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흥미로운 개념이군요. 더 이상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이 없어 무능한 존재가 될 때까지 승진한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역입니다. 미래의 자리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아닌, 현재의 성과만을 보고 평가하고 진급을 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상위 직급에 올라갈수록 본인과 멀어진다니.. 참 역설적이네요.
관료제의 사다리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실무보다는 더 추상적인 업무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의사결정, 리더십, 조직관리) 모든 상급자가 이런 자질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과거 LG경영연구원에서 2000년대에 작성한 보고서에도 피터의 법칙을 간략하게 소개한 주간지가 있는데 이 문구가 기억에 남아서 가져와 봅니다.
"피터의 원리에 근거하면 보다 행복한 삶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공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수준 이상의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Peter와 Hull은 제안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갖가지 괴벽을 과시하는 등의 ‘창조적 무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승진의 대열에서 멀어지라고 한다. 결국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끝없는 승진에 집착하기 보다는 유능한 구성원으로 남으면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진이 안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우리 문화 속에서 이러한 주장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개인보다 조직의 기능성에 초점을 두는 관료제의 특성상 직원 개인이 대처하기는 힘들다는, 한국의 승진-보상체계에서는 특히 더 어렵다는 현실적 분석이 재밌네요. 승급에 있어서도, 그 대처에 있어서도 개인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게 없다는 점에서 조직의 논리와 개인의 논리는 역시 다르다는 걸 또 느낍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은화
요석
1) 해양생물이 지구와 비슷하게 진화해 왔는데 왜 육상에는 생물의 흔적이 전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초신성 폭발과 관련해 서 이런저런 유추를 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2) 감정정인 행동과 반응이 냉정한 판단을 흐릴 수도 있겠지만 부하들과의 유대관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호르파흐와는 다른 성향의 지휘관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지 않을까요? 피하고 싶지만 막상 닥치면 잘 극복할 수도 있으니까 로한이 안도했다는 것만 가지고 미래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3) 오랜 경험과 훈련으로 로한과 같은 성격의 사람도 충분히 지휘관의 자리에 오를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정말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대처할 지는 모르겠지만요. 호르파흐가 제 상관이라면 평상시에는 끔찍할 것 같아요. 숨 막히지 않을까 싶어서...그래도 위급상황에서는 믿음이 가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은화
함선의 1인자와 2인자가 서로 극명하게 성격이 대비되는 게 재밌더라고요. 항해사의 위치에서 자신이 오를 선장의 위치를 미리 보고 경험하는 게 도제식 교육 같기도 하고요. 호르파흐가 일부러 로한을 강하게 키우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심한건지 모르겠지만 로한의 기대나 걱정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 레기스 행성에 도착해서 3단계 착륙 방송을 하라고 할 때도 로한이 선원들의 욕을 대신 받는 자리가 싫어서 은근히 불만을 표하는데 선장은 그러든 말든 관심이 없는 장면이 살짝 웃겼습니다. 선장의 위치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호르파흐에게 로한의 고민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걸지도 모르지요.
저도 호르파흐가 상관이라면 보고할 때마다 숨 막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상급자로서의 직책에 비례하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호르파흐의 태도가 믿음직스럽게 다가오네요.

