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들뢰즈와 푸코를 갈라놓은 두 입장의 차이는 어쩌면 부르디외가 '연구계획'에서 말한 사회적 역동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굳이 구별하는 구태의연한 아카데미즘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들뢰즈의 친소비에트주의에 대한 푸코의 코멘트에 그가 마찬가지로 푸코를 친미국주의로 대응한 코멘트는 반쯤 농담같긴 하지만 뼈를 떄리고 결국 이 또한 부질없는 아카데미즘의 '구별짓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의 투쟁 참여 방식 등 여러 가지 입장 차가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작용과 반작용같습니다.
뒤늦게 읽기 시작해 따라가고 있어요. @YG님과 참여하시는 분들이 올려주시는 글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 머릿속에 따로따로 입력되어 있던 죽은 학자들, 예술가들이 시대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교류하고 논쟁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나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 그가 방금 눈부신 빛 속으로 끌어낸 현란한 담론"을 강조하며 끝을 맺었다. 바르트의 생각에 "이 담론은 단지 광기와의 접촉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계와 거리를 두고 그것을 다른 것으로 낯설게 바라볼 때마다, 즉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나오는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3부 4장 읽으며 수집해놓은 문장과 그에 대한 단상입니다. 402쪽 그것은 1970년 거의 150 명의 사망자를 낸 생 로랑 뒤 퐁의 5-7 나이트클럽 화재의 행정적 책임을 비난 하기 위한 집회였다. ->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나라나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군요. 403쪽 60 년대 와 70 년대의 옛 좌파 투사들의 역정은 우리를 매우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그 이상이다(아마도 착란에 가까웠던 그 시대의 지나친 과격성이 그후의 그토록 근원적이고 또한 환각적인 전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 끝에서 끝으로 사상 전향한 우리나라 유명 정치인이 생각났습니다. 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말도 이해되구요. 410쪽 우리가 전쟁을 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그것이 정의롭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 전쟁에 명분은 잘 갖다붙이지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아프리카의 수많은 내전 등.
그후 피에르 빅토르는 프랑스식 마오이즘의 투쟁 공동체를 떠나 정통 유대교에 들어가 종교생활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말해 두어야만 하겠다. 60년대와 70년대의 옛 좌파 투사들의 역정은 우리를 매우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그 이상이다(아마도 착란에 가까웠던 그 시대의 지나친 과격성이 그후의 그토록 근원적이고 또한 환각적인 전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미셸 푸코, 1926~1984 40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아ㅎㅎ 이건 세계 공통인가봐요.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사상이나 종교 쪽으로 방향을 트신 몇 분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피에르 빅토르가 토론 내용을 요악하기 위해 “첫 단계인 이데올로기 혁명의 단계에서는 나는 약탈에도 찬성이고, ‘과격행위’에도 찬성입니다. 몽둥이를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야 합니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이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죠”라고 말했을 때, 푸코는 짤막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몽둥이를 꺾어 버리면 됩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09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대목을 읽으니 지난번 <냉전>을 읽었을 때 중국공산당이었던가요,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주석에서 이사야 벌린이 만날천날 계란만 깨뜨리고 오믈렛은 대체 언제 만드냐 일갈했던 것도 생각나고요.
하하하 저도 그 주석 보고 미소가 번지더라구요.. 그러게요. 오믈렛은 대체 언제..
(404쪽) 1792년 9월 학살이 뭐지? 싶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1792년 9월 학살은 프랑스 혁명기 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럽고 잔혹했던 사건 중 하나로, 파리의 민중들이 감옥을 습격해 수감자들을 즉결 처형한 사건입니다. 푸코가 이 사건을 언급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폭동을 넘어 '사법(Justice)의 형태'가 어떻게 폭력에 개입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주요 배경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건의 배경: 극한의 공포와 불안 • 전쟁의 위협: 당시 프랑스는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연합군과 전쟁 중이었는데, 전황이 매우 불리했습니다. 특히 파리의 관문인 베르됭 요새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파리 시민들은 극도의 패닉에 빠졌습니다. • 내부의 적에 대한 공포: "외국 군대가 파리에 들이닥치면, 감옥에 갇힌 반혁명 세력(귀족, 신부 등)이 탈옥해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괴소문이 퍼졌습니다. 즉, 감옥 안의 죄수들을 '잠재적인 자객'으로 본 것입니다. • 정치적 공백: 국왕 루이 16세가 이미 체포되어 권위가 무너진 상태에서, 파리 코뮌(자치 기구)과 급진파들이 민중의 분노를 자극했습니다. 2. 학살의 전개 (1792년 9월 2일 ~ 6일) • 감옥 습격: 무장한 상퀼로트(도시 소시민층)들이 아베이 감옥을 시작으로 파리의 여러 감옥을 차례로 습격했습니다. • 즉결 재판과 학살: 무작정 죽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옥 내부에 '인민 법정'을 세우고 죄수들을 한 명씩 불러내어 약식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유죄' 판결이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칼이나 창으로 살해했습니다. • 희생자: 약 1,100명~1,600명 정도가 살해되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반혁명 혐의를 받는 귀족과 사제뿐만 아니라, 일반 잡범이나 부녀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3부 4장 '민중의 정의와 노동자의 기억' 재미있게 읽고 계시죠? 이번 장은 앞에서 읽고 계신 여러분이 말씀해 주신 대로 우리나라의 여러 사정 또 과거에 사회운동에 헌신했던 여러분의 모습이 겹치면서 더욱더 여러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정말 선배들이랑 많이 싸웠는데, 그때 제 별명이 '본 투 리포미스트'였어요. '타고난 개량주의자'라고. :) 저는 혁명의 대의에 그때도 도무지 공감이 안 되었거든요. 혁명 얘기하는 선배를 볼 때마다 "혁명 한번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는데, 꼭 그런 식으로만 세상을 바꿔야 할까요?" "부르주아 정부의 작은 개혁으로라도 힘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숨 쉴 공간이 생기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인정해야 하지 않아요?" 등등등. 괜히 오늘 부분을 읽으며 1970년대 프랑스 지식인의 여러 목소리에 옛날 생각이 나서 써보았습니다. 다들, 크리스마스 이브 즐겁게 보내세요! (크리스마스에도 벽돌 책 함께 읽기는 계속됩니다!)
