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네 삶에 모든 게 제자리를 갖추고 있지만, 네 삶이 망가지고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면 네 인생에 중요한 일이 생긴 거야.
『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35, 김범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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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혜나
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나요?
세밑이 되니 하루하루가 점점 더 빠르게 날아가는 듯하네요.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검은 새처럼요.
오늘은 <버드 캐칭> 5장, 98쪽까지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3장에서 야구 이야기가 끝나고 도형은 드디어 세현을 마주합니다.
그런 마주침도 잠시였을 뿐, 세현은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훌쩍 떠나버리죠.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지 본인도 모르는 채 말이에요.
Q. 여러분은 이렇게 자기 삶으로부터 훌쩍 떠나가 보고 싶은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경험은요?
사실 저는 글을 쓰기 위해 제 생활로부터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렇게 떠날 수밖에 없는 세현의 모습에 공감이 되기도 했는데요. 읽는 이에 따라서는 세현을 이해하기 어렵고, 도형의 모습에 공감하 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소설 속 인상 깊은 구절 또는 내용과 인물에 대한 질문을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얼마 남지 않은 2025년 잘 떠나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lice2023
3장까지의 세현을 보며 계속 조마조마했었는데 결국 떠나는군요.
사실 아직은 세현이가 잘 이해는 안 되었어요.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난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현이 투수를 보며 점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하는 것도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공감은 갔지만 세현의 심정을 투사한 것 같아 어떤 암시가 되었던 것 같네요.
저도 혼자 있고 싶을 때, 뭔가 생각이 많아지면 어디 론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 실행에 옮긴 적은 없어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거나 직장을 가야 한다거나 그런 현실의 제약을 생각하다 보면
그냥 그대로 있더라구요.
밍묭
'떠난다'라... 저는 이전에도 말했듯이 굉장한 집순이라ㅎㅎ 어딘가로 물리적으로 떠나는 것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늘 순종적인 아이였고, 시키는 대로 살아오다 보니 하기 싫은 일들도 정말 많았죠. 그럴 때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렇다고 딱히 떠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그냥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잦았습니다.
버티고 또 버티며 콘크리트 길을 계속 달려오다가, 이제서야 조금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니 뭔가를 새로 도전하기엔 어느새 나이가 좀 들어버렸더라고요 하핳. 지금은 '이번 생은 글렀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오히려 어딘가로 훌쩍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줘서 더 좋게 느껴져요ㅋㅋㅋㅋ
Kiara
저도 엄청 내향적이고 집순인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거의 떠난적이 없어요 ㅠㅠ 근데.. 그 이전에는 어딜 그렇게 잘 돌아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제 성향을 아는 지인들이 늘 놀라곤 해요. 저의 방랑벽에... 사람 무서워서 뉴페이스 만나고 들어오면 다음날 앓는 정도거든요. 그런데 여행을 가다니! 하면서요..ㅋㅋ 방콕도 넘 좋습니다 :)
이번생은 글럿다는 가벼운 마음이 오히려 어딘가로 훌쩍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줬다는 말씀에 저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박해동
속도를 맞춰서 읽으려고 했는데 재미있어서 어쩌다 완독해버렸어요.^^
91쪽에 세현이가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요즘은 도통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가보지 못했는데 글을 읽으면서 미술관에 가보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아, 그림을 어떻게 관람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도형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현이 관람 후에는 꼭 전시작이 그려진 엽서를 샀다, 라는 대목을 읽으며 마티스 전시회가 떠올랐어요. 저도 세현이처럼 그림엽서를 골랐는데 고른 것 중에 하나를 작은 액자에 넣어 부엌 벽에 걸어두었어요.
< 푸른누드> 로 참 끌리는 색채입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마티스가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고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에서 누워보내면서도 화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채색된 종이로 형태를 표현하며 예술에 활기를 더했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푸른 누드>는 색채에도 영혼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글을 읽으며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혹시 소설 속 미술관 관람 장면은 작가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건가요?
김혜나
저도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서 인상 깊은 작품이 담긴 엽서를 꼭 사서 오곤 해요~ 사오고도 그냥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잊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들어요 ㅎㅎ
꽃의요정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박해동 님 말씀처럼 재미있어서 완독해 버릴까 봐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Alice2023 세현이 왜 떠났는지 너무 알고 싶어요!
김범정
앗 작가님 완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작가님, 미술관 관람 장면은 제 경험이 녹아있습니다ㅎㅎ 처음에 쑥스러워하면서 쭈뼛쭈뼛 드나들기 시작했다가, 낮에 시간이 비면 무조건 미술관에 갈 정도로 자주 갔었습니다. 한가람미술관이나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주로 다녔는데, 항상 제일 좋았던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사오곤 했습니다.
