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P.149의 문장은 외국어를 감정의 완충재로 삼으려는 화자의 심리를 제시하지만, 영어 학원이라는 현실적 무대와 1부부터 누적된 영어 문장들의 상징성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외국어=덜 아픈 언어”라는 단선적 전제로 미끄러진다. 그 결과 영어는 현실의 언어이자 부재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 갈림길에서 기능이 혼선되고, ‘조’의 유령성은 언어적 문법으로 분화되지 못한 채 설명으로 봉합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정동을 더 깊게 침전시키기보다 독자를 서사 밖 논박으로 밀어내며, ‘안의 크기’가 겨눠야 할 관계의 문제를 언어 선택의 요령으로 축소하는 위험을 드러낸다.
왜 이 문장은 위험한가? 이 문장은 단순히 “아쉬운 문장”이 아니다. ❌ 정동 이론에 어긋나고 ❌ 언어 현실을 오해하고 ❌ 다언어 독자를 서사 밖으로 밀어내며 ❌ 인물의 심리조차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즉, 이 문장은 정동 서사의 깊이를 낮출 뿐 아니라, 독자의 언어 경험을 무시함으로써 서사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 결국 이 문장은 ‘감정을 덜 전달하는 언어’라는 허구적 전제 위에 세워진 문장이며, 바이링구얼 독자에게는 웃프기 이전에 성립하지 않는 문장이다. 설우의 회피를 보여주려 했다면, 언어의 ‘완충’이 아니라 자기합리화의 허약함 자체를 더 노출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이 문장은 『안의 크기』가 도달할 수 있었던 언어·정동·윤리의 교차 지점에서 가장 취약한 균열로 남는다.
<작가와의 책읽기> 님 안녕하세요. 이희영입니다. 죄송해요. 제가 사실 이런 걸 잘 못해서. 언제 어떻게 글을 달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독서에 방해가 되실 것 같아, 편집자님과 의논 후에 마지막에 인사드리자, 했습니다. 선생님의 평론은 꼼꼼하게 읽고 저장과 메모를 했습니다. 주신 고견 너무 감사드리고 많이 부족한 글에 이렇듯 귀하고 정성스러운 평론을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며 새로운 글을 쓸 때도 늘 등대로 삼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금씩 발전하는 글쟁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물과 같아서 쉽게 스며들고 가볍게 모양을 바꿨다.
안의 크기 이희영 지음
쓸모없고 무용한 일. 잘하지 못하고 잘할 수도 없는 것들에 바치는 시간. 그것들이 완벽히 사라진 삶을 우리는 과연 무엇이라 부를까.
안의 크기 이희영 지음
선생님. 나는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안의 크기 P.218~219, 이희영 지음
“선생님. 나는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 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선자 님의 이 말들이 설우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야 할 길이 너무 선명"했던 S, 퇴직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이해받는 삶을 살아가는" 아빠 무언가를 움켜쥐지 않으려 했던 설우를 "따분해"하는 조. 설우는 자신의 그러함을 자연스럽게 느끼지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죄책감이나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설우에게 선자 님의 영어 공부 목표는 작은 숨통이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2부에서 설우가 시장에서, 학원에서, 서점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아가 생겨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1부에서는 조가 설우를 비난한다고 느꼈고, 설우는 죄책감 때문에 딱히 반박도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조에게 맞서기도 하는 느낌이랄까.... 설우가 자기만의 이유로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3부로 갑니다!! (사실 3부도 다 읽었지만 그 리뷰는 다음에~ ㅎㅎ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의 크기> 모임지기 편집맨입니다 😄 와!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는지요? 연말이라 많이들 바쁘실 텐데요, 부디 평안하고 따듯한 하루 보내고 계시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어제부터 그믐 3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마지막 읽기 구간이네요. 지금까지 차분히 함께 읽어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3부 「그리고 서점 주인」 읽기 분량과 미션 안내입니다. 🧡미션 (필수) 3부 「그리고 서점 주인」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한 구절을 발췌해 적고, 그 문장을 읽으며 느낀 점이나 떠올랐던 생각을 함께 적어주세요. (선택) 3부에서 설우는 서점 주인과의 관계를 통해 누군가를 욕망한다는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됩니다. 설우가 그 감정을 자각하게 되는 장면 중, 특히 오래 남았던 순간은 어디였나요? (선택) 3부에서 조의 말이나 행동은 앞선 부들과는 조금 다른 결로 다가옵니다. 조의 존재가 이 구간에서 어떻게 느껴졌는지도 함께 나눠주세요. 3부에서는 설우가 흑호동에서 쌓아 온 일상과 관계들이 하나의 방향을 갖기 시작합니다. 서점이라는 공간, 서점 주인과의 대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 가는 조의 존재를 통해 설우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가 또렷해집니다. 3부는 망설임과 선택, 그리고 그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설우가 어떤 마음의 변화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움직임이 어떤 불안과 함께 오는지를 떠올리며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편하게 읽어주시고, 감상은 부담 없이 나눠 주세요 🙂 +) 다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저도 댓글로 화답하겠습니다 ^.^
'불행'은 유리와 같아서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져 그 날카로운 파편이 가슴에 아프게 박힐 것 같았다. 그러나 안 행복은 목각 인형처럼 단단해 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주워 들면 괜찮을 성싶었다. 나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안 행복이 마음에 들었다. -- 내가 얼마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나를 본 문장... <안의 크기>라는 제목으로 대충 마음, 내면의 깊넓이를 말하는 것이려니 했던... 이런 안의 크기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연수 담당님 안녕하세요. 이희영입니다. '연수'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의 성함일까요? 아니면 다른 의미의 연수일까요? ^^ 연수 담당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입견은 저도 엄청 많아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꼰대 기질도 좀 가지고 있고요. 그래도 '조금'이라 믿고 싶습니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수담당님은 이미 큰 선물을 받으셨네요. 