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그는 분노에 차 있다. 나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 절대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권력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방식인지도 모른다. 나의 의도를 탐색하기 위해 고안해 낸 하나의 실험.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그는 어린 연수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머리 좋고 일관성이 없는 성인의 나와는 상대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거실 쪽으로 밀치고 나는 힘없이 꼬꾸라진다. 그는 침입자처럼 신발을 신은 채로 곧장 소파 쪽으로 간다. 무대가 마련되었고 우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어쩌면 아버지는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체면이 우선이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의혹이 자리를 잡는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본래의 진실을 되살릴 수 없다고 굳게 믿었을 것이다. 나는 온전히 아버지가 인정한 세상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지했고 급기야 침대에 앓아누운 것이다. 내가 잠들었을 때 아버지는 용서를 바라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아주 잠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버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피자를 시키는 날이 점점 늘어난다. 늦은 밤에 피자를 시키면 빨간 헬멧이 배달을 온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고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 녀석은 가난해 보이고 그 때문에 조금 삐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좀 더 가까워지기 쉬울지도. 가난한 자들은 늘 세상을 원망한다. 세상을 무시하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나는 법이다. 녀석을 얻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녀석을 인정해 줄 테니까. 사회가 녀석에게 허락해 주지 않은 것들을 내가 허락해 줄 테니까.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사회가 너에게 허락한 건 그게 다야. 알겠니? 넌 사회의 목적이 아니야. 수단이지. 게다가 너 같은 수단은 얼마든지 있어. 네가 열심히 배달을 하다 운 나쁘게 트럭과 부딪쳐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고 해도 사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그 시간에도 배달부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넌 자신이 배달부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 과거는 미래의 어머니지.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아, 시니컬합니다. 너무 좋아요.
영국의 사회학자 보트모어(T.D. Bottomore)는 실제 계층제도는 재산 상속을 통해 작용하며, 각 개인은 그의 특별한 능력과는 관계 없이 그의 출생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 계층제도에 관한 더욱 정확한 기술이 될 것이다,(Bottomore, 1968, p. 11)라고 했지요. 네 앞에 펼쳐져 있는 미래는 네 부모의 과거고 너는 네 자식의 미래야, 라고 연수는 생각하고 있지요. 아무래도 연수가 보트모어를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ㅎㅎ
해박하십니다, 작가님. 과거, 미래,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잠깐 생각했네요.
해박은요.아닙니다. 사회학책에서 봤어요.^^ 참 마음이 그랬죠. 노력만으로 계층이동이 어려울거라고는 생각했지만요.
해박은요.아닙니다. 사회학책에서 봤어요.^^ 참 마음이 착잡했죠. 노력만으로 계층이동이 어려울거라고는 생각했지만요.
어머니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권위와 정직과 품위를 생명처럼 여긴다. 나는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 나에 대한 어머니의 몰이해가 자라면서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다. 내가 실수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늘 잘못된 점을 찾는 어머니.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어머니의 뒤쪽은 벼랑이다. 내 뒤쪽도 벼랑이다. 어머니는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잠시 팽팽한 침묵이 흐른다. 어머니가 구축해 놓은 도덕 안에는 나와 같은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어머니는 낯선 존재다. 나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머니 쪽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면 이쪽이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어머니는 어떤가? 내가 벼랑으로 떨어지는 쪽도 어머니에게 고통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박해동 지음
교보문고 광화문점 들를 일 있는 분은 한번씩 구경하고 가셔요~ 오늘 같이 추운 월요일에 딱 어울리는 <블랙 먼데이>입니다.
지난 주 국회 도서관 갔다가 광장만 지나왔었는데... 교보문고도 잠깐 내려가 볼 걸 그랬습니다. 진짜 반가웠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도 너무 반가워서 사진 찍었습니다. -그쵸. 말씀주신 대로 집요함 없으면 이런 문장 안니오죠. -그리고 엑스트라 자리 다 찼을 겁니다. 경쟁자 사절입니다.
와, 추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영롱한 색감입니다:) (근데 오늘 진짜 추웠어요...헝...) 책을 막 받고서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요. 연수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알아가면서 책 표지를 다시보니 파란 발이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 발은 연수의 발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월요일에 <블랙 먼데이> 드립은 한번 쳐보고 싶었습니다. 책 표지 너무 이쁘죠. 책 표지 이야기도 한번 나눠야겠네요~
하하하, 작가님의 재치있는 드립(?)에 웃음이 납니다. 제목과 소설의 내용은 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궁금해지고요.
고작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꼬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가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이가 웃고 재잘거리는 동안 말장구를 쳐 주는 남자의 눈에 피로감이 역력하다. 어둡게 내려앉은 두려움과 막연한 슬픔을 엿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진실일까? 실은 아이가 남자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남자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웃고 있는 거라면? 어느 쪽을 동정해야 할까?
블랙 먼데이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 25, 박해동 지음
으앗. 한마디도 껴들지 못하고 여러분들의 말씀을 정독(?)하였습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읽으면서 벌써 뭔가 섬뜩해서 눈알이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옆으로 갔다 데굴데굴 하고 있습니다.. ㅎㄷㄷㄷ 앞으로 저도 한마디 할 수 있게 되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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