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뒤메질이 푸코에 대한 불안감이나 거부감을 잠재우려고 보낸 앞의 편지도 마음에 들지만 레비 스트로스에게 보낸 이 편지는 참 공감이 가네요 (비록 그의 생각을 바꾸진 못했지만!) 저도 실은 면접 때 사람을 뽑을 때 현재 그 사람의 완성됨보다는 그 사람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편입니다. 너무 완성된 사람은 더 이상 적응하거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는 누구를 뽑든 '신입연수'를 시작하면서 떨어져 나가더라고요. 가끔 그렇게 해서 애써 뽑은 신입들이 다 나가는 경우도 있어 울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 정도의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는 사람과 일 안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그래도 매번 연수 도중에 그만둔다고 하면 진짜.....휴~~
하하 맞습니다. 실은 조금 있다 그만 둘 것 같은 사람을 걸러내는 능력이 요즘에는 면접관으로서 가장 필요한 능력 같아요. 너무 뛰어나도 더 좋은 조건 있는 곳으로 금방 나가버리더라구요..ㅎㅎㅎ
그러나 내게는 어떤 하나의 차원이 아직 탐사되지 않은 듯이 보인다. 광인들이 어떻게 광인으로 인정을 받았고, 어떻게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추방되어 감금되고 치료되었는지, 그들을 받아들이고 가두고 가끔은 그들을 보살핀 기관이 무엇인지, 어떤 심급이 어떤 기준으로 광기를 결정했으며 그들을 강제하거나 벌주거나 또는 낫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사용되었는지, 결국 어떤 제도와 실천의 그물망 속에 광인이 사로잡히고 동시에 규정되었는지를 탐구해 보아야 한다. .... 아주 정밀하고 명확한 지식이 거기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자 내게 하나의 목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도라는 복합적인 체계 안에 투입된 앎이 바로 그것이다. ... 그 앎의 가시적 실체는 이론적 담론이나 학문적 담론이 아니고 문학도 아니다. 그것을 일상적으로 규제받는 실천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5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의료행위는 불안한 혼합 속에서 정밀과학과 비과학적 전통을 한데 혼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스스로의 균형과 일관성을 지닌 앎의 체계로 틀이 잡혀 갔다. 그러니까 우리는 단순한 정신적 습관이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과학과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는 앎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35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거기서 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결과와 마주쳤다. 그 하나는 '투입된 앎들'의 비교적 자율적이고 특수한 존재를 확인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들 고유의 구조들이 각기 체계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 견해와 과학적 인식 사이에서 아주 특별한 층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앎의 층위라고 부르기를 제안한다. 이 앎은 이론적 텍스트나 경험의 도구 안에서만 구체화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실천과 제도 안에서 실체화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35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구성된 과학...과 견해의 현상... 사이에서 사유체계의 역사를 써야만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식 일반과 그것들의 조건, 그리고 인식하는 주체의 지위를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귀결할 것입니다." (...) 사유체계의 역사는 그러니까 사유하는 인간 혹은 인간들의 역사가 전혀 아니다. 요컨대 유물론과 유심론의 갈등이 사람들을 적대적인 형제로 갈라놓은 것은 역사가 이 두번째 용어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사유의 주체로서 한쪽은 개인을, 또 한쪽은 집단을 선택하는데 여하튼 주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양쪽이 똑같다. .... 이원론을 포기하고 비데카르트적 인식론을 구성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즉 사유는 간직하되 주체를 제거하고, 인간이라는 자연이 배제된 역사를 구성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59-36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번 장을 통해 푸코의 작품들을 통해 진화했던 그의 사고의 흐름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것의 의도와 장단점을 정확히 꼬집어내고 정리해준 쥘 뷔유맹의 능력도 놀라운 것 같아요. 진짜 푸코는 좋은 후원자들과 동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도라는 복합적인 체계 안에 투입된 앎...... 그 앎의 가시적 실체는 이론적 담론이나 학문적 담론이 아니고 문학도 아니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규제받는 실천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장에서 교수임명 투표에서 과반수에도 불구하고 x자 표시의 백지 투표는 푸코를 향한 반감의 데자뷔네요.. replay: 206쪽에서 푸코의 박사논문 심사발표회 때 '이 발표회에서 특이한 것은 심사위원 모두가 학위청구자의 재능에 대해서는 아무 이의가 없으면서도 발표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흔쾌하게 인정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말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담론이 무한히 증식한다는 사실이 왜 그토록 위험하게 여겨져야 할까? 도대체 그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푸코는 묻는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스스로 대답한다. "내가 오늘 저녁에 펼치고 싶은 가설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모든 사회에서 담론의 힘과 위협을 제거하거나 담론에서 야기될 수도 있는 사건을 통제하고 또 그 담론의 무겁고도 무시무시한 물질성을 회피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는 어떤 절차들이 그 사회의 담론의 생산을 통제하고 선택하고 조직하며 재분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363-36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 문명보다 더 담론을 강제성에서 해방시키고 거기에 보편성을 부여해 준 문명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담론에 대한 이 외관상의 존경, 이 외관상의 사랑 밑에 일종의 두려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금기와 장벽과 문턱 그리고 한계들을 쳐 놓아 담론의 가장 위험한 두터운 부분을 얇게 만들고, 그 무질서는 가장 통제하기 좋은 형태로 재편성한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언어와 사상에 침투한 흔적마저 지우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만 같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는, 아니 모든 사회에는 각기 그 양상은 다르지만 아주 깊이 언어에 대한 공포가 있는 듯하다.
