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지도교수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많았던 사람이 저만이 아니군요..;;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 대해 질문을 받고 블랑쇼, 루셀, 라캉을 말한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지만 또한 아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뒤메질이었습니다.” 인터뷰 기자가 놀라서 “아니 어떻게 종교사학자가 광기의 역사에 영감을 줄 수 있었다는 말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구조의 개념에 의해서입니다. 그가 신화에서 했던 것처럼 나도 경험의 구조화된 규범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이 규범들의 도식은 다양하게 변조되면서 상이한 차원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중략) 그는 내게 언어 형식주의의 방법이나 전통적 해석 방법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담론의 내적 경제를 분석하도록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는 또 모든 담론들을 비교하면서 그 기능적인 상관관계의 체계를 점검하도록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담론이 어떤 변화를 겪고 또 제도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묘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137-138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모리스 블랑쇼가 프랑스에 니체 사상을 소개했다고 알고 있는데 맞는가요? 저는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 주디스 버틀러의 패러디 개념이 푸코의 담론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뒤메질(경험의 구조화된 규범)과도 연결되는 게 아닐까 함부로 짐작해 봅니다.
@dobedo 님 코멘트를 보고서 이전에 주워들은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봅니다. 블랑쇼가 니체 사상을 소개했다기보다는 ‘나치의 철학자’라는 오명으로부터 니체 사상을 재해석해서 ‘니체 다시 읽기’ 붐을 촉발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해요. 푸코 역시 블랑쇼나 조르주 바타유 등을 통해서 니체를 다시 읽었을 테고요. (블랑쇼의 ‘저자의 사라짐’은 니체의 ‘주체의 죽음’의 변주로 볼 수 있겠죠.) 말씀하신 대로, 니체는 ‘절대적 진리는 없고, 진리라고 믿는 것은 권력관계가 만들어낸 해석(권력에의 의지)일 뿐’이라고 주장했죠. 이 니체의 핵심 사상을 이어받아 ‘진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언어와 행위 그리고 역사가 만들어낸 구성물’이라고 저만의 방식으로 확장한 철학자가 푸코, 비트겐슈타인, 버틀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게임’은 특정 규칙 안에서만 의미가 성립한다는 점에서 푸코의 ‘담론’과 통하고, 이는 다시 (우리가 나중에 살펴볼) 지식이 권력과 결탁해 만들어진다는 푸코의 ‘권력/지식’으로 이어지며, 결국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같은 개념으로 계승된다고 정리할 수 있겠죠. 말씀 들으면서 좀 더 고민하게 된 부분은, 니체와 조르주 뒤메질 그리고 푸코와의 관계입니다. 일단 뒤메질-푸코의 관계에 주목해 보면, 뒤메질은 인도-유럽 신화를 분석하면서 개별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불변의 구조’를 찾아냈죠. 이런 시각은 푸코가 역사적 사실, 경험 이면에 숨겨진 ‘지식의 구조(에피스테메)’나 ‘담론의 규칙’을 찾아내는 ‘고고학적’ 방법에 영향을 줬으리라 봅니다. 여기서 푸코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한 것이 바로 니체인 듯해요. 그 정적인 구조를 움직이고 추동하는 힘이 바로 권력관계라는 사실을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를 통해서 자각한 것이죠. 그것이 푸코의 전기 사상(고고학)을, 지식과 권력의 역학 관계를 파헤치는 후기 사상(계보학)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고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푸코를 구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탈구조주의자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되고요.
아, 맞아요. 바타유나 블랑쇼가 니체를 해석하고 소개한 방식이 프랑스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들었던 기억이 왜곡됐던 것 같네요. 바타유나 블랑쇼 그리고 푸코가 저자/주체/얼굴의 사라짐/죽음에 대해 한 이야기들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는 알 것 같은데 또 온전히 동의되지는 않네요. 저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몸을 가지고 다르게 감각하고 경험하고, 그걸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해석하는 게 (왜곡과 환각까지 포함해-물론 무엇을 왜곡이라고 부를지, 환각이라고 부를지 그걸 정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자아감'이나 '주체'를 만들지 않나 생각하고 있는 것 같네요. 막연했는데 쓰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저마다 다른 몸을 가지고, 부리고 있는 한 저마다 다른 자아지... 싶은. 어쩌면 그래서 (음성/문자)언어라는 닫힌 구조에 갇혀 있을 때 의사소통의 한계를 더 격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언어가 유용한 바로 그 지점에서 한계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제도, 규율, 담론이 공통으로 가지는 효용이자 한계가 아닐까... 니체는 음악으로, 푸코나 들뢰즈는 미술로, 바디우는 연극으로 그 한계를 넘어서보려고 했던 거 같고요.
