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코손바닥사슴님의 대화: 2장 우주 생명의 푸가 / 후일담
"우리가 아는 생물학은 '지구의 생물학'일 뿐이다."
이 관점이 뚜렷한 장이었습니다.
'우주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구'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
그래서 46억 년 지구의 탄생, 그리고 40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를 조망합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생명', '생물학'이란 말의 앞에는
사실 늘 '지구'라는 주어가 붙어야 합니다.
'지구의 생명' '지구의 생물학'
그래야 지구 바깥의 타자들을 인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요런 지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전체가 아닌 부분 중의 부분이라는 "자각"은
이처럼 한번 아하, 깨닫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동안 익숙했던 개념들에 새롭게 적용하고
몸안에 새겨나가는 시간이 쌓여야 가능해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푸가'에의 비유는 참 절묘했어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흐름을
하나의 단일 성조라고 생각하니
전 우주에는 아주 수많은 단일 성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얽히고설킨
다종다양한 생명계가 웅장하게 흘러넘치는 '푸가'가 흐를 것이라는
청각적 비유에 살짝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보통 감정선을 슬쩍 터치하는 비유와 묘사는 화자가, 자신의 주장으로
상대를 끌어오기 위하여, 혹은 무언가를 호도하고 미혹하기 위해 쓰이곤 하는데
칼 세이건이 비유와 묘사는 세상을 보는 내 눈을
더 또렷하게 비춰줄 때가 많은 듯합니다. '수사'라는 형태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태도의 문제인가 싶어요.
여튼 그렇게 2장은 지구의 탄생과, 초창기 원시 지구,
캄브리아시기 대폭발 전후로 존재했던
미력한 지구 생물들을 톺아보며
40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를 조망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유기 분자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합니다.
우리와 나무는 분자의 관점에서 보면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자각.
이 자각은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대표적인 통찰인 것 같아요.
이어서 푸가의 비유로 귀결하며
우주에 존재할, 우리의 상상력을 보기 좋게 벗어날,
다종다양한 생명체를 둘러싼 진화적 발상.
이를 위해 진화론의 기본 개념을 아주 솜씨 좋게 갈무리하지만,
지구의 역사, 진화의 기본 원리, 지구 생명의 공통 조상을 넘나드는
이 광대한 스케일에 벅찰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지구의" 작은 세포가 태동한 시초와
40억 년 생명사, 우주의 성간운,
그리고 내 몸속에 자리한 진화적 흔적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관점 자체가 중요한 듯한데요.
결국 우리가 인위적으로 나눈
'분과'로 인해 오히려 우리 머릿속에 인지적 장벽이 생긴 건 아닐까 해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는 기존의 지식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빅히스토리 유의 스토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낯선 것을 눈에 익힌다.
설익은 것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나중에 발효시켜본다, 하는 여유로
단숨에 이해가지 않는 것들을 품어두는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대단하시네요. 저도 같은 2장을 읽었는데, 정리를 너무 잘 해주셔서.. 급 부끄러움. ㅎㅎ
음..과학 분야를 나눠둔 것이 무색하게 칼 세이건은 역사와 생물학을 넘나들다가 음악 지식도 뽐내고 말이죠.. 감탄 연발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찌'와 '추' 또한 그의 상상력과 우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소재였다고 봅니다.
+ 이렇게 바로바로 후기를 나눠보는 경험은 처음인데.. 좋은 것 같습니다! 완독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