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D-29
목욕탕에서 다 벗고 왔다갔다 하는 것에 외국인은 놀란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녀혼탕엔 질색팔색한다.
내가 보기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보다 외국 소설이지만 한 문장도 이해 안 가는 문장이 없는 글을 읽는 게 낫다고 본다.
매다/메다 이것들을 정리해 보자. 매다. 묶다. 메다. 어깨에 걸치다. 목을 매다. 집착 목이 메다. 들어차 통하지 않다. 산소호흡기를 메고 승강장에 들어찬 연기 속을 뚫고 나왔다. 나는 소를 오리나무에 매 놓고 벌렁 드러누워 공상에 빠졌다. 김 대리가 승진을 위해 일에 목을 맸다. 그녀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의 이름을 목메어 불렀다. 대합실이 멜 정도로 사람들로 붐벼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하느라고/하느냐고 이 둘은 어느 때 쓰이냐면, “변명 같지만, 결승 게임 하느라고 늦었어.”라는 표현에서 ‘하느라고’가 쓰이고, 하느냐고는 “이번 모임 어디서 하느냐고 물어봐 줘.”라고 할 때 쓰인다. 덧붙여 ‘그리고 나서’는 틀린 말이고 ‘그러고 나서’가 맞는 말이다. 밥을 막 먹은 참이라 공부가 안되어 게임을 한판 했다. 그러고 나서 공부하니 잘되었다.
땀 나는 걸 실감할 때는 가슴골에 물 줄기가 내리고 등줄기에서도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처/쳐 이거 정리하고 넘어가자. 처 마구, 많이, 함부로 처먹다, 처맞다 쳐 ‘치어’의 준말 쳐부수다, 쳐들어가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처자니? 쳐들어가기 전에 얼른 나와라. ‘쳐 먹다’와 같이 띄어 쓰면 ‘뿌려 먹다’라는 뜻으로 ‘후추를 쳐 먹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처지다/쳐지다 한번 정리해 보자. 처지다 축 늘어지다. 요새 운동을 안 해서 엉덩이가 처졌어. 기분이 가라앉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처져 있지? 뒤로 떨어지다. 뒤처진 낙오자가 된 기분이야. 쳐지다 ‘치다’의 피동형 글자가 왜 이렇게 안 쳐지지? 마을의 수양버들이 아래로 축 처져 있다. 온몸의 맥이 쑥 빠져나가 축 처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말없이 서너 발짝쯤 처져서 그의 뒤를 따랐다. 방은 커튼이 쳐졌지만, 희미한 빛이 밖으로 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최악의 악은 강간한 것이고 그 여자가 죽은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은 관직 같은 거 하면 힘들어 한다. 그러나 결국 못 견디고 나오고 다시 오라고 삼고초려 해도 못할 것 같아 계속 거절한다.
얼마큼/얼만큼 결론적으로 ‘얼마큼’이 맞다. 얼마큼은 얼마만큼의 줄임말이다. 이게 헷갈리면 ‘얼마만큼’으로 쓰거나 ‘얼마나’로 바꿔쓰면 헷갈리지 않는다. 내가 당신을 얼마큼 사랑하는지 알아? 올라가 봐야 산이 얼마큼 높은지 알게 된다.
어짜피/어차피 결론적으로 ‘어차피’가 맞다. 정리하면, 어차피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어차피(於此彼)는 한자어다. 어차피 잊어야 한다면 잊을게. 어차피 갈 것이라면 당장 가는 게 좋다.
얘 헷갈리는 거 몇 개 정리해 보자. 애 ‘아이’의 준말 금방 다녀올 테니까 잠깐 애 좀 보고 있어. 얘 ‘이 아이’의 준말, 어른이 아이를 부르거나 또래끼리 서로 부르는 말 얘, 도대체 이게 얼마 만이니? 걔 ‘그 아이’의 준말 얘가 걔보다 믿음이 간다. 얘기하다 본 것을 알려주다 오늘 여기서 나를 만났다고 영희한테 얘기하면 안 된다. 나이는 스무 살이나 먹었지만 하는 짓은 아직도 애야. 얘는 얼굴이 하야니까 감색 옷을 입으면 참 예쁠 거야. 걔는 말투가 그래서 사람들이 다 싫어해. 그 후로 그 사건의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얘기해 주는 책은 나오지 않았다.
황석영에게 문학이 없었다면 시정잡배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 솔직하고 겸손한 말이다. 그는 적어도 자기 기질을 알아차리고 그걸 살리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작가는 모든 사람의 언행에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해석할 줄 안다.
한국 여자는 잘 알아본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와 중국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뿐’ 띄어쓰기 ‘뿐’ 띄어쓰기를, 표로 만들어 정리해 보자. 붙여 쓴다.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뿐 조사로 쓰일 때 부사어+뿐 띄어 쓴다. -ㄹ 뿐 의존 명사로 쓰일 때 -다 뿐이지 여기는 맛뿐 아니라 분위기도 좋다. 그는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에게도 친절하다. 그녀는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했다. 총만 안 들었다 뿐이지 강도네.
할 수 있어 역시 표로 정리해 보자. 할 수 있어 ‘수’는 의존 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하면 할수록 ‘ㄹ수록’ 연결 어미로 붙여 써야 한다. 그러다가 들키는 수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실제로 남편이 죽고 사망 보험금을 타고 여생을 아주 편하게 사는 여자들이 많다. 귀찮은 챙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걸 알아야 한다.
이 작가는 여자들의 이를 대개 누렇게 표현한다.
넘어/너머 이거 정리해 보자. 넘어 동사 동작 너머 명사 위치 선배, 오늘 선 넘어도 돼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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