지나가던 한마디에 친절한 답글을 달아주셔서 이런저런 고민을 해봤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서 "물론 미셸 푸코는 광기를 정의한 적이 없다. 광기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광기의 역사를 복원해야만 한다. 굳이 인식을 말하자면 광기 자체가 인식이다. 광기는 병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변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의미일 뿐이다. 푸코는 광기를 결코 기능적 실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광기는 이성과 비이성,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한 쌍이 만들어 내는 순수 기능일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21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한 권의 책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으로, 혹은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일단 세상에 나오면 책은 무한한 반복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책 주위에서 혹은 책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서 책의 분신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매번의 독서는 매 순간마다 고유의 추상적인 육체를 책에게 준다. 책의 어떤 구절들이 책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떠돌아다니고, 이 사소한 구절들 속에 책 전체가 들어 있다는 듯이 여겨지기도 하며 급기야는 이 구절들이 책의 피난처가 되기에 이른다. 수많은 해설이 책을 난도질하고, 마침내 책은 책 속의 담론과는 다른 담론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을 고백해야 하며, 떠들썩하게 꾸몄던 가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오래된 책을 정당화하려고도, 오늘날에 재편입시키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의 진정한 기준이 되고, 또 이 책이 속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22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저도 이 문단 여러번 읽으면서 밑줄을 쫘악- 쳤답니다.
어제 아직 여기까지 안 읽어서 그냥 책의 영향과 해석에 대한 참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와.. 뒤의 데리다와 푸코의 싸움에 대해 읽으니 철학자들의 싸움들은 정말 무섭네요.. 저도 솔직히 구이에나 데리다처럼 데카르트의 성찰에서 꼭 그렇게 읽을 필요까지?하고 의심이 들었지만 그건 또다른 해석 중 하나일 뿐이고.. 데카르트 자신이 쓰고자 한 내용도 실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그 한 가지 해석 외에는 naive하거나 위험하다고 단정하고 그걸 책의 아주 일부인 데 계속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곰탕처럼 우려먹는 데리다에게 처음에는 긍정적 수용을 했더라도 나중에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을만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예민한 푸코를 화나게 하면 정말 무섭다는 걸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 케이스네요. 제 생각에도 책은 책일 뿐 일단 세상에 나가고 나서는 원 작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실은 제가 어릴 적 읽었던 책도 재독 삼독하면 또 새롭게 다가오는 것처럼 각 시대나 상황의 독자들마다 받아들이는 것도 다를테니.. 그래서 정말 책은 마법의 키메라같고 또 계속 되살아나는 피닉스같아요..
푸코 무서워요. 맘에 안드는 교수를 끝내 학교에서 쫓아내요.(어느 장에서 나온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ㅋㅎ)
친할 때는 엄청 잘해주지만 화나고 틀어질 때는 집요하게 복수하는 성격인 듯해요;; ㅎㄷㄷㄷ
@밥심 @borumis 저는 약간 어렸을 때 저 보는 것 같아서 낯 뜨겁던데요? 제가 20대~30대 때 저랬던 것 같아요. 하하하!
무서운 분이셨군요…
ㅋㅋㅋ YG님 완전 요주의인물이었어^^;;;;
훌륭한 기자에게 집요한 성격은 필수인 듯합니다! (복수 정신도요 ㅎㅎ)
어제(12월 16일) 일정이었던 2부 3장이요. :)
앗! 어제 였어요? ㅠㅠ 사실 제가 진도를 조금 빨리 빼서 지금 3부를 읽고 있어서 2부였는지 3부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주말에 반납해야하거든요. 누가 예약걸어놓아서 다시 빌리지도 못해요. ㅋㅎ 암튼 알려주셔서 감사!
책은 마법의 키메라 같다는 말씀이 너무 인상 깊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서요. 같은 책도 어느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고, 깨닫는 바가 다르더라고요. 경험치가 쌓이면서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고요. '예민한 푸코를 화나게 하면 정말 무섭다'에 매우 공감합니다. 20대~30대의 @YG 님이 무섭고( @밥심 ), 요주의 인물( @borumis )이었다는 말씀에도 매우 공... (아, 이건 아닌가)
전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었으니 집요하게 철학도 파헤친 것이라 생각해요. 작가님들이 본인들의 병적인 땡땡땡에 대해 고민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면들이 없다면 과연 책 한권을 낳을 수 있을까?'란 의문도 들었고요. 그래서 세상에 이름을 남긴 분들의 어느 정도의 기행은 그러려니 합니다. (그래도 조지 오웰은 용서 못해!!!!부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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