은화
1)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85p에서 로한이 콘도르호 조사 후 복귀를 위해 이동하던 중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듣고 돌아가면서 '호르파흐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늦어지겠다'고 안도하는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제가 로한이었다면 아무리 보고하기 어렵다고 해도 다시 함선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난장판이 된 데다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흔적과 참상의 광경을 더 발견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에도 로한은 호르파흐한테 갈 바에는 사건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선택이 의외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웃겼어요. 다른 직업이긴 해도 비슷한 관료제 조직의 조직원으로 일하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공감도 되었고요. 불가사의한 전대미문의 사고보다 당장 눈 앞의 관료제의 중압감이 직책자에게는 더 무섭게 다가옴을 돌려 말하는 이 문장이 재밌었습니다.
2) 로한이 당장은 선장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아직 감정적인 대처 능력이 부족하지만 선장을 옆에서 보며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묘사되지는 않지만 호르파흐가 로한을 도제식으로 가르치며 난감한 상황에서 심신을 단련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레기스에 도착해서 안내전파를 하라고 지시할 때도 로한이 자신이 안 하면 안되겠냐고 요청할 때 못 들은 척 무시한다든지, 사건현장을 보고 돌아와 충격에 빠진 로한에게 술을 건네는 장면을 보면서 호르파흐만의 접근법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호르파흐 정도의 위치와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친근하고 넉살 좋게 다가가기에는 조직의 특성과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겠고요. 위기 상황에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와 감정의 통제를 요구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한과 호르파흐가 더 대조가 되어 보이더라고요.
3) 호르파흐의 성향이나 기질도 결국에는 직위로 인해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나 직무에 어울리는 타고난 성격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처음부터 일에 맞는 성향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는 않으니까요.
호르파흐가 다른 관계자들과 모여 회의할 때 보여주는 모습과, 로한과 단 둘이 함교에 있을 때의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왔는데요. 로한에게 술을 건네던 장면이나, 어느 날 밤에 내린 비 때문에 경보가 울려 사람들이 혼비백산일 때 로한에게 그냥 기동연습이었던 거로 하자고 슬쩍 말하는 부분에서 군복 안에 감춰진 그의 모습이 느껴졌거든요. 호르파호도 어쩌면 본래의 성격은 다르지만 조직 안에서는 군복 아래 자신을 가려둔 채 조직의 일부로서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책이긴 하지만 <남아 있는 나날>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다. 모자라는 집사들은 약간만 화나는 일이 있어도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실존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 집사들에게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슬쩍 밀거나 약간만 비틀거리게 만들어도 가면이 떨어져내려 가면 뒤의 배우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는 점에서 말이다. 위대한 집사들의 위대함은 자신의 전문 역할 속에서 살되 최선을 다해 사는 능력 때문이다."
김탱
너무나 온전하게 보이는 함선의 외관과 달리, 수많은 물체들의 잔해와 사람들의 뼈가 주변에 혼란스럽게 흩어져 있는 광경은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8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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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탱
… 그에게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또한 로한이 아는 만큼만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우주 순양함 무적호』 p.96,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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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탱
1. 인상깊은 부분 & 순간
1-2. 미래기술
ㅇ 저궤 도 위성 발사 기술
최근 누리호 4차 발사만 보더라도, 저궤도 위성 발사를 위해 수년단위의 개발 기간과 수천억원 규모의 예산, 수백~수천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되었죠.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도 저궤도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지상 발사체, 정말한 궤도 에너지 계산, 고속 비행 중의 속도・자세 제어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책에서 묘사된 것처럼 즉각적으로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고 운영하는 설정은, 인류가 우주 접근과 궤도 진입 문제를 사실상 해결한 압도적인 문명단계의 기술적 진보를 전제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ㅇ 사체 청진기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부패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시신의 뇌감각(마지막 순간의 의식)이 지닌 기억을 들여다 보는 기술(시각, 청각 등)인데요, 예전 영화에서 구현되던 것이 기억납니다(로보캅(1987),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 브레인 스톰(1983)). 해당 영화감독들이 이 작품을 본 것인지는 모르지만 작가나 감독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김탱
“ 사막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부터 무엇인가 날아와서 터지며 불타는 파편이 되었다. 방어막 표면에서 방전이 일어나자 특이한 발사체들이 연소하며 튕겨 나오더니 흐릿해지는 빛의 포물선 궤적을 형성하거나 방어막의 볼록한 외관을 따라서 미끄려져 내려갔다. ”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3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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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탱
2. 로한의 자질에 대하여(호르파흐의 자질과 함께)
로한은 작품 초반에서 분명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도자로서 미숙해 보이는 순간들을 드러냅니다. 특히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자신이 최종 책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장면은,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이 형편없는 것으로까지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로한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고, 3인칭 서술임에도 그의 내면 심리가 거의 1인칭에 가깝게 묘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감정의 노출은 단순한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작가가 의도적으로 부여한 인식의 위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지의 위협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혼란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기에, 로한은 상대적으로 더 불안정하고 미성숙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한의 모습은 자격 미달이라기보다, 아직 성장 과정에 놓인 인물의 단계적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호르파흐는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철저히 이성적이고 절제된 리더의 전형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위협을 감정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보다, 통제와 판단의 대상으로 다루며 선장의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때로는 위기의 상황에서 술한잔의 여유를 가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안정감이 과연 타고난 기질의 산물일까, 아니면 오랜 경험과 훈련을 통해 형성된 결과일까, 라는 의문점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 후자 아닐까요?)
결국 로한과 호르파흐는 우열의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리더십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인간이 이성과 감정 모두를 지닌 존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 앞에서 필요한 것은 한쪽의 완전한 배제보다는 두 성향의 균형일지도 모르죠. 이 소설이 어떤 결말로 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인물의 기질이 조화되어 작동한다면 그것은 생존의 조건이 될 것이고, 반대로 서로를 보완하지 못하고 어긋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비극의 원인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3. 호르파흐 같은 사람이 내 상사라면?
많은 분들이 호르파흐 같은 사람이 내 상사라면 숨이 막힐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에 공감이 됩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 그의 침착함과 통제력이 타고난 기질이라기보다 오랜 경험과 훈련을 통해 형성된 능력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나 역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인물 곁에서 배우는 경험은 오히려 큰 자산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르파흐와 같은 상관은 실제로 드물죠. 현대의 사회생활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고, 업무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인성적인 결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반대로 업무능력은 부족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상사의 조건’을 단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상사의 성향과 스타일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배울점은 배우되 감당하기 어려운 점은 스스로 조율해 나가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이 필요하겠죠(이론만큼 쉽진 않습니다)

