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D-29
정서 남자는 여자 첩을 둬도 정상으로 보는데, 여자는 남자가 여럿이고 그 자식의 아버지가 다르면 참 이상하다고 다시 쳐다본다. 이런 게 사회에 흐르는 정서다. 그걸 무시하며 살기가 참 힘들다.
사람은 대개는 자기 태생에 대한 울분이 있다. 이 울분을 잘 살리는 자가 잘사는 인간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춥고 그래서 얼어 죽고 여름엔 열대야가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일본은 섬나라 성진국이다.
모든 사고는 안방에 가만히 있지 않아 생긴다는 말이 맞는 건 생각을 안 하고 행동부터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저번주는 표준어가 아니다. 지난주는 한 단어라 붙여 써야 하고 이번 주나 다음 주는 한 단어가 아니라 띄어 써야 한다. ‘지난주’만 한 단어라 붙여 쓴다.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더 덥다. 나는 지난주에 영수를 만나 당구도 치고 술도 한잔 마셨다.
씨, 님 씨, 님에 대한 띄어쓰기를 정리해 보자. 씨 의존명사 씌어 쓴다. 손님 중에 이영숙 씨 계시면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님 대상 후보로 홍길동 님을 추천합니다. 씨 가문 붙여 쓴다. 그의 성은 이씨다. 님 접사 대표님 박 씨, 이리 좀 와 보세요. 김민수 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경주 최씨 부자 이야기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제수씨, 이번에 집을 사게 되어 기쁘시겠어요.
줄 줄, 띄어쓰기, 표로 간단히 알아보자. 줄 의존 명사로 띄어 쓴다. 이게 뭔 줄 알아? 주로 뒤에 ‘알다’나 ‘모르다’가 오는 게 특징 그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가 나한테 이럴 줄 몰랐어. 그 사람이 너인 줄 알았으면 문을 열었을 거야.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나는 어제 새벽 1시 40분에 눈을 뜨고 그럭저럭 자는 것처럼 7시 반까지 잤다.
LH가 그런 것처럼 공공 기관은 일반 기업과 품질 차이가 나나?
조카가 죽었는데 형부와 불륜을 저지른다.
이 글도 문제작인데 채식주의자와 어디서 차이가 나는가.
떠벌리다/떠벌이다 이것도 헷갈리는데 간단히 비교해 보자. 떠벌리다. 허풍을 치며 수다스럽게 지껄여 대다. 그녀는 늘 자식 자랑을 떠벌리며 다녔다. 떠벌이다. 큰 규모로 차리다. 그 사람은 항상 일을 떠벌여 놓기만 하고 책임지거나 수습할 줄은 모른다. 친구들은 내가 그녀와 연애를 하고 있다며 없는 얘기를 떠벌렸다. 그는 사업을 떠벌여 놓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독자의 작가 이해 작가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글로 길게 쓰면 자기의 생각에 가까울 수 있지만 말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경지(境地)를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주 반가워한다. 그러나 그런 일반 독자는 드물다. 그가 우연히 작가의 생각과 비슷한 말을 했어도 진짜는 그 경지를 모를 수 있다. 황소가 우연히 개구리를 밟은 것과 같다. 이건 겪은 사람을, 안 겪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 작가의 글을 많이 읽으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독자별로 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 입장에서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 사회는 완벽하지 않아 인간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늘 뭔가 부족하다. 드라마에서 법이 불완전하다고 사적(私的)으로 복수하는 게 많은데, 그렇더라도 그것으로 남을 단죄해선 안 된다. 악법도 법이다. 지금 있는 것 중 최선인 것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동의한 법을 고쳐나가면서 그것으로 다스려야 한다. 허점이 있더라도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으면 우선은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불완전하지만 수능(修能)도 고쳐가면서 그것으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다. 평가 방법을 계속 그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 점수를 좋게 얻었다고 해서 자기가 우수한 인간이라고 남을 깔봐선 안 된다. 그 인간은 그것으로만 좀 나은 것밖에 다른 건 없기 때문이고, 달리 다른 방법이 없기에 할 수 없이 그 방법으로 평가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태식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글을 쓴다는 것」 등 지금까지 이 책 포함, 일곱 권의 책을 썼다. 변하는 자기 생각을 담은 한 권씩의 책을, 해마다 내는 게 꿈이라면 꿈이란다. 생각하고 글을 계속 써오고 있는데, 그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결국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고 글을 쓸 것이므로-늘 뭐든 변한다고는 하지만-그래도 그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고, 목적지엔 영영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생각과 글이 계속 나아가는 게, 내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방향은 조금씩 변화더라도, 그 끝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계발 이것도 헷갈리는데 구별해 보자. 개발(開發) 물리적인 부분 기존 능력을 더 높이고 싶을 때 도시 개발 계발(啓發) 정신적인 부분 새로운 재능을 찾고 싶을 때 자기 계발 토종 맹꽁이 보호를 위해 이 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자아 발견과 계발에 힘써야 한다.
삭이다/삭히다 이참에 잘 구별해 앞으론 틀리지 않도록 하자. 삭이다 가라앉혀 풀리도록 하다. 그는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외로움과 서글픔을 삭이고자 노력했다. 삭히다 발효시켜서 맛이 들게 하다. 어머님은 제사를 치르기 전에 미리 감주(甘酒)를 잘 삭혀 두셨다. 말을 해도 듣지를 않으니 그 울분을 삭일 수 없어. 나는 코를 탁 쏘는 삭힌 홍어를 정말 좋아해. 그는 뭔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민속주는 곡식을 삭혀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잖/찮 여기서 앞에 ‘모음, ㄴ, ㄹ, ㅁ, ㅇ’ 오면 ‘찮’이고 그 외엔 ‘잖’이다. 그래서 ‘마땅찮게’가 맞고 ‘마뜩잖게’가 맞다.
쫓아가다/좇아가다 이 둘도 혼동하기 쉬운데, 이참에 확실히 구별해 두자. 좇아가다 공간적 이동이 없다. 눈길로 따라가다. 그는 꿋꿋하게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갔다. 쫓아가다 공간적 이동이 있다. 경찰이 범인을 쫓아갔다. 그녀와 인사를 하고 돌아섰지만 내 눈은 다시 그녀를 좇아갔다. 아낙은 사내를 애걸하듯 쫓아갔으나, 사내는 거칠게 뿌리쳤다. 부모님의 바람을 그대로 좇아가며 살지만 언젠가는 내 꿈을 이루고 싶다. 그는 멧돼지를 산속 깊숙한 데까지 쫓아가서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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