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그토록 끈질기게 작업에 몰두했던 나의 수고는-단지 호기심, 그렇다.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 주는 그러한 호기심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그러한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지각할 수도 있다'라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그런 순간들이 있다. .... 그렇다면 철학이란 - 철학적 행동이란 -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사유에 대한 비판작업,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5-57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리고 그는 덧붙여 말한다.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념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념들은 '정치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이고 강하며 저항적이고 열정적이다. 이념이 생겨나는 곳, 그것들이 폭발하는 현장을 목격해야만 한다. 그것을 말하는 책 속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의 힘이 표출되는 사건들 속에서, 그리고 그 이념들의 주변에서, 그것들에 찬성하며 또는 반대하며 펼쳐지는 투쟁들 속에서 그것을 직접 보아야 한다.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이념들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들, 또는 하나의 생각만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에 의해 세계가 수동적으로 움직이지만은 않는 것은 이 세계가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또는 끊임없이 이념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르포르타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이 르포르타주에서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분석이 현장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분석과 깊이 연결될 것이다. 지식인들은 이념과 사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자들과 함께 작업을 벌일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48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일단 한 번 화가 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성질이었다. 푸코에게는 '고대인의 지혜'가 있었지만 희랍 비극에 걸맞은 분노와 열정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이 그의 존재의 한결같은 성격이었다. 가깝게 사귀던 사람들과 틀어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타인과의 우정에서 절대적인 성실성을 요구했고(이건 아마도 중복 화법이 되겠다! 우정이라는 게 원래 성실성과 의리에 근거해 있는 것이 아닌가?), 배신이나 배반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미셸 푸코, 1926~1984 p.50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의 마지막 두 권에서 푸코의 글쓰기는 많이 변했다. 좀더 조용하고 열정이 없어졌으며 '침착'해졌다고 모리스 블랑쇼는 말했고, 훨씬 간결해졌다고 질 들뢰즈는 말했다. 거의 중성화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그 옛날의 '타는 듯한' 글쓰기, 불꽃 같은 문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다가오는 죽음이, 그리고 몇 달 후에 그것이 닥치리라는 예감이 푸코로 하여금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읽었던 세네카의 '철학적 삶'을 본떠서 평온의 길을 택하게 했던 것 같다. 푸코는 자기 문체에 변화를 일으킬 만큼 고대의 지혜를 내면화시킨 것 같다. 작가의 문체는 결국 그 사람의 문체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문제가 된 것은 결국 '존재의 문체화'이며 '삶의 미학'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료들을 통해 역사적 문제를 형상화했다. 그러나 그가 느꼈던 문제는 항상 자신의 느낌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들이었다. ...... 그 당시 푸코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들'이었다는 것이다.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더 이상 개인들 혹은 인생과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사물과만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7-57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브 몽탕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그가 호텔 정문의 맨 윗계단에 도착하자 경관들이 계단의 여기저기에 배치되었고, 아래서는 경찰이 자리를 비켜 공간을 만들었다. 호송차가 멀리 보였다. 호송차 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램브라키스 좌익 정당의 의원들이 곤봉에 맞으며 늘상 벌이는 그 「Z」 [평화운동, 호모섹슈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운동을 의미하는 램브라키스 운동의 상징] 장면의 반복이었다. 위엄에 가득 찬 몽탕은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천천히 내려왔다. 우리가 파시즘의 존재를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치 수백 번 그런 장면을 보았다는 듯이 무심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그 침묵.