은화
함교와 가까운 도서관 쪽에는 메밀 자루를 쏟기라도 한 듯 마이크로필름이 마구 떨어져 있었고, 그중 일부 필름은 풀리고 뒤엉켜서 커다랗고 번들거리는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8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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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앞의 내용들을 다시 읽는 중인데 마이크로필름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뭉쳐놓으면 검은 메밀의 낱알 덩어리들처럼 보일만 하네요.



요석
마이크로필름과 메밀이 머릿속으로는 영 매치가 안되던데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럴 듯 하네요.

은화
곧 심한 딸꾹질 비슷하게 꺽꺽대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났는데, 어쩌면 미친 듯이 깔깔거리며 비웃는 듯한 끔찍한 소리였다. 그러나 전류의 소음일 뿐이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9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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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 문장도 여러가지 느낌이 담겨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전기신호로 인한 소음이지만 과연 그게 진짜 기계적인 소음일지, 아니면 당시의 어떤 소리일지 확신할 수 없는 찝찝함이 느껴져요.
동일한 물리적인 소음이라도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는 그것조차 또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감정이 느껴지네요. 어둠 속에서는 바스락 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것처럼요.

은화
작품이 나온 시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무적호에 대한 묘사가 나올 때마다 '에일리언'에 등장하던 함선 내부가 떠오르네요. 필름을 쓰고, 자기테이프가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초반을 보니 과거의 레트로 감성이 떠올랐습니다. 스타트렉이나 현대SF들의 유려한 곡선과 깔끔한 흰색-파란색 기반의 디자인 보다는 쇠와 플라스틱 냄새가 많이 날 것 같은..



