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D-29
마리 유키코의 출세작을 보자. 그러면서 다시 여자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자. 아주 흥미가 동한다. 나는 작가의 글 한 자라도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고 거기서 충분히 영감을 얻는다. 너무 텍스트를 사랑한다. 나는 오래전에 텍스트에 빠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활자는 내게 항상 매력 있게 다가온다. 언제나. 절대 질리거나 지치는 법이 없다. 이게 다른 독자와 다른 점이다.
일본 여자들이 성욕이 더 센가.
이 작가는 솔직하게 인간 내면의 더러운 면을 까발려서 좋다.
유리한 조건이면 칭찬할 필요 없다 잘하는 건 잘하는 거 아니냐며, 칭찬 안 하면 뭔가 비뚤어져 배배 꼬인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좋은 조건에 있으면 칭찬할 필요가 없다. 그 과정도 그 결과도. 수능 하나 틀린 재벌 아들을 칭찬할 필요는 없다.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하여간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조건에 지금 있으면 칭찬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인간들은 사회에 맞게 그냥저냥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조건이 안 좋은데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 용기를 가지라며 대단하다고 칭찬하면 된다.
꿈이 많이 나온다. 꿈은 무의식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인간에게 뭔가 기대하는 것보다 책에 기대하는 게 백 배 낫다. 적어도 배신은 안 당한다.
에요/예요 이건 이것만 알면 된다. 앞에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아니면 ‘예요’이다. 아니에요는 ‘아니에요’만 쓴다. 줄여서 ‘아녜요’로 쓰든지. 나한테 어떻게 이런 걸 먹으란 말이에요? 걔는 나와 그냥 여사친 사이예요. 그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
로서/로써 이거 깔끔하게 정리해 보자. 로서 지위, 신분, 자격 로써 수단, 도구, 원료, 시간 이때 ‘써’는 생략 가능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너 그렇게 살지 마.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한글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을 세계에 빛냈다. 어제는 쌀로(써) 인절미를 만들었다. 고향을 떠난 지 올해로(써) 30년이 넘었다.
든지/던지 간단히 정리해 보자. 든지 선택 던지 과거 회상 너는 치마를 입든 바지를 입든 다 예뻐. 얼마나 춥던지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금세/요새 여기서 금세를 금새로 쓰고 싶지만 금세는 ‘금시에’의 줄임말로 금세가 맞다. 금방이라는 뜻이다. 요새는 ‘요사이’의 준말로 요즘과 비슷한 뜻이다. 밤새, 그새가 맞고 금세만 ‘금세’로 쓴다. 창문을 여니 밤새 눈이 내렸는지 산야가 하얗게 덮였다. 언니가 금세 올 텐데 만나고 가지 그러니? 새우깡을 허공으로 뿌렸더니 갈매기들이 금세 모여들었다. 요새는 결혼을 늦게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생활은 나만 알면 된다 누구나가 다 변태처럼 자기만 하는 게 있는데, 이런 것을 이해도 못 하는 사회인에게 떠벌릴 필요는 없다. 그냥 자기가 잘사는 데에, 활용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다 다양하고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인에게 알리면 시끄럽기만 하고 전혀 내 삶에 도움이 안 된다. 그냥 떠들기 좋아하는-심심풀이 땅콩으로-할 일 없는, 심심한 인간들의 입방아나 술안줏거리로만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안 알리고 한글을 창제한 것하고 비슷하다. 정직하라고 하는데 그건 그게 필요한 분야만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론과 이상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냥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세상엔 너무나 많다.
일본은 식당이나 가정집이 거의 다 미닫이인 것 같다.
목욕탕에서 다 벗고 왔다갔다 하는 것에 외국인은 놀란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녀혼탕엔 질색팔색한다.
내가 보기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보다 외국 소설이지만 한 문장도 이해 안 가는 문장이 없는 글을 읽는 게 낫다고 본다.
매다/메다 이것들을 정리해 보자. 매다. 묶다. 메다. 어깨에 걸치다. 목을 매다. 집착 목이 메다. 들어차 통하지 않다. 산소호흡기를 메고 승강장에 들어찬 연기 속을 뚫고 나왔다. 나는 소를 오리나무에 매 놓고 벌렁 드러누워 공상에 빠졌다. 김 대리가 승진을 위해 일에 목을 맸다. 그녀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의 이름을 목메어 불렀다. 대합실이 멜 정도로 사람들로 붐벼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하느라고/하느냐고 이 둘은 어느 때 쓰이냐면, “변명 같지만, 결승 게임 하느라고 늦었어.”라는 표현에서 ‘하느라고’가 쓰이고, 하느냐고는 “이번 모임 어디서 하느냐고 물어봐 줘.”라고 할 때 쓰인다. 덧붙여 ‘그리고 나서’는 틀린 말이고 ‘그러고 나서’가 맞는 말이다. 밥을 막 먹은 참이라 공부가 안되어 게임을 한판 했다. 그러고 나서 공부하니 잘되었다.
땀 나는 걸 실감할 때는 가슴골에 물 줄기가 내리고 등줄기에서도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처/쳐 이거 정리하고 넘어가자. 처 마구, 많이, 함부로 처먹다, 처맞다 쳐 ‘치어’의 준말 쳐부수다, 쳐들어가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처자니? 쳐들어가기 전에 얼른 나와라. ‘쳐 먹다’와 같이 띄어 쓰면 ‘뿌려 먹다’라는 뜻으로 ‘후추를 쳐 먹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처지다/쳐지다 한번 정리해 보자. 처지다 축 늘어지다. 요새 운동을 안 해서 엉덩이가 처졌어. 기분이 가라앉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처져 있지? 뒤로 떨어지다. 뒤처진 낙오자가 된 기분이야. 쳐지다 ‘치다’의 피동형 글자가 왜 이렇게 안 쳐지지? 마을의 수양버들이 아래로 축 처져 있다. 온몸의 맥이 쑥 빠져나가 축 처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말없이 서너 발짝쯤 처져서 그의 뒤를 따랐다. 방은 커튼이 쳐졌지만, 희미한 빛이 밖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최악의 악은 강간한 것이고 그 여자가 죽은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은 관직 같은 거 하면 힘들어 한다. 그러나 결국 못 견디고 나오고 다시 오라고 삼고초려 해도 못할 것 같아 계속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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