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D-29
구조물이 파괴되어 혼란스러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적일 만큼 규칙적인 형태를 이루는 그 가지들은 결코 생명체일 수 없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6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여긴 도시가 아니었어…….” 로한은 자신이 목격한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듯 갑자기 외쳤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68,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라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던 겁니다. 마치 육지로 생물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엇인가가 막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듯이요…….”
우주 순양함 무적호 p.6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뭔가가 그것들을 아예 바닷속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현재까지 육지로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7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그렇다면 박사님은 그것들이 이미 탐사기를 봤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뭘 봤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은 왜 가지고 있는 걸까요?”
우주 순양함 무적호 p.7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가장 무서운 사실은 아마도 콘도르호와 무적호의 선내 구조가 거의 같다는 점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두 우주선은 쌍둥이 함선이었다. 로한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기억 속에 깊게 박힌 광란의 이미지들이 되살아났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10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콘도르호까지 읽었습니다. 와. 읽을수록 긴장도가 확 올라가면서 다음 장까지 연이어 읽고 싶게 하네요. 올해 상반기에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몇 개 조금씩 읽어봤는데요. 호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체불명의 미지의 무언가로부터 공포감이 로한이 느끼는 공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추측과 여러 분야 과학자들이 싸우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네요.
저 역시 이 소설을 읽다가 러브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렘 작가가 공포 소설을 썼다면 굉장히 인기를 끌었을 것 같아요. 저도 수집 문장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콘도르호에서 겪은 공포와 미지의 감정을 전혀 다른 공간임에도 다시 느끼는 기시감.. 살면서 데자뷰를 겪을 때가 종종 있죠. 생각해보면 재밌는 게 콘도르호와 무적호는 제원이 같긴 해도 별개의 함선이죠.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그들이 겪었던 시공간의 사건과 경험은 무적호가 동일하게 재현할 수 없으니까요. 로한과 무적호 선원들은 콘도르호를 쫓아 행성에 도착했고, 동일한 함선의 내부를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자신들이 밟게 될 미래를 먼저 맛보는 기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콘도르호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라도 했지, 무적호의 사람들은 사건의 원인과 진실을 알지 못한채 '다가올 결과'의 단편을 봐버렸으니까요. 결과가 정해져 있지만 그곳에 이르는 과정은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는 굉장히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로한이 그토록 공포에 질린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예전에 공포영화 중에 거울에 대한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거울에 깃든 귀신? 또는 악마?로 인해 사람들이 파멸하는 내용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도 한동안 거울을 못 본 적이 있어요. 특히 밤이 되면 더더욱 그랬고요.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를 가기가 싫었습니다. 가상의 작품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이 제가 가는 곳과 겹쳐 보이는 '익숙함'이 소름 끼쳤거든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되지만, 동일한 상황과 장소에서 자신도 그런 일을 겪을 것 같은 불안감을 단 세 문장으로 잡아내는 렘 작가의 표현이 좋았습니다. 공포를 주는 대상도, 구체적인 주변 묘사 없이도 상황과 분위기만으로 공포감을 끌어올리는 게 대단하네요.
저도 러브크래프트가 떠올랐어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읽은 분들이 꽤 많네요. 전 대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단편집을 읽었는데 어느 외딴 집의 식인 할아버지가 나오는 내용과 '그 집의 마녀' (제목이 정확하지 않네요) 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제게 러브크래프트 작가는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오르는 듯한 공포감이었는데 렘 작가는 마치 텅 빈 방에 홀로 놓인채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공포감이랄까요.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 처음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인사드려요.. 조금 늦었지만 ‘폐허 속에서‘까지 읽은 소감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196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우주선의 작동 방식이나 로봇, 기계장치의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럽고 기술적으로도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미지의 행성에 대한 묘사가 너무 디테일하고 사실적이어서 마치 내가 직접 행성을 탐험하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사막의 풍경 묘사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 떠오를 만큼 광할하지만, 치워도 다시 쌓이는 모래의 찜찜함과 집요함은 약간 결이 다르지만 일본 작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읽는 동안 몇가지 과학적 팩트와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설정들이 약간은 거슬리긴 했지만 작품을 즐기는 데 크게 방해되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흥미진진한 SF 영화를 처음 접할 때처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상태의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미지의 행성에서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는 어떻게 이루어질지, 콘도르호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무적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이 모든 궁금즘을 품고 앞으로 천천히 즐겨보고자 합니다.