미셸 푸코, 1926~1984 448-449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가 사랑하는 책은 말해진 것, 행위들, 자료, 슬픔, 고난 등등 요컨대 현실의 단편들이 짜깁기된 그런 책입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47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피지배자들의 성스러운 분노를 사랑하는 착한 정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그 분노가 서정적일 때만 그러하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미셸 푸코, 1926~1984 47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오타/오역? 499쪽: 장 다니엘의 '단절의 존재(L'ère des ruptures) --> 단절의 시대' 아마 l'ère(시대)를 l’être(존재)로 잘못 읽으신듯..;;
1961년 5월 20일 토요일, 논문 발표로 심사위원과 청중을 매혹시킨 후 푸코는 "광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자질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그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군요" 라고 조르주 캉길렘은 대답했다. 192쪽 구이에는 (아마도 푸코의 대답을 요약하면서) 이렇게 메모해 놓았다. "그의 스승은 하이데거라기보다는 오히려 니체다.ᆢᆢᆢ비판은 인간학 속으로 떨어졌고, 니체는 거기서 그것을 끄집어냈다." 195쪽 고문서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이 먼지 더미의 자료에서 "광기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문명의 현상"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 특정 사회 안에서 광기는 언제나 "다른 행동" "다른 언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광기를 광기라고 말하는 문화, 광기를 박해하는 문화들의 역사" 없이는 광기의 역사도 없다. "광기를 비-광기와의 관계 속에서, 즉 광기를 포로처럼 잡고 있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광기를 접근하려는 방법론이 거기서 나왔다. ( 나의 전신 부호 같은 문제는 구이에가 푸코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한 자료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 현생 정신의학의 개념들은 무용하다." 왜냐하면 "의학은 이성과 광기 사이의 관계라는 형식 중에 하나로서 개입하기 때문이다." (2) "언어의 문제다. 이성과 광기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의 기호들을 수집하고 아직 언어를 갖지 못한 것들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한다." 197쪽 발표회는 끝났다. 청중 앞에서 심사위원장의 입을 통해 심사위원들은 신청자에게 문학박사학위 취득을 선언했다. 평가는 '매우 우수'였다. 며칠 후 앙리 구이에는 논문심사의 결과를 알리는 공식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 그 전문을 옮겨보기로 한다. 푸코의 최초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첫 번째 반응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4쪽 심사위원장이 보고서에 썼던 대로 유보적임에도 불구하고 《광기와 비이성》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메달도 땄다. 매년 한 작품 전체에 대해 보상하는 금메달, 박사 이후 작품에 대한 은메달, 그리고 각 분야의 우수 논문 24개에 주는 동메달이 수여되었는데 그해에는 미셸 푸코가 철학 분야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제부터 박사였으므로 푸코는 클레르몽페랑 대학의 전임교수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1962년 가을에 실현되었다. 그러는 동안 그 책은 이상하고도 혼돈스러운 길을 통해 스스로의 독자를 찾았고, 수많은 논평들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발견했다. 207쪽
미셸 푸코, 1926~1984 2부1장시인의자질,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25년간의 침묵과 억압 후에 이란 국민은 겨우 사박(Savak; 비밀경찰)과 광신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계속해서 썼다. “[…] 휴머니즘 병에 걸린 서구의 좌익들은 이슬람을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 우리들은! 나와 같은 많은 이란 사람들은 ‘이슬람 정부’라는 생각에 당혹하고 실망한다. 그들은 그게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란 주변국가 어디서나 이슬람이 봉건적 억압과 유사 혁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튀니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란에서 이슬람교가─오호 통재라─재갈 물린 민중의 유일한 표현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구의 자유주의적 좌익들은 약동의 욕구로 몸부림치는 이 사회에서 이슬람의 법칙이 얼마나 납덩이처럼 숨 막히는 덮개가 될 것인지를 알아야 하며, 현재의 상태보다 훨씬 더 나쁜 처방에 유혹되지 말 일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92-49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샤 체제가 깊은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시위대를 피로 물들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탄압이 이란 민중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을 형성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하겠다. 