밥심
제대로 보셨네요.
<에이리언>이 1979년에 개봉했고, 이 소설은 1964년에 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인 1968년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72년에 <솔라리스>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두 영화는 우주선이나 정거장 내부를 하얀색의 깔끔한 모더니즘 스타일로 디자인한 것에 반해 <에이리언>은 통로에 파이프가 노출되고 기름 냄새가 나는 등 지저분한 스타일로 디자인했습니다. 1977년에 프랑스에 퐁피두 센터가 개관했는데 건물 바깥으로 파이프나 자재 등이 노출되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죠.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발현이죠. 2년 뒤 개봉하는 <에이리언>은 이 시류를 타면서 모더니즘을 버리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갈아탄 셈이죠.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연대가 제일 빠름에도 불구하고 이미 포스트모더니즘 방식으로 우주선을 서술했고요. 이 관계를 인공지능에게 정리시킨 것이 첨부 사진이니 참조하세요.


은화
아! 시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선택을 했군요. 확실히 <에일리언>의 함선이 깔끔하고 밝은 색감과 디자인이었다면 전혀 공포감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선택 덕에 다른 SF작품들과 구별되고 기억에 남는 차별화가 되었고요. 찾아보니 이런 아날로그적 전자기술 요소를 '카세트 퓨처리즘'이라고도 하네요.
첨부해주신 이미지의 Used universe가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니, 스타트렉이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느껴지는 '깔끔하고 새 것과도 같은' 디자인의 반대되는 개념을 말하네요. 조지 루카스가 자신의 스타워즈 사가에 담고자 한 전반적인 분위기나 시각적 요소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굳이 번역하면 '손때 묻은 우주' 라는 말인가 봅니다.
현실에서도 일상생활의 가전기기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비롯한 전자기기들은 이음새나 틈이 안보이거나 가려지는 방향으로 출시 되더라고요. 최근 전기차량들은 차 문 손잡이가 안에서 버튼을 눌러야만 밖으로 잡아당길 수 있게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일체화되고, 간소화되며, 정제된 느낌의 사물이 주변에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전 무적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더 좋더군요.

은화
어느덧 25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한 해 동안의 독서기록을 오늘 돌아봤습니다. 언제 그믐에 처음 왔는지 확인해보니 24년 겨울이었네요. 독서는 24년 4월? 5월? 즈음에 시작했는데 한동안은 혼자 읽다가 점차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해보고 싶어 여기저기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모임을 찾아봤어요.
그때 여러 플랫폼과 앱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그믐을 기사로 접했습니다. 어플 기반이 아니면서도, 이모티콘 사용 없이 되도록 글과 문장으로 소통하는 커뮤니티라는 게 눈길을 끌어서 가입했고요.
그렇게 한동안 온라인에서 모임을 하다가 오프라인을 나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올해부터 몇 군데 이곳저곳 나가봤습니다. 생각과는 다른 경우들도 있었고, 막상 거리를 신경 쓰지 않고 가보니 이동하는 문제도 상당하더라고요. 한동안의 시도 끝에 현재는 여건에 잘 맞으면서도 모임 인원과 성격이 잘 맞는 곳을 찾아서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24년에는 우선 이 책 저 책 손이 가는 대로 골라 읽었다면 올해는 점점 제가 원하는 방향이 뭔지, 좋아하는 책이 뭔지 찾아가며 읽었던 해였습니다. 올해는 29권을 읽었더라고요. 한 해에 40권가량 읽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책도 책이지만 그믐도 그렇고, 오프라인 모임도 그렇고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난 시간이 더 뜻깊은 경험이었던 한 해네요. 다른 분들도 한 해 동안 고생하셨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밥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rori
1) 전 바다 생물들이 기계에 대한 반응이 읽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몸서리치듯 공포에 휩싸여 도망가던 물고기들이 무적호 탐사원들의 미래일 것 같은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조마조마하며 읽었습니다.
2) 첫 번째 조우까지 읽은 시점에선 ‘호르파흐’의 결단력에 감탄해 ‘로한’의 성격과 행동이 더욱 부족하게 느껴지며 호르파흐가 더욱 대단한 리더라는 생각에 견고해졌습니다.
3) 중대한 사건, 장면들마다 흔들림 없는 결단력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건과 경험을 겪어낸 것인가?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그런 호르파흐가 내 상급자라면 그 성질머리에 짜증과 뒷말을 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의지하고 찾아갈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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