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쓸모없고 무용한 일. 잘하지 못하고 잘할 수도 없는 것들에 바치는 시간. 그것들이 완벽히 사라진 삶을 우리는 과연 무엇이라 부를까.
안의 크기 이희영 지음
선생님. 나는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안의 크기 P.218~219, 이희영 지음
“선생님. 나는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 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선자 님의 이 말들이 설우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야 할 길이 너무 선명"했던 S, 퇴직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이해받는 삶을 살아가는" 아빠 무언가를 움켜쥐지 않으려 했던 설우를 "따분해"하는 조. 설우는 자신의 그러함을 자연스럽게 느끼지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죄책감이나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설우에게 선자 님의 영어 공부 목표는 작은 숨통이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2부에서 설우가 시장에서, 학원에서, 서점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아가 생겨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1부에서는 조가 설우를 비난한다고 느꼈고, 설우는 죄책감 때문에 딱히 반박도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조에게 맞서기도 하는 느낌이랄까.... 설우가 자기만의 이유로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3부로 갑니다!! (사실 3부도 다 읽었지만 그 리뷰는 다음에~ ㅎㅎ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의 크기> 모임지기 편집맨입니다 😄 와!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는지요? 연말이라 많이들 바쁘실 텐데요, 부디 평안하고 따듯한 하루 보내고 계시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어제부터 그믐 3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마지막 읽기 구간이네요. 지금까지 차분히 함께 읽어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3부 「그리고 서점 주인」 읽기 분량과 미션 안내입니다. 🧡미션 (필수) 3부 「그리고 서점 주인」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한 구절을 발췌해 적고, 그 문장을 읽으며 느낀 점이나 떠올랐던 생각을 함께 적어주세요. (선택) 3부에서 설우는 서점 주인과의 관계를 통해 누군가를 욕망한다는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됩니다. 설우가 그 감정을 자각하게 되는 장면 중, 특히 오래 남았던 순간은 어디였나요? (선택) 3부에서 조의 말이나 행동은 앞선 부들과는 조금 다른 결로 다가옵니다. 조의 존재가 이 구간에서 어떻게 느껴졌는지도 함께 나눠주세요. 3부에서는 설우가 흑호동에서 쌓아 온 일상과 관계들이 하나의 방향을 갖기 시작합니다. 서점이라는 공간, 서점 주인과의 대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 가는 조의 존재를 통해 설우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가 또렷해집니다. 3부는 망설임과 선택, 그리고 그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설우가 어떤 마음의 변화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움직임이 어떤 불안과 함께 오는지를 떠올리며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편하게 읽어주시고, 감상은 부담 없이 나눠 주세요 🙂 +) 다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저도 댓글로 화답하겠습니다 ^.^
'불행'은 유리와 같아서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져 그 날카로운 파편이 가슴에 아프게 박힐 것 같았다. 그러나 안 행복은 목각 인형처럼 단단해 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주워 들면 괜찮을 성싶었다. 나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안 행복이 마음에 들었다. -- 내가 얼마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나를 본 문장... <안의 크기>라는 제목으로 대충 마음, 내면의 깊넓이를 말하는 것이려니 했던... 이런 안의 크기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연수 담당님 안녕하세요. 이희영입니다. '연수'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의 성함일까요? 아니면 다른 의미의 연수일까요? ^^ 연수 담당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입견은 저도 엄청 많아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꼰대 기질도 좀 가지고 있고요. 그래도 '조금'이라 믿고 싶습니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수담당님은 이미 큰 선물을 받으셨네요. 저도 선생님처럼 글을 통해 깨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안의 크기>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2026년 되시길 바라며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저 역시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수담당 님 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인용해 주신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안 행복’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불행은 깨지기 쉬운 유리 같고, 안 행복은 다시 집어 들 수 있는 목각 인형 같다는 비유가 설우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처럼 느껴졌구요. 선입견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말씀도 이 작품이 독자 안에서 제대로 작동했다는 신호 같았습니다 😊 『안의 크기』라는 제목에서 마음이나 내면의 깊이만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고백 역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방향의 ‘안’도 있었구나 하고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니까요. 작가님( @희영이 ) 답글처럼, 책을 읽으며 무엇을 깨닫게 되는 순간 자체가 이미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이렇게 문장으로 남아 더 오래 이어지는 점도 참 좋았구요. 정성스럽게 감상 나눠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세상에 철썩이지 않는 바다는 없는 법입니다. 사람 마음도 파도랑 똑같아요. 잔잔했다 무섭게 들썩이거든요. 그래도 흘러야 물이지, 고이면 썩어요. 사람도 늘 같기만 하면 병이 나거든요.
