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으아으아 Sarah Bakewell도 좋고 항해사 흰닭도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에요. 안그래도 요즘 대항해시대에 대한 책을 읽어서.. 둘다 TBR목록에 있습니다!
ㅎㅎㅎ 저는 <항해사 흰닭..>을 먼저 읽고 싶습니다. 지난번 YG님 소개를 보고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일단 사놓았거든요.
ㅎㅎ 이번 미셸 푸코 책 이해는 많이 못했지만 뿌듯하게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푸코 철학도 잘 몰라서~ㅜㅜ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과 시대를 모르면서 그냥 김홍도 일대기를 읽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언젠가 미셸 푸코를 다시 만날 일이 있다면 무척 반가울거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읽고 있으면 살짝 푸코의 책을 휴양지에 들고간 프랑스분들 기분도 난답니다^^ 저도 항해사 흰닭에 우선 한표입니다~
나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에이즈라는 건 정말 있는 거야, 아니면 교훈을 주기 위해 꾸며진 소문이야?"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나도 그 문제를 생각해 보았어. 그것에 대한 자료도 많이 읽어 보았고. 그래, 틀림없이 그건 존재해. 소문이 아니야. 미국인들이 아주 자세히 연구를 해놓았어." (....) 돌이켜 보면 내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한 그의 침착함은 지금도 숨이 막히도록 놀랍다. 그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고, 언젠가 내가 그것을 기억해 낼 것이라는 계산에서 씁쓸한 위안감과 함께 심사숙고 끝에 그런 대답을 생각해 냈음에 틀림없다. 살아 있는 '모범'을 보이는 것은 고대철학의 또 하나의 전통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57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육체와 정신, 본능과 이념 등의 전통적인 구분이 무의미하게 보이는 살아 있는 존재의 영역에 관찰대를 설치했다. 광기·성·범죄가 바로 그것이다. 거기서 그의 시선은 마치 등대처럼, 아무리 불확실한 것이라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채, 그리고 정통이라는 교조에 머무르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는 채, 역사에서 현재로 서서히 빛을 비추었다. 수많은 중심점을 갖춘 지성,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거울이 달린 그의 지성 안에서 생겨나는 그의 판단들은 그 반대 이론에 부딪혀도 파괴되거나 물러남 없이 오히려 더욱 두터워졌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 모든 것은 극도의 호의와 선량함의 기초 위에 놓여져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57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토록 끈질기게 작업에 몰두했던 나의 수고는-단지 호기심, 그렇다.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 주는 그러한 호기심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그러한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지각할 수도 있다'라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그런 순간들이 있다. .... 그렇다면 철학이란 - 철학적 행동이란 -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사유에 대한 비판작업,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5-57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리고 그는 덧붙여 말한다.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념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념들은 '정치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이고 강하며 저항적이고 열정적이다. 이념이 생겨나는 곳, 그것들이 폭발하는 현장을 목격해야만 한다. 그것을 말하는 책 속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의 힘이 표출되는 사건들 속에서, 그리고 그 이념들의 주변에서, 그것들에 찬성하며 또는 반대하며 펼쳐지는 투쟁들 속에서 그것을 직접 보아야 한다.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이념들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들, 또는 하나의 생각만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에 의해 세계가 수동적으로 움직이지만은 않는 것은 이 세계가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또는 끊임없이 이념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르포르타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이 르포르타주에서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분석이 현장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분석과 깊이 연결될 것이다. 지식인들은 이념과 사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자들과 함께 작업을 벌일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48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일단 한 번 화가 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성질이었다. 