미셸 푸코, 1926~1984 36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담론의 이 같은 끓어오름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사회가 세워 놓은 강제의 체계들을 푸코는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다. 우선 '배체'의 외적 절차다. 그것은 '금기'와 '터부(사람들은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분할'과 '배척(예컨대 미친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것)' 마지막으로 '진실에의 의지'로 되어 있다. '배척을 하는 데에는 더할 수 없이 완벽한 장치'인 이 '진실에의 의지'는 시대가 더할수록 더욱더 강화되지만 사람들이 가장 덜 언급하는 장치인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한계 짓기 원칙의 두번째 그룹은 담론 자체의 내부에서 행사되는 원칙들이다. 글이나 말의 우연한 성격을 제거하기 위해 그것들에 말을 덧붙이는 '주석', 글이나 말의 낯선 단독성을 '자아'와 '개체성'의 인지 가능한 동일성으로 귀결시키는 '저자'의 개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문적이건 아니건 간에 앎을 배열하고 분류하며 거기에 동화되지 않는 모든 것을 변두리로 몰아내 버리는 '규율'이 그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마지막 그룹은 담론에 강요되는 실행의 원칙이다. 사회 속에서 그것이 행사되는 의식과 말할 권리를 갖기 전에 우선 충족시켜야 하는 요구사항 등이 그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다시 무질서에게 그 충만한 권리를 되돌려 준다? 이것이 아마도 '담론의 질서'를 세우는 강제성의 촘촘한 그물망에 항거하는 투쟁 속에서 푸코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임무일 것이다. 비록 그 질서를 무너뜨리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그것을 분석하고 백일하에 드러내며 그것을 가려 주고 있는 명증성의 탈이라도 벗겨 내야 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36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학생들이 그의 책상으로 몰려들었다. 그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녹음기를 끄기 위해서였다. 질문은 없었다. 혼잡한 군중 속에서 그는 혼자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36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연설의 시작에서 나온 푸코의 말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이 말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담론이 무한히 증식한다는 사실이 왜 그토록 위험하게 여겨져야 할까? 도대체 그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
이상하게도 이번 장과 다음 장을 읽으면서 계속 마이클 잭슨의 두 노래들이 생각납니다. 제목 '곡예사의 고독'처럼 혼잡한 군중 속에서 혼자인 모습에서 마이클 잭슨의 가장 슬픈 노래 중 하나인 Stranger in Moscow가 생각나고.. https://youtu.be/pEEMi2j6lYE?si=9QD20mungnZCHdEf 3부 3장에서는 Black Lives Matter 움직임이 한창일 때 다시 많이 언급되었던 그의 노래 'They don't care about us'가 생각나네요. Prison version과 브라질 버젼(리오 올림픽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이유로 브라질 당국에서 비난받았던) https://youtu.be/t1pqi8vjTLY?si=eHjx0TSYeC3ABXK5 https://youtu.be/QNJL6nfu__Q?si=M6pxJ_hKqOU8vJSJ
‘배척을 하는 데에는 더할 수 없이 완벽한 장치’인 이 ‘진실에의 의지’는 시대가 더할수록 더욱더 강화되지만 사람들이 가장 덜 언급하는 장치인 것이다. “우리 역사상 소위 진실이 금기를 정당화하고 광기를 정의하려 하는 바로 그곳에서 이 진실에의 의지를 회피하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려 했던 모든 사람들, 예컨대 아르토, 바타유 등은 지금 우리들의 작업을 비추어 주는 높은 표지임에 틀림없다”라고 푸코는 선언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365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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