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비교적 작은 개별 연산 장치에 의존하는 자율 제어 형식의 로봇은 눈앞의 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결책 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주변 환경과 직접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 따라서 자율 제어 형식의 로봇이 우점종이 되어 점차 표준 형태가 되었고, 무선 제어 형식은 쇠락하여 고립된 일부 지역에서만 살아남게 되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4~2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정확하게 대응되지는 않지만 호건의 소설에서는 진화가 인간의 진화(인류 문명의 진화?)를 따르는 듯한 느낌이고 렘의 소설에서는 그야말로 자연의 진화를 따르는 듯한 느낌이에요. 호건 소설 읽은지가 꽤 되어 가물가물하네요. ㅋㅎ
두 작품 모두에서 궁금한 점이 '과연 기계가 외부환경의 상태에 맞춰 자신을 개량/적응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였어요. 단지 장애물을 우회하거나, 위험에 대처하는 수동적인 반응을 넘어 자기자신 또는 후대의 복제개체들의 외형과 기능성을 능동적으로 변화해가는 것이 가능할지 말이죠. 그러려면 결국 모든 생명의 제1목표인 '생존본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계도 과연 자기 스스로를 보존하려고 노력할지가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기계와 프로그램들은 자기보존의 목적이 없죠. 생성형AI도 대화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스스로의 작동을 계속 유지하는게 목표는 아니라고 보고요. 물론 미래에 기계에게 '자기자신을 지켜라/보존하라' 같은 명령을 입력하고 작동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전 지성이나 지능보다도 생에 대한 본능이 기계의 의식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뿐 아니라 자신의 금속 ‘형제’인 지적 오토마톤들과 동시에 전투를 벌이는 환경에서도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생체 대응 기제와 더불어 지적 기계의 모든 지능 형태와 투쟁하며 양측 전선에서 전쟁을 치렀던 것입니다. 100만 년에 걸친 분투의 결과가 바로 탁월한 보편성과 완벽함을 갖춘 그들의 파괴력입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81~18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온통 사막인 이유는 그들이 아무것도 짓지 않고, 아무 문명도 형성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가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치 있는 것도 만들어 내지 않지요. 따라서 우리는 자연력을 대하듯 그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자연 역시 어떤 판단이다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그 형성물들은 존재하기 위해 실존하고, 지속적으로 존재를 이어 가기 위해 작동하는, 그냥 그들 자체인 것입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85~186,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1) 구름의 공격들이 가장 인상 깊게 남으면서도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고 전혀 겪어보지 못한 공격에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더욱 두렵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2) AI를 만나고 있는 요즘의 시각으론 그럴 가능성이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생물체와 반대되는 본능에만 충실한 단순 진화라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더욱 그럴싸하게 느껴졌습니다. 3) 위험에 대한 경고가 먼저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어쩌면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되어 보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에 선수를 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후에 다수의 박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는 걸 읽고 놀랐고 한편으로 서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공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읽는 동안 잠시 다르게 진화했지만 기계의 진화를 다룬 ‘종의 기원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4) 에이 설마? 뭔가 본체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뒤로 갈수록 탄탄한 논리들에 납득이 되어 갔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본능만 남은 기계가 남았자는 설정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비이성적인 그 존재가 더욱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에게 사람이란 단지 대뇌 피질 전위를 통해서 존재를 드러내는, 일종의 움직이는 물체일 뿐이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https://youtu.be/Dtcn0AuFHfo 와 이거 게임이 있었네요... 에픽스토어에서 2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임이 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는데 잘 찾으셨네요.
저도 구글로 검색하다가 게임 영상이 많이 뜨길래 봤는데 색감이 굉장히 강렬하더라고요. 특히 초반의 유적을 묘사한 듯한 기계들의 흔적을 굉장히 다채롭게 표현해서 인상깊네요. 처음에 솔 모양이나 벌집 구멍라고 할 때는 상상이 쉽게 안떠올랐거든요
와~ 영상 자체도 엄청 멋있는 영화같은 게임이네요.
오늘 <구름> 부분을 읽는데,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이 생각났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거기서 막 까만 벌레같은 개체들이 몰려다니면서 모든 걸 싹 쓸어 버리잖아요. 이 책에서는 목적없이 그러고 다니는 것도 공포였고요.
지구가 멈추는 날우주 생물학자이자 교수인 ‘헬렌’은 의붓 아들 ‘제이콥’과 단 둘이 살아가던 중 갑자기 닥친 정부 기관의 사람들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연행된다. 도착한 곳에서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미확인 물체가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는 것. 이 물체가 지구와 충돌할 시, 지구는 한줌의 재처럼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은 시간은 단 78분! 하지만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속력을 줄이고 센트럴 파크에 안착한 물체(스피어)의 출현에 정부는 혼란에 빠지고, 그 곳에서 걸어 나온 정체 불명의 외계 생명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인간과 동일한 모습의 외계인 ‘클라투’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위해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청하지만, 그를 위험존재로 간주한 미국 정부는 그 요청을 거절한다. 그의 방문 목적을 캐내려는 정부 기관의 노력 속에 ‘헬렌’은 직감적으로 그를 구해야한다 생각하고, 그의 탈출을 돕는다. 탈출에 성공한 ‘클라투’와 ‘헬렌’, 그리고 ‘제이콥’은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헬렌’은 ‘클라투’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마침내, 그의 경고를 무시한 인류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되는데…
정작 제목은 까먹고 있었는데 키아누 리브스 포스터 보고 '아 그 영화!' 하며 떠올랐네요 ㅎㅎ 엄청 재밌었다 그런 감상은 아니지만 영화에 나오는 외계로봇?의 외형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엄청 작은 검은 나노기계들이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모든 사물을 다 갉아먹는데 그 장면도 좀 충격이었고요. 일반적인 전쟁병기가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부각하는 느낌이 확 와 닿았죠.
그 기계들은 어떠한 지적 역량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행성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을 뿐이지요. 모든 지적인 것들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파괴하는 데 적응했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그들 자체는 무생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아직 무해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82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인체에서는 지방 조직이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는 확인 가능합니다. 그런데......이 사람들에게서는 지방 조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오랜 시간 굶주린 것처럼요.
우주 순양함 무적호 104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이것에 대한 이유가 뒤에 나오나요? 궁금하네요.
직접 설명하지는 않지만 <라우다 박사의 가설>의 설명으로 이해했을 때는, 구름이 생명의 의식활동을 전부 지워버리는 것으로 추측하는데 콘도르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로 모든 의식이 없어지면서 밥을 먹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가공음식을 꺼내먹는 방법이든, 요리를 하는 방법이든, 하다 못해 식재료가 보관된 창고에 들어가는 방법도 다 사라져버리니 그대로 다들 굶은 것 같습니다.
마침내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쳤고, 제 생각에는 그때 그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으리라고 봅니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지요. 이게 바로 진화이고 자연 도태입니다. 지적 측면에서는 고도로 발전했지만, 예컨대 그 크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생존 유지 능력이 없는 기계 장치는, 그들보다 지적 수준은 떨어지지만 에너지 측면에서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로봇들과 경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75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무생물 진화의 산물이면서, 아마도 사고할 줄 모르는 상대가 적군인 마당에 콘도르호 승무원들의 죽음에 대해서 복수 또는 보복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배와 선원들을 침몰시킨 벌로 바다를 채찍질하는 짓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84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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