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저는 푸코의 헤어스타일을 보면서 '그렇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뜻밖의 정보에 웃음이 났습니다. 다 의미가 있었군요! 제 헤어스타일도 20대부터 늘 한결같은데요. 푸코처럼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돌고 돌아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라는 다소 심심한 이유라죠(하하). 머리숱이 워낙 많아 뭘 시도했다가는...
오오 이 사진 잘 찾으셨네요..! 마침 이 당시 있던 사진으로 만든 meme을 reddit에서 보고 웃프더라구요. 제목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를 사르트르가 무료로 나눠주려고 하지만 아무도 안 받아가는 걸 보고 깔깔 웃는 푸코.. https://www.reddit.com/r/PhilosophyMemes/comments/kcnzb2/foucault_cant_stop_laughing_as_sartre_fails_to/
와, 사진을 보니 신기하네요. 책읽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과학적•기술적 비밀을 생각해야 하고 의학적 담론이 유통되는 형태를 생각해야 하며 경제적•정치적 담론을 장악한 사람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또는 학교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교육제도는 앎과 힘의 담론을 일부 사람들이 가로채는 그러한 기득권의 유지, 수정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 36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 생각에 지식인이란 생산장치가 아니라 정보장치에 접속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득시킬 수도 있고, 신문에 글을 쓰거나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도 있다. 그는 또한 과거의 정보장치에도 접속되어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직접 소유하지 못하는 어떤 종류의 책들을 읽고 그 독서가 제공하는 지식을 갖게 된다. 따라서 그의 역할은 노동자의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자의 의식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역할은 노동자의 이 의식, 이 지식이 정보체계 안에 들어와 널리 유포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현재 진행 중인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노동자들이 이런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식인의 앎이란 노동자의 앎에 비하면 언제나 부분적이라는 것을.
미셸 푸코, 1926~1984 42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시기에 정치에 대한 푸코의 발언에는 하나의 주제가 등장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리고 효율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진실을 알고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언론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진실을 말할 것과 '정직성'이라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23-42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참을 수 없는 것 재판소, 경찰, 병원, 요양소, 학교, 군대, 신문, 텔레비전, 국가. 그러나 이 팸플릿의 진짜 공격 목표는 감옥이었다. 왜냐하면 1971년 5월에 나온 48페이지의 이 소책자는 새로운 사회 운동인 '감옥정보그룹' (le Groupe d’information sur les prisons)'이 발간하는 기관지의 첫 권이었기때문이다. 이 운동은 미셸 푸코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그는 1971년 2월 8 일 몽파르나스역 밑의 생베르나르 성당에서 이 운동의 탄생을 선언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p.3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전보다 더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푸코의 주장이 느껴집니다. 담론의 질서가 어떠한 권력의 수단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서 지적하는 것 같아요.
부르디외가 적성한 '연구계획'의 한 구절에 그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순수하게 사회적인 '유전의 두번째 체계'가 문제다. 이 체계는 축적된 자본의 의식적·무의식적 전이에 의해 사회 구조의 영속화를 꾀한다. 또 혹은 '사회적 질서'라는 질서의 관계를 영속화한다. 끊임없이 '돌연변이'의 요구가 나오는 것은 개인들 그리고 차이들의 끊임없는 변화와 영속적 쇄신을 통해서이다. 사회적 역동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구별하는 구태의연한 아카데미즘은 사회적 삶이 구조를 보존하거나 혹은 전복시키는 작용과 반작용의 총체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흔히 잊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보존과 전복의 투쟁 속에서 사용되는 전략과 힘을 매순간 정하는 힘의 배분이다. 이것이야말로 구조를 변형시키거나 영속화시키려는 투쟁들이 갖는 기회들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2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와 들뢰즈는 거기서 그들의 전세대가 '참여'(앙가주망)라고 부른 것과 지식인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의했다. 이제는 더 이상 투쟁을 '전체화'하고 그 이론을 수립하며 그것의 의미를 말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사르트르식의 '전체적 지식인'(l'intellectuel total)에 맞서 그들은 '특정한 지식인'(l'intellectuel spécifique)을 대립시켰다. 다시 말하면 투쟁은 정확한 지점, 한정된 장소에서만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국지적인 투쟁은 그것이 '급진적'이기만 하면 다시 말해 "타협도 개량주의도 없고, 또 기껏해야 권력자의 이름을 바꾸는 것에 만족하여 똑같은 권력을 그럭저럭 유지해 나가려는 시도만 없다면 충분히 혁명 운동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푸코는 말했다. ... "부분적인 투쟁들에게 통일성과 일반적 성질을 부여하는 것은 "권력의 체제 그 자체, 다시 말하면 모든 형태의 권력의 행사와 적용"이라고 푸코는 덧붙였다. 