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소설 <액스>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원작입니다.
영화의 원작이 소설인 경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경우와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경우의 느낌이, 저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최근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너무 재밌게 봐서, 원작 소설인 토머스 핀천의 1990년작 <바인랜드> 를 이후 읽었는데, 개인적으론 영화가 더 좋았습니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고요. 감독이 소설을 거의 해체해서 영상화에 어울리게끔 재구성한 수준으로 원작을 활용했습니다.)
전 아직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진 못했는데, 원작 소설을 어떻게 현 시대 상황에 맞게 각색했는지, 배우들은 소설 속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를 하는지를 관전포인트로 놓고, 한번 영화를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박해동 작가님의 이번 작품 <블랙 먼데이>도 충분히 영상화가 가능한 작품으로 보이는데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이릉

연해
두 느낌이 다르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제 경우는 보통 먼저 보는 것(영화든 책이든)이 첫 기억 때문인지 더 좋을 때가 많았어요. 순수하게 작품성을 따라가기보다는, 제가 무엇을 먼저(!) 경험하느냐가 마지막 기억까지 연결되는 느낌이랄까요.
우선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을 때는요. 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인물의 모습과 영화에 등장한 인물의 모습이 다를 때 몰입이 어려웠어요. 그리고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상화는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과 예산 때문인지 중간중간 생략된 부분이 많더라고요('과연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이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가 실망한 경우는(정확히는 실망이라기보다는 아쉬움?) 영화의 분위기를 책이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다고 느낄 때예요. 배우들의 표정과 말투, 교감, 영화 속 배경이 주는 색감, 빛, 음향 등.
보통은 전자(책이 좋아서 영화까지 봤다가 아쉬웠던)의 경우가 많은데요. 그건 아마, 제가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접한 경우가 많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둘 다 좋았던 작품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예요. 영화 제목은 <말없는 소녀>. 어릴 때 봤던 <마틸 다>라는 작품도 영화와 책, 모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맡겨진 소녀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말없는 소녀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마틸다 (반양장)좀 과하게 말하면 동화 마틸다는 적어도 한 쪽에서 두번 정도는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자기 딸을 부스럼딱지나 엄지발가락의 때쯤으로 여기는 부모를 가진 마틸다의 신출귀몰은 어른들의 어리석은 삶에 대해 마음껏 웃음을 터트리게 하지만, 만약 읽는 이가 어른이라면 스스로 계면쩍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마틸다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해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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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맡겨진 소녀>가 흥미가 갑니다. 짬을 내서 읽어봐야겠어요~

박해동
<블랙먼데이> 초고가 완성된 것이 2015년 즈음이었는데 2016년에 정유정 작가님의 <종의 기원 >이 출간이 되었어요.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종의 기원 >을 빌려보았어요. 다행히 주인공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아서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종의 기원>은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의 <리플리> 와 이언 매큐언의 단편소설집<첫사랑 마지막 의식>의 <나비>가 있어요. 결이 조금 다른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집<풋내기들>의 <여자들한테 우리가 나간다고 해>도 있어요. <여자들한테 우리가 나간다고 해>를 읽으며 악의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던 것 같아요. 읽은 작품들이 다 떠오르지 않지만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릉
작가님, ‘악당적 성향’에 대한 제 오해(?)도 이참에 한번 풀어주세요. 자신과 다른 부류의 캐릭터를 글로 풀어내는 게 쉬운 과정 같진 읺았을 듯 해서요

박해동
아, 이릉 작가님.
제가 요즘 <쇼는 없다>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쇼는 없다>의 주인공은 이릉 작가님과 비슷한 부류일까요? 같은 부류가 아니더라도 닯은 점이 있나요? 궁금해집니다~

이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쇼는 없다>를 저는 자전 소설로 여기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어두운 터널 속 같은 시기가 있잖아요. 그런 시간은 꽤 길기 마련이고요. 그런 때에 느낀 무력감을 옮겨 적었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멍청하다는 점이 딱 저와 판박이입니다.
저도 박해동 작가님의 <블랙 먼데이> 속 연수처럼 저와 전혀 다른 부류의 주인공을 한번 다뤄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샤프하고 똑똑하고 스마트한 인물요. 내 안에 없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작업 같긴 하지만요.

박해동
우리 모두는 얼마간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멍청하기도 하죠^^
샤프하고 똑똑하고 스마트한 주인공이라니 벌써 흥미가 생깁니다~
지혜
와! 여러 책 리스트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이릉
@지혜 님도 생각나는 '악당' 공유해주세요~ 궁금해요.
지혜
글을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이릉 님의 글을 보며, 순간 소름이...

이릉
제가 한니발 렉터 스러웠나요... 옛날 말로 하면, 서로 말이 겹쳤으니 '찌찌뽕'이겠군요. 말이 안 겹치게 유의하겠습니다.
지혜
CCTV처럼 나를 보고 있는 그 느낌이 소름을... ㅎㅎ 옛날 표현은 소름이 아니라 놀이로 승화한 격이라 정감이 가네요~

이릉
네, CCTV는 너무 정 없네요. 이번엔 그냥 '찌찌뽕'으로 가시죠. '공감'과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 책을 읽어나가며 중간중간 다시 나누어보아요.

