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D-29
독서는 물론 매우 필요하지만, 단 하나를 읽고 열을 의심하며 백을 생각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차 B의 혼잡 100,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뭔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조금 딱하기도 하다. 무서운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하며 무서운 것이 없는 세상은 쓸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차 B의 혼잡 10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이런 투쟁과 살육의 세계가 아름다운 꽃밭과 나무숲 사이에서 펼쳐진다. 인간이 국제연맹의 꿈을 꾸는 동안에 말이다.
전차 B의 혼잡 115,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국제연맹 (League of Nations)도 결국 1919년에 기획되었지만 1930년대 이후 분쟁에 무기력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해체되었죠..;; 이 작가가 이 글을 게재한 당시가 1921년이었군요..
어떤 학자의 가설에 따르면 동물계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두 파로 나뉘었다. 한쪽은 외부에 단단한 키틴질을 두른 곤충이 됐고 그중 가장 진보한 벌과 개미다. 다른 한쪽은 몸통 중심에 단단한 척추가 생겼다. 그 가운데 가장 발달한 것이 인간이다. 나는 이 설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떻든 곤충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투쟁 정신이 모든 척추동물에게 전해졌을 테니, 그 마지막 단계인 이르러 과연 어떻게 발전했을지 사뭇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우리 선조가 도롱이벌레나 거미의 선조와 같은 수준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전차 B의 혼잡 115,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이 당시 청일전쟁, 러일전댕, 그리고 한일합병을 거쳐 점차 일본 제국주의의 수순을 착실히 밟아가는 와중 작가의 인류관이 어떻게 변해갔을 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괜히 어중간한 인간보다 고양이나 도롱이벌레 등 자연으로 관심이 더 간 게 아닐 거다.
그런 느낌이 느껴지죠.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달까. 초기 수필은 서정적인 인상이 강한 반면 후기로 갈수록 건조한 시선이 배어나는 작품이 많이지죠.
@토베루 님, 생각해보니 이 수필작품들이 당시 나온 순서대로 배열된 것일까요? 후기로 갈수록 변하는 시선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나 동물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책에 실린 글 순서는 시간 순서는 아니에요. 혹시 글 발표 순서가 궁금하시다면 연보를 참조해주세요.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적어두었지요.
이처럼 자주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면 해당 지역 주민은 오랜 옛날부터 뭔가 적당한 대책을 세워 재해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마땅한데, 실제로는 좀처럼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인간계의 '자연현상'인 듯하다.
전차 B의 혼잡 117,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자, 그로부터 37년이 지났다고 하자. 먼젓번 쓰나미를 조사한 정부 관료, 학자, 신문기자는 대부분 고인이 됐거나 사회에서 은퇴한 지 오래다. 재해 당시 한창 활동하던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비슷한 처지일 게 뻔하다. ... 그리하여 만 수천 일이 저물고 드디어 운명의 마지막 날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총소리에 놀라 멀찍이 날아갔던 괭이갈매기가 어느새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것과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전차 B의 혼잡 118-119,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공교롭게도 '자연'은 과거 습관에 충실하다. ... 과학 법칙이란 필경 '자연의 기억이 쓴 비망록'이다. 자연만큼 전통에 충실한 것은 없다.
전차 B의 혼잡 121,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자연만큼 전통에 충실한 것도 없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는 그러고 있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 문장이 나온 것 이후에 동일본대지진의 쓰나미로 인해 생긴 재해가 생각나더라구요.
지금 막 <커피 철학 서설> 읽었는데, 우유가 예전에 일본에서 몸이 약한 사람이 챙겨 먹는 의약품에 가까웠다니... 너무 충격이에요😵
ㅎㅎㅎ 우리 딸은 유당불내성 때문에 우유를 잘 못 먹는데.. (하긴 동양인 중 많은 인구가 그렇죠)
지금도 우유는 건강식에 속하지 않나요?
종교는 때때로 사람을 취하게 해서 감각과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술과 비슷하고, 커피는 감각을 예민하게 해서 통찰과 인식을 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비슷하다. 다만 술이나 종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많아도 커피나 철학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전자는 신앙적이고 주관적이지만, 후자는 회의적이고 객관적이기 때문이리라.
전차 B의 혼잡 134-135,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제가 보통 우유를 탄 커피를 안 마시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걸 읽으면서 보통대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또 라떼(실은 플랫화이트)까지 마셨네요. ㅎㅎㅎ 참을 수 없었습니다.
커피에 취하셨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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