푸코에게는 '고대인의 지혜'가 있었지만 희랍 비극에 걸맞은 분노와 열정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이 그의 존재의 한결같은 성격이었다. 가깝게 사귀던 사람들과 틀어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타인과의 우정에서 절대적인 성실성을 요구했고(이건 아마도 중복 화법이 되겠다! 우정이라는 게 원래 성실성과 의리에 근거해 있는 것이 아닌가?), 배신이나 배반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미셸 푸코, 1926~1984 p.50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의 마지막 두 권에서 푸코의 글쓰기는 많이 변했다. 좀더 조용하고 열정이 없어졌으며 '침착'해졌다고 모리스 블랑쇼는 말했고, 훨씬 간결해졌다고 질 들뢰즈는 말했다. 거의 중성화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그 옛날의 '타는 듯한' 글쓰기, 불꽃 같은 문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다가오는 죽음이, 그리고 몇 달 후에 그것이 닥치리라는 예감이 푸코로 하여금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읽었던 세네카의 '철학적 삶'을 본떠서 평온의 길을 택하게 했던 것 같다. 푸코는 자기 문체에 변화를 일으킬 만큼 고대의 지혜를 내면화시킨 것 같다. 작가의 문체는 결국 그 사람의 문체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문제가 된 것은 결국 '존재의 문체화'이며 '삶의 미학'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료들을 통해 역사적 문제를 형상화했다. 그러나 그가 느꼈던 문제는 항상 자신의 느낌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들이었다. ...... 그 당시 푸코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들'이었다는 것이다.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더 이상 개인들 혹은 인생과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사물과만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7-57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브 몽탕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그가 호텔 정문의 맨 윗계단에 도착하자 경관들이 계단의 여기저기에 배치되었고, 아래서는 경찰이 자리를 비켜 공간을 만들었다. 호송차가 멀리 보였다. 호송차 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램브라키스 좌익 정당의 의원들이 곤봉에 맞으며 늘상 벌이는 그 「Z」 [평화운동, 호모섹슈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운동을 의미하는 램브라키스 운동의 상징] 장면의 반복이었다. 위엄에 가득 찬 몽탕은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천천히 내려왔다. 우리가 파시즘의 존재를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치 수백 번 그런 장면을 보았다는 듯이 무심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그 침묵.
미셸 푸코, 1926~1984 448-449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가 사랑하는 책은 말해진 것, 행위들, 자료, 슬픔, 고난 등등 요컨대 현실의 단편들이 짜깁기된 그런 책입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피지배자들의 성스러운 분노를 사랑하는 착한 정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그 분노가 서정적일 때만 그러하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미셸 푸코, 1926~1984 47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오타/오역? 499쪽: 장 다니엘의 '단절의 존재(L'ère des ruptures) --> 단절의 시대' 아마 l'ère(시대)를 l’être(존재)로 잘못 읽으신듯..;;
1961년 5월 20일 토요일, 논문 발표로 심사위원과 청중을 매혹시킨 후 푸코는 "광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자질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그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군요" 라고 조르주 캉길렘은 대답했다. 192쪽 구이에는 (아마도 푸코의 대답을 요약하면서) 이렇게 메모해 놓았다. "그의 스승은 하이데거라기보다는 오히려 니체다.ᆢᆢᆢ비판은 인간학 속으로 떨어졌고, 니체는 거기서 그것을 끄집어냈다." 195쪽 고문서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이 먼지 더미의 자료에서 "광기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문명의 현상"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 특정 사회 안에서 광기는 언제나 "다른 행동" "다른 언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광기를 광기라고 말하는 문화, 광기를 박해하는 문화들의 역사" 없이는 광기의 역사도 없다. "광기를 비-광기와의 관계 속에서, 즉 광기를 포로처럼 잡고 있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광기를 접근하려는 방법론이 거기서 나왔다. ( 나의 전신 부호 같은 문제는 구이에가 푸코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한 자료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 현생 정신의학의 개념들은 무용하다." 왜냐하면 "의학은 이성과 광기 사이의 관계라는 형식 중에 하나로서 개입하기 때문이다." (2) "언어의 문제다. 