장맥주
고전에서는 <적과 흑>이 생각납니다. 그러고 보니 <삼총사>의 주인공들도 제가 보기에는 그냥 날건달들인데... 악당까지는 아니려나요.
아래는 좀 마이너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악당 주인공 소설’들입니다. ^^

얼굴 없는 남자1993년 전미추리작가협회에서 작가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헌정하며 명실공히 영미문학의 대부로 군림했던 리처드 스타크의 '악당 파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악당 파커' 시리즈는 1962년부터 작가가 작고한 2008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미국 문화를 선도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시리즈이다.

크렘린의 마법사202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러시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크렘린의 마법사’라고 불린 푸틴의 정치 고문 ‘바딤 바라노프’의 고백을 담은 이야기다. 바딤이 밝히는 크렘린궁의 야간작업 이야기는 우리가 잘 몰랐던 러시아 권력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제임스 엘로이 소설. FBI 특수요원 켐퍼 보이드, 경찰 출신의 건달 피터 본듀런트, FBI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 세 남자를 중심으로 1950년대 말 존 F. 케네디가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암살당하기까지 FBI, CIA, 재계, 정계, 연예계, 마피아까지 얽힌 거대한 음모를 다룬다.

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제1회 휴고상 수상작. 텔레파시 능력자들의 출현과 '파괴'형의 실시에 의해 계획적 범죄가 거의 사라진 24세기. 전 태양계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는 야망에 사로잡힌 재벌 총수 벤 라이히는 '살아 남기 위해' 라이벌 기업의 사장을 살해하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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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릉
안 읽어본 책들인데, 재밌어 보이네요. 바로 장바구니 행. 새해 첫달을 악당들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박해동
적과 흑을 고등학교때 읽었는데 비극적 결말(쥘리앙 소렐때문에) 부분에서 울컥하고 여러날 동안 슬퍼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못 읽어본 책들이 많네요. ㅎㅎ 짬을 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장맥주
영화는 제가 잘 몰라서... 딱 두 편 떠오르네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최고의 사망률을 자랑하는 벨 리브 교도소. 미국 정보국 월러 국장은 태스크 포스 X라는 극비 군사 작전팀을 꾸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녀는 수감 중인 슈퍼 빌런들을 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사면이나 감형을 조건으로 제시한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언제라도 이들을 처형할 수 있게 머리에 폭탄도 심어놓는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팀은 두개로 나뉘어 남미의 작은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로 향한다. 이들의 임무는 이 섬에 위치한 요툰하임이라는 비밀 연구실에 잠입해 스타피쉬의 흔적을 없애는 것. 각기 다른 해안가에 도착한 두 팀은 상반된 상황을 맞이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부자가 되는 게 꿈인 22살의 조던 벨포트는 꿈을 실현코자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다. 고객의 돈을 내 주머니로 끌어들이는 비법은 코카인과 마스터베이션에 있다고 말하는 괴짜들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기치는 곳, 조던에게 월스트리트의 첫인상은 그랬다. 첫 직장에 몸담은 지 1년 만에 블랙 먼데이를 경험하고 실직자가 된 조던은 현란한 언변을 무기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다. 친구들을 불러모아 스트래튼 오크몬트사를 세운 그는 수수료가 비싼 투기적 저가주을 팔아 돈을 긁어모으고, 주가 조작으로 억만장자가 된 후 술과 마약, 여자를 탐닉한다. 그사이 FBI는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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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아... 첫 질문부터 어려웠습니다. 저도 위에서 @김하율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우리는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고 그래야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생기는데")처럼, 우선은 주인공에게 호감이 생겨야 읽을 힘이 생기거든요. 책장을 넘길수록 내적 친밀감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책을 덮을 때쯤에는 헤어짐이 아쉬울 정도로, 주인공에게 애정을 듬뿍 담을 때가 많았지요. 그런데 악당이 주인공이라니... 흠,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김영하 작가님의 『살인자의 기억법』입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김영하 작가님은 평소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계신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거든요(뭐만 하면 자꾸 '죽일까'를 읊조리는 주인공이라니...). 사실 이 책뿐만 아니라 김영하 작가님의 다른 단편집들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쓴 악당(?)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아니, 이 작가님은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사시나?' 혹은 '실은 이런 사람인가?' 싶어 섬뜩할 때가 있는데요. 심지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악당은 흠... 이번에 『블랙 먼데이』가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새로운 도전이겠다 싶어요. 그래도 이릉 작가님이 박해동 작가님은 무서운(?) 분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으니까 천천히 숨을 가다듬으면서(후하후하) 읽어보겠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새롭게 선보이는 '복복서가 김영하 소설'의 네번째 작품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출간한다. 김영하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3년 문학동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로 지금까지 56쇄를 중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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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릉
저는 분명 박해동 작가님을 '무섭지 않은 분(?) '(이 말 할 때 저 눈 세번 깜빡인 시그널은 못 보셨나요?) 으로 봤지만, 제가 원래 사람 잘 볼 줄 모릅니다... (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박 작가님 인상 좋고 하나도 안 무서운 분 맞아요.)
그렇네요. <살인자의 기억법>이 있었군요. 저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이번달엔 박해동 작가님과 함께 <블랙 먼데이> 주인공 연수의 마음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시죠.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지면, 박 작가님께 이 그믐 모임 통해 다이렉트로 항의(or 호소) 해 보셔요.(그런데 박 작가님이 만약 무서운 분일 경우... 저는 뒷일 책임 못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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