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

D-29
버사의 입술이 사랑을 확인해주기를 갈망하면서도 멸시나 거부의 말이 부식성 산처럼 내게 떨어질까 봐 두려웠다.
고장 난 영혼 p.58,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그럼에도 그 실체를 확인하게 두려운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좋았어요.
시인을 속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진실을 들려주는 건걸요.
고장 난 영혼 p.64,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주인공의 여린 감수성을 속이는 버사의 잔인함이 순진하게 표현된 문장이 아닐까 싶다.
호메로스가 트로이의 평원을 본 것도, 단테가 망자의 거처를 본 것도, 밀턴이 지구로 도망치는 유혹자를 본 것도 이런 식이었으리라. 병으로 신경이 저 팽팽해지고 둔탁한 방해물이 제거되어 내 정신 구조에 행복한 변화가 생긴 것이었을까? 이런 효과라면 글에서, 적어도 소설 작품에서는 자주 읽었다. 아니, 일부 질병이 정신의 능력을 정묘하게 다듬거나 고양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은 전기에 담긴 설화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다. 노발리스도 폐결핵이 진행되는 가운데 영감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지 않은가?
고장 난 영혼 28,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지혜에 이르는 지름길이란, 특허받은 전찻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세기에 걸친 발명과 발견이 있었음에도 영혼의 길은 가시 돋친 황야에 펼쳐져 있어 여전히 과거와 같이 혼자서, 피 흘리는 발로, 도와 달라 흐느끼며 걸어야 한다
고장 난 영혼 p.52,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결국 본인이 겪고 느껴야만 하는 것.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슬픔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다. 그 자존심과 희망이 편협하고 범속한 만큼 자존심과 희망이 무너진 데 한층 더 번뇌하는 노년의 슬픔이었다.
고장 난 영혼 p.67,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일반적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의 표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문장인 것 같은데 다른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자식을 잃은 슬픔보다는 공들여 만든, 자신의 재산, 능력 등을 물려줄 분신을 잃었다는 슬픔으로 느껴졌습니다.
래티머는 버사의 마음만 읽을 수 없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결국 버사와 결혼을 하게 되고 애정이 사라진 후에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다가, 다시 못 읽게 됐어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못읽는 걸까요? 아니면 속마음이 정말로 궁금란 사람의 마음을 못읽는 걸까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 떠올랐어요. 박수하 (이종석)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장혜성(이보영) 만의 마음만 읽지 못했죠. 드라마에서는 특별한 운명임을 나타내려고 이렇게 설정한 것 같은데, 래티머와 버사도 특별한 운명이어서 마음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이고 래티머가 더 애정을 갖고 관계에 노력을 했더라면 이렇게 파국으로 가진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74쪽부터 101쪽까지 함께 읽겠습니다.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지닌 래티머는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피해 갈 수 있을까요?
오, 글쎄요. 지금부터 읽어볼게요!
마지막 부분은 프랑켄슈타인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비참할 거라고 생각했던 래티머의 미래는 그대로 벌어지지만 비참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래티머가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기는 하나 결정적인 순간 (또는 중요한 사실 파악)에는 그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여 마지막에 낭패를 보게 되는데, 사람이 어떤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면 능력이 있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완벽한 조명이 모든 것을 밝히는 지독한 순간이 닥치자 나는 어둠이 내게 숨겼던 풍경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오직 텅 비고 범속한 벽뿐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장 난 영혼 p76,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버사라는 여인에게 눈이 멀어있던 인물이 제대로 주위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파악하게 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이렇게 간추린 표현 수단으로 서로의 인생을 재단한다
고장 난 영혼 P.81,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오늘은 103쪽부터 115쪽 7번째 줄까지 함께 읽을게요. 설탕과 달콤한 사탕발림, 이스트로 잔뜩 부풀린 허영과 권모술수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제이콥의 존재 떄문에 혼줄나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데이비드는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속이면서 조금씩 이익을 얻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는 줄도 모르는 우리 주위에 한둘은 꼭 있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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