안의 크기 P.293, 이희영 지음
"세상에 철썩이지 않는 바다는 없는 법입니다. 사람 마음도 파도랑 똑같아요. 잔잔했다 무섭게 들썩이거든요. 그래도 흘러야 물이지, 고이면 썩어요. 사람도 늘 같기만 하면 병이 나거든요." 살다 보면 마음이 들썩일 때가 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심하게 요동칠 때가 있고, 중년의 나이에도 평정심을 갖지 못하는 내가 가끔은 싫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선자 님이 해주신 이 말을 듣고 있자니 들썩이는 그 마음이 나를 썩지 않고 흐르도록 하여 생명력 있게 도와주기도 하는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뭔지 모를 불편함, 갈팡질팡하는 마음 속에서 더 좋은 것, 더 옳은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그 과정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는 뜻이니까. 흔들리는 지남철이 떨고 있는 한 그 방향을 믿어도 좋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가 생각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loveCM님 이희영입니다. 정말 귀한 시간 <안의 크기>와 함께 해주셨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CM은 무슨 의미일까요? 누군가의 이니셜일까요?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철썩이다 못해 아주 요동을 칩니다. 특히 곧 고3이 되는 아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중이죠. 이 거친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저에게는 또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이 구불거리고 때론 장애물도 만나서 멀리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흘러가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길에는 부디 행복과 평안 그리고 사랑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모든 것이 이뤄지는 새해 되세요.
@loveCM 님 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인용해 주신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철썩이는 감각이 또렷하게 전해졌습니다.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크게 요동치고, 그런 자신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고백에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럼에도 그 들썩임이 썩지 않고 흐르도록 돕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오래 남았습니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방향을 찾으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 작가님( @희영이 ) 답글에서 전해진 삶과 글쓰기를 함께 견디며 흘러가겠다는 말 역시 이 감상과 조용히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서로의 말 위에 포개지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 정성스럽게 감상 나눠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그 잘난 어른이 되면 깨닫는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그러니 상대에게 함부로 물음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안의 크기 p.204, 이희영 지음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안의 크기 p.218, 이희영 지음
2부에서는 설우와 서점 주인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조금씩 스며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학생으로 등장한 선자님의 배움의 이유가 인상적이었어요. 지금 우리는 늘 쓸모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죠. 완벽한 무용함! 안 행복에서 안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왜?라는 질문에 늘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게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그저 책임감 때문에, 그저 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저... 그런 막연한 이유인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우가 조금씩 관계를 확장해가면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린 결국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말처럼, 서점 주인과 영어 학원 학생들, 선자님과의 만남 등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조를 통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죄책감과 두려움, 불안 등을 마주했지만, 이제는 육체를 가진 설우 자신과 같은 고통과 서사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진짜 감정'과 '진짜 설우'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3부도 재밌게 읽고 이야기 나눌게요~
완독했습니다. 예전에 스토너를 읽으며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공감이되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문장 필사 또한 많은 작품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연마미님 이희영입니다. 저도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어서, '마미'라는 닉네임에 엄청난 반가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토너> 와! 저역시 너무 사랑하는 소설이지요. 제 글에 언급해 주시다니!!! 이보다 더 영광일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만나 뵙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가연마미님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을까요? 아마 너무 바쁜 한해가 아니셨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저도 글쟁이기 이전에 주부와 엄마라서 하루를 늘 동동거리면서 보내는데, 뒤돌아 보면 한 것이 없는 것 같고, 조금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책과 이야기로 함께 한 연말이 너무 감사하네요. 다음에도 가연마미님이 "이 문장 괜찮네!" 하실만한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올 한 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행복한 연말 더 행복한 새해 되세요. 감사합니다.
