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7. <오웰의 장미>

D-29
오웰의 장미 중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건 너무나 많지만 오늘은 문득 아일린 블레어 생각이 났어요. 책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이 상당하고, 그 기록들을 한데 모아보면 매력적이고 위트 넘치고 생활력 강한 여성이 그려지는. 그가 오웰과 결혼하고 나서 정말 아주 한참 후에서야 친구에게 쓴 편지 너무 좋아요! "결혼한 후 처음 몇 주 동안은 규칙적으로 편지 쓰던 습관을 잃어버렸어. 너무나 계속, 그리고 심하게 싸웠기 때문에, 살인이든 별거든 일어난 다음에 모두에게 한꺼번에 알리는 편이 시간을 절약하게 되리라 생각했거든"
찐생활인의 편지였죠. :)
오! 탑3로 꼽힌다니, 방송 너무 기대되네요. 살인이든 별거든 일어난 다음에 모두에게 한꺼번에 알리는 편이 시간을 절약하게 되리라 생각했거든 => ㅋㅋㅋㅋ 너무 웃긴데요.
@고쿠라29 방송에서도 잠깐 언급되고, 책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조지 오웰도 그 시대(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남성의 한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약간, 안타까운 게 오웰이 나중에 소설 두 편으로 성공해서 풍족했을 때 아이린 블레어는 세상을 떴다는 것이죠.ㅠ. 물론, 궁핍한 청춘을 함께 보낸 시간에서도 둘이 행복한 시간이 분명히 많았을 테지만.
콜롬비아의 장미농장에 대한 부분을 읽고 있다 문득 궁금해져 네이버에서 찾아보았더니 한국분 중에 그 농장안에 들어가서 사진찍은 분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노동현실을 자세히 모르고 보면 그냥 아름다운 꽃 농장으로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콜롬비아 장미 수입이 많다는 정보도 알게되어 씁쓸했어요.
아직 극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이 책 읽기 전에는 조지 오웰이라면 우울하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나는 왜 쓰는가>도 사고 나서 살짝 훑어보다가 하도 우울해서 아직도 완독을 못했구요. 근데 읽다보니 조지 오웰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즐거움에 대해서 많이 말했다니, 한 번 <나는 왜 쓰는가>를 다시 펼쳐보고 싶어집니다. ㅎㅎ
p.48 만일 오웰의 작품을 파고든다면, 꽃과 즐거움과 자연에 대한 수많은 문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문장들을 읽노라면 흑백의 초상화가 총천연색으로 살아다고, 그런 대목들을 찾다보면 그의 마지막 걸작인 <1984> 조차 인상이 달라진다.... 이 책과 함께 읽으려고 오웰의 책 몇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이런 대목들을 찾아가며 읽어보려고요. 1984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이번주 오웰의 주간으로 지정했는데, 일주일로는 안될거 같아요. ^^;;;
책 읽다가 티나 모도티의 삶도 궁금해졌는데...마침 평전이 있던데 절판이네요. 요즘 찾는 책마다 높은 비율로 절판이라 우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강렬하게 각인된 사람이 티나 모도티랑 킨케이드인데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티나 모도티의 사진을 보고 그의 이력들을 찾아보고 자유와 평등과 혁명이라는 이상을 품고 온 마음을 다해 신념을 바쳤지만 공산주의가 스탈린주의로 변질되는 바람에 점점 파괴적인 곳으로 치닫는 삶의 비극성에 압도되었었는데 이번에 <오웰의 장미>를 읽으면서 그의 연인을 암살했던 비달리와의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면서 더더욱 슬펐어요. 그 장 마지막에 나오는 인장찍힌 사진들 슬퍼요ㅠㅠ
<오웰의 장미>는 정말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영국이라는 제국주의의 정점에 있었던 나라가 식민지 노동착취와 자국내 노동착취(위건부두에서 일하는 광부들 같은)를 자행한 일에 대해서 쓴 것에 더해 여러 품종의 꽃들에 영국식 이름을 붙여 원산지와 원래 이름을 지워버리는 식의 문화적 제국주의에 대해 자세히 쓴 부분들이 정말 좋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오웰은 꽃들 이름에 자꾸 그리스식의 새로운 학명들을 붙이면서 영국식 이름들을 지워간다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영국식 정원이 어떻게 농민들에게서 땅을 빼앗고 그 흔적을 지워가는지, 그림들에서 착취의 대상들을 어떻게 지웠는지 등 '지워버림'에 대한 이야기들로 읽혔어요. 그런 점에서 킨케이드의 분노에 깊이 공감했고 킨케이드의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킨케이드에게 반할 것 같아요....