이번 3부 4장 읽으면서 @향팔 님 말씀처럼, 올해 6월에 읽었던 『냉전』도 생각나고 작년(2024년) 11월에 읽었던 『마오주의』도 떠오르고 그러네요.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우리는 냉전을 경계가 정해진 충돌로 생각하기 쉽다.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탄생해서 소련의 붕괴와 맞물려 극적으로 종언을 고한, 두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부딪힌 충돌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냉전 연구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이 묵직한 책에서 냉전을 산업혁명에 뿌리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지속해서 반향을 미치고 있는 전 지구적 이데올로기 대결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의 극적인 세계 데뷔였던 『중국의 붉은 별』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서유럽, 미국, 탄자니아, 페루 등 거의 모든 대륙에 진한 붉은 흔적을 남긴 역사를 추적한다.
YG 님 의견에 정말/매우/아주/베리 공감합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옳은 것과 다정한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다정한 것을 선택하라."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 아닌가 싶어요. 옳지 않은 걸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요. ^^ 물론 둘 다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판을 확 뒤집으면 고꾸라지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터라 판을 뒤집을 게 아니라 다른 말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보면서 하나씩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게다가 판을 뒤집는다고 해서 항상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도 않고요. 특히 요즘처럼 촘촘하게 다 엮여 있는 사회에서는 더 조심히, 세심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도가 자꾸 뒤쳐지지만 그래도 ㅎㅎ 따라가는 중입니다. 대학교 때 '타고난 개량주의자'라는 말을 들으셨다니 어떤 단어인지 좀 이해를 못했네요...^^;; 그래도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건 아니다에는 동감합니다. 차근차근 엉킨실을 풀기보다는 그냥 한번에 끊어내서 성과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쉽진 않으니까요...
왜냐하면 그 시절의 푸코의 존재는 감해 말해 보자면 '파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가 관계를 맺은 서클은 매우 광범위했으며 특히 -이것이 중요한데-아주 다양했다. 가장 극단적인 정반대의 지적, 문화적 경향들을 한데 모으는 정도로 다양했다. 한데 모은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푸코는 자기와 교류를 맺고 있던 상이한 경향의 사람들과 그룹들 사이에 엄격한 칸막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장 다니엘이 말했듯이 푸코는 지금 말하고 있는 상대방과만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교묘함을 갖고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왠지 자신과 맞는 집단과만 친했을거 같은 이미지인데 정반대의 지적, 문화적 경향들을 모으다니 신기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교묘함도 어떤 능력도 어떤지 궁금하네요....
우리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사법장치는 너무나 중요한 국가장치 중의 하나인데 그것의 역사는 항상 은폐되어 왔습니다. 법의 역사, 경제사 등은 연구하지만 사법의 역사, 사법의 실천의 역사 다시 말해서 실제로 억압의 제도였던 형벌체계에 관한 역사는 별로 연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국가장치로서의 사법은 특별히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세까지 근본적으로 징세(fiscal)의 기능을 갖고 있던 형벌제도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폭동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민중 봉기에 대한 억압은 그때까지는 군인의 임무였습니다. 그런데 그후에는 사법-경찰-감옥이라는 복합적인 제도에 의해 그 임무가 수행되었습니다. 사법장치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혁명은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사법장치나 이데올로기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가 민중적실천에 은근히 스며 들어가게 허용하는 모든 것을 몰아내야 한다고 내가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뒤메질이 옳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었다. 별로 대학지신인답지 못한 미셸 푸코의 활동에 불안감을 느꼈던 교수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미셸 푸코는 유능한 교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했다. "두 사람의 푸코가 있었다"라고 르 루아 라뒤리는 회상한다. "시위대 안의 푸코와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실 안의 푸코, 그는 대학에서의 자기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푸코는 끝까지 아카데믹한 역할을 잘 수행했다. 다만 피에르 블레즈를 지원자로 추천할 때처럼 가끔 일탈적인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는 토론에 참석하여 콜레주 드 프랑스가 선출하게 될 지원자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고는 자신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후보는 교묘히 제거했고 자신이 호감을 갖는 후보를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는 단순히 학문적 연구만 잘하시는게 아니라 일명 정치도 참 잘하시네요.. 신기합니다^^ 그런데 뒤에 들뢰즈와 정치성향으로 서로 멀어지는 것은 아쉬웠어요.ㅜㅜ
우리가 파시즘의 존재를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치 수백 번 그런 장면을 보았다는 듯이 무심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침묵.
미셸 푸코, 1926~1984 44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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