저도 선생님처럼 글을 통해 깨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안의 크기>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2026년 되시길 바라며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저 역시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수담당 님 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인용해 주신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안 행복’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불행은 깨지기 쉬운 유리 같고, 안 행복은 다시 집어 들 수 있는 목각 인형 같다는 비유가 설우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처럼 느껴졌구요. 선입견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말씀도 이 작품이 독자 안에서 제대로 작동했다는 신호 같았습니다 😊 『안의 크기』라는 제목에서 마음이나 내면의 깊이만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고백 역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방향의 ‘안’도 있었구나 하고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니까요. 작가님( @희영이 ) 답글처럼, 책을 읽으며 무엇을 깨닫게 되는 순간 자체가 이미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이렇게 문장으로 남아 더 오래 이어지는 점도 참 좋았구요. 정성스럽게 감상 나눠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세상에 철썩이지 않는 바다는 없는 법입니다. 사람 마음도 파도랑 똑같아요. 잔잔했다 무섭게 들썩이거든요. 그래도 흘러야 물이지, 고이면 썩어요. 사람도 늘 같기만 하면 병이 나거든요.
안의 크기 P.293, 이희영 지음
"세상에 철썩이지 않는 바다는 없는 법입니다. 사람 마음도 파도랑 똑같아요. 잔잔했다 무섭게 들썩이거든요. 그래도 흘러야 물이지, 고이면 썩어요. 사람도 늘 같기만 하면 병이 나거든요." 살다 보면 마음이 들썩일 때가 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심하게 요동칠 때가 있고, 중년의 나이에도 평정심을 갖지 못하는 내가 가끔은 싫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선자 님이 해주신 이 말을 듣고 있자니 들썩이는 그 마음이 나를 썩지 않고 흐르도록 하여 생명력 있게 도와주기도 하는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뭔지 모를 불편함, 갈팡질팡하는 마음 속에서 더 좋은 것, 더 옳은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그 과정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는 뜻이니까. 흔들리는 지남철이 떨고 있는 한 그 방향을 믿어도 좋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가 생각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loveCM님 이희영입니다. 정말 귀한 시간 <안의 크기>와 함께 해주셨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CM은 무슨 의미일까요? 누군가의 이니셜일까요?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철썩이다 못해 아주 요동을 칩니다. 특히 곧 고3이 되는 아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중이죠. 이 거친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저에게는 또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이 구불거리고 때론 장애물도 만나서 멀리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흘러가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길에는 부디 행복과 평안 그리고 사랑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모든 것이 이뤄지는 새해 되세요.
@loveCM 님 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인용해 주신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철썩이는 감각이 또렷하게 전해졌습니다.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크게 요동치고, 그런 자신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고백에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럼에도 그 들썩임이 썩지 않고 흐르도록 돕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오래 남았습니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방향을 찾으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 작가님( @희영이 ) 답글에서 전해진 삶과 글쓰기를 함께 견디며 흘러가겠다는 말 역시 이 감상과 조용히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서로의 말 위에 포개지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 정성스럽게 감상 나눠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그 잘난 어른이 되면 깨닫는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그러니 상대에게 함부로 물음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안의 크기 p.204, 이희영 지음
쓸모없는 일이요. 배워봤자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지 못해도 되는 완벽하게 무용한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안의 크기 p.218, 이희영 지음
2부에서는 설우와 서점 주인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조금씩 스며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학생으로 등장한 선자님의 배움의 이유가 인상적이었어요. 지금 우리는 늘 쓸모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죠. 완벽한 무용함! 안 행복에서 안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왜?라는 질문에 늘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게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그저 책임감 때문에, 그저 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저... 그런 막연한 이유인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우가 조금씩 관계를 확장해가면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린 결국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말처럼, 서점 주인과 영어 학원 학생들, 선자님과의 만남 등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조를 통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죄책감과 두려움, 불안 등을 마주했지만, 이제는 육체를 가진 설우 자신과 같은 고통과 서사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진짜 감정'과 '진짜 설우'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3부도 재밌게 읽고 이야기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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