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저도요. 그래서 작가가 이 무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전당포 노파의 경우도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라고는 하나 몸집이 작고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제법 큰 여성인 노파의 여동생은 한없이 착하고 순해서 반격을 모를 사람이고요. 작가가 대비 효과를 위해 일부러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겠죠?
덩치 큰 남자 악당을 라스콜니코프가 죽였다면 우리 안에 통쾌함이 컸을텐데 육체적으로 쇠약한 할머니와 너무나 착한 여동생을 잔혹한 무기로 살해함이 그를 옹호할 수 없게 하네요.
[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김새섬

오후
위에서 @후시딘 님께서 디테일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도 노파가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 연약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의 장황한 논리와 합리화가 그가 선택한 대상(노파)에 의해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네가 선택한 악이 혼자 있는, 몸집이 작은, 방어 능력이 거의 없는 노약자라고?'
리자베타의 신체 조건과 심성의 대비에는 미처 주목을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되었어요. 그러네요!
지니
@후시딘 님의 질문에 답을 생각하며 읽은 내용을 되새겨봅니다!
1. 마침 지난주에 읽은 잡지 <미스테리아 45호>에 미스터리소설로서의 죄와벌을 다루는 글이 실려, 안읽은 부분에 대한 스포를 당해습니다(?). 그 스포가 이 질문과 관계된 거 같아요. 우연치 않게 장교와 학생의 대화를 듣게 되고, 동생의 외출계획을 알게 되는 등 살인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운명처럼 정해진 일이라고 합리화한 거 같아요. 그러니 범죄가 아니라구요.
라스꼴리니꼬프나 학생의 생각이 "합리적"인 주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죠. 죽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옳고 그름,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 등에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며 논쟁이 일어나고 분쟁이 발생하는 게 요즘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라스꼴리니꼬프는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노파 알료나 뿐 아니라 죄없는 리자베따까지 죽였죠. 뒷내용을 읽지 않은 상황에서 두가지 생각 중에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자베따가 죽은 것도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며 합리화한다면, 앞으로 더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파 알료나만 죽였다면 죄책감을 덜 느끼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생각했을텐데 리자베따까지 죽여서 죄의식을 느끼는 계기가 될 거 같기도 해요.
3.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도 아니고 계획 속 무기로 도끼를 결정하다니, 왠지 소름끼치는 거 같아요.
지니
130페이지까지의 내용은, 살인을 결행하고 마는, 후시딘님에 따르면 첫번째 다리를 불살라버린 라스꼴리니코프 이야기인데요. 러시아 소설을 처음 접하는 저에게는 마르멜라도프의 한탄이나 모친의 편지를 통해 당시 러시아 서민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게 좀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것도 작가의 실력이겠죠. 절박하고 막막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스마일씨
아 그리고 저는 마르멜라노프 부분에서 진짜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정말 최악이에요. 딸 몸 판 돈으로 술을 마시다니..
Innerpeace
아!!! 저는 3.1에 시작하는 걸로 착각했네요. 서둘러 열차에 탑승하겠습니다.

김새섬
그믐에 책장 기능이 생겨서 이야기 나누는 책들을 꽂아 놓을 수 있습니다 ㅎㅎ 참고 도서 꽂아볼게요.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가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책장 바로가기

스마일씨
참, 마르멜라도프의 아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모델이 도슨생의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야를 모델로 했더라고요. '자존심 강하고 고결한 여성이 극빈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모습'을 그림, 이는 문학사에 하나의 전형으로 남음. (165p, 매핑 도스토옙스키)
8월
작년에 카라마조프 완독하고 너무 좋아서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고 다짐만 하고 시작을 못했는데 그믐에서 기회를 주시네요. 늦었지만 참여합니다.

작은기적
어제 교보에 남은 한 세트를 책값 인성전 버전으로 구입했어요^^ 득템인만큼 열심히 읽고 첫 발제에 동참하겠습니다~ 줄거리가 넘 유명한데 원작의 세계 또한 기대됩니다.

수은등
안녕하세요! 멋진 판에 끼게 되어 설렙니다.
읽을 분량이 정해져 있고 발제도 해주시니 성실히 따라가며 깊게 독서 해보려고 생각해요.

수은등
오늘 130p까지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9등 문관 마르멜라도프의 딸 소냐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파는 것과 동생 두냐가 존경할 수 없는 남편에게 자신을 파는 것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라스꼴리니꼬프의 독백이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그녀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며 마르멜라도프와 주인공은 이런 면에서 결국 같은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의 꿈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났다고 느꼈는데요, 채찍질 당하는 암말은 혹시 그녀들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채찍질한 것은 누구였을까요?
오, 불쌍한 소냐! 어쨌든 그들은 멋진 우물을 판 셈이야! 이용을 해먹는 거야! 버릇이 된 거지. 잠깐 울다가는 습관이 되어 버린거야. 사람이라는 비열한 것들은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니까! p46
어머니가 내게 뭐라고 쓰셨더라? ≪두냐를 사랑해라, 로쟈, 그 애는 너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단다.≫ 아들 때문에 딸을 희생시킨다는 양심의 가책이 어머니의 마음을 몰래 괴롭힌 것은 아닐까? p66
모든 것은 분명하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아니 자신을 죽음에서 건지기 위해서라면 너는 자신을 팔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거다! 바로 여기에 모든 이유가 있었던 거다. 오빠와 어머니를 위해 판다는 거다!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p70

