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7. <오웰의 장미>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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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과 조지 오웰이 만났습니다.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신조어로 유명한 솔닛은 이전부터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현실 참여를 주저하지 않은 작가 겸 에세이스트였죠. 그 솔닛의 글쓰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작가가 바로 『1984』의 오웰입니다. 오웰은 『동물 농장』, 『1984』 같은 소설 이전에 명징하고 날카로운 에세이로 유명했죠. 그런데, 그 오웰이 장미 애호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솔닛이 바로 『오웰의 장미』에서 ‘장미 애호가’ 오웰의 또 다른 면모를 파헤치면서 그의 삶과 함께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향해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YG와 JYP의 책걸상’에서는 2월 13일과 15일 HB 김혼비 작가님과 함께 『오웰의 장미』를 읽습니다.
오월의 장미? 아니아니, 오웰의 장미!
안녕하세요. YG입니다. 사실, 이 모임은 원래 혼비님이 꾸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가 착오로 만들었지 뭐예요. 그러니 혼비님과 함께 꾸리는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혼비님! 빨리 등장하세요!
13일, 15일에 방송되는 <오웰의 장미> 방송은 정말 역대급인 것 같아요. 혼비님이 자기가 들은 JYP와 YG의 개소리(헛소리) 중에서 그나마 쓸모 있었던 이야기 Top 3에 들어가는 방송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였어요. 기대해 주세요.
발제용으로 제가 <기획회의>에 썼던 짧은(?) 소개부터 먼저 공유합니다.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는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 오랜 외국 도피 생활을 끝내고 1922년 혁명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메트로폴 호텔에 평생 감금되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귀족 신분을 염두에 두면 애초 사형을 당해야 마땅했으나, 혁명기에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던 저항시의 저자라는 경력 탓에 목숨을 구했죠. 메트로폴 호텔 스위트룸에서 살던 로스토프 백작은 곧바로 다락방에서 생활해야 할 처지가 됩니다. 이 소설은 백작이 호텔에 감금당한 1922년부터(이때 스탈린이 권력의 전면에 나서죠) 흐루쇼프가 권력을 잡은 1954년까지 32년간의 소련 역사를 배경으로 이 ‘모스크바의 신사’가 살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백작은 32년간 단 한 번의 일탈을 빼곤 호텔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로스토프 백작이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에이모 토울스는 『모스크바의 신사』를 쓰기 위해서 소련 역사에 대한 여러 문헌을 참고했으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모스크바에 있는 메트로폴 호텔의 지하 와인 저장고는 유럽 곳곳에서 수입한 고급 와인의 보고입니다. 로스토프 백작은 호텔 다락방에 갇힌 처지지만, 뛰어난 고급 와인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취향은 호텔 식당 직원이 손님 접대를 할 때 어떤 와인을 추천할지를 돕는 용도로 사용되죠. (나중에 로스토프 백작은 아예 호텔 식당의 웨이터로 취업합니다.) 그런데, 1920년대의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메트로폴 호텔의 와인 저장고에 들어있던, “전부 합하면 거의 만 병 정도 될 듯싶은” “그 모든 와인 병에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이죠. “이게 무슨 일이야!” 로스토프 백작과 합이 잘 맞았던 호텔 직원 안드레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와인 목록이 존재하는 것은 혁명의 이상에 어긋난다면서….” 혁명 정부는 “이제 앞으로 모든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로만 구분하여 단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와인 라벨이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을 보여주는 표지”라는 이 혁명 정부의 냉엄한(?) 비판에 망연자실한 로스토프 백작의 모습!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반비)를 읽으면서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특히 와인을 둘러싼 이 소동이 생각났습니다. 왜냐하면, 솔닛의 『오웰의 장미』는 파리와 런던 빈민가와 탄광촌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가하고,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 같은 소설을 써낸 그 조지 오웰이 장미의 아름다움에 집착했던 모습을 조명하는 책이니까요.
때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로스토프 백작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을 생각을 하다가 포기하고 나서(1926년) 10년이 지난 1936년입니다. 연초에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소재가 되는 영국 북부 지역 탄광촌 취재를 끝낸 오웰은 런던 북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합니다.
이곳에 정착하자마자 오웰이 한 일이 바로 장미를 심는 일이었습니다. 장미를 심으며 심호흡을 한 그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아내 에일린 블레어와 함께 그해 12월에 내전이 일어나고 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합니다. 그로부터 1937년 6월까지의 스페인 내전 참여 경험을 기록한 책이 그가 남긴 불멸의 명작 가운데 하나인 『카탈루냐 찬가』(민음사)죠. 바로 이 대목이 솔닛의 호기심을 부추긴 것 같습니다. 탄광촌 취재와 내전 참여의 그 격동의 순간에 오웰에게 장미를 심게 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오웰이 심은 시골집의 장미는 무려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가 꽃도 피면서 건재합니다. 솔닛이 직접 찾아가서 탐문하고 확인한 결과죠.
오웰은 그저 장미만 심었던 게 아닙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에도 이렇게 뜬금없이 장미 예찬을 합니다. “우리는 즐거움을 누릴 거리가 많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거리가 있기만 하다면 칭찬하기 좋아하며, 그래서 여기서 (자기가 8년 전에 심었던) 울워스의 장미에 대해 칭찬하는 몇 줄을 적어보고자 한다.” 20세기 가장 엄혹한 시기 한복판에 지면에 실린 오웰의 장미 예찬은 여러 사람의 격분을 불러일으킨 모양입니다. 그는 다음 칼럼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지난번 이 칼럼에서 꽃 얘기를 쓰자, 한 분개한 여성이 꽃이란 부르주아적이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런 분노에 굴할 오웰이 아니죠. 오웰은 그 칼럼에서 또 길게 “내가 본 최고의 덩굴장미”라며 장미 예찬을 이어가죠.
