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D-29
수필 속 몇몇 장면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정말 가보고 싶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아직 책을 읽는 중이실 분이 다수 일 것 같아 모임 첫 주 주말은 데라다 도라히코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 뒤에 연보가 있습니다만, 고등학교에 입학해 당시 영어 교사였던 나쓰메 소세키와 물리 교사였던 다마루 다쿠로를 만난 것이 그의 인생을 결정하는 계기였지 싶습니다. 전, 번역을 하기 앞서 늘 저자의 사진이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곤 하는데, 고등학생 데라다는 이런 얼굴이었답니다.
그리고 그는 글쓰기와 연구 하기 외에 또 다른 재능이 있었는데요. 바로 제법 그림을 잘 그렸답니다. 이렇게 다재다능하다니, 참 부럽단 생각을 했더랬지요.
집요하게 주위를 관찰하는 과학자의 그림으로 보기에는 참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네요.
스승이 훌륭했던 덕일까요? 데라다 도라히코 자신도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는데요. 그중엔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든 기상물리학자인 나카야 우키치로가 있지요. 나카야 역시 2세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흥미로운 저서를 다수 펴냈는데요. 국내에는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 <과학의 방법>이란 책이 나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나카야 우키치로 저서는 제목만 봐도 뭔가 멋지네요. 꼭 읽어봐야겠네요. 독서는 책과 책이 이어지는 순간이 또 큰 재미인 것 같아요.
지금 막 첫 번째 목차 <전차 B의 혼잡>을 읽었는데, 경의중앙선과 1호선이 생각나는 작품이네요. 이과가 아니라서 딱 정확히 이해했다곤 할 수 없지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벌레가 점점 수를 늘려가며 전부 인간과 평등한 생존 권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벌레에게는 인간 쪽이 해충일 게 틀림없다. 장미꽃이든 뭐든 벌레한테는 그저 필요한 영양물질이건만 인간이 쓸데없는 오락을 위해 독점하려고 벌레를 손끝으로 뭉개다니, 벌레 입장에선 꽤 포악한 짓일지 모른다.
전차 B의 혼잡 33,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나는 목적지에 1-2분 일찍 도착하는 게 더 중요했던 적이 거의 없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과연 전차에서 내리고 나서 그 정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전차 B의 혼잡 1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여기서는 일본인의 국민성과 연관을 시켰는데 전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인의 빨리빨리 조급한 마음이 한국인의 국민성과 어딘가 연관성을 가졌나 했어요. 전철이나 비행기에서 내릴 때 어차피 일찍 내려도 공항에서 기다리는 건 비슷한데 굳이 앞다투어 일찍 내리려는 거 보면 과연 얼마나 시간을 아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공식을 끝까지 파고들면 묘한 결론에 다다른다. 첫째, 도쿄 시내 전차의 승객 대다수는 - 비록 무의식일지언정 - 스스로 원해서 만원 전차를 골라 탄다. 둘째, 그럼으로써 그 만원 전차의 혼잡도를 더욱 높이는 데 일조한다.
전차 B의 혼잡 1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혹시 어떤 계기로 도쿄 시내에 유언비어가 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그 책임의 절반은 시민이 져야 한다. ... 대지진과 대화재가 한창인 와중에 폭동이 일어나 도쿄 시내 우물에 독약을 집어넣고 주요 건물에 폭탄을 마구 던진다는 뜬소문이 퍼졌다고 치자. 그때 시민 대다수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전차 B의 혼잡 23-24,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나카지마 아츠시의 '순사가 있는 풍경' 외에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에 대해 쓴 작품이 여기에도 있군요. 연소 전파의 이론을 통해 가짜 뉴스는 만드는 사람도 문제지만 믿는 사람도 어느 정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네요.
화가들이 이야기하는 소위 "데셍이 정확하다" 혹은 "부정확하다"는 말도 결국 이런 의미에서 '심리적으로 진실한 묘사'를 하라는 뜻 같다. 이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면 캐리커처야말로 가장 정확한 초상화인 셈이다.
전차 B의 혼잡 2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결국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에 같은 물체라도 길고 짧음, 멀고 가까움이 제각각 달라진다. 두 개 막대기 중 어느 쪽이 자이고 어느 쪽이 주걱인지 알 수 없게 되므로 이 세상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과학이 번창하고 문학이 활기찰 뿐만 아니라 비평가라는 이상한 작업이 성립하리라.
전차 B의 혼잡 3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책을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참 재미있네요. 저도 이과생이고 극T의 성격이어서 가끔 문과생만 가득한 저희 가족과 유머코드나 취향이 안 맞을 때가 많은데 이 분과는 잘 맞는 것 같아요^^
나는 과학 상식이란 일부러 천왕성 거리를 암기하거나 갖가지 비타민 종류를 터득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작용하여야 하고, 판단 기준이 돼야 마땅하다.
전차 B의 혼잡 25-26,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무슨 연유로 벌이 도마뱀을 공격했는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사업상 경쟁자'라는 말로 쉽게 설명될 법한 행위 동기가 여기에도 적용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활극은 내게 여러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자연현상에서 인간에게 알맞은 윤리가 반드시 도출되리란 법은 없다.
전차 B의 혼잡 34,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물론 곤충의 행위는 곤충의 행위로, 인간과는 무관한 일이다. 인간이 곤충보다 못하다는 결론 따윈 오늘날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데도 곤충이 행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실로 재미있다. 감탄이 나올 뿐, 결코 화가 나지 않는다. 내게는 그걸로 충분하다. 인간이 하는 짓을 보며 화만 내는 많은 이여, 잠시 짬을 내어 곤충의 세계를 구경해보길.
전차 B의 혼잡 3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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