그러자 들뢰즈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작은 요구에서부터 출발하여 결국 전체를 폭파시키려는 것이 우리의 의도인데, 이 넓은 전체와 대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작전 개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부분적인 혁명적 방어와 공격은 노동계급의 투쟁과 합류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3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들뢰즈에 대한 새로운 불신은 거기서 유래했다. 그는 내게 "당신도 알다시피 들뢰즈의 모든 입장은 친소비에트적이에요"라고 말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부르디외에게 하자, 그는 이렇게 논평했다.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푸코의 모든 입장은 친미국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는 들뢰즈가 프랑스의 "유일한 철학적 두뇌"라고 말했다. ... 그리고 아마도 그가 죽기 얼마 전 그의 가장 간절한 소망 중의 하나는 들뢰즈와 화해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 물론 들뢰즈도 그것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4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들뢰즈와 푸코를 갈라놓은 두 입장의 차이는 어쩌면 부르디외가 '연구계획'에서 말한 사회적 역동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굳이 구별하는 구태의연한 아카데미즘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들뢰즈의 친소비에트주의에 대한 푸코의 코멘트에 그가 마찬가지로 푸코를 친미국주의로 대응한 코멘트는 반쯤 농담같긴 하지만 뼈를 떄리고 결국 이 또한 부질없는 아카데미즘의 '구별짓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의 투쟁 참여 방식 등 여러 가지 입장 차가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작용과 반작용같습니다.
뒤늦게 읽기 시작해 따라가고 있어요. @YG님과 참여하시는 분들이 올려주시는 글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 머릿속에 따로따로 입력되어 있던 죽은 학자들, 예술가들이 시대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교류하고 논쟁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나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 그가 방금 눈부신 빛 속으로 끌어낸 현란한 담론"을 강조하며 끝을 맺었다. 바르트의 생각에 "이 담론은 단지 광기와의 접촉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계와 거리를 두고 그것을 다른 것으로 낯설게 바라볼 때마다, 즉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나오는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3부 4장 읽으며 수집해놓은 문장과 그에 대한 단상입니다. 402쪽 그것은 1970년 거의 150 명의 사망자를 낸 생 로랑 뒤 퐁의 5-7 나이트클럽 화재의 행정적 책임을 비난 하기 위한 집회였다. ->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나라나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군요. 403쪽 60 년대 와 70 년대의 옛 좌파 투사들의 역정은 우리를 매우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그 이상이다(아마도 착란에 가까웠던 그 시대의 지나친 과격성이 그후의 그토록 근원적이고 또한 환각적인 전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 끝에서 끝으로 사상 전향한 우리나라 유명 정치인이 생각났습니다. 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말도 이해되구요. 410쪽 우리가 전쟁을 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그것이 정의롭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 전쟁에 명분은 잘 갖다붙이지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아프리카의 수많은 내전 등.
그후 피에르 빅토르는 프랑스식 마오이즘의 투쟁 공동체를 떠나 정통 유대교에 들어가 종교생활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말해 두어야만 하겠다. 60년대와 70년대의 옛 좌파 투사들의 역정은 우리를 매우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그 이상이다(아마도 착란에 가까웠던 그 시대의 지나친 과격성이 그후의 그토록 근원적이고 또한 환각적인 전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미셸 푸코, 1926~1984 40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ㅎㅎ 이건 세계 공통인가봐요.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사상이나 종교 쪽으로 방향을 트신 몇 분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피에르 빅토르가 토론 내용을 요악하기 위해 “첫 단계인 이데올로기 혁명의 단계에서는 나는 약탈에도 찬성이고, ‘과격행위’에도 찬성입니다. 몽둥이를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야 합니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이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죠”라고 말했을 때, 푸코는 짤막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몽둥이를 꺾어 버리면 됩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09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대목을 읽으니 지난번 <냉전>을 읽었을 때 중국공산당이었던가요,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주석에서 이사야 벌린이 만날천날 계란만 깨뜨리고 오믈렛은 대체 언제 만드냐 일갈했던 것도 생각나고요.
하하하 저도 그 주석 보고 미소가 번지더라구요.. 그러게요. 오믈렛은 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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