과학적 팩트와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은 우리가 읽은 분량까지의 내용에서는 두가지 정도가 보였습니다. 1. (p.30) “이 노쇠한 혹성은 60억년은 된 듯해. 물론 태양도 오래전에 전성기가 지나가기는 했지. 그 별은 거의 적색왜성이 되었네.” - 태양이 앞으로 수명을 다하면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백색왜성으로 변화하면서 수명을 다할 것입니다. 따라서 적색왜성이 아니라 적색거성이 맞는 표현입니다.(적색 왜성은 처음부터 작게 태어난 별의 종류로서, 태양보다 훨씬 작고 어두우며 표면의 온도가 낮아 붉게 보입니다. 연료 소모가 매우 느려 수천억~수조년까지 살 수 있는 별을 따로 부르는 용어입니다. 2. (p.33) “그러니 자네는 소형 관측 위성 몇 대를 적도 부근 궤도로 보내 두게. 다만 일정한 저궤도를 돌게 해야 하네. 대략 70키로미터 정도로 말이야.” - 배경 행성는 화성 정도의 크기에 대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저궤도 위성이 300~1000km 상공에 위치한다는 점을 고려했을때(국제정거장 ISS는 약 400km), 70km 높이에서는 대기의 마찰때문에 궤도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진력이 필요합니다(위성의 정의에 어긋나죠). 물론 책에서는 이온층이라 수십번 돌면 위성이 전소될 것이라고 합니다. 수십번 도는 것 조차 성립되지 않고 전소되기 전에 포물선 운동으로 침몰할 것이기에 이 말을 틀렸다고 보는게 타당하겠습니다.
SF 소설을 읽을 때 과학적으로 맞느냐 따져보는 관점으로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죠. 덕분에 항성의 생애주기와 위성 궤도에 대해 알게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번역과정에서 다르게 기재된 걸지, 아니면 스타니스와프 렘이 활동하던 당시의 천문학 지식이 그랬던 건지 궁금하네요. (작가의 착각일수도 있겠죠?) 책을 읽다 보니 앞에서 말한 '비'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비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파리'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존재였던 것처럼요.
모래바람이 불어와서 벌거벗은 바위를 뒤덮고, 버려진 시추공을 메운 뒤 시간이 한참 지나자 서쪽에서 어두운 구름이 나타났다. 먹구름은 낮게 움직이며 차츰 퍼졌다. 그러고는 뭉실뭉실한 팔을 늘어뜨려서 착륙 지 점을 에워싸더니 이동을 멈췄다. 얼마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태양이 서쪽으로 완전히 넘어갔을 무렵, 그 구름은 사막에 검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5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저는 이 장면을 인공강우로 생각했습니다. 사막지역에 자연강우가 그렇게 갑자기 내릴 것 같진 않아서요.. 인공강우가 맞다면 미지의 행성에 머문 흔적을 검은 강우로 지워버리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적호가 미지의 행성과 그 생태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복선이 되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죠.
진도 나가다보면 정체를 알게 되실 겁니다.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물론 이런 속마음을 절대 입 밖에 내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어떤 사고 탓에 파괴된 우주선의 잔해를 보는 쪽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으리라. 그것이 원자로 폭발일지라도 말이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8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8번 갑판 화장실에서 발견한 비누 조각에는 사람의 잇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굶주렸을 리는 없었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p.8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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