요즘 세대의 입말로 번역하는 작업이 있었다는 소식을 예전에 접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후속 소식이 없는 걸 보니 큰 반향은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국내에도 그런 고민을 담은 작은 책이 나오긴 했습니다.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 철학의 개념과 번역어를 살피다철학 전공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겠지만 일반인은 도통 이해하기 힘든 철학 번역어다. 저자는 이 번역어들이 현대 한국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뿐더러 철학의 추상성을 모호함으로 오해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borumis 님 같은 분이 좋아하실 것 같기도 하네요. 문고판 224쪽 분량이라서 아주 가벼운 책이에요.
앗! 저 이 책 갖고 있어요..ㅎㅎㅎ 어떻게 제 취향을 딱 파악하시고.. 이 책을 쓴 저자 중 한 분께 철학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기도 했어요. 아주 난해하고 모호한 개념들을 쉬운 말로 잘 설명해주셨어요. 이 책에서 valid를 타당하다로 번역하냐 유효하다로 번역하냐 등 저도 국제부 업무 중 저희 과의 특수 전문용어들을 번역하는데 다른 팀원들과 함께 엄청 토론(?)을 벌이기도 해서 뭔가 공감가던 책이었습니다. 난해하고 모호하다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이 책에서 209쪽에서 옥타브 마노니가 푸코의 박사논문을 '어둡다'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원서에서는 obscur라고 표현되었고 이건 프랑스어 사전에서 첫번째 의미가 '어둡다'란 의미로 쓰이긴 한데 보통 글이 obcur하다고 하면 영어의 obscure와 같은 의미로 '난해하다, 모호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여기도 그렇고 203쪽 구이에가 박사논문의 데카르트의 성찰에 대한 해석 등을 번역한 부분도 오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당신은 거기서 비이성의 위협을 본다. 그것이 이 가설의 형이상학적 근거다."라고 번역했는데 원문에서는 Vous y voyez une menace de la déraison. Non c'est seulement la possibilité d'une raison autre. Là est le fondement métaphysique de cette hypothèse. (당신은 거기서 비이성의 위협을 보지만 아닙니다. 그저 또 다른 이성이 존재할 가능성일 뿐이지요. 바로 거기에야말로 이 가설의 형이상학적 기반이 있습니다.) 전 '당신(vous)'라고 하는데 자꾸 반말하는 것처럼 번역한 것도 거슬리지만..;; 아예 문장 하나를 송두리째 빼먹는 번역은 어색한 정도가 아니라 반대 의미로 오역한 것이어서 거부감이 느껴지더라구요;;;
그 당시에 스웨덴은 훨씬 자유스러운 나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는 곧, 어떤 자유의 형식은 억압사회와 똑같은 억압적 효과를 낸다는 것을 그곳에서 발견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13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저도 어릴 적에 해외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 부분이 참 공감 가더라구요. 몇년마다 다른 나라로 옮겨가면서 사는 것을 동경하는 분들도 많겠고 어찌 보면 저도 약간 exile같은 느낌으로 도망치듯 다른 나라로 갈 때도 있었지만 결국 어느 나라에 가든 그곳에 가면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똑같은 억압 그리고 결국 조금씩 다른 면모의 일상적 제약에 갇힐 수 밖에 없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부모님들도 주변 사람들도 제게 외교관을 해보지 그러냐고 많이 제안했지만 전 그런 생활에 질려서 오히려 성인이 되서는 외국에 나가길 싫어하는 사람이 된 듯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15일 월요일은 2부 2장 '책과 그 분신들'을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도 『광기와 비이성: 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가 나오고 나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또 그것이 나름의 궤적을 가지면서 어떻게 푸코의 책에서 세상의 책으로 바뀌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장에서는 가스통 바슐라르(현대 철학에 크게 이바지한 과학철학자), 페르낭 브로델(아날학파의 태두), 미셸 세르, 롤랑바르트 같은 거장이 이 책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꿀잼은 이 책의 데카르트 해석에 대한 자크 데리다(해체주의의 창시자)의 논평에 대한 푸코의 반응과 그로 인해 촉발된 10년 간의 절교죠. :) 우리가 앞에서 잠시 살펴봤던 반정신의학 그룹에 의해서 이 책이 어떻게 연장통으로 활용되는지, 또 그 과정에서 푸코가 프랑스 정신의학계와 불화하게 되는 모습 등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마 2부 2장을 읽으면서 과학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를 처음 들어본 분이 많으실 듯해서 잠시 소개합니다. 그의 과학철학은 현대 프랑스 철학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현대 사상의 여러 영역에 커다란 자취를 남겼답니다. 넓게 보면, 미셸 푸코도 바슐라르의 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인식론적 단절(Epistemological Break) 바슐라르는 과학 지식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연속적’ 과정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지식, 그리고 그 지식에 들러붙은 직관·상식·통념과 완전히 결별하고 단절할 때 비로소 새로운 과학이 탄생한다는 것이죠. 이것을 ‘인식론적 단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앗, 이건?” 하시는 분 계시죠? 맞습니다. 토머스 쿤의 그 유명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선취한 개념입니다. 