샤가 패배하여 이란을 떠나 줄 것을 모든 사람들이 원했었다. 그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서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49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지금 우리 시대에 잊혀지고 있는 것은 비판적 연구의 기능이다. 블랑쇼와 바르트가 활동하던 50년대에는 비평이 하나의 훌륭한 연구였다. 책을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책에 대해 성실하게 말하거나 또는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책을 충분한 거리를 두고 말하려는 그 노력은 글에서 글로, 책에서 책으로, 작품에서 평론으로 어떤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블랑쇼와 바르트가 50년대의 프랑스 사상에 기여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비평은 이 기능을 잊어버리고 정치적·사법적 기능으로만 향하고 있다. 정적을 비난하고 상대방을 판단하여 유죄선고를 내리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잘 봐주면서 그에게 월계관을 엮어 준다. 참으로 빈약하며 재미없는 기능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50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책에 대한 수많은 반응 중에서 아주 젊은 철학자의 반응을 특별히 하나 뽑아야 하겠다. 그는 윌름 가에서 푸코의 제자였고 그 사이에 소르본에서 장 발의 조교가 되었던 자크 데리다이다. 특별히 그를 꼽은 것은 그후 프랑스 철학계에서 그의 이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 발은 이 조교에게 자기가 지도하는 철학 학부에서 특강을 하게 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1963년 3월 4일에 열린 '코기토와 광기의 역사'라는 제목의 그 유명한 강의였다. 215쪽 웅변술적 수사로 교묘하게 가리긴 했지만 데리다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말까지 했다. "구조주의적 전체주의는 여기서 고전주의 시대의 폭력적 감금과 비슷한 감금을 코기토에 대해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리다가 이 책의 '범구조주의' (이건 알튀세르의 용어다)가 뒤메질의 방법에서부터 직접 온 것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은 놀랍다. 218쪽 당혹해서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감동했네. 내 논문에서 광기와 코기토의 관계를 너무 배타적으로 다룬 것 같아 바타유나 니체도 그렇고 그 논의는 차츰 천천히 우회의 길을 통해 다시 이야기할 것이네. 자네는 아주 정공법으로 직선의 길을 택했어. 마음속 깊이 고마워 일간 한 번 만나기로 하세ᆢᆢᆢ. 219쪽 데리다의 반박이 일본에까지 따라온다는 것에 짜증이 나고, 또 이것이 그의 저서가 일본에 수용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진 푸코는 잡지 편집장에게 데리다에 답하는 글을 하나 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특집판은 1972년 <데리다에 답한다>라는 글과 함께 발행되었다. 15쪽 정도의 아주 가혹한 글이었다. 데리다가 반박했던 자신의 해석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데카르트의 《성찰》을 꼼꼼하게 다시 읽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태도를 철학과는 무관한 '철학 외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221쪽 "~단 한 번의 죄가 긴 인생 전체를 망친다는 말인가ᆢᆢᆢ 그 죄가 이끌고 올 중요한 혹은 중요치 않은 모든 과오들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그가 데리다의 것으로 돌린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철학은 모든 사건의 저편 혹은 이편에 있다. 철학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 해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은 철학에 의해 미리 예견되고 포섭된다. ᆢᆢᆢ나는 2세기 동안 광기의 역사를 형성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했는데, 데리다의 말대로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면, 그리고 수만여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거나 사법 외적인 경찰을 조직한 그 사건들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매우 나이브한 것이었다면, 한 번 더 플라톤적 과도함을 반복하면서 데카르트의 철학을 반복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222쪽 마지막 문장은 마치 단두대의 칼 같았다. "철학이 철학 외적인 것을 자신에게 표상했던 것은 순진한 대화자를 상대로 해서였다. 하지만 순진함은 어디에 있는가?" 222~223쪽 마치 참고 참았던 모든 원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역할은 뒤바뀌어 그는 옛 제자를 나무라는 스승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223쪽 1972년에 이 책의 재판을 출간할 때 푸코는 1960년판의 서문을 삭제했다. 그리고 '반정신의학' 운동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새로운 서문을 쓸까 말까 오래 망설이자가 결국 짤막한 '비-서문'으로 대체했고, 머리말을 다시 쓰지 않는 이유를 저자는 자기 책의 적당한 사용을 한정할 권리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화려한 문체로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228~229쪽 "한 권의 책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으로, 혹은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일단 세상에 나오면 책은 무한한 반복의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책 주위에서 혹은 책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서 책의 분신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매번의 독서는 매 순간마다 고유의 추상적인 육체를 책에게 준다. 