p 11 '그냥'의 크기는 무한대였으니, 바다보다 깊고 우주보다 넓으며 인간의 몸속 세포들보다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p13 '불행'은 유리와 같아서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져 그 날카로운 파편이 가슴에 아프게 박힐 것 같았다. 그러나 안 행복은 목각 인형처럼 단단해 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주워 들면 괜찮을 성싶었다. 나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안 행복이 마음에 들었다. p16 직장인에게 커피는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고래의 호흡과 비슷했다. 꽉 막힌 숨구멍을 열어주는 잠깐의 휴식이 그날은 유독 진하고 씁쓸했다. p18 삶은 포장된 길이 아닌 좁고 가파른 절벽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그 즉시 추락이다. p21 뭔가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뒤돌아보면 남은 것이 없었다. 세월은 때때로 거대한 파도가 되어 애써 붙잡은 것들을 단번에 쓸어 가버리니까. p22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그리고 도서관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중앙에서 가장 먼 곳부터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p23 한 번이라도 공공장소에서 잠들어 본 사람은 안다.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10여 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지를 말이다. p25 무덥고 습한,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 어느 날, 사람들로 가득찬 시립 도서관 열람실에서 나는 그렇게 처음 S를 만났다. S와 내가 얼마만큼의 확률로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수학적인 계산은 여전히 끝내지 못했다. 물론 중요한 건 어떻게 만났느냐보다 그 후의 일이겠지만•••••• p33 S가 나를 사랑했던 순간은 모두 진심이었을테지.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 마음은 나조차 함부로 부정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진심의 축이 조금 바뀐 것뿐이고,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이 살짝 달라진 것 뿐이었다. (중략) S와 나는 쉽지 않은 우연으로 만나 인연이 되었지만, 이별은 벽에 던진 달걀이 깨지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사실을 S는 내게 또 한 번 일깨워 주었다. p34 인간도 자연 일부이기에 모든 삶과 인연에는 처음과 끝이 맞물려 있다지만 그 순환 가운데 헤어짐을 맞이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아무리 반복해도 적응할 수 없으니까. p35 의미가 사라진 것들은 높은 확률로 슬픔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시리도록 포근한 장갑을 낀 채 차가운 맥주 캔을 움켜잡았다. p39 인생은 의미가 아니라 재미로 사는거야. p48 서른하나가 되기 무섭게 회사에서 잘렸다. 사귀던 애인에게도 차였다. 전혀 계획에 없는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 당혹스럽지만 인생이란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조금은 달관한 표정으로 엄마를 향해 빙긋 웃었다. p49 엄마의 주름진 눈가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시간이 더디 흐르는 곳은 비단 먼 고장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도 비슷한 속도로 흘러, 천천히 걷는 나를 기다려 주었다. p51~52 태양은 터진 홍시처럼 진한 주홍빛을 하늘에 홑뿌리고, 그 및이 스멀스멀 방 안 깊숙이 파고들어 책상 앞까지 바투 다가왔다. p54 어른들의 말마따나 내가 고집 없는 아이가 된 건, 혹여 이미 오래전에 내 삶에서 가장 큰 부정을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후로도 엄마가 집을 비운 날이면 나는 종종 서재의 문을 열었다.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조심히 잡아당긴 후,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낡은 노트를 꺼냈다. 두 손을 맞비빈 후 눈덩이를 감싸며 생각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믿었는데, 몇 개의 장면으로 갈음되는 짧은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p56 세상에는 침묵이 곧 정답일 때가 아주 많다. p59 출퇴근이 사라진 삶이란, 만원 지하철 속 누군가를 살포시 들어 깊은 숲속에 내려놓는 것과 같았다. p62 똑같은 세상 똑같은 계절인데, 8시와 10시, 고작 2시간 만에 거리 풍경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평일 오전 10시라는 낯선 세계를 나는 지금 혼자서 여행 중이다. p63 인간들이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게 하는 게 바로 걱정인 것 같아. p72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늘 확고함이 필요한 건 아닐테니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알게 된다. 어떤 시작 앞에서, 확신이 들 때보다 '정말 괜찮나?'하고 자문하는 순간이 압도적으로 많가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한 번 더 맞이할 뿐이다. p74 권고사직과 이별, 그로 인한 독립을 말하기까지. 모든 일은 언제나 아무 계획 없이 갑자기 일어난다.
안의 크기 이희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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