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오늘 <구름> 부분을 읽는데,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이 생각났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거기서 막 까만 벌레같은 개체들이 몰려다니면서 모든 걸 싹 쓸어 버리잖아요. 이 책에서는 목적없이 그러고 다니는 것도 공포였고요.
지구가 멈추는 날우주 생물학자이자 교수인 ‘헬렌’은 의붓 아들 ‘제이콥’과 단 둘이 살아가던 중 갑자기 닥친 정부 기관의 사람들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연행된다. 도착한 곳에서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미확인 물체가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는 것. 이 물체가 지구와 충돌할 시, 지구는 한줌의 재처럼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은 시간은 단 78분! 하지만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속력을 줄이고 센트럴 파크에 안착한 물체(스피어)의 출현에 정부는 혼란에 빠지고, 그 곳에서 걸어 나온 정체 불명의 외계 생명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인간과 동일한 모습의 외계인 ‘클라투’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위해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청하지만, 그를 위험존재로 간주한 미국 정부는 그 요청을 거절한다. 그의 방문 목적을 캐내려는 정부 기관의 노력 속에 ‘헬렌’은 직감적으로 그를 구해야한다 생각하고, 그의 탈출을 돕는다. 탈출에 성공한 ‘클라투’와 ‘헬렌’, 그리고 ‘제이콥’은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헬렌’은 ‘클라투’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마침내, 그의 경고를 무시한 인류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되는데…
정작 제목은 까먹고 있었는데 키아누 리브스 포스터 보고 '아 그 영화!' 하며 떠올랐네요 ㅎㅎ 엄청 재밌었다 그런 감상은 아니지만 영화에 나오는 외계로봇?의 외형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엄청 작은 검은 나노기계들이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모든 사물을 다 갉아먹는데 그 장면도 좀 충격이었고요. 일반적인 전쟁병기가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부각하는 느낌이 확 와 닿았죠.
그 기계들은 어떠한 지적 역량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행성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을 뿐이지요. 모든 지적인 것들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파괴하는 데 적응했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그들 자체는 무생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아직 무해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82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인체에서는 지방 조직이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는 확인 가능합니다. 그런데......이 사람들에게서는 지방 조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오랜 시간 굶주린 것처럼요.
우주 순양함 무적호 104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이것에 대한 이유가 뒤에 나오나요? 궁금하네요.
직접 설명하지는 않지만 <라우다 박사의 가설>의 설명으로 이해했을 때는, 구름이 생명의 의식활동을 전부 지워버리는 것으로 추측하는데 콘도르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로 모든 의식이 없어지면서 밥을 먹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가공음식을 꺼내먹는 방법이든, 요리를 하는 방법이든, 하다 못해 식재료가 보관된 창고에 들어가는 방법도 다 사라져버리니 그대로 다들 굶은 것 같습니다.
마침내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쳤고, 제 생각에는 그때 그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으리라고 봅니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지요. 이게 바로 진화이고 자연 도태입니다. 지적 측면에서는 고도로 발전했지만, 예컨대 그 크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생존 유지 능력이 없는 기계 장치는, 그들보다 지적 수준은 떨어지지만 에너지 측면에서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로봇들과 경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75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무생물 진화의 산물이면서, 아마도 사고할 줄 모르는 상대가 적군인 마당에 콘도르호 승무원들의 죽음에 대해서 복수 또는 보복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배와 선원들을 침몰시킨 벌로 바다를 채찍질하는 짓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184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태풍을 만났다고 바다를 때린다란 표현...앞으로 훔쳐서 여러 곳에서 써 먹어 보려고요~작가님 천재
확실히 작가나 시인들은 어떤 말을 직설적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상황이나 사물 등을 이용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가장 큰 차이점 같아요. 머리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치중립적이다'라는 말을 굳이 딱딱한 단어로 쓰기 보다는 모두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짧은 글로 잡아내는 능력이 부럽네요 항상
저 구름은 철로 이루어졌군.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5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다른 일로 못 읽다가 열심히 따라가는 중입니다. 구름 부분을 읽으면서, 메뚜기 떼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늘을 온통 덮은 메뚜기 떼 같은 느낌인데, 그게 생물이 아니라 철 같은 무기물질이라면 훨씬 더 공포스러울 것 같네요...
과학자들의 토론 장면이 참 흥미로웠어요. 과학적 가설의 타당성 유무와 함께 함내에서의 권력 관계도 작용한다는게 정말 현실처럼 느껴지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0일 내일부터는 일정상 책의 결말까지 포함되는 관계로 대화나 문장수집에서 내용이 언급될 수 있습니다. 아직 읽는 도중에 그믐에 들어오시는 분들께서는 유념해주세요~
무생물 진화의 산물이면서, 아마도 사고할 줄 모르는 상대가 적군인 마당에 콘도르호 승무원들의 죽음에 대해서 복수 또는 보복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배와 선원들을 침몰시킨 벌로 바다를 채찍질하는 짓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8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무심한 자연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자연현상이든.
책표지가 기계구름을 표현한 거라는 걸 오늘 깨달았네요! >.<
저도 다 읽고나서야 깨달았어요😆
무심...하게 책 표지를 보다가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솔라리스는 표지가 꽤 직관적이어서 읽다가 어떤 그림인지 이해됐는데 무적호는 한동안 감이 전혀 안잡혔다가 다시 보니 구름모양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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