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D-29
대중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면 사과를 해야 한다.
무난하게 사회에 맞게 잘 사는 인간들이 있지만 지독히도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그들의 편이 되어 보자.
나만 느끼는 걸 아무도 안 느끼면 불안하고 남을 원망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리에 끼기를 바란다. 혼자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위인들은 뭘 물어도 그저 평범하게 대답한다. 실은 평범함이 맞는 말을 수 있다. 인간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 죄를 지으면서 사는 것이다. 법을 안 어긴 인간은 없다.
조직에 물들면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른다. 평양에 살면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모른다.
희망 먼저 글을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글에서 나는 원칙이 있다. 나는 그렇게 못 쓰더라도 가장 좋은 글은 솔직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쓰는 글은 벌써 냄새가 나며 그건 진정 자기 글이 아니기 때문에 글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 그런 식으로만 쓰면 계속 글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 쓰고 싶으면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검열도 자기 검열(檢閱)도 생각하지 않고. 만약 유명해지면 그게 걸려 글을 못 쓸 수 있다고 생각해 글로 성공하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솔직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희망도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싶다. 나는 실은 희망이 별로 없어도 사람이 일부러 희망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일 할 일이 없으면 인간은 오늘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지.” 하는 건 당연히 거짓말이라 여긴다. 그가 내일 할 일이 있다면. 일상에서도, 누구나가 자기 할 일이 갑자기 사라지면 싫어하는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에서 엄마가 놀러 가서 돌아왔는데, 집이 너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면 싫어하니까 일부러 집안을 어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가 돌아와서 이렇게 느끼기를 자식과 남편이 바라는 것이다. “거봐, 역시 이 집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하고. 이렇게 인간은 자기 할 일,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이뤄지지 않는 희망 고문이라도 좋다. 그게 있으면 지금을 아주 활기 있게 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긴장이 있으면 지금, 더 잘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긴장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그 긴장도 희망에서 비롯된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에서 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 노인들 부고장(訃告壯)이 많이 나돈다. 긴장이 풀리기 때문인 것 같다. 주변 환경이 열악하면 악착같이 더 살려고 한다. 덥고 추우면 하루라도 더 살려고 한다. 그러다가 몸과 마음이 이완(弛緩)되면-봄과 가을이 되면-사망자가 느는 것이다. 평화 시엔 자살자가 폭증하다가 전쟁이 도래하면 그게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지구에서 북반구는 추워서 문명과 문화가 더 발달하고 사계절 내내 먹을 게 지천인 남반구는 문명이 뒤처져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 살아남겠다는 희망, 이 희망은 이 혹독한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희망이다. 이게 바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다. 변화 없이 계속 따뜻하면 사람은 죽는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게(희망) 없는 것이다. 어두운 밤이 있어 환한 희망인 낮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류가 진화하고 만물의 영장이 된 건 아닐까. 궁(窮)하면 통(通)하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모든 게 희망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만이 가진 앞날에 대한 어떤 기대나 기대감 같은 것. 그런데, 또 터무니없이 희망만 가져도 안 좋다고 본다.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현실과 꿈 같은 이상. 솔직히 삶과 현실은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솔직히는 안 그런데, 자신도 그걸 알면서 그걸 속이면서 남들에게 희망만을 품게 한다. 희망 고문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알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뭔가 앞으로의 미래는 희망에 부풀었다고 하면서 선동하는 자는 대개는 독재자들이고 그들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크나큰 해악(害惡)을 저질러 왔다. 이들은 선동질을 잘한다. 민중을 어리석게 만들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진실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렸다. 자기 신념에만 차서 자기를 따르면 좋은 미래만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 희망 같은 것을 대중에게 주입한다. 그건 뭔가 인간과 세상을 아는 사람에겐 거짓말로 들린다. 그래 뭔가 배워서, 깨달아서, 동서고금의 책을 통해서 거기에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처형하고 유배를 보낸다. 자기주장에 대드는 학자들을 죽이고 그들이 보는 책을 불태웠다. 독재자는 현실과 인간 세상을 정확히 보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세상의 진실을 아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 독재자가 판치지 못하게 하려면 현실을 직시 못 하게 무조건 희망의 말만 외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자기의 편협한 신념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이용하려고 하는 자들이다. 스스로 깨달아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하게 보고 그걸 바탕으로 희망을 품어야 한다. 냉정한 이성으로 현실이라는 땅을 딛고, 부푼 꿈 같은 이상으로 하늘을 동시에 봐야 할 것이다. 세상은 희망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만 있는 것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현실만이 존재하고, 동시에 희망을 놓지 않고 하늘을 우러르라고, 외치고 싶다. 이런 걸 보면 회의주의자가 나을 수도 있다. 그들은 낙관주의자가 저지르는 인간과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적어도 저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는다. 희망 ● 희망이 없으면 인간은 죽는다. 그래 스스로 만든다. 그래야 오늘을 살기 때문이다. ● 지금의 열악한 환경, 적당한 긴장(동시에 앞으로의 희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현실을 더 잘 견디도록 만든다. ●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근거 없이 희망에만 부풀게 하는 인간을 경계해야 한다. 차라리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회의주의자가 더 무해(無害)하다. 사람을 서로 죽이는 모든 전쟁은, 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들이 저질렀다.
