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3부 8장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소설 한 권이 있었어요.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 1980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롤랑바르트가 사실은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힘'이라고 칭한 '언어의 7번째 기능'의 비밀이 담긴 문서를 가지고 있어서 살해당한 것이라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소설이에요. 파리 경찰 바야르와 그를 돕는 뱅센(!) 대학의 강사 시몽 2인조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결정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미셸 푸코, 움베르토 에코,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사르트르, 촘스키 등 당대의 유명한 지식인이 모조리 등장해요. 오죽하면, 이 소설을 읽고서 어떤 독자가 "이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 팩픽이잖아!" 할 정도로요. (이 소설에서 둘은 푸코를 만나러 동성애자가 많이 모이는 사우나를 찾아갑니다. 어떤 분위기인지 아시겠죠?)
언어의 7번째 기능로랑 비네 소설. 로랑 비네는 데뷔작 <HHhH>로 공쿠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바르가스 요사와 존 르 카레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가 5년 만에 다시 내놓은 두 번째 작품 <언어의 7번째 기능> 역시 프랑스 FNAC 소설상과 엥테랄리에 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와, 재밌겠네요. 근데 책 표지가 전혀 소설같이 안 생겼어요!!ㅋㅋ
오, 이책 오래 전에 보긴 했는데 잊고 살았네요.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사우나라... 그래서 발칙한 소설이라고 했나요? 발칙한 건 고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ㅋ
언젠가 그는 켈러에서 한 소년과 만난 얘기를 내게 했다. 그 소년을 자기 숙소에 데리고 오고 싶어서, 운전대를 잡기 위해 안경을 쓴 순간 그 소년이 “그런데…… 혹시 선생님은……”이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이 그에게서 성적 욕망을 싹 가시게 했다고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54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처럼 유명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 모르긴 해도, 저런 말을 들으면 저같아도 김빠질 것 같네요!
전 유명인으로 산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푸코에게는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국이 천국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프랑스에서 철학자가 이정도로 유명할 수 있다는게 무척 신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원하지만 막상 가졌을때 제대로 행복하게 누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나는 미래의 역사를 쓸 자신이 없다. 과거를 미루어 미래를 예견하는 일도 서툴다. 그러나 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포착해 보려 한다. 왜냐하면 지금 결말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주사위는 아직도 구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신문기자의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역시 신참자임에 틀림없다.
미셸 푸코, 1926~1984 493p,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토록 끈질기게 작업에 몰두했던 나의 수고는─단지 호기심, 그렇다.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 주는 그러한 호기심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그러한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지각할 수도 있다’라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그런 순간들이 있다. …… 그렇다면 철학이란─철학적 행동이란─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사유에 대한 비판작업,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5-576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 당시 푸코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들’이었다는 것이다. […]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더 이상 개인들 혹은 인생과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사물과만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578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마지막 장인 3부9장 ‘예술작품으로서의 인생’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독서였어요. 푸코의 영원한 수호천사 뒤메질 옹의 글을 읽으면서부터 뭉클하더군요. 푸코처럼 학문적으로 뛰어나면서도 행동에 나서길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이번달에도 좋은 책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달 독서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책 뒤에 실린 다섯 개의 부록을 찬찬히 읽고, 남은 기간 이 방에 올려주실 글들도 챙겨 읽겠습니다.
자, 이 분석 작업에서 여러분들에게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하지만, 너무 늦었군요. 고맙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578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12월 30일은 3부9장 '예술 작품으로서의 인생'을 읽습니다. @향팔 님 말씀처럼 마음이 먹먹해지는 장이죠. 푸코의 최후와 함께, 그가 삶의 마지막까지 작업한 『쾌락의 활용』과 『자기의 배려』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대목을 놓고는 이번에도 짧은 글을 첨부해 볼게요.
