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이 먼지 더미의 자료에서 "광기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문명의 현상"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 특정 사회 안에서 광기는 언제나 "다른 행동", "다른 언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광기를 광기라고 말하는 문화, 광기를 박해하는 문화들의 역사" 없이는 광기의 역사도 없다. "광기를 비-광기와의 관계 속에서, 즉 광기를 포로처럼 잡고 있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광기를 접근하려는 방법론이 거기서 나왔다."..... 그래서 1) "현생 정신의학의 개념들은 무용하다". 왜냐하면 "의학은 이성과 광기 사이의 관계라는 형식 중의 하나로서 개입하기 때문이다". 2) "언어의 문제다. 이상과 광기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의 기호들(signes)을 수집하고, 아직 언어를 갖지 못한 것들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19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만일 모든 인과관계가 제거된다면 이 구조들의 연속 안에서 도대체 역사는 어디에 있는가?" 푸코의 대답은 "연대기적 연속 안에는 수많은 실과 선이 있지만 그 어떤 원인적 요소도 다른 것에 대해 인과적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였다. 캉길렘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이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니까 계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끄러짐에 의해서 역사가 있는 것이로군. 역사는 구조들 밑에 있고."
미셸 푸코, 1926~1984 19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여기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사회학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신화학의 구조"다. 그런데 이 "너무나 논리 정연한 구조적 신화학이 곧 허물어 버려야 할 체계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지원자는 고전주의 시대의 '비이성의 통일성'에 대해 과장하지 않았는가?"
미셸 푸코, 1926~1984 20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우선 푸코가 지나치게 '알레고리에 의한 사유'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 사회학적 혹은 현상학적 부분에는 아주 기이한 인상이 있다. 마치 등장인물이 알레고리인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역사 속으로의 일종의 형이상학적 침입을 허용하는 것은 바로 이 알레고리의 의인화다. 이것이 이야기를 서사시로 만들고, 역사를 알레고리적 드라마로 만들면서 철학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광기도 의인화되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20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미친 사람에 대한 장에서 '십자가의 광기'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초월적 지혜라는 관념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20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역사에게 '자연'의 한 조각을 되돌려 주고, 우리가 의학적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즉 광기를 문명의 현상으로 변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셸 푸코는 광기를 정의한 적이 없다. 광기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광기의 역사를 복원해야만 한다. 굳이 인식을 말하자면 광기 자체가 인식이다. 광기는 병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변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의미일 뿐이다. 푸코는 광기를 결코 기능적 실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광기는 이성과 비이성,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한 쌍이 만들어 내는 순수 기능일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212-21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문명의 진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여러 모순적 동기들의 모호함 속에 잠겨 있는 법이다. 이 훌륭한 책은 광기라는 한 특이한 현상을 통해 한 문명의 정신 구조의 신비한 도정은 무엇이며, 그 문명이 자신의 한 부분을 어떻게 떼어 내고 멀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보존해야 할 것과 스스로 밀쳐 내고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 사이의 분리를 어떻게 이루었는 지를 추적해 보려 애썼다. 이 어려운 추적을 위해서는
미셸 푸코, 1926~1984 21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214쪽 오타: 추척-->추적
데리다도 "아니, 이게 뭐야. 미친 사람들이잖아"라는 데카르트의 외마디 말에서 광기에 대한 거친 도편추방의 표현을 보기를 거부했다. 그는 이것이 데카르트의 텍스트에 대한 '순진한' 독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텍스트를 하나의 '역사적 구조'안 에, 다시 말해서 '역사의 전체적 기획'안에 집어 넣으려는 이러한 독서방법은 아주 위험한 것이며, 그 자체가 "합리주의와 양식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 "구조주의적 전체주의는 여기서 고전주의 시대의 폭력적 감금과 비슷한 감금을 코기토에 대해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셸 푸코, 1926~1984 21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왜 역사성은 항상 망각으로서 사유되어야 하는 것일까?
