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구름과 사이클롭스의 대결을 보며 이 기계들에게 정말로 지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힘만으로는 결판이 나지 않자 사이클롭스의 힘을 역이용해 무적호가 달아나게 만든 상황이 과연 구름이 의도하지 않은, 그저 우연일까요? 손자병법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그런 말이 있는데요. 적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려면 적의 물자와 병기를 취하여 되받아치고 자신의 자원은 보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상대는 자원은 자원대로 잃으면서 손해를 입고, 나의 자원은 온전히 지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인간들의 무기를 벌레만한 크기의 구름떼가 모여 물리치는 모습을 보며 '강하다'의 개념이 상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 구름이 로한의 얼굴을 형상화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지성이 없다는 생각이 맞는걸까 의심이 갔습니다.
엇, 전 구름의 표면이 거울처럼 풍경이 반사되어 로한의 얼굴도 비춘 것으로 이해했는데 얼굴 모양을 따라했나요? 오늘 마지막 장을 다시 읽으려고 하는데 확인해봐야겠군요.
확인부탁합니다. 전 그렇게 읽었는데 말이죠. 책을 반납해서 전 확인이 어렵네요. ㅋㅎ
'구름 속으로 불가해하게 요동치는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였는데, 로한은 그것이 괴기하게 일그러져 계곡 암석층의 반사 이미지임을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다. 그동안 구름 아래로 공중에 떠 있는 거울 비슷한 형체가 흔들거리며 늘어졌다. 어느 순간 그곳에 머리가, 구름 가장자리까지 이어질 만큼 거대한 인간의 형상이 나타났다. 신비한 리듬에 맞추어 쉬지 않고 춤을 추는 듯 흔들리는 이미지가 보였다가 안 보이기를 반복했고, 그 속에 나타난 인물은 로한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또 몇 초가 지났을 무렵, 늘어진 구름의 양쪽 가장자리 사이의 빈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어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313p 책에서는 마치 구름들이 거울 비슷한 물체를 만들어낸 주변 환경을 반사하는 것처럼 묘사되는군요. 그런데 저도 처음 읽을 때는 @밥심 님의 얘기처럼 구름들이 주변 사물을 모방해서 형상을 빚는 것으로 상상했어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보면 기계들의 지배자 급인 '엑스 마키나'가 사람의 얼굴을 본 뜬 나노머신 형태로 등장하는데 그런 광경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런데 왜 구름은 거울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서 주변을 비추는 걸까요? 전 '거울 검사(mirror test)'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거울 검사는 동물들이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이에요. 동물들을 수면마취한 상태에서 거울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머리 위, 이마, 턱 밑 등에 얼룩이나 스티커를 붙여놓고 깨어났을 때 거울을 보게 하는 방식입니다. 동물이 거울에 비추는 자신을 동일한 대상이 아닌 다른 개체로 인지한다면 얼룩이나 스티커에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 자신과 동일하다고 판단하면 얼룩과 스티커에 집중하거나 제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유인원류(고릴라, 침팬지 등), 까마귀, 까치, 고래 일부 종, 아시아코끼리가 확실히 통과했고 의외로 개와 고양이는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생쥐도 자기 인식 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51?searchCategory=223&nscvrgSn=254488 다만 거울 검사는 시각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시력이 좋지 않은 동물에게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특정 동물들이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 없다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사람도 눈이 좋지 않거나 보지 못하는 사람은 거울에 비추는 상을 온전히 인지할 수 없는 것처럼요. 거울은 자신과 주변 환경을 그대로 반사해서 보여주죠.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기존재와 더불어 주변환경을 보고 인지할 수 있고요. 구름이 골짜기 주변을 비춘 것은 어쩌면 주변 환경을 인지하려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구름에는 지성이 없다는 라우다 박사의 말이 답이 아닐 수도 있을 테고요.
구름의 전투 행태나 이미지 반사 등을 보면 지능이 없는 또는 매우 낮은 동물들의 본능에 따른 행동과 같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명의 형태가 다양하다면 지능의 작동방식과 개념도 다양하겠죠? "지능이란 '인간적인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문제다. 이 능력에는 두뇌가 필요하지 않으며 식물, 개미 군체, 심지어 소프트웨어에서도 지능을 찾아볼 수 있다." - <기계의 반칙> 인공지능에 관한 책에서 지능의 개념과 정의를 얘기하던 게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관점에서 지능을 얘기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지능이 다른 동식물에게는 필요 없는 지능일 수도 있죠. 또는 우리가 보기에는 지능이라고 생각 못할 수도 있고요. 라우다 박사가 말한 가설도 지구 중심의 동물과 인간 관점에서 보았을 때의 지능일 뿐 구름에게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이론일 겁니다.
해당 문장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거기에는 떨리는 손을 이마에 얹은 채 피로에 찌든 모습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로한은 벌써 사 년째 호르파흐 밑에서 복무하면서도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지금에야 어째서 호르파흐에게 아무것도 없는지, 왜 벽에는 지구에 남기고 온 가까운 사람들의 오래된 사진 한 장마저 없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전부는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그에게 지구는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물건 따위는 필요 없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등장인물에게 기억에 남는 서사를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때론 간단한 대사나 간접적 묘사만으로 상상하게 하는 것인데 이 대목에서 호르파흐가 어떤 인물일지 머리속에서 여러 상상이 뻗어나갔습니다. 애초에 지구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적도 없는, 외부행성이나 우주 출신인 사람일 수도 있고(그렇기에 고향이라고 할만한 개념이 없는) 지구 출신이지만 가족들과 헤어지거나 어떤 사고를 당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평생을 자신의 업에 전념하며 살아온 인물일 수도 있고요. 어느 쪽으로든 독자가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들어 흥미를 불어넣으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안개에 싸여있는 인물임을 유지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저도 완독했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님 다음 작품도 빨리 읽고 싶어요!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랐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바로 그 순간, 선장이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고, 또 으레 그래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2~263,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호르파흐와 곁에서 보좌하는 동안에는 더 이상 지체할 필요 없이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같은 명령을 절대 내리지 못할 것 같았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선내에서 그들 네 사람의 빈자리를 계속 느끼게 될 테고, 모든 것이 이전과 절대 달라질 수밖에 없으리라. 승무원들은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문득 그날 밤 함선을 돌아다니다가 깨달은 사실이 떠올랐다. 장차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품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할 터다. "봤지? 대원 네 명을 남겨 두고 그냥 떠나 버렸다고."
우주 순양함 무적호 p .26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그러나 우리 임무는 그것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실종자 네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사령관은 로한이 모든 학자들, 즉 인공두뇌 학자들과 전략가들보다, 이른바 컴퓨터로 작업하는 그들보다 더 완벽한 방안을 혼자 마련해 내리라고 기대한 것인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69~27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그곳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혼자 들어갔다가…… 돌아 나올 수 있네. 헬멧, 차량, 무기도 없이 말이야……."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7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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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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