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D-29
만약 세상 사람이 전부 시각장애인에다 청각장애인이라면 어찌 될까. 한정된 감각뿐인 세계에서도 그들은 나름대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점점 발달하고 체계를 세워 어떤 물리학을 만들어낼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물리학은 우리가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겠지만.
전차 B의 혼잡 72,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애초 완전히 임의로 ... 하나의 개념을 부여한 뒤 해석만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수학과 달리, 물리학은 자기 위에 실제 주어진 외계 현상을 계통화하는 분야라서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
전차 B의 혼잡 7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나쓰메 소세키 선생은 일찍이 강연에서 과학자와 예술가는 자신의 직업과 기호를 완전히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전차 B의 혼잡 86,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면 필시 둘은 주저 없이 회심의 악수를 나눌 것이다. 그들이 같은 진리의 반쪽씩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전차 B의 혼잡 88,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어떤 이는 과학은 현실에 입각하고 예술은 상상이나 이상에 관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구별은 그다지 명백하지 않다. 넒은 의미에서 가설 없이는 과학이 성립할 수 없듯 엄밀한 의미에서 현실을 벗어난 상상은 성립할 수 없다. 과학자가 구성한 과학적 계통은 결국 인간 두뇌 속에 쌓아 올린 건축물이자 제작물로, 현실 그 자체가 아님은 철학자에게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예술가가 만든 작품 역시 아무리 공상적일지언정 모두 현실의 표현이자 자연법칙의 기술이어야 한다.
전차 B의 혼잡 9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물리학은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앎의 학문이면서 의심의 학문이다. 의심하기에 알고, 알기에 의심한다.
전차 B의 혼잡 9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인간은 하나의 미분이다. 인간 지혜가 도달할 수 있는 미분은 무한대다.
전차 B의 혼잡 9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기초 원리와 원칙을 밝혀내는 위대한 과학자는 언제나 가장 무지하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기 마련이다.
전차 B의 혼잡 98,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의심하고 고찰하며 자연 속에서 직접 스승을 찾은 사람이야말로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다.
전차 B의 혼잡 10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독서는 물론 매우 필요하지만, 단 하나를 읽고 열을 의심하며 백을 생각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차 B의 혼잡 10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뭔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조금 딱하기도 하다. 무서운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하며 무서운 것이 없는 세상은 쓸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차 B의 혼잡 10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이런 투쟁과 살육의 세계가 아름다운 꽃밭과 나무숲 사이에서 펼쳐진다. 인간이 국제연맹의 꿈을 꾸는 동안에 말이다.
전차 B의 혼잡 115,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국제연맹 (League of Nations)도 결국 1919년에 기획되었지만 1930년대 이후 분쟁에 무기력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해체되었죠..;; 이 작가가 이 글을 게재한 당시가 1921년이었군요..
어떤 학자의 가설에 따르면 동물계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두 파로 나뉘었다. 한쪽은 외부에 단단한 키틴질을 두른 곤충이 됐고 그중 가장 진보한 벌과 개미다. 다른 한쪽은 몸통 중심에 단단한 척추가 생겼다. 그 가운데 가장 발달한 것이 인간이다. 나는 이 설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떻든 곤충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투쟁 정신이 모든 척추동물에게 전해졌을 테니, 그 마지막 단계인 이르러 과연 어떻게 발전했을지 사뭇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우리 선조가 도롱이벌레나 거미의 선조와 같은 수준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전차 B의 혼잡 115,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이 당시 청일전쟁, 러일전댕, 그리고 한일합병을 거쳐 점차 일본 제국주의의 수순을 착실히 밟아가는 와중 작가의 인류관이 어떻게 변해갔을 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괜히 어중간한 인간보다 고양이나 도롱이벌레 등 자연으로 관심이 더 간 게 아닐 거다.
그런 느낌이 느껴지죠.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달까. 초기 수필은 서정적인 인상이 강한 반면 후기로 갈수록 건조한 시선이 배어나는 작품이 많이지죠.
@토베루 님, 생각해보니 이 수필작품들이 당시 나온 순서대로 배열된 것일까요? 후기로 갈수록 변하는 시선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나 동물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책에 실린 글 순서는 시간 순서는 아니에요. 혹시 글 발표 순서가 궁금하시다면 연보를 참조해주세요.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적어두었지요.
이처럼 자주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면 해당 지역 주민은 오랜 옛날부터 뭔가 적당한 대책을 세워 재해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마땅한데, 실제로는 좀처럼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인간계의 '자연현상'인 듯하다.
전차 B의 혼잡 11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자, 그로부터 37년이 지났다고 하자. 먼젓번 쓰나미를 조사한 정부 관료, 학자, 신문기자는 대부분 고인이 됐거나 사회에서 은퇴한 지 오래다. 재해 당시 한창 활동하던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비슷한 처지일 게 뻔하다. ... 그리하여 만 수천 일이 저물고 드디어 운명의 마지막 날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총소리에 놀라 멀찍이 날아갔던 괭이갈매기가 어느새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것과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전차 B의 혼잡 118-11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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