미셸 푸코, 1926~1984 21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가 데리다의 것으로 돌린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철학은 모든 사건의 저편 폭은 이편에 있다. 철학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 해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은 철학에 의해 미리 예견되고 포섭된다. ... 나는 2세기 동안 광기의 역사를 형성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했는데, 데리다의 말대로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면, 그리고 수만여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거나 사법 외적인 경찰을 조직한 그 사건들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매우 나이브한 것이었다면, 한 번 더 플라톤적 과도함을 반복하면서 데카르트의 철학을 반복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 "철학이 철학 외적인 것을 자신에게 표상했던 것은 순진한 대화자를 상대로 해서였다 하지만 순진함은 어디에 있는가?" ..."이 담론적 실천의 '텍스트화' 뒤에 몸을 감추고 있는 것이 폐쇄적 형이상학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좀더 심한 말을 해야겠다. 여기서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한정된 소심한 교육이다. 즉 학생들에게 텍스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가르치는 교육.... 선생에게 텍스트를 마음대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그의 목소리에 무한정의 절대권을 부여하는 그 교육 말이다." 데리다의 '해체'(deconstruction)가 대학 전통과 교수적 권위의 '복원'이 되어 버렸다.
미셸 푸코, 1926~1984 222-22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논쟁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요. 그건 이미 설득된 사람만 설득시키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은 더 강화시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22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한 권의 책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으로, 혹은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일단 세상에 나오면 책은 무한한 반복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책 주위에서 혹은 책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서 책의 분신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매번의 독서는 매 순간마다 고유의 추상적인 육체를 책에게 준다. 책의 어떤 구절들이 책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떠돌아다니고, 이 사소한 구절들 속에 책 전체가 들어 있다는 듯이 여겨지기도 하며 급기야는 이 구절들이 책의 피난처가 되기에 이른다. 수많은 해설이 책을 난도질하고, 마침내 책은 책 속의 담론과는 다른 담론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을 고백해야 하며, 떠들썩하게 꾸몄던 가식의 모습에서 벗어냐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오래된 책을 정당화하려고도, 오늘날에 재편입시키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의 진정한 기준이 되고, 또 이 책이 속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22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의 역사"는 정치적인가"라고 기자가 묻자 그는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정치적 전선의 도면이 변했다. 그리고 정신의학, 감금, 국민의 의료화 같은 주제들이 정치적 문제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여러 일을 겪으며 정치 그룹들은 이 영역들을 그들의 활동에 병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데 통합되었다. ..... 내 쪽으로 온 것은 바로 정치였다. 나는 그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때까지 거의 정치적이었으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영역을 그들은 자기들의 영토로 만들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23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모든 것이 마치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졌다가 적당한 시약을 바르면 종이 위에 나타나는 비밀문서처럼 그렇게 홀연히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권력'이라는 단어다"
미셸 푸코, 1926~1984 23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섹슈얼리티를 마치 신기한 물건처럼 발견한 것, 사드가 그것을 단숨에 비현실의 하늘에 위치시킨 것, 우리가 오늘날 모두 알고 있듯이 성을 체계적으로 금지시킨 것, 그리고 모든 문화에서 위반의 대상과 도구가 바로 섹슈얼리티였다는 사실은 이 중요한 체험에 변증법과 같은 오래된 언어를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26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죽음은 내 글쓰기의 이면이다" 왜냐하면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이미 죽어 있는' 사람이며, 그들 '삶의 특성'을 되살려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이 '시체를 해부하는 해부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진단을 하는 의사다. 나는 진단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작업은 죽어 있는 것의 어떤 진실을 글쓰기라는 절개를 통해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27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살아 있는 자들의 밤은 죽음의 빛으로 어둠이 걷힌다." 그때부터 "생명, 질병, 죽음은 기술과 개념의 삼위일체가 되었다. 생명 속에서 질병을, 질병 속에서 임박한 죽음을 바라보던 수천 년간의 강박관념이 사라졌다. 그 대신 삼각형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났는데 그 제일 위의 꼭짓점은 죽음이었다. 유기체의 종속관계와 병리적 시퀀스를 내려다보고 분석하는 것은 이제 죽음에서부터다."
미셸 푸코, 1926~1984 27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서구인들은 오로지 자신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만 자신을 구성할 수 있었다. 또 자신의 파괴를 참조함으로써만 언어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스스로 담론적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비이성의 경험에서 모든 심리학과 심리학의 가능성이 생겨났으며, 의학사상 안에 죽음을 위치시킴으로써 개인의 과학으로서의 의학이 생겨났다.
미셸 푸코, 1926~1984 27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인간과 죽음의 관계는 합리적 형태로 과학적 담론을 지배하기도 하고, 또 거기서 한 언어의 근원이 열리기도 한다. 이 언어는 신의 부재에 의해 텅 빈 허공 안에서 무한히 펼쳐지고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27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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