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 대한 수많은 반응 중에서 아주 젊은 철학자의 반응을 특별히 하나 뽑아야 하겠다. 그는 윌름 가에서 푸코의 제자였고 그 사이에 소르본에서 장 발의 조교가 되었던 자크 데리다이다. 특별히 그를 꼽은 것은 그후 프랑스 철학계에서 그의 이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 발은 이 조교에게 자기가 지도하는 철학 학부에서 특강을 하게 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1963년 3월 4일에 열린 '코기토와 광기의 역사'라는 제목의 그 유명한 강의였다. 215쪽
웅변술적 수사로 교묘하게 가리긴 했지만 데리다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말까지 했다. "구조주의적 전체주의는 여기서 고전주의 시대의 폭력적 감금과 비슷한 감금을 코기토에 대해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리다가 이 책의 '범구조주의' (이건 알튀세르의 용어다)가 뒤메질의 방법에서부터 직접 온 것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은 놀랍다. 218쪽
당혹해서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감동했네. 내 논문에서 광기와 코기토의 관계를 너무 배타적으로 다룬 것 같아 바타유나 니체도 그렇고 그 논의는 차츰 천천히 우회의 길을 통해 다시 이야기할 것이네. 자네는 아주 정공법으로 직선의 길을 택했어. 마음속 깊이 고마워 일간 한 번 만나기로 하세ᆢᆢᆢ. 219쪽
데리다의 반박이 일본에까지 따라온다는 것에 짜증이 나고, 또 이것이 그의 저서가 일본에 수용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진 푸코는 잡지 편집장에게 데리다에 답하는 글을 하나 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특집판은 1972년 <데리다에 답한다>라는 글과 함께 발행되었다. 15쪽 정도의 아주 가혹한 글이었다. 데리다가 반박했던 자신의 해석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데카르트의 《성찰》을 꼼꼼하게 다시 읽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태도를 철학과는 무관한 '철학 외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221쪽
"~단 한 번의 죄가 긴 인생 전체를 망친다는 말인가ᆢᆢᆢ 그 죄가 이끌고 올 중요한 혹은 중요치 않은 모든 과오들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그가 데리다의 것으로 돌린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철학은 모든 사건의 저편 혹은 이편에 있다. 철학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 해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은 철학에 의해 미리 예견되고 포섭된다. ᆢᆢᆢ나는 2세기 동안 광기의 역사를 형성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했는데, 데리다의 말대로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면, 그리고 수만여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거나 사법 외적인 경찰을 조직한 그 사건들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매우 나이브한 것이었다면, 한 번 더 플라톤적 과도함을 반복하면서 데카르트의 철학을 반복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222쪽
마지막 문장은 마치 단두대의 칼 같았다. "철학이 철학 외적인 것을 자신에게 표상했던 것은 순진한 대화자를 상대로 해서였다. 하지만 순진함은 어디에 있는가?"
222~223쪽
마치 참고 참았던 모든 원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역할은 뒤바뀌어 그는 옛 제자를 나무라는 스승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223쪽
1972년에 이 책의 재판을 출간할 때 푸코는 1960년판의 서문을 삭제했다. 그리고 '반정신의학' 운동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새로운 서문을 쓸까 말까 오래 망설이자가 결국 짤막한 '비-서문'으로 대체했고, 머리말을 다시 쓰지 않는 이유를 저자는 자기 책의 적당한 사용을 한정할 권리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화려한 문체로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228~229쪽
"한 권의 책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으로, 혹은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일단 세상에 나오면 책은 무한한 반복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책 주위에서 혹은 책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서 책의 분신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매번의 독서는 매 순간마다 고유의 추상적인 육체를 책에게 준다. 책에 어떤 구절들이 책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떠돌아다니고, 이 사소한 구절들 속에 책 전체가 들어있다는 듯이 여겨지기도 하며 급기야는 이 구절들이 책의 피난처가 되기에 이른다. 수많은 해설이 책을 난도질하고, 마침내 책은 책 속의 담론과는 다른 담론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을 고백해야 하며, 떠들썩하게 꾸몄던 가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오래된 책을 정당화하려고도, 오늘날에 재편입시키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의 진정한 기준이 되고, 또 이 책이 속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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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1926~1984』 2부2장책과그분신들,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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