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7. <오웰의 장미>

D-29
네, 제 개인적으로는 600여회 통틀어 탑3 였습니다ㅋㅋㅋㅋ
발제용으로 제가 <기획회의>에 썼던 짧은(?) 소개부터 먼저 공유합니다.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는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 오랜 외국 도피 생활을 끝내고 1922년 혁명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메트로폴 호텔에 평생 감금되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귀족 신분을 염두에 두면 애초 사형을 당해야 마땅했으나, 혁명기에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던 저항시의 저자라는 경력 탓에 목숨을 구했죠. 메트로폴 호텔 스위트룸에서 살던 로스토프 백작은 곧바로 다락방에서 생활해야 할 처지가 됩니다. 이 소설은 백작이 호텔에 감금당한 1922년부터(이때 스탈린이 권력의 전면에 나서죠) 흐루쇼프가 권력을 잡은 1954년까지 32년간의 소련 역사를 배경으로 이 ‘모스크바의 신사’가 살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백작은 32년간 단 한 번의 일탈을 빼곤 호텔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로스토프 백작이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에이모 토울스는 『모스크바의 신사』를 쓰기 위해서 소련 역사에 대한 여러 문헌을 참고했으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모스크바에 있는 메트로폴 호텔의 지하 와인 저장고는 유럽 곳곳에서 수입한 고급 와인의 보고입니다. 로스토프 백작은 호텔 다락방에 갇힌 처지지만, 뛰어난 고급 와인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취향은 호텔 식당 직원이 손님 접대를 할 때 어떤 와인을 추천할지를 돕는 용도로 사용되죠. (나중에 로스토프 백작은 아예 호텔 식당의 웨이터로 취업합니다.) 그런데, 1920년대의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메트로폴 호텔의 와인 저장고에 들어있던, “전부 합하면 거의 만 병 정도 될 듯싶은” “그 모든 와인 병에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이죠. “이게 무슨 일이야!” 로스토프 백작과 합이 잘 맞았던 호텔 직원 안드레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와인 목록이 존재하는 것은 혁명의 이상에 어긋난다면서….” 혁명 정부는 “이제 앞으로 모든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로만 구분하여 단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와인 라벨이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을 보여주는 표지”라는 이 혁명 정부의 냉엄한(?) 비판에 망연자실한 로스토프 백작의 모습!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반비)를 읽으면서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특히 와인을 둘러싼 이 소동이 생각났습니다. 왜냐하면, 솔닛의 『오웰의 장미』는 파리와 런던 빈민가와 탄광촌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가하고,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 같은 소설을 써낸 그 조지 오웰이 장미의 아름다움에 집착했던 모습을 조명하는 책이니까요.
저는 레미제라블 주교님이 마구마구 소환되네요~~~텃밭에 야채위주로 심는 한 구역에 장미인가 암튼 꽃밭을 조성해서 수녀님께 타박받는데 먹는것 만큼 아름다움을 느끼는것도 중요하다는 말에...위고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오웰도 그렇군요. 이 책 꼭 읽고 방송 들어야겠어요~~~~
때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로스토프 백작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을 생각을 하다가 포기하고 나서(1926년) 10년이 지난 1936년입니다. 연초에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소재가 되는 영국 북부 지역 탄광촌 취재를 끝낸 오웰은 런던 북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합니다.
이곳에 정착하자마자 오웰이 한 일이 바로 장미를 심는 일이었습니다. 장미를 심으며 심호흡을 한 그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아내 에일린 블레어와 함께 그해 12월에 내전이 일어나고 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합니다. 그로부터 1937년 6월까지의 스페인 내전 참여 경험을 기록한 책이 그가 남긴 불멸의 명작 가운데 하나인 『카탈루냐 찬가』(민음사)죠. 바로 이 대목이 솔닛의 호기심을 부추긴 것 같습니다. 탄광촌 취재와 내전 참여의 그 격동의 순간에 오웰에게 장미를 심게 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오웰이 심은 시골집의 장미는 무려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가 꽃도 피면서 건재합니다. 솔닛이 직접 찾아가서 탐문하고 확인한 결과죠.
오웰은 그저 장미만 심었던 게 아닙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에도 이렇게 뜬금없이 장미 예찬을 합니다. “우리는 즐거움을 누릴 거리가 많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거리가 있기만 하다면 칭찬하기 좋아하며, 그래서 여기서 (자기가 8년 전에 심었던) 울워스의 장미에 대해 칭찬하는 몇 줄을 적어보고자 한다.” 20세기 가장 엄혹한 시기 한복판에 지면에 실린 오웰의 장미 예찬은 여러 사람의 격분을 불러일으킨 모양입니다. 그는 다음 칼럼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지난번 이 칼럼에서 꽃 얘기를 쓰자, 한 분개한 여성이 꽃이란 부르주아적이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런 분노에 굴할 오웰이 아니죠. 오웰은 그 칼럼에서 또 길게 “내가 본 최고의 덩굴장미”라며 장미 예찬을 이어가죠.
