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D-29
어리석게도 자기는 이런 시련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리석게도 자기는 이런 시련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기는 결국 이상적인 평화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천국의 열쇠 P.522,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하느님께 봉사한다는 거룩한 사제라는 작자가, 구원해야 할 불쌍한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버렸다는 자책감은 씻을 수 없었다.
천국의 열쇠 P.537,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그뿐만 아니라 나는 경솔하게 흥분하면서 ‘침략적인 그리스도교 선교 방법’에 대한 반론을 펴고 "당신네 선교사들은 입국할 때는 복음서를 가지고 오지만 귀국할 때는 땅을 약탈해 간다."는 파오 씨 사촌의 말을 인용했다.
천국의 열쇠 P.562,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나는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전력을 다한다고 했지만 얼마나 심한 장애에 부닥쳤고 또 실패를 거듭했던가.
천국의 열쇠 P.575,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성직자로서의 내 경력은 우스꽝스러운 것으로만 가득 차있는데... 이제는 8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어린아이까지 양육해야 한다니... 내 인생의 종말은 더욱 기묘하게 장식되려나 보다.
천국의 열쇠 P.581,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나는 내가 물러받은 종교를 사랑하고 30년 이상이나 최선을 다해서 그것을 가르쳐 왔다. 그리고 그 일은 온갖 기쁨의 원천, 영원히 마르지 않을 감미로운 샘의 원천으로 나를 인도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 너무 오래 격리되어 있다 보니 내 신앙도 세월 따라 더욱 단순해지고 정화되어 버린 것 같다. 교리에 관한 쓸데없이 복잡한 이론은 모두 깨끗이 치워버렸다. 솔직한 이야기로 인간이 금요일에 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영원한 불에 태워지다니, 나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같은 근본적인 것을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천국의 열쇠 P.582,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우쭐할 것 없소. 안나 일로 말이오. 내가 뇌물을 주었단 말이오. 구두 속에 늘 넣어둔 50달러를 준 거라고.
천국의 열쇠 P.621,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우리의 뼈는 썩어서 들판의 흙으로 변하겠지만 영혼은 빠져나가 영광과 광명의 천상에 살리로다. 하느님은 인류 공통의 아버지로다.” 슬리브 신부는 마음을 부드럽게 가지며 치점 신부를 바라보았다. "근사한 말이군요. 이것은 성 바오로가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 “아니오. 이건 공자의 말씀이오.”
천국의 열쇠 P.659, A. J. 크로닌 지음, 이승우 옮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틴어: Concilium Oecumenicum Vaticanum Secundum)는 1962년 10월 11일부터 1965년 9월 14일까지 4회기 동안 바티칸에서 개최된 가톨릭의 제21차 보편 공의회이다. 이 기간 동안 계속해서 회의를 한 것이 아니라 한 회기(1개월에서 3개월)씩 4번 회의가 진행되었다. 요한 23세의 재위 기간 동안에 개최된 첫 번째 회기는 1962년 10월 11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었고, 바오로 6세의 재위 기간 동안에 개최된 나머지 3개의 회기는 1963년 9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1964년 9월 14일부터 11월 21일까지, 1965년 9월 14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었다. 즉, 이 공의회의 시작은 요한 23세가 했고, 마무리는 바오로 6세가 했다. -나무위키
[독후감] 이정아 작가님이 신부님께 받았다며 한 권의 책을 빌려줬다. 자격증이나 전문 서적 말고는 좀처럼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편인데, 솔직히 아끼는 지인이 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은 영원히 내 서가에 꽂힐 일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치점 신부의 생애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굴곡을 피할 수 없다보니, 척하면 척하고 이해되는 맥락이 너무나도 많았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밀리 신부에 비추어 자신의 커리어가 실패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한이 비친 장면에서는, 나 역시 지난날의 직장생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실리를 좇는 회사에서 윤리를 이야기하다 결국 몸이 망가져 나왔던 시간들, 똑똑하게 처신하는 동기들의 출세를 보며 스스로를 '헛똑똑이'라 여겼던 지난날의 내가 그곳에 있었다. 소설 속 치점 신부의 삶은 너무나 굴곡져서, 소설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는 치점 신부만큼이나 찬란한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종교와 거리가 먼 남편마저 눈물 흘리게 한 이태석 신부, 가난한 민중을 보듬고자 치즈 사업에 몰두했던 지정환 신부, 청소년들의 든든한 햇살 같은 조재연 신부님까지. 그리고 우리가 아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엘리자벳 자매에게 이 책을 권하신 수서동 신부님 또한 치점 신부를 닮은 삶을 살고 계시는 듯하다. 사람은 결국 자신을 닮은 책에 끌리기 마련이니까. 늘 진리를 추구하는 길은 타협을 덜 하기에 굴곡질 수밖에 없다. 옳은 길을 간다 해도 세상으로부터 푸대접이나 학대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 발짝씩 옳은 길을 나아가기 때문에 세상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출간을 허락한 바오로딸 출판사도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 종교에 대한 포용성이 놀랍도록 깊었다. 바오로딸이 천주교 출판사가 아니던가. 비신자도, 타 종교인도 그리스도에 가깝게 살 수 있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진리는 결국 공통된 것이라는 따뜻한 시선에 천주교에 대한 나의 편견은 사르르 녹아내렸다. 비록 지난여름, 엄마를 대신해 간 신자들의 기도에서 아직도 낙태를 반대하는 천주교 주보를 보며 '아기를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하고 혀를 끌끌 차거나, 미사포를 은근히 강요하는 간부들한테 "이건 개인의 선택입니다!"라고 발끈했지만 말이다.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듯 성경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며, 그러므로 각자 지향하는 종교의 모습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치점 신부가 본당 내에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또한 나를 발악하게 만들었던 천주교의 각종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리스도처럼 살다 보니 정말 그리스도에 가깝게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나는 비록 건강 문제로 잠시 이타주의적인 시선 및 활동을 애써 거두기도 했지만, 그런 분들을 향한 존경심만은 변함이 없다. 이 책의 가장 첫 부분은 치점 신부의 성향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노쇠한 몸이지만 덜 힘든 시장 언덕길보다 이 비탈길을 좋아했다." 비탈길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비켜가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이 글이 쓰이는 '그믐'의 김새섬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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