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3년전에 솔라리스를 읽었던 기억이 좋아서 이번 책 모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테드창의 sf 소설들을 좋아하는데 아직 초보 sf 독자입니다. 이번에 함께 읽기 하면서 즐거운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4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요. 실제 존재하지 않은 행성에 대한 풍경 묘사가 실제 같아서 놀랐습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mamerry

은화
안녕하세요 @mamerry 님. <솔라리스>에서도 스타니스와프 렘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행성의 유기체 바다와 거기서 나타나는 특이현상들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했죠. 마치 그런 광경을 직접 봤거나, 다녀온듯한 서술과 표현력을 보면서 작가가 상상력을 글로 구체화하는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렘 작가의 특징이자 장점이 이 부분 같네요.

mamerry
사구의 가장 아 래쪽은 하늘색 그림자로 가득했고, 꼭대기는 석양빛으로 물들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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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erry
“ 복숭아빛 색조들로 충만한 곳에서 눈길을 멈췄는데, 멀리 있는 사구일수록 더 빨간빛을 띠었다. 모래 언덕들이 군데군데 초들달 모양의 검은 그림자로 뒤엉켰다가, 노르스름한 회생 영역에서는 위협적으로 솟아오른 화산암 덩어리 주변 을 둘러싸고 있었다. ”
『우주 순양함 무적호』 p2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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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비교적 짧은 항해였기 때문에 극저온 동면 대신에 체온을 1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 주는 인공 수면을 적용했다. 오토마톤들만 함교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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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선미에서 뿜어져 나오며 조금 전까지 함선을 가속시켰던 불기둥은 마치 암흑을 가로지르는 무한한 길이의 장검을 떠올리게 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8,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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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첫 문단이 시작부터 매우 압축적이라고 느꼈는데요. 동면기술, 저온체온유지, 인간을 대신하는 오토마톤, 자동항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술이 등장하여 이 함선이 2급 순양함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를 바로 알게 해주네요.
또한 우주 공간에서 선미의 불을 내뿜으며 항해하던 함선이 반응기가 꺼지면서 관성과 무중력에 의해 날아가는 광경의 대비도 인상 깊습니다. 제 상상 속에는 은빛 또는 백색의 함선이 푸른 불을 내뿜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이후 칠흑의 우주를 홀로 유영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꽃의요정
갑자기 1급 순양함은 얼마나 대단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

은화
그러는 사이에 동면실에서는 이제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칠 개월 동안 지속된 무의 공간으로부터 짧은 꿈을 거쳐 현실로 돌아왔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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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모든 사람들이 가슴의 쿵쾅거림을 느꼈고, 고개를 기기들 가까이로 숙이며 땀이 가득한 손으로 제어용 레버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방금 사령관의 결정적인 외침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었다. 비록 모래 구덩이일지언정 드디어 실제로 사막 행성의 땅을 밟고 일출과 구름, 바람이 있는 세계를 조우하는 것이다. ”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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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석
안녕하세요^^ 좋은 책을 함께 읽게 되어 기쁩니다.
첫 챕터인 검은 비 만 읽었는데도 상당한 흡인력을 느낄 수 있네요. 실제로 본 것처럼 묘사하는 풍경이나 우주선과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을 여러가지 색깔로 표현하는 것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모래 사막 묘사를 흥미롭게 만들고 로한과 선장의 묘한 긴장감도 한몫을 하는 것 같고요. 검은 비 마지막에 등장하는 먹구름이 단순한 기상 현상인지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요석
먹구름은 낮게 움직이며 차츰 퍼졌다. 그 러고는 뭉실뭉실한 팔을 늘어뜨려서 착륙 지점을 에워싸더니 이동을 멈췄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5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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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역시 렘입니다.
왕년에 <우주 순양함 무적호>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은 읽지 않은 이유가 '무적호'라는 촌스러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이건 마치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만든 SF 영화 '승리호'를 만났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비슷했죠. 이렇게 밖에 제목을 짓지 못하나 하는 한숨이... 하지만, 이번에 <우주 순양함 무적호>를 읽으면서 렘의 매력에 또 다시 빠져들 수 밖에 없네요. 일요일에 대출했는데 벌써 100쪽을 넘게 읽었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은화
결말을 읽고 보니 마지막 장의 부제와 책의 제목을 서로 바꿔도 근사했을 것 같네요. 무적이라는 말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과학소설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지금의 제목도 나름 괜찮게도 느껴지네요.
밥심
심지어는 상대를 적이라고 인식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적에게 무적호라는 이름이 부여된 인류 최고 기술의 결정체가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아이러니!

르구인
그렇군요! 제목에 소설 전체를 관통히는 아이러니가 포함되어 있었군요… 저는 왠지 일본 만화 느낌나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깊은 고민과 계획이 들어있는 이름이었네요.

은화
전 처음 읽을 때 콘도르호의 운명을 보고 무적호도 불길한 미래가 기다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찾아보니 콘도르의 상징은 힘, 자유, 얽매이지 않는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지상으로 추락한 콘도르호의 상태와 이름의 연관성을 보며 무적호도 그 이름이 암시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패배라면 패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콘도르호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르구인
콘도르호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었군요!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 속에 상징, 은유, 철학이 많이 들어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저는 '패배' 부분의 전투 장면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깊은 내면도 전해지는 것 같았고요. 의식도 의지도 없는(??) 기계구름의 내면마저도 번져오는 것 같았습니다. 상당히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어요.

은화
사이클롭스와 구름의 대결을 보면서 레기스 행성의 과거에는 이런 일이 일상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죠. 현실에서도 점점 드론과 AI를 전투에 활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때도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띄고요.
두 기계의 전투도 강렬하지만 전 사이클롭스의 위력에서 만족과 복수심을 대리로 느끼는 승무원들의 감정묘사가 재밌더라고요. 자신들이 해낼 수 없는 일을 기계에게 맡기고, 거기서 감정의 유대를 갖지만 다르게 보면 인간 본연의 힘이 아닌 기계에게 의지하고 위탁하는 의존적인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결말부를 생각하면 오히려 무적호가 가진 강대한 도구들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인간의 지혜와 끈기로 목적을 이뤄냈죠. 외부의 힘을 통해서가 아닌, 인간의 내재된 힘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은화
로한이 문을 열었을 때 기술자 두 사람이 벽 패널 뒤에서 일종의 실물 환등기를 꺼내더니 곧 나머지 조명은 모두 꺼 버렸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5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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