오웰은 ‘빵과 장미’ 가운데 ‘장미’가 의미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일상적인 즐거움과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계급적 시각”을 강조하는 좌익 동료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찌르레기가 운다거나 10월의 느릅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거나 하는 것들 (…) 자연현상들 때문에 삶이 더 살 만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지탄받을 일인가?” 『동물농장』과 『1984』의 성공으로 돈이 들어온 만년을 제외하고는 풍족한 적이 없었던 오웰이 고급 와인 취향을 가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도 호텔 지하에 쌓아둔 1만 병의 고급 와인을 “귀족의 특권과 인텔리겐치아의 나약함과 투기꾼의 약탈적 가격 책정” 운운하며 라벨을 떼는 모습을 보면서는 분명히 실소했으리라 확신합니다.
『오웰의 장미』는 오웰의 삶과 장미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빵과 장미’가 상징하는 여성 참정권 운동, 화석연료와 기후 위기, 제국주의와 노예 착취, 콜롬비아 장미 농장 르포르타주까지)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꼭 필요한 ‘즐거움’ ‘기쁨’ ‘아름다움’의 가치를 말합니다. 솔닛을 통해서 ‘우울한 투사’ 오웰이 ‘기쁨의 농부’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오웰은 이미 그의 가장 유명한 에세 「나는 왜 쓰는가」(1946년)에서 이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습득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 없으며 버리고 싶지도 않다. 살아 건재하는 한, 나는 산문 문체에 매력을 느끼고(feel), 이 세상을 사랑하며(love),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얻기를(take) 계속할 것이다.”
산문 문체에 매력을 느끼고,세상을 사랑하며,즐거움을 계속 할 것이다^^! feel+love+talk 세상을바꾸는데 꼭 필요한 즐거움,아름다움의 가치라니~더욱 기대되고 흥미롭습니다🤩👍😍
Yg 유혹에 넘어가서 읽었는데 좋았어요. 유명한 작가이지만 왠지 손이 안 갔는데 마침 너무 좋은 리뷰를 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책걸상 책 선택은 참 훌륭하다고 한번 더 느꼈어요.
지금 초반 읽고 있어요. 읽는 중에 <동물농장>+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빌려서 어느책을 먼저 읽을까 살짝 고민중 입니다.^^ 리베카 솔닛의 다른책 <멀고도 가까운>은 저에겐 한 번에 쭉 읽기보다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책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파리와 런던...>은 장강명 작가님이 방송에서 인생책으로 꼽으신 적이 있어서 저도 읽어보려고 했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되어 좋습니다.
@쭈ㅈ 이 책을 읽으시면서 보시기에는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와 『위건 부두로 가는 길』(한겨레출판)도 좋은 선택입니다. 이 책들에 실린 르포와 에세이가 자꾸 호출되거든요.
음...매번 낚이는 느낌...그런데 즐거운건 왜인지...위건부두로 가는 길도 읽어봐야겠어요~~~
카페에 YG님 글 올려주셨을때 진즉 사려고 꼽아두었는데, 어느새 밀려밀려 방송 직전까지 왔는데, 책이 수요일날 온다니. 서점으로 달려가는게 빠르겠어요. 오월이라고 착각한 사람 바로 저 입니다.
빵과 장미 챕터를 읽고있는데 요즘으로 보자면 장미가 주는 기쁨은 워라벨,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일은 책걸상듣기와 책읽기, 맛있는거 먹기 입니다. ^^ 일 끝내고 책읽는 시간이 주는 기쁨. 작년 재미있게 읽었던 책 <세설>에서 전쟁중 일본의 중산층가정의 평범한 일상이 읽으면서 불편했다는 리뷰를 보았는데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도 페이메르의 그림같은 평범한 일상을 바라며 쓰는 것이 중요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처음엔 산만한 내용 때문에 집중이 힘들었는데 두번째 챕터부터는 속도가 나네요. 마저 읽어보겠습니다!
뒷 챕터에서 페이메이르의 그림 이야기가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나오는데 앞에서 썼던 걸 여기에서 이렇게 이어간다고?라는 구성의 짜릿한 재미도 재미였지만 고민의 층위가 한 겹 더 생겨서 좋았어요. 정말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책🙈
오 그부분 읽었어요. 저도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현실을 그만큼이나 모르니 동경했던 거겠지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이부분이 혼비님이 말씀하신 뒷부분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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