책에 어떤 구절들이 책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떠돌아다니고, 이 사소한 구절들 속에 책 전체가 들어있다는 듯이 여겨지기도 하며 급기야는 이 구절들이 책의 피난처가 되기에 이른다. 수많은 해설이 책을 난도질하고, 마침내 책은 책 속의 담론과는 다른 담론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을 고백해야 하며, 떠들썩하게 꾸몄던 가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오래된 책을 정당화하려고도, 오늘날에 재편입시키려고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의 진정한 기준이 되고, 또 이 책이 속해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9쪽
미셸 푸코, 1926~1984 2부2장책과그분신들,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중요하진 않지만 이 책에서 우리나라가 단 한번 언급된 것으로, 2부6장 484쪽에 이란 테헤란의 시장 가게에서 팔고 있는 한국산 재봉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때가 1978년으로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1977년 이듬해입니다(2024년 수출액 6800억달러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당시엔 쾌거라면서 기념행사도 크게 했어요). 그즈음 우리나라는 이란을 포함해서 중동 지역에 재봉틀을 비롯해 많은 상품을 수출했고 특히 이란과 관계가 좋아서 서울 강남 한복판의 거리명을 테헤란로로 바꾸고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는 서울로로 바꿀 정도였죠. 지금은 이란과 서먹한 사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그 부분이 슬쩍 눈에 띄었는 데, 당시 중동에 재봉틀을 수출했군요!
저도 이거 처음에 불어로 읽다가 불어의 와중에 Made in South Corea(근데 왜 Korea가 아니라 Corea인지;;)라는 말이 나와서 확 눈이 갔어요 ㅎㅎㅎ
푸코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그가 격렬한 반공주의자였다는 것이다. 공산당에서 탈당한 후 특히 폴란드에서 살아본 후 그는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공산주의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에 심한 증오감을 보였다. 클레르몽페랑 대학에서의 생활이 그에게 이런 성향을 내보일 기회를 주었다. 247쪽 푸코의 이런 태도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그는 신임 교수의 '지적 빈곤'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야. 여기 필요 없는 사람이야"라고 푸코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가로디에게 욕설을 퍼부을 때 푸코가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프랑스식 스탈린주의의 형편없는 대변자에 대한 그의 깊은 불쾌감이었다. 가로디는 푸코가 한때 맑시즘의 영향에 사로잡혀 공산당 운동을 했을 때부터 프랑스 공산당의 제1선에서 활약하던 사람이었다. 푸코는 가로디에게 따져야 할 빚이 있었으며 그것을 지금 결제하는 중이었다. 249쪽 평생의 투쟁 속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유력한 공산당 간부는 푸코의 반복적이고도 집요한 공격에 그만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그는 어디라도 좋으니 '유사한 다른 자리'로 옮겨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249쪽 그는 '댄디'(멋쟁이)였다. ㅡ이 말을 좀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의 동료와 제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ㅡ 매주 클레르몽페랑 대학에 강의하러 온 그는 댄디였다. 검은색 벨벳 양복에 흰색 스웨터, 그리고 녹색의 두터운 모직 망토를 입고 다녔다ᆢᆢᆢ. 250쪽 그 오랜 부재 후에 나타난 푸코의 모습은 쾌활하고, 부드럽고, 경쾌했다. 냉소와 도발의 취미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자신의 인격 속에 통합시켰다. 251쪽 한 가지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은 푸코의 모든 강의가 철저하게 교육적이었다는 점이다. 252쪽 그의 강의는 좋은 의미에서 교과서적이었다. 교수의 현재의 역할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학의 규범에 대해 자유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철저하게 전통적인 교수의 자세를 견지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방식으로 제공한 것은 진정코 학문에 대한 입문이었다. 252~253쪽 미셸 푸코는 휴강도 자주 했다고 한다. 자기 강의 날짜를 써 붙이라고 비서들에게 말하고는 그의 손은 장난스럽게 "특강"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매혹적인 교수였다. ~푸코는 뜻밖의 말로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강의 중에 갑자기 말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구조주의가 뭔지 알고 싶어요? 