오웰은 ‘빵과 장미’ 가운데 ‘장미’가 의미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일상적인 즐거움과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계급적 시각”을 강조하는 좌익 동료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찌르레기가 운다거나 10월의 느릅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거나 하는 것들 (…) 자연현상들 때문에 삶이 더 살 만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지탄받을 일인가?” 『동물농장』과 『1984』의 성공으로 돈이 들어온 만년을 제외하고는 풍족한 적이 없었던 오웰이 고급 와인 취향을 가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도 호텔 지하에 쌓아둔 1만 병의 고급 와인을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 운운하며 라벨을 떼는 모습을 보면서는 분명히 실소했으리라 확신합니다.
『오웰의 장미』는 오웰의 삶과 장미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빵과 장미’가 상징하는 여성 참정권 운동, 화석연료와 기후 위기, 제국주의와 노예 착취, 콜롬비아 장미 농장 르포르타주까지)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꼭 필요한 ‘즐거움’ ‘기쁨’ ‘아름다움’의 가치를 말합니다. 솔닛을 통해서 ‘우울한 투사’ 오웰이 ‘기쁨의 농부’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오웰은 이미 그의 가장 유명한 에세 「나는 왜 쓰는가」(1946년)에서 이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습득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 없으며 버리고 싶지도 않다. 살아 건재하는 한, 나는 산문 문체에 매력을 느끼고(feel), 이 세상을 사랑하며(love),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얻기를(take) 계속할 것이다.”
진공상태5님의 글: 오월의 장미? 아니아니, 오웰의 장미!
이 책 오월의 장미로 읽는 분들 많이 봤는데(저도 처음엔 얼핏 보고 오월인 줄 알았어요!) 이거 한국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라는 점에서 재밌어요ㅋㅋㅋ
YG님의 글: 13일, 15일에 방송되는 <오웰의 장미> 방송은 정말 역대급인 것 같아요. 혼비님이 자기가 들은 JYP와 YG의 개소리(헛소리) 중에서 그나마 쓸모 있었던 이야기 Top 3에 들어가는 방송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였어요. 기대해 주세요.
YG님이 오웰의 장미를 한국화시켜서 설명해주셨는데 진짜 너무 신박했어요ㅋㅋㅋ 오웰의 장미가 어떤 책인지 완벽하게 설명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해석한 방송! 방송 나가기 전에 읽고 들으면 더더 재미있을 거예요. 저도 종종 이 방에 와서 오웰의 장미 이야기 하고 가겠습니다!!
김혼비님의 글: YG님이 오웰의 장미를 한국화시켜서 설명해주셨는데 진짜 너무 신박했어요ㅋㅋㅋ 오웰의 장미가 어떤 책인지 완벽하게 설명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해석한 방송! 방송 나가기 전에 읽고 들으면 더더 재미있을 거예요. 저도 종종 이 방에 와서 오웰의 장미 이야기 하고 가겠습니다!!
JYP가 아이디어를 던지고 YG가 발전시켰잖아요… 오웰의 장미 한국화는 두 사람이 같이 한 걸로 해주라주라
Yg 유혹에 넘어가서 읽었는데 좋았어요. 유명한 작가이지만 왠지 손이 안 갔는데 마침 너무 좋은 리뷰를 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책걸상 책 선택은 참 훌륭하다고 한번 더 느꼈어요.
지금 초반 읽고 있어요. 읽는 중에 <동물농장>+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빌려서 어느책을 먼저 읽을까 살짝 고민중 입니다.^^ 리베카 솔닛의 다른책 <멀고도 가까운>은 저에겐 한 번에 쭉 읽기보다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책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파리와 런던...>은 장강명 작가님이 방송에서 인생책으로 꼽으신 적이 있어서 저도 읽어보려고 했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되어 좋습니다.
카페에 YG님 글 올려주셨을때 진즉 사려고 꼽아두었는데, 어느새 밀려밀려 방송 직전까지 왔는데, 책이 수요일날 온다니. 서점으로 달려가는게 빠르겠어요. 오월이라고 착각한 사람 바로 저 입니다.
빵과 장미 챕터를 읽고있는데 요즘으로 보자면 장미가 주는 기쁨은 워라벨,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일은 책걸상듣기와 책읽기, 맛있는거 먹기 입니다. ^^ 일 끝내고 책읽는 시간이 주는 기쁨. 작년 재미있게 읽었던 책 <세설>에서 전쟁중 일본의 중산층가정의 평범한 일상이 읽으면서 불편했다는 리뷰를 보았는데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도 페이메르의 그림같은 평범한 일상을 바라며 쓰는 것이 중요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처음엔 산만한 내용 때문에 집중이 힘들었는데 두번째 챕터부터는 속도가 나네요. 마저 읽어보겠습니다!
YG님의 글: 13일, 15일에 방송되는 <오웰의 장미> 방송은 정말 역대급인 것 같아요. 혼비님이 자기가 들은 JYP와 YG의 개소리(헛소리) 중에서 그나마 쓸모 있었던 이야기 Top 3에 들어가는 방송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였어요. 기대해 주세요.
올해 TOP3가 아니고 600여회 방송 중 TOP 이란거죠??? 유혹 기술이 날로 늘어가신다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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