3부 9장에서 보여 주는 푸코 말기의 초상은 치열하면서도 감동적입니다. 1976년 『앎의 의지』를 출간하고 나서, 푸코는 약 8년 동안 ‘성의 역사’ 후속 작품을 내지 못하고 깊은 지적 정체기와 수정을 거듭합니다. 에리봉은 이 시기를 푸코가 ‘권력의 분석가’에서 ‘윤리의 탐구자’로 거듭나는 고통스러운 탈피의 과정으로 그립니다. 에리봉은 푸코가 고대로 눈을 돌린 이유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주체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계보학적 필연성이었다고 말합니다. 에리봉의 요약을 염두에 두고서 2, 3, 4권의 출간 과정과 그 문제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앞에서 관심을 가졌던 ‘실천’의 문제와도 연결이 됩니다. * 푸코는 애초 1권에서 제기된 ‘말하라는 명령(고백)’이 어떻게 기독교 시기에 자리 잡았는지 살핍니다. 그렇게 해서 4권 『육체의 고백』의 초고가 마련되죠. (이 책은 2018년에 사후 34년 만에 프랑스에서 정식 출간됩니다.) 하지만 푸코는 이 책을 보면서 그 이전 시기, 그리스-로마 시기도 살필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시기의 ‘고백’을 연구하다 보니 이것이 고대의 ‘자기 수련’을 교묘하게 뒤틀어서 ‘나의 진실을 권력(신부, 의사)에 바치는 행위’로 변화하는 조짐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즉, 똑같이 ‘금욕’을 강요했지만 기독교 시기의 그것이 일종의 규율(규칙)이었던 반면에, 그 이전 시기의 그것은 ‘자기 수양’이었던 것입니다. 단절과 상실을 포착한 것이죠. * 이건 1권 『앎의 의지』를 극복하려는 문제의식과도 연결이 됩니다. 우리도 살펴봤듯이, 1권 『앎의 의지』를 읽고서 ‘권력이 어디에나 있다면 저항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푸코가 갑작스러운 죽음 직전에 내놓은 2권과 3권은 이에 대한 숙고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권력이 빚는 나(주체)’가 1권의 주제였다면 2권과 3권은 ‘내가 나(주체)를 어떤 존재로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기술’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최대한 선해하자면, 푸코의 논리 속에서 실천은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나 자신을 권력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결단’이 될 수 있습니다. 푸코는 사회 변혁의 비전이 사그라지고, 훗날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상황으로의 전개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중이었습니다. (푸코의 이 문제의식을 받아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하고 성과를 내라”고 종용하는 권력의 실체를 폭로하는 작업이 ‘신자유주의 통치성’ 연구입니다.) 푸코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높이고자 나를 채찍질하는 방식’이 아니라(룩스의 3차원 권력!) ‘시장의 요구로부터 나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기 통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를 숙고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의 방식을 추종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 가능성을 고대인의 흔적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푸코는 삶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빚으려 했던 태도에 주목합니다. (2020년대 푸코 연구의 한 축은 “비판적 삶의 양식”과 같은 개념으로 이 전통을 확대 재생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대목에서 푸코의 마지막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 주제(‘진실의 용기’)가 ‘파레시아(Parrhesia)’였던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파레시아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권력 앞에서 나 자신의 진실을 밝히는 행위”입니다. 1970년 이후 푸코가 설사 그 전개와 결과가 불확실하더라도, 자기가 보기에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게 있다면 그것이 외국의 독재 권력이든 국내의 좌파 권력이든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서 저항했던 방식과 공명하는 문제의식이죠. 푸코가 마지막에 내놓았던 연구와 대답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 42년이 지난 시점에 그의 탄생 100주년을 소소하게 기념하면서 그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 함께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이 바로 이 ‘파레시아’일 수도 있겠습니다. 12월에 『미셸 푸코, 1926~1984』 함께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모두 해피 뉴 이어!
마지막까지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이 책뿐만 아니라 2025년 한 해 동안 벽돌책들을 읽으면서 제 편협했던 독서 영역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YG 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 공간에서 편협하고 좁은 저의 독서 시야가 넓어지길 희망합니다^^
정리해주신 내용 감사히 읽었습니다. “나 자신을 권력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결단”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푸코의 실천은 그의 학문과 연구의 연속 또는 논리적 귀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향팔님처럼 이 문구가 와닿네요...“나 자신을 권력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결단”
그쵸 저도 선생님이나 엄마말 무지 안 듣고 자란 아이여서 그런지 이런 반골정신이 맘에 들어요 ㅋㅋ 저와는 완전 다른 차원으로 저항을 실천했지만..^^;;
콜레주 드 프랑스의 마지막 강의 주제가 '파레시아'(진실과 용기)라는 점이 멋지네요. '1970년 이후 푸코가 설사 그 전개와 결과가 불확실하더라도, 자기가 보기에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게 있다면 그것이 외국의 독재 권력이든 국내의 좌파 권력이든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서 저항했던 방식과 공명하는 문제의식'을 지닌 지식인라는 점이 저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철학은 깊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진실의 용기를 추구한 그의 삶에 찬사를 보냅니다. 마지막 그의 죽음은 안타까웠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저서를 다듬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제게는 어려웠던 주제였지만 이렇게 매번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풀어주신 YG님과 이 공간에서 열심히 참여해주신 분들 덕분에 나름 뿌듯한 12월이었습니다.^^ 연말 따뜻하시고 내년에는 더 밝고 좋은 길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요.. 정말 필사적으로 시간과 싸워가며 마지막까지 완벽에 완벽을 가하려던 모습이.. 정말 학자답다는 생각이.. 분명 엄청 아팠을 텐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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