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 [발행편집인과 함께 읽기]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D-29
그 뒤 두 달에 걸쳐 시모노세키조약 논의와 타결, 그리고 삼국간섭이 일본의 가장 중요한 관심이 된 동안 자금만 있으면 조선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이노우에의 한겨울 열정은 거의 사라졌다. 5월 19일 그는 무츠에게 비통한 전보를 보냈다. 자신은 왕실과 외무아문을 제외한 모든 조선 정부 부처에 일본인 고문을 배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거기에는 "일부러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조선 정부에서 "외국인에 대한 질투와 음모와 모략”에 부딪치고 있었다. 조선 당파 사이의 화해는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p.309,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물론 조선 정책을 기획한 일본 정부의 그런 고위 관료들이 사실상 공모자이자 살인자 집단이었으며 일본의 정부 조직을 장악하고 그것을 이용해 부국강병 · 노예화 · 침략 같은 범죄 행위를 추진했음이 드러나면 조선 왕비 시해 사건은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뒷받침할 수 없다. 또한 미우라와 그 밖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음을 입증할 수 있고, 그들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정부의 지시를 어겼거나 정부에게서 철저히 비난받을 만한 행위에 참여했다면, 이 경우도 긍정적인 답변을 뒷받침할 수 없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p.338-339,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그렇다면 우리는 노농파와 강좌파의 추정을 따라 일본의 아시아대륙 팽창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입각해 설명하는데 가장 열심인 학자들조차 청일전쟁 이전뿐 아니라 러일전쟁 시기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이 장의 결론에 이르렀다. 경제 문제는 일본이 조선 병합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43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유리를 마닐라만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은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기 위해 35년 동안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의미할까? 아니, 그렇지 않으며 일본의 조선 강점도 그런 단순한 음모 가설로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결론, 음모론에 대한 거부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47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조선 병합을 향한 일본의 과정은 하나의 흐름, 하나의 명확한 국가적 접근이 아니라 산속에 있느 세 개의 샘처럼 이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세 개의 물줄기가 점차 합쳐저 조선을 집어삼킨 홍수가 된 것이었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48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일본의 조선 강점이 주는 교훈은 근대사의 한 단면일 뿐이지만 케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난제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무서운 가능성을 알려준다. (…) 조선의 사례는 거의 완벽한 조건 속에서 두드르진 실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실주의 외교의 실험실 시험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적 상황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접한 결과일 것이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53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그 결과 조선의 경우 동아시아 전체가 신과 유교적 미덕에 뿌리를 둔 일본 제국주의 체제의 자비 아래서 살아야 한다는 환상은 합병에 의해 조장됐는데, 일본의 현실주의적 지도자들은 조선에 미안한 것보다는 안전한 것이 낫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강행했고, 다른 나라의 ‘현명한’ 지도자들은 그것이 다른 강대국의 이해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57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조선인에게 기본적으로 옳고 괜찮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중국의 유교 아래 낙후됐지만 중립적 국가로 내버려두는 것이 옳았을까? ‘선진국’들의 간섭이 가져온 안타까운 결과를 생각하면 그런 판단을 수긍하게 ㅗ디면, 넬슨의 『조선과 동아시아의 구질서』는 그런 생각을 분명히 담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조선의 정치 사회 구조를 동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그것의 부적절함과 심지어 타락을 인정한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60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인에게 기본적으로 옳고 괜찮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기준틀 안에서 조선에는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사상의 흐름이 필요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앨런• 포크• 하나부사• 이노우에 가쿠고로• 베베르 등의 활동을 그저 냉소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특히 조선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상에 관심을 갖도록 영감을 줬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조선에 문명을 전파한 사람들이었다. 조선 진보주의의 현상은 아마 200년 동안 조선에서 발전한 것 가운데 가장 건강했을 것이다. (…) 갑신정변은 그들의 미래 전체에 불신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61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과 미국이 국익에 기반한 정책을 펼치기보다 꾸준한 이상주의를 적용했다면 조선과 자신들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됐을 수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562쪽,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오늘 <일본의 조선강점 1868-1910> 모임 마지막 날이네요. 1-14일 0:00 종료 예정이니까요. 우리가 책을 읽는 무수히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 위함이라 생각해요. 온갖 분야의 온갖 글들을 읽으려 늘 노력하고 이 글들 속에서는 하나의 사안을 놓고 다양한 관점을 만나고자 노력하지만, 유독 일제 식민지 치하의 우리 역사에 한해서는 민족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접근의 글들 위주로 만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것조차도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인접한 두 국가가 서로 다투고 갈등한 역사, 원수지간으로 지낸 역사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 책 <일본의 조선 강점>은 인상 깊은 읽기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의 조선 합병과 관련된 글들을 분노(한국인으로서 가지는 역사적 빡침) 에서 한 발짝 두 발짝 물러서서 읽을 수 있었거든요. 역사적 빡침이라는 정동에서 벗어나 국제관계라는 관점에서 이 시기의 역사를 읽어갔습니다. 양차 세계대전의 열매를 따먹고 패권국가가 된 미국의 백인 남성 학자가 쓴 <조선의 일본강점>을 통해 국제관계의 한 사례로서 일본의 조선강점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테오리아 출판사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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