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D-29
별사탕은 제조 과정이 실로 신비롭다. 일단 정제된 설탕에 물 소량을 더해 냄비 안에서 녹인다. 걸쭉한 액체가 되면 별사탕의 핵인 양귀비씨를 넣고 주걱으로 휘젓는다. 그렇게 퍼 올리듯 계속 젓다 보면 저절로 별사탕 형태가 완성된다. 안에 심핵이 있고 그 주변에 설탕이 엉겨 붙어 점점 성장하는 현상 자체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왜 저렇게 뿔이 솟아나며 자라나는지는 의문이다.
전차 B의 혼잡 162쪽,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또 숫자로 된 기록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숫자가 대표하는 양 즉 크고 작은 점 외에서도 뛰어나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자명한 일이지만, 왕왕 잊히기 쉬운 사실이다.
전차 B의 혼잡 153,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우리도 왕왕 잊기 쉬운 일이지요.
맞아요. "공간 속에 정지한 점 하나의 위치를 결정할 때조차 수치 세 개(x, y, z)가 필요하다"는 말이 공감가는 이유겠죠.
│p.133│ 과연 커피는 무서운 독약이구나! 감탄하는 동시에 인간이란 존재가 실로 아주 적은 약물에도 한껏 지배당하는 가련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p.134│ 종교는 때때로 사람을 취하게 해서 감각과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술과 비슷하고, 커피는 감각을 예민하게 해서 통찰과 인식을 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비슷하다. 다만 술이나 종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많아도 커피나 철학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전자는 신앙적이고 주관적이지만, 후자는 회의적이고 객관적이기 때문이리라.
커피 한잔에서 시작해 사상사까지 아우르는 데라다의 글맛이 살아 있는 문장이네요.
별사탕에 양귀비씨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요 ㅋㅋㅋ
옛날 방식이지요. 요즘은 거의 그렇게 안 만든데요.
행상인 소리는 어째서 스러져가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 점점 사라져가는 중이다. 보통교육을 받은 사람은 이제 대낮 길거리에서 소리치며 걸어 다니는 게 창피해서 못 하는 걸까. 아니면 목소리로 자기 존재를 알리고 얌전히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로는 장사가 안 되는 세상이 된 걸까. 혹은 행상이라는 일 자체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경제 방식이 되어버린 걸까.
전차 B의 혼잡 145쪽,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저흰 동네엔 여름이면 막걸리 파는 할아버지가 리어커를 끌고 다니시지요. 소리 치진 않으시지만요.
저희 동네는 가을에 국화 파는 트럭이 와서 "국화꽃이 왔어요~ 아름다운 국화꽃이 왔어요. 사모님 나와서 구경하세요 아저씨도 나와서 구경하세요"라고 녹음된 소리를 틀고 다녀요. 그 소리가 정겨워서 국화 화분을 산 적도 있어요. 잘못 키우고 말았지만. 국화는 실내에서 키우면 잎에 진딧물이 생긴다는 걸 새로 알게 됐어요. 데라다 도라히코가 정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정원 자체가 참 부러웠던...
독서는 매우 필요하지만 단 하나를 읽고 열을 의심하며 백을 생각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차 B의 혼잡 p10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책을 읽는 것에서만 끝내는 경우가 많은 저를 뜨끔하게 만든 문장입니다!
그래도 첫발을 디뎠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암요~~ 암요~~(다정한 말씀 감사드려요)!
지금도 그 소리를 떠올릴 때마다 어쩐지 신비한 — 신비하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 느낌이 든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전차 B의 혼잡 181쪽,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오늘처럼 새벽까지 깨워 있다 보면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잘 들리곤 하지요. 그때마다 생각합니다. 아, 낮에는 못 듣던 소리다!
아무튼 행상인 소리는 정말 녹음을 해두고 민속학에서든 어디서든 기록해 후대에 전해주면 좋겠어요.
대학 때 녹음기 들고 민담 수집하러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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