좋았던 전시들이 너무 많은데, 사실 제일 기억에 남는 전시가 마티스의 전시였어요! 아마 같은 전시를 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마티스가 거동이 어려워졌을 때 색종이로 그림을 만들었던 시기의 전시를 봤었습니다. Jazz 라는 책에 수록되었던 그림들이 너무 좋아서 거의 두시간 동안 들여다 보았었습니다. 특히 추락하면서 도 어딘가 행복해보이는 사람이 그려진 <이카로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엽서가 아니라 도록을 사버렸더랬죠..
좋은 추억이 깃든 장면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해동
작가님.
진솔한 답변 감사합니다.^^
<버드캐칭>을 읽으며 20대의 제가 느꼈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 절망 등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시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전혀 모르지만 저는 그 시기의 저를 너무 잘 알죠. ^^ 그 시기에는 몰랐지만 현재의 저를 위해 그 시기의 제가 나름대로 늘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한 시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작가님, 소설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김범정
저야 말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소설도 그 시절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며 격려받은 것처럼 또 나아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지니00
너무 바쁜 일상을 지내면 떠나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아마 떠나진 못할 것 같습니다 ㅎㅎ
어제 세현과의 관계가 조마조마 부분을 읽고 잤더니 (떠나기전 부분) 잠수이별 당하는 꿈을 꿨어요…… ㅋㅋㅋㅋㅋ 도형이 마음을 이렇게 간접 체험 하네요,,
김범정
으악 잠수이별을 당하는 꿈이라니요ㅠㅠ 부디 현실에서는 절대 그런 일 겪으시지 않길..
지혜
"훌쩍"은 아니고, 떠나야겠다고 느낀 후부터는 찬찬히 준비를 하며 떠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여기에서의 삶으로부터 떠나고 싶었고, 여기가 아니라면 다른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국 여기든, 저기든 내가 변하지 않으면 똑같다는 경험을 한 후에는 물리적이 떠남이 회피와 도피일 뿐 큰 의미가 없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떠남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상태라서 여행에도 별 흥미가 일지 않네요.
Kiara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혜나 작가님 ><
저는 틈만 나면 떠나려 했던 것 같아요. 20대는 공부든 알바든 여행이든 모든 게 건축과 관련이 있었는데요.. 건축을 핑계삼아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학기 중에 내내 알바를 병행했으니 용돈 쓰고 조금 남은 돈 모아서 다니곤 했어요. 좋은 기억도 많고 힘든 기억도 많아요.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훌쩍 떠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었어요. 세현의 마음 정말.. 공감.. ㅠㅠ
김혜나
반갑습니다 키아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처럼 틈만 나면 떠나려 했던 키아라님을 뵈니 더욱 반갑네요 ㅋㅋ 저는 그동안 무조건 외국으로만 나돌다가, 최근에서야 국내 여행을 다니게 되었어요. 건축 공부를 하셨더니 강원도 고성에 왕곡마을 방문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의 촬영지이기도 한 곳인데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의 공격을 받지 않아 조선시대 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 집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게 참 신기했어요. 저는 건축은 전혀 모르지만, 억지로 복원한 우스꽝스러운 한옥이나 초가집이 아니라 진짜 전통양식의 한옥과 초가지붕이 이런 거구나 싶어 좋았답니다!
Kiara
오 왕곡마을!!! 고성에는 별로 가보지 못해서 몰랐어요 :) 동주 넘 좋아하는데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김범정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이 더 정신없이 바쁘지만, 이상하게도 자유로웠던 대학시절에 스스로의 삶이 더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오다 스물 아홉살에 졸업과 동시에, 한국을 떠나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저도 훌쩍 떠나봤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뭐가 변했는지 아직도 딱 잘라 말은 못하겠지만, (체념을 했을 수도 있고, 해소가 되었을 수도 있고, 깨달음일 수도 있고..) 그 여행을 통해 뭔가 변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연료가 되어서 비척비척 뚜벅뚜벅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해동
멋지네요. 작가님.^^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했지만 훌쩍 세현이 처럼 떠나본 적은 없어요. 두려움이 많아서 여행도 혼자서는 못해요. 세현이처럼 할수는 없지만 공감은 됩니다~
Kiara
앗, 작가님 한국을 떠나 사는 친구들이 많네요?!!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첫 해외여행이 캐다나 밴쿠버로 유학을 간 친구한테 간거였어요 ㅎㅎ 해외에서 보는 친구는 같으면서도 달랐던 약간은 낯설었던 감각이 기억납니다 :)
새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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