이성과 광기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의 기호들을 수집하고 아직 언어를 갖지 못한 것들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한다." 197쪽 발표회는 끝났다. 청중 앞에서 심사위원장의 입을 통해 심사위원들은 신청자에게 문학박사학위 취득을 선언했다. 평가는 '매우 우수'였다. 며칠 후 앙리 구이에는 논문심사의 결과를 알리는 공식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 그 전문을 옮겨보기로 한다. 푸코의 최초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첫 번째 반응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4쪽 심사위원장이 보고서에 썼던 대로 유보적임에도 불구하고 《광기와 비이성》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메달도 땄다. 매년 한 작품 전체에 대해 보상하는 금메달, 박사 이후 작품에 대한 은메달, 그리고 각 분야의 우수 논문 24개에 주는 동메달이 수여되었는데 그해에는 미셸 푸코가 철학 분야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제부터 박사였으므로 푸코는 클레르몽페랑 대학의 전임교수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1962년 가을에 실현되었다. 그러는 동안 그 책은 이상하고도 혼돈스러운 길을 통해 스스로의 독자를 찾았고, 수많은 논평들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발견했다. 207쪽
미셸 푸코, 1926~1984 2부1장시인의자질,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25년간의 침묵과 억압 후에 이란 국민은 겨우 사박(Savak; 비밀경찰)과 광신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계속해서 썼다. “[…] 휴머니즘 병에 걸린 서구의 좌익들은 이슬람을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 우리들은! 나와 같은 많은 이란 사람들은 ‘이슬람 정부’라는 생각에 당혹하고 실망한다. 그들은 그게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란 주변국가 어디서나 이슬람이 봉건적 억압과 유사 혁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튀니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란에서 이슬람교가─오호 통재라─재갈 물린 민중의 유일한 표현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구의 자유주의적 좌익들은 약동의 욕구로 몸부림치는 이 사회에서 이슬람의 법칙이 얼마나 납덩이처럼 숨 막히는 덮개가 될 것인지를 알아야 하며, 현재의 상태보다 훨씬 더 나쁜 처방에 유혹되지 말 일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92-49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샤 체제가 깊은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시위대를 피로 물들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탄압이 이란 민중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을 형성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하겠다. 샤가 패배하여 이란을 떠나 줄 것을 모든 사람들이 원했었다. 그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서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49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지금 우리 시대에 잊혀지고 있는 것은 비판적 연구의 기능이다. 블랑쇼와 바르트가 활동하던 50년대에는 비평이 하나의 훌륭한 연구였다. 책을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책에 대해 성실하게 말하거나 또는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책을 충분한 거리를 두고 말하려는 그 노력은 글에서 글로, 책에서 책으로, 작품에서 평론으로 어떤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블랑쇼와 바르트가 50년대의 프랑스 사상에 기여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비평은 이 기능을 잊어버리고 정치적·사법적 기능으로만 향하고 있다. 정적을 비난하고 상대방을 판단하여 유죄선고를 내리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잘 봐주면서 그에게 월계관을 엮어 준다. 참으로 빈약하며 재미없는 기능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50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책에 대한 수많은 반응 중에서 아주 젊은 철학자의 반응을 특별히 하나 뽑아야 하겠다. 그는 윌름 가에서 푸코의 제자였고 그 사이에 소르본에서 장 발의 조교가 되었던 자크 데리다이다. 특별히 그를 꼽은 것은 그후 프랑스 철학계에서 그의 이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 발은 이 조교에게 자기가 지도하는 철학 학부에서 특강을 하게 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1963년 3월 4일에 열린 '코기토와 광기의 역사'라는 제목의 그 유명한 강의였다. 215쪽 웅변술적 수사로 교묘하게 가리긴 했지만 데리다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말까지 했다. "구조주의적 전체주의는 여기서 고전주의 시대의 폭력적 감금과 비슷한 감금을 코기토에 대해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리다가 이 책의 '범구조주의' (이건 알튀세르의 용어다)가 뒤메질의 방법에서부터 직접 온 것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은 놀랍다. 218쪽 당혹해서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감동했네. 