다만 바슐라르가 과학자 개인의 심리적 투쟁에 초점을 맞춰 단절을 강조했다면, 쿤은 이를 과학자 공동체의 합의된 세계관의 전환으로 확장한 셈이죠. (실제로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 서문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바슐라르를 포함한 프랑스 인식론 전통에 빚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단절’의 개념은 푸코 사상에도 아주 짙은 영향을 줬습니다. 푸코가 역사를 ‘연속적인 진보’가 아니라 ‘불연속적인 단절’로 파악한 것 역시, 바슐라르의 인식을 역사와 사회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루이 알튀세르의 사상에서도 이 흔적은 뚜렷하게 발견됩니다.) 2. 현상기술(Phenomenotechnique) 바슐라르는 과학적 대상이 자연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우리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론과 실험,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에 의해서 ‘구성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았죠. 이를 ‘현상기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앗, 이건?” 하는 분 계시죠? 맞습니다. 1970년대부터 영미권과 프랑스 등에서 시작해 오늘날 과학기술과 사회를 이해하는 기본 틀이 된 과학기술학(STS)의 ‘구성주의적 관점’이 바로 바슐라르의 현상기술 개념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 같은 사상가도 바슐라르의 적자인 셈입니다. 3. 인식론적 장애물(Epistemological Obstacle) 마지막으로 ‘인식론적 장애물’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경험, 유비적인 이미지, 섣부른 일반화 같은 것들이 장애물이 되어서 올바른 과학적 사고(추상화)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저도 깊이 알지 못해서 제미나이에게 물었습니다.) 이 개념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인식론적 경계’ 개념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회학 연구자가 자신의 계급적 배경, 학계에서의 위치, 엘리트적 편견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는 성찰적 태도, 이것이 바로 인식론적 장애물과 싸우는 ‘인식론적 경계’입니다. 이 설명을 듣고서 제미나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아모스 트버스키, 대니얼 카너먼 같은 심리학자의 편향 연구와도 연결되지 않나요?“ 그랬더니 제미나이가 이렇게 답하더군요. 바슐라르와 카너먼 모두 ‘인간의 직관은 믿을 만한가’라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둘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연결된다고요. 바슐라르와 부르디외가 “상식, 직관, 통념”이라 부르며 경계했던 것을, 카너먼은 “직관, 휴리스틱, 편향(시스템 1)”으로 불렀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이죠.
오오 아직 2부 1장을 읽고 있지만.. 브뤼노 라투르와 대니얼 카너먼.. 반가운 이름들이네요.. 몇달 전에 이마에 주름잡히며 씨름하던 작가들..ㅎㅎㅎ 이렇게 다들 연결되는 점이 재미있어요.
아! 저도 책 내용은 물론 제목조차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브뤼노 씨 이름 보는 순간 추억이 방울방울이네요
저는 대니얼 카너먼이요. 벽돌 책 모임에 처음 참여했을 때 읽었던 책이『노이즈』였던 터라... (하하) 벌써 1년이 됐다는 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연해 님, 작년(2024년) 12월부터 참여하셨었군요! 네, 우리가 『노이즈』 읽은 지 벌써 1년이 되었답니다. 1년간 꾸준히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게 신기해요. 저야말로 1년 동안 꾸준히 참여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 정말 많습니다(늘 감사합니다. 우리의 든든한 모임지기님!). 벽돌 책 모임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수많은 책들... (하하하) 여담이지만 최근 소식(과 결정)도 읽었어요. 제가 자세히 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YG 님의 행보를 계속 응원할게요:)
전 진짜 유명한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이런 분들의 책은 모임이 아니면 접해 볼 수 없는 게 매력 중의 하나죠. 아웃겨
저는 정작 그 유명한 책은 읽지 않고, 노이즈만 읽었더랬죠...(머쓱) 이렇게 또 읽을 책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행복하다아!!).
@꽃의요정 @borumis 님은 장맥주 작가님과 브뤼노 라투르 책 함께 읽지 않으셨나요? 제 기억에는 이 책이었을 것 같은데. 아닌가; (아, 저는 그 모임을 같이 하진 않았고 리스트에서 살짝 봤던 기억이 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모순과 미스터리로 가득 찬 과학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유의 새로운 패러다임. ‘논란 속의 과학’을 단순한 찬성이나 반대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하는 인문학의 지평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네, 맞습니다! ㅎㅎㅎㅎ STS란 게 이런 거였어?하고 깜짝 놀라게 한..^^;;;
어머, 역시 이해하고 읽으셨군요. 전 읽으면서도 그래서 그게 뭔데에에~하면서 읽었어요. @YG 저 위의 두 권도 읽었어요....표지는 알아 볼 수 있어요. 내용은....먼 산..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흔히 과학은 객관적이고 단일하며 보편적이라 여겨진다. 과학기술학(STS)은 이에 도전한다. 과학기술학자들은 ‘진리’는 왜 진리라 여겨지는지, ‘법칙’은 어떻게 법칙이 되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그 맥락을 들여다본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휴머니스트와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가 기획한 과학, 기술, 사회를 생각하는 STS collection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과학전쟁에서 공격받았던 라투르가 고뇌 끝에 보여주는 과학학(과학기술학)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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