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D-29
아이고, 이런! 아침 출근길에 택배를 발견하면 온종일 궁금한데, 안타깝네요. <도토리>는 데라다의 서정적인 수필이 주로 실려 있더라고요~
기다란 관 속에 수소와 산소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집어넣은 다음 관 한쪽 끝 가까이에서 작은 전기불꽃을 일으킨다. 그러면 불꽃에서 시작된 연소가 차례차례 번져가고, 전파 속도는 급격히 증가하다가 마침내 이른바 ‘폭발파’가 만들어져서 놀랄 만한 속도로 진행된다. 이러한 원리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수소의 혼합 비율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으면 아무리 전기불꽃을 일으켜도 연소하지 않는다. 물론 전기불꽃 바로 옆에서는 화학작용이 일어나지만, 사방으로 널리 전파되지 못한 채 거기서 끝나버린다. 유언비어가 퍼지는 상황은 앞서 말한 연소의 전파와 형식상 다소 비슷한 점이 있다.
전차 B의 혼잡 22쪽,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두 번째 글인 <유언비어>의 한 구절입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에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을 비판하는 글이지요.
얼마 전 강진이 났을 때도, 일본 SNS에 중국이 일으킨 인공지진설이라는 유언비어가 떠돌기도 했잖아요? "도쿄 시내에 유언비어가 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그 책임의 절반은 시민이 져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유효한 충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리학은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앎의 학문이면서 의심의 학문이다. 의심하기에 알고, 알기에 의심한다.
전차 B의 혼잡 p9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모르면 의심조차 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알고 의심하고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의심하지 않고 어림짐작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반성하게 되었어요. 간명하고 쉬우면서도 많은 점을 꿰뚫는 문장입니다.
주말에 앞서 고치시에 있는 데라다 도라히코의 기념관 사진을 남깁니다.
수필 속 몇몇 장면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정말 가보고 싶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아직 책을 읽는 중이실 분이 다수 일 것 같아 모임 첫 주 주말은 데라다 도라히코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 뒤에 연보가 있습니다만, 고등학교에 입학해 당시 영어 교사였던 나쓰메 소세키와 물리 교사였던 다마루 다쿠로를 만난 것이 그의 인생을 결정하는 계기였지 싶습니다. 전, 번역을 하기 앞서 늘 저자의 사진이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곤 하는데, 고등학생 데라다는 이런 얼굴이었답니다.
그리고 그는 글쓰기와 연구 하기 외에 또 다른 재능이 있었는데요. 바로 제법 그림을 잘 그렸답니다. 이렇게 다재다능하다니, 참 부럽단 생각을 했더랬지요.
집요하게 주위를 관찰하는 과학자의 그림으로 보기에는 참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네요.
스승이 훌륭했던 덕일까요? 데라다 도라히코 자신도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는데요. 그중엔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든 기상물리학자인 나카야 우키치로가 있지요. 나카야 역시 2세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흥미로운 저서를 다수 펴냈는데요. 국내에는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 <과학의 방법>이란 책이 나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나카야 우키치로 저서는 제목만 봐도 뭔가 멋지네요. 꼭 읽어봐야겠네요. 독서는 책과 책이 이어지는 순간이 또 큰 재미인 것 같아요.
지금 막 첫 번째 목차 <전차 B의 혼잡>을 읽었는데, 경의중앙선과 1호선이 생각나는 작품이네요. 이과가 아니라서 딱 정확히 이해했다곤 할 수 없지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벌레가 점점 수를 늘려가며 전부 인간과 평등한 생존 권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벌레에게는 인간 쪽이 해충일 게 틀림없다. 장미꽃이든 뭐든 벌레한테는 그저 필요한 영양물질이건만 인간이 쓸데없는 오락을 위해 독점하려고 벌레를 손끝으로 뭉개다니, 벌레 입장에선 꽤 포악한 짓일지 모른다.
전차 B의 혼잡 33,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나는 목적지에 1-2분 일찍 도착하는 게 더 중요했던 적이 거의 없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과연 전차에서 내리고 나서 그 정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전차 B의 혼잡 1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여기서는 일본인의 국민성과 연관을 시켰는데 전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인의 빨리빨리 조급한 마음이 한국인의 국민성과 어딘가 연관성을 가졌나 했어요. 전철이나 비행기에서 내릴 때 어차피 일찍 내려도 공항에서 기다리는 건 비슷한데 굳이 앞다투어 일찍 내리려는 거 보면 과연 얼마나 시간을 아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공식을 끝까지 파고들면 묘한 결론에 다다른다. 첫째, 도쿄 시내 전차의 승객 대다수는 - 비록 무의식일지언정 - 스스로 원해서 만원 전차를 골라 탄다. 둘째, 그럼으로써 그 만원 전차의 혼잡도를 더욱 높이는 데 일조한다.
전차 B의 혼잡 1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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