내 논문에서 광기와 코기토의 관계를 너무 배타적으로 다룬 것 같아 바타유나 니체도 그렇고 그 논의는 차츰 천천히 우회의 길을 통해 다시 이야기할 것이네. 자네는 아주 정공법으로 직선의 길을 택했어. 마음속 깊이 고마워 일간 한 번 만나기로 하세ᆢᆢᆢ. 219쪽 데리다의 반박이 일본에까지 따라온다는 것에 짜증이 나고, 또 이것이 그의 저서가 일본에 수용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진 푸코는 잡지 편집장에게 데리다에 답하는 글을 하나 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특집판은 1972년 <데리다에 답한다>라는 글과 함께 발행되었다. 15쪽 정도의 아주 가혹한 글이었다. 데리다가 반박했던 자신의 해석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데카르트의 《성찰》을 꼼꼼하게 다시 읽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태도를 철학과는 무관한 '철학 외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221쪽 "~단 한 번의 죄가 긴 인생 전체를 망친다는 말인가ᆢᆢᆢ 그 죄가 이끌고 올 중요한 혹은 중요치 않은 모든 과오들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그가 데리다의 것으로 돌린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철학은 모든 사건의 저편 혹은 이편에 있다. 철학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 해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은 철학에 의해 미리 예견되고 포섭된다. ᆢᆢᆢ나는 2세기 동안 광기의 역사를 형성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했는데, 데리다의 말대로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면, 그리고 수만여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거나 사법 외적인 경찰을 조직한 그 사건들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매우 나이브한 것이었다면, 한 번 더 플라톤적 과도함을 반복하면서 데카르트의 철학을 반복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222쪽 마지막 문장은 마치 단두대의 칼 같았다. "철학이 철학 외적인 것을 자신에게 표상했던 것은 순진한 대화자를 상대로 해서였다. 하지만 순진함은 어디에 있는가?" 222~223쪽 마치 참고 참았던 모든 원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역할은 뒤바뀌어 그는 옛 제자를 나무라는 스승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223쪽 1972년에 이 책의 재판을 출간할 때 푸코는 1960년판의 서문을 삭제했다. 그리고 '반정신의학' 운동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새로운 서문을 쓸까 말까 오래 망설이자가 결국 짤막한 '비-서문'으로 대체했고, 머리말을 다시 쓰지 않는 이유를 저자는 자기 책의 적당한 사용을 한정할 권리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화려한 문체로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228~229쪽 "한 권의 책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으로, 혹은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일단 세상에 나오면 책은 무한한 반복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책 주위에서 혹은 책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서 책의 분신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매번의 독서는 매 순간마다 고유의 추상적인 육체를 책에게 준다. 책에 어떤 구절들이 책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떠돌아다니고, 이 사소한 구절들 속에 책 전체가 들어있다는 듯이 여겨지기도 하며 급기야는 이 구절들이 책의 피난처가 되기에 이른다. 수많은 해설이 책을 난도질하고, 마침내 책은 책 속의 담론과는 다른 담론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을 고백해야 하며, 떠들썩하게 꾸몄던 가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오래된 책을 정당화하려고도, 오늘날에 재편입시키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의 진정한 기준이 되고, 또 이 책이 속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9쪽
미셸 푸코, 1926~1984 2부2장책과그분신들,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중요하진 않지만 이 책에서 우리나라가 단 한번 언급된 것으로, 2부6장 484쪽에 이란 테헤란의 시장 가게에서 팔고 있는 한국산 재봉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때가 1978년으로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1977년 이듬해입니다(2024년 수출액 6800억달러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당시엔 쾌거라면서 기념행사도 크게 했어요). 그즈음 우리나라는 이란을 포함해서 중동 지역에 재봉틀을 비롯해 많은 상품을 수출했고 특히 이란과 관계가 좋아서 서울 강남 한복판의 거리명을 테헤란로로 바꾸고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는 서울로로 바꿀 정도였죠. 지금은 이란과 서먹한 사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그 부분이 슬쩍 눈에 띄었는 데, 당시 중동에 재봉틀을 수출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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