저도 킨케이드 책을 골라보고 있었어요. 작가님 읽으시고 좋으면 또 추천해주세요.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볼거리, 읽을거리들이 막 방사형으로 확장되어가는것이 너무 재밌어요.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였는데 장미 사려는 사람들 줄 선걸 보고도 콜롬비아 장미 공장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전 그 군인 시신 위에 놓여진 라이락 스토리가 맘에 깊이 와 닿았어요, 문장은 아름다운데 그 안에 너무나도 예리한 오웰의 생각이 아주 한 방의 주먹을 맞은 것도 같았구요.
아마도 콜롬비아 장미공장 얘기를 읽기 전으로 돌아갈수는 없을것 같으니 이제 장미를 볼때마다 그 생각이 나겠죠. 이 책을 읽고는 오웰의 산문은 별로 읽은게 없는것 같아서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읽고 있는데, 소설만큼 산문도 좋네요.
https://cafe.naver.com/ygjypbts/8906 제가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책이 이거 세권이거든요. 방금 수요일 방송을 마져 다 듣고 소름이...ㅎㅎㅎ 저도 미리 고르는 올해 상반기 논픽션 이책 찜했습니다.
오웰은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에 진심이었던 작가였죠. 첫 소설인 '버마의 나날'(버마 시절)은 그 정점이었고 이후의 소설에서도 그런 묘사가 나오죠. 심지어 디스토피아 소설인 1984조차도 야외데이트를 나가면서 자연주의적 묘사를 통해서 숨통을 튀여준다는 점에서 오웰의 장미 사랑은 진심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와, 뜬금없지만 오락가락님 자기 소개 멋지네요. 에릭 홉스봄-에릭 호퍼-에릭 블레어(조지 오웰)로 이어지는. :)
아무도 안 읽을줄 알았는데 누가 읽긴하는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오웰은 무궁무진한 소재를 주는 작가인 게. 방송에서 언급 못했었는데 존 서덜랜드의 『오웰의 코』(민음사)라는 책이 있어요. 원서는 2016년에 나온 색다른 오웰 평전입니다. 존 서덜랜드는 영국의 문학 평론가인데 2012년에 후각을 잃었어요. 그렇게 냄새를 못 맡게 되니까, 오웰의 작품에서 유독 냄새를 다룬 소재나 묘사가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죠. 그래서 오웰의 작품을 그가 맡은 냄새의 흔적으로 따라가는 독특한 평전이 또 한 권 등장했습니다. 한 독지가께서 『오웰의 장미』와 『오웰의 코』는 도대체 무슨 관계냐, 이렇게 물어보셔서 생각난 김에 여기다도 남깁니다.
그 질문이 담긴 댓글 보고 '오웰의 코'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와이지는 정말 모르는 게 없어... 사람 아닐지도 몰라... YG는 책GPT 아닐까... (오옷.. 이거 다음 방송에 써먹어야겠다..)
'신선함'은 젊음과 새로움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지만, 동시에 죽음과 덧없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결코 시들거나 죽지 않을 무엇은 결코 신선하지 않다. 오늘 오웰의 장미 독서 중 남기고 싶어진 문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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