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

D-29
납치범들은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피해자 가족의 비이성적일만큼 절박한 심정을 먹이로 삼는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p.52,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3~6장을 읽겠습니다. 장 제목을 순서대로 읽는데 멕시코 사회에서 카르텔의 폭력 범죄가 변모한 과정이 읽히는 듯합니다. 카르텔의 시대(3장), 권력이 된 폭력(4장), 사라진 사람들(5장), 저주받은 가족(6장)…. 3장에서는 정치 권력이 범죄와 유착되는 과정이, 4장에서는 군 출신들이 카르텔 조직원으로 합류하며 생긴 변화가, 5장에서는 집단 학살의 수준으로 번진 폭력이, 6장에서는 평범한 가족까지 범죄의 대상이 된 상황이 그려집니다.
이번에도 자유롭게 인상적이었던 문장,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던 맥락 등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과정에서는 미리암 로드리게스 개인의 추적기 중심으로 홍보 문구를 썼는데요... 함께 책을 꼼꼼히 읽는 이번 모임에서는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제게 인상적이었던 건 멕시코 정부가 그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때가 너무 늦었고, 개혁의 강도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경제를, 권력구조를,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지만 폭력을 통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서술이 반복됩니다.
정치 패러다임이 달라진 후에도 뇌물과 부패는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처럼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제도혁명당의 통치하에 일관된 질서가 유지되는 대신, 범죄 세계와 정치권의 다양한 세력이 저마다의 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90쪽,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당시 지역은행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얼마나 흔해졌는지 보여주는 암울한 현상이었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P.43,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뒤늦게 나마 책을 구매해 참여해봅니다. 표면적인 일상 세계와 카르텔의 범죄세계의 영역이 뒤섞인 멕시코 사회의 모습을 뉴스가 아닌 당사자의 인터뷰에 기반한 텍스트로 비추어 듣는건 사뭇 무게가 다르게 다가오고 위 문장이 멕시코 사회를 잘 표현한 듯 하여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이 범죄 조직을 파헤치는 실화를 다룬 영화 시민덕희가 생각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화에선 박형사라는 인물로 공권력이 뒤늦게 협조하는 각색이 들어갔지만, 이 책은 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주석으로 논픽션임이 다시금 강조되며 다가왔습니다.
2장까이 읽으며 마리암의 모성애와 용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남편 루이스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마리암은 단지 엄마로서의 모성애를 떠나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행동에 있어서 굉장히 이성적이고 현명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카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까지 가는 부분에서도 마리암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한편 멕시코가 경제 부흥기를 겪으며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투자했던 도로 등의 인프라가 나중에는 마약 밀수의 경로로 쓰였다는 사실에서도 한 나라의 미래에 정치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역설적인 내용이 정말 많네요. 도로 등의 인프라가 마약 밀수의 경로로 쓰이고, 미완에 그친 정치 개혁은 카르텔 간의 경쟁에 머물렀던 폭력이 평범한 주민들에게 향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고요. 계속해서 멕시코 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다가 주말을 이용해서 6장까지 내리 읽었습니다. 생생한 묘사가 마치 제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저도 앞부분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출상품이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읽어 나갈수록 이게 얼마나 거대한 구조적 문제인지 느껴지더라고요. 4장이 끝나갈 즈음, 카르데나스가 살인 집단을 해체하는 데 협조하지만 이는 결국 활동 자금이 부족해진 세타스 일당으로 하여금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평범한 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 그런 삶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버스 승객 학살 사건은 그냥 말을 잃게 만드네요..