남으로부터 받은 모욕감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소중한 자원이다.
조직에 물들면, 파묻히면 이게 똥인지 된장이지 구별을 못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인간은 다르다 책을 낸다든가 하면 주변인은 질투하고 호응을 안 해준다. 차라리 이해관계가 없는 떨어진 사람들은 호응을 해준다. 자기와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하는 것은 호응하지만 일본이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하고 같다. 이래서 작가는 신비주의로 나가는 것도 좋다. 가까이 있는 인간들이 욕할 수도 있다, 몰래. 자기가 욕하는 것이 밝혀지면 안 되지만 욕은 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이렇다. 얄미워 욕은 하지만 그 욕으로 또 엮이기는 싫은 것이다. 자기 인성이 드러나는 게 싫은 것이다.
올해 신상이세요 ‘올해 신상입니다.’라고 해야 맞다. 진상들 때문에 서비스업에서 주로 쓰는데, 손님을 너무 높이려다가 사물을 높이는 경우가 되어 버렸다. 이젠 이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된 감도 없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틀린 표현 바른 표현 환불은 안 되세요. 환불은 안 됩니다. 이만 원이세요. 이만 원입니다. 재고가 없으세요. 재고가 없습니다. 돌아 누우실게요. 돌아 누워 주세요.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진료실로 들어와 주세요.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머리 감으실게요. 머리 감겨 드릴게요. 이벤트는 이미 마감되셨어요. 이벤트는 이미 마감됐습니다. 화장실은 복도 왼쪽에 있으세요. 화장실은 복도 왼쪽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간접 높임법은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할머니는 지금 허리가 아프셔서 오실 수가 없어요. 역장님, 넥타이가 참 멋있으세요!
설레다/설레이다 자주 틀리는 거 표를 이용해 이제부터 바르게 써보자. × ○ 설레이다 설레다 헤매이다 헤매다 날씨가 개이다 날씨가 개다 목이 메이다 목이 메다 살을 데이다 살을 데다 몇 번이고 되뇌이다 몇 번이고 되뇌다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연말연시이다. 영희가 아직 안 오는 걸 보니 집을 못 찾고 어디에서 헤매는 모양이다.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할머니의 사망 소식에 지영이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뜨거운 인두에 그만 엄지손가락을 데고 말았다. 미경이는 똑같은 넋두리를 수없이 되뇌었다.
사람은 죽어서도 서럽다. 자기 집 앞에 사람 시체를 태우는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 자기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득권층 절대 부러워할 것 없다 사회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인간들을 존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비웃어야 한다. 그저 자기만 알기 때문에 지금 그 자리에 선 것이기 때문이다. 사명감 같은 건 절대 없다. 우선 자기만 살고 보는 것이다. 그게 계엄에서 드러났다. 그들은 여태까지 그렇게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늙은이들이 요양원을 나가서 집에서 살기를 원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은 자기도 힘들고 가족도 힘들다. 잘못하면 간병 살인이 날 수도 있다.
요즘은 무난한데 그걸 파괴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많다. 원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글도 안 써진다. 글엔 평소 체력 단련이 중요하다.
뭔가 어둡고 교훈적인 글보다 가벼운 지식 같은 것도 곁들인 글이 잘 읽힌다.
뭔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만 자아내고 결국 별 것도 아니고 그냥 애매하게 글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 기류에 휩쓸려야 글을 읽는다.
한국은 역시 자기와 비슷하지 않은 걸 결국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어 있다. 왜 그러냐고 한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도. 작가는 자기 색깔을 중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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