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3) 전 사실 기이한 행동이라고 생각 안 하고 봤습니다. 왜 하는진 궁금했지만, 기이하다는 생각을 안 했고요. 사실 이유가 있을까도 싶습니다. 전에도 글에 올렸듯이 전 구름도 일종의 날씨처럼 받아들였습니다. 까만비처럼 쏟아지다 갑자기 증발하듯 날아가 버리는 것도 '지구인'인 저희 입장에서나 기이한 것이지 그 행성에선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않나?하면서 읽었어요. 우리가 날씨에게 왜!!! 토네이도를!! 왜 폭설을!! 왜 우박으로 기물파손을!!하고 묻지 않는 것처럼요. '그들에게 의도는 없었다'가 제 결론입니다. 저 너무 단순하죠? ㅎㅎ
렘 작가의 사상이나 성향을 생각해 보면 @꽃의요정 님 답글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
말씀하신 내용이 바로 이 대목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p.251 중간에 나오는 로한의 생각인데요. 문장 수집을 위해 포스트잇을 붙여둔 덕분에 금방 찾았습니다. p.251 "레기스는 무인 행성이고, 사람을 위한 환경이 아니야.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런 오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결국 승무원들은 폭풍이나 지진으로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어.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적대적인 태도로 우리를 막아서지도 않았어. 만약 무생물의 자생적 질서라면 …… 먼저 콘도르호를, 그 다음에 우리를 매복 공격한 적군이라고 여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질서를 망가뜨리기 위해서 모든 힘과 자원을 낭비할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인간이 터득하기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놀라운 현상들이 우주에 얼마나 많이 감춰져 있을까? 발디디는 곳마다 인간의 이해력에 상충하는 모든 것들을 함선의 무력으로 파괴해야 하는가?”
@은화 님도 그렇지만, 르구인 님을 보면서도 그믐에는 정말 제가 현실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지성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무적함 책도 @은화 님 따라서 두 번 읽으려 했으나, 대출기간의 압박 때문에 반납하고...흑흑 문장 수집 기능 덕분에 한 번씩 더 생각하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꽃의요정 님 포함 책을 읽으면 모두가 지성인이죠! 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한글 파일에 문장이나 문구를 수집하는데 가끔씩 열어보면 이전에 읽은 책들 생각이 나서 좋더라고요.
로한과 호르파흐 둘 다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죽음이 확인되었으면 모를까 실종상태의 대원을 두고 떠날수없다는 선장의 입장도. 가기싫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홀로 나서야했던 로한도. 훌륭한 인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상이라고 하시니 다른 아티스트들이 <우주 순양함 무적호>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폴란드에서는 Rafał Mikołajczyk라는 그래픽 아티스트가 2020년에 그래픽 노블로 출간했더라고요. 첨부된 사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의 인물이 로한이고 마지막 세 번째 사진의 인물이 호르파흐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분화구로 갔다가 구름에 당한 뒤의 순간 같네요. 저는 책을 읽을 때 로한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로 생각하며 읽었어요. 항해사라는 직책의 위치상 아주 젊은 나이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책에서도 아마 로한의 외모나 그의 나이,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나 문장이 전혀 나오지 않던 거로 기억합니다. 저는 굉장히 말끔하게 정복이나 제복을 차려 입고 면도를 한 각진 장교를 생각했는데 이런 로한의 모습도 재밌네요. 거친 주름과 수염을 보니 그도 함장 못지 않게 많은 고생을 하며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호르파흐의 경우, 이유는 모르겠지만(이름의 어감 때문인지) 인도나 중동 출신으로 느껴졌습니다. 남아시아 계통의 짙은 피부에 대비되는 흰 머리와 수염을 가진 풍채 있는 지휘관을 상상하며 읽었어요.
그래픽 노블이 있었군요!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림으로 보고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또 다른 읽는 맛이 있겠네요.
생명이란 뭘까 진화란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종의 번성이 생명이 가진 특성이라면 구름은 생명체인것같은데. 그 행성에 육지에는 구름만 있다는게 조금 걸려요. 다른 생명체와 공생할 수 없다는 점이. 지구를 차지하고 수많은 종을 없애버리는 인간과 어느부분 비슷하네요.
저는 은화님 아니었다면 무적호를 만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솔라리스의 난해하고 어렸웠다는 생각 때문에 무적호를 읽지 않고 넘어갔을 것 같습니다. 이 재밌는 책을 말이죠🤩 다른 분들의 후기에서 다른 생각과 감상을 읽으며 더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모임 책도 기대가득 기다려봅니다~
borori님도 한 달 간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모임 외에도 개인적으로도 렘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흡입력이 대단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읽히고 또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스타니스와프 렘.. 왜 대표적인 SF작가 중 한 명에 꼽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ㅎㅎ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우주 순양함 무적호>의 다른 표지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세 번째 사진은 책을 읽는 도중에 정보를 검색하다가 봤는데 당시 아직 완독하기 전이었던지라 표지만 보고는 혹시 책 후반부에 휴머노이드 오토마톤이 나오는 건가 싶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아마도 마지막 장에서 임무 중인 로한의 모습 같네요.
8번째 사진은 그래픽 노블의 표지, 9번째 사진은 오디오북의 표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9번째 사진이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지네요. 구름떼와 대비되는 무적호의 탑 같은 모습을 흑백만으로 표현해냈네요.
14번째 사진은 일본어로 번역한 도서 표지인데 살짝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납니다. 15번째의 사진은 도시의 초자연적이고도 기이한 느낌을 담아냈네요. 마치 <솔라리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어는 <사막의 혹성>이네요. 뭐가 됐든 영어 제목이 가장 읽고 싶은 제목이네요.... 근데 한국어와 일본어는 저 단어를 잘 해석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나라 표지가 제일 예쁘네요! 그리고 저 폴란드말 같은 알파벳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스타니스와프의 알파벳도 뒷부분은 읽다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컨셉아티스트 Jakub Fajtanowski가 그린 레기스의 풍경입니다. 행성 표면에 이곳 저곳 위치한 기계 구조물들을 그린 것 같네요. https://www.artstation.com/artwork/EOGKK
와- 책읽으면서 상상력의 한계를 느꼈었는데 이렇게 시각화해서 그려내다니 정말 멋지네요! 다양한 책표지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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