작은기적
이렇게 연결이 될 수 있겠네요
글에 몰입되기 전 술집에 들어가 만난 이 남자, 등장이유가 뭘까(제가 와인한 잔 하고 알딸한 상태)..
지금 두냐의 소식을 담은 어머니 편지를 읽는 중이였어요~~ 어서 130p까지 읽고 진도 맞춰 따라가고
답글 남길께요~~~~

스마일씨
채찍당하는 암말이 그녀들이라는 해석, 공감합니다.😔
모든것에감사
안녕하세요. 모두 반갑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그믐밤에서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어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3개월간 열심히 읽고 참여해 보겠습니다.
1. 라스꼴리니코프의 살인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당시 러시아는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로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였으며, 기득권 세력은 서민의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라스꼴리니코프의 범행이 아니었더라도 간이식당의 옆 테이블에서 노파에 대해 이야기했던 학생과 젊은 장교가 제2의 라스꼴리니코프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가 지독하게 힘든 상황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공리주의 관점에서 라스꼴리니코프의 행동의 일부분은 이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리자베따의 죽음은 그야말로 라스꼴리니코프의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 범행으로 책을 읽으며 특히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라스꼴라니코프의 입장에서 노파의 살인은 계획된 범죄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범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리자베따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죄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3. 범행의 계획과 심리묘사가 엄청나네요. 두근두근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범행 도구는~ 도끼! 입니다~~~
후시딘
@모든것에감사 맞아요, 아마 노파가 죽어서 심적, 물적으로 도움이 된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마치 전쟁처럼요. 리자베따의 살인은 자신의 주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치밀한 장치 같기도 하고요.
읽을 수록 도선생은 참, 치밀하고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빈다
130쪽까지 읽고 1부가 끝나는 순간 이제 본격적으로 <죄와 벌>이 시작되는구나, 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죄와 벌>은 정작 살인 자체는 간단명료하게 끝난 편인데 이 이후를 2권에 거쳐 서술한다는 것이 참으로 도스토옙스키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1부 막바지에는 라스꼴리니코프에 이입하여 같이 숨참고 그의 동선을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후시딘 님의 질문 세 가지의 답변을 생각해보았습니다.
1. 저는 앞서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생각해보았습니다. 마르멜라도프의 극빈으로 인한 비극적 이야기를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던 라스꼴리니코프는 마르멜라도프 가족에게 돈을 준다거나, 소녀를 뒤따라다니는 신사를 고발했듯 올바른 정의감이 분명히 있는 사람입니다. 말을 죽인 것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도 결국 가난하기에 여동생의 행복한 미래를 죽인 꼴이 되었으니, 그는 빈곤함에 대한 연민과 혐오 모두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두냐의 결혼 소식이 자기자신에 대한 가장 큰 혐오로 옮겨져 살인을 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이 혐오가 결국은 돈을 많이 후려친다고 소문난 노파를 살인하는 것으로 씻어질 수 있다고 라스꼴리니코프는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빈의 고통이 저는 어느 정도 공감갔던 터라 여기까진 납득할만한 왜곡된 정의라고 믿었겠으나,
2. 리자베따가 나타나 예상치 못하게 그녀까지 죽임으로써 그는 명백한 '죄'를 지은 살인자가 되고 본인도 범죄로 인지하게 됩니다. 리자베따까지 죽여버린 것은 그 자체로 죄이자, 또 노파를 죽인 대가로 벌어진 벌 이 두 가지 모두를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3. 경비원의 도끼였습니다. 나름 그가 철저하게 계획한 것에서 벗어나 도끼를 못 구할 뻔했지만, 다시 구함으로써 모든 것이 운명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믿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것을 들고 침착하게 머리를 노린 라스꼴리니코프가 정의니 어쩌니 해도 결국은 살인자일 수 밖에 없게 한 무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작은기적
P.70 왜 우리는 소냐가 당한 운명을 거부하지 못하는 걸까! (중략) 너 알겠느냐, 두냐. 소냐의 운명이 루쉰씨와 함께하는 너의 운명에 비해 더 추악할 것도 없다는 것을..
역시, 연결성이 있고 작가의 장치였군요.

태태
(열린책들. 72p)
- 이것들은 얼마나 오래전부터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그의 마음을 찢었던가!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온갖 종류의 슬픔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마음속에서 싹튼 후 자꾸 자라고 쌓여 요즘에 와서는 거부할 수 없이 해결을 요구하는 무시무시하고 강렬하고 환상적인 질문의 형태로 집결되고 성숙해져서 그의 마음과 이성을 괴롭혔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의 편지가 갑작스레 그를 벼락처럼 내리친 것이다.-
헉헉 늦게나마 따라가고 있습니다 화이팅하겠습니다;;

IlMondo
1. 라스꼴리니코프의 살해동기에는 노인으로부터 받았던 멸시감도 은연중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죽일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르멜라도프가 처음에 말한 '극빈은 그냥 가난과 달리 죄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극빈 상황에 내몰린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어쩌면 당위성을 제공한 생각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2. 리자베따의 죽음이야말로, 라스꼴리니코프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3. 범행도구는 도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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