정부의 대처는 종종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상상할 수 없는 범죄가 발생하면 사회적 충격과 공분이 일고,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뒤따른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결론을 향해 사실관계는 무시되거나 입맛에 맞게 선별된다. ~ 시민 대부분은 사건의 진실이 미궁에 빠졌다고 받아들인다. 세상은 계속 그런 식으로 굴러간다.(33)
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P.112(33)사건을 조사하던 검사와 시 경찰청장은 산페르난도 외곽에서 참수된 채 발견,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첫 페이지 문장 중에 언급된 '경계'라는 단어가 떠오른 장들이었습니다. 밀수와 세력 다툼에서 시작되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며 뿌리내린 과정과, 그 안에서 미리암이라는 개인의 삶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제도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멕시코에서 암과 임신을 동시에 겪은 싱글맘에서 가정을 꾸리고 딸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로의 미리암의 삶을 보면서 6장에선 자신을 나이 든 아줌마라 자칭하지만 위험한 일을 무릅쓰는 대목이 사뭇 그녀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이 부분 인상깊었습니다. 시대와 국가를 떠나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불행히도 세상이 계속 이런 식으로 굴러가고있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12/29)까지 7~10장을 함께 읽습니다. 7장에서는 미리암의 추적기가 자세히 펼쳐집니다. 미리암은 직접 잠입 수사를 펼치고, 증인들을 수소문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무능력한 공권력과 공조할 방법을 찾습니다. 납치 이후 카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마침내 구체적 정황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7장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합니다. 멕시코 해병대의 폭력적인 행태는 세타스와 다를 바가 없고, 이를 알면서도 활용해야 하는 미리암의 상황 때문에 발생하는 딜레마인데요. 물론 미리암은 피해자 가족이고, 멕시코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개인이 사적 제재를 하는 것에 대한 모임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덱스터> <모범택시> 같은 시리즈도 생각나네요. 8~10장에서는 미리암이 개인적 복수를 넘어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 아프고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규모가 큰 납치와 실종 사건이 이어지면서 미리암의 존재가 정치적으로 부상했다는 묘사였습니다. 피해자 간의 연대는 의미 있고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회가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미리암은 선을 넘는적이 종종 있긴했지만, 그래도 주경찰과 협조해가며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처벌받게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가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못한 그녀의 죽음이었지만.. ㅜㅜ) 사적제재는 원칙적으로 옳지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을 무시해서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과, 실질적인 무정부상태에서 대안이 없이 사적제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밀려나는것은 구분해야할 필요는 있겠지요. 무엇보다 사적제재는 제도가 실패했다는 심각한 신호입니다. 안타깝네요.
넵. 그리고 사실 미리암은 추적을 통해 단서를 확보했을 뿐, 체포 작전 등은 공권력과 공조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사적 제재를 감행했다고 보기도 힘들지요. 국내에서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접 가해자들을 추적하고, 이를 공론화하고, 수사 기관의 수사로 이어졌던 사례도 떠오릅니다.
저도 7장을 읽으며 희생자 가족이 이렇게 까지 나의 삶과 생계를 팽개치고 범인을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해병대의 폭력이 마약 카르텔 조직과 무엇이 다른 지도 모르겠고 어떤 명분이 있는지 저렇게 무턱대고 다 죽이면 과연 범죄조직이 소탕은 될런지 라는 생각을 해 봤어요. 모든 희생자들 가족이 이렇게 직접 움직여서 용의자를 찾고 경찰에게 친절하게 알려줘야 한다면 그럴 능력이나 형편이 안 되는 가족들은 얼마나 무기력할지 마음이 아프네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끔찍한 내용을 함께 읽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모임 분들 책은 적당히 읽으면서^^ 평안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그 시절 멕시코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오늘 6장까지 읽으며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치안을 보며 많이 속상했거든요. 심지어 군인 출신들이 카르텔 조직원으로 합류하면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심지어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는데 지금은 나아진 건지 모르겠네요. 멕시코에서 범죄자들이 쓴다는 말 '은이냐 납이냐' 뇌물을 받을 것인지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협박에 그 누가 버틸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아니 떈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심정으로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심리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죽는 이웃들을 외면하고 정당화하는 논리였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자꾸 빗나가는 캐런을 보면 사실 이 정도면 무슨 일이 생겨도 할 말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어요.
완전히 다른 사례이지만, 공포 앞에서 사람들이 피해자를 나와 다른 존재로 구분 지으려 했다는 점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이제 막 유행하던 초기에 이른바 '확진자'들의 동선을 세세히 공개하며 낙인찍으려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 걸프카르텔의 성장(후안 N. 게라, 후안 가르시아 아브레고, 오시엘 카르데나스) - 멕시코 제도혁명당(1929~2000년까지 장기집권)의 부정부패 - 1960~70 간 사라진 사람 약 12,000명(los desaparecidos) • 1998년 카르데나스가 준군사조직인 세타스 창설(범죄조직의 군사화) - 2000년 제도혁명당 실각이후 정부는 조직범죄에 대한 통제력 상실, 그 공백을 마약 카르텔이 채움 - 2006년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 선포, 군 주둔과 함께 끝없는 전쟁 • 2007년 카르데나스의 미국 인도를 기점으로 걸프 카르텔과 세타스 동맹 결렬, 폭력 • 2010년 세타스의 산페르난도 장악 - 2010.8월 밀입국자 72명 학살사건 - 2011 수백명 납치, 집단 암매장 https://naver.me/GNy7ZXS8 세타스 정말 한 시대를 뒤흔든 무서운 단체였네요. 이런 단체에 정면으로 맞선 미리암은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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