아무도 감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 그는 몇 분간을 말없이 있다가 구주주의에 대해 길게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253쪽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그들의 교수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강의가 끝나면 함께 이야기를 했고 역까지 배웅을 하기도 했고 아니면 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한 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클레르몽페랑 대학의 마지막 해에는 매시간 끝마다 학생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오베르냐의 기억에 의하면 이것은 그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 254쪽 정말 그렇다. 푸코는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사람이다. 1966년에 튀니스로 자리를 옮겼다. 《말과 사물》이 방금 출판되어 뜻밖의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순간이다. 그가 클레르몽페랑에 작별을 고한 것은 그곳 대학생들이 제일 먼저 목도했던, 이 책의 출판이 야기한 떠들썩한 소란 속에서였다. 257쪽
미셸 푸코, 1926~1984 2부3장댄디와개혁,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27일 토요일을 포함한 이번 주말에는 3부 7장 '아깝게 놓친 만남'을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1981년 5월 10일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미테랑이 당선되고 나서 좌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푸코 그리고 부르디외 같은 사회 참여 지식인과의 긴장 관계를 묘사하고 있는 장입니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나 2016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2003년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갈등도 연상되는데.) 한쪽에서는 좌파 정부라도 '착한 권력'이 어디 있느냐, 비판할 건 비판하고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지(푸코, 부르디외 등), 반면 다른 쪽에서는 '우리 권력'인데 힘을 실어줘야지, 이런 갈등이 프랑스에서도 똑같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사는 어디서나 비슷한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장입니다.
그때 후자('우리 권력'인데 힘을 실어줘야지!) 쪽에 섰던 지식인 가운데 미테랑 정부에 참여도 하고, 나중에 책도 내서 국내에도 소개된 이들이 있죠. 대표적인 지식인이 막스 갈로입니다. 장 조레스 평전,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나폴레옹 평전 그리고 빅토르 위고 평전 등으로 유명합니다. 디디에 에리봉이 21세기 들어서 '왕당파'로 변절했다고 꼬집은 대목은 나폴레옹 평전으로 재평가를 시도한 대목을 비꼰 것 같아요. 1997년에 홍세화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막스 갈로 보면 한국에 연상되는 지식인이 있죠. :)
[세트] 나폴레옹 세트 - 전5권거대한 스펙트럼의 소설 <나폴레옹>이 뮤지컬 [나폴레옹] 국내 초연에 맞춰, 새로운 표지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선보인다. 막스 갈로의 소설 <나폴레옹>은 1997년 프랑스 출간 당시 8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장 조레스, 그의 삶 - 프랑스 사회주의 통합의 지도자프랑스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자 진보적인 역사학자로서, 국내에는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을 통해 소개된 막스 갈로(Max Gallo)가 역사소설의 형식으로 쓴 장 조레스의 일대기다.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기록과 증언에 기초한다. 이 기록과 증언에 기초해서 보면, 그는 지식인이었다.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근대 세계에서 진보는 노동력의 해방, 종교적인 속박으로부터의 분리, 과학적 지식에 의한 삶의 개선을 뜻했다. 그러나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근대 이성의 잔혹성과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실패, 그리고 현실 사회주의의 파산은 진보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는 진정 죽었는가. 논자들은 새로운 진
앗 안그래도 레미제라블 읽으면서 막스 갈로의 프랑스혁명 책을 조금 봤어요. 나폴레옹과 빅토르 위고 평전을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실은 우리 편이니 무조건 다 괜찮아~하는 식의 정당 원리에 질색팔색하는 사람이라.. 저번에 읽은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에서도 보이던 모습이네요.. 애초에 좌파/우파=선, 우리편=옳다는 등식 자체가 오류가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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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시인과 함께 시를 읽습니다
[문학실험실/신간] 송승환 시집『파』(문학실험실, 2026) 출간 이벤트. 시집 완독회!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보들레르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1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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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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