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D-29
언급하신 책을 몇해 전에 읽고 사는 게 뭔지, 내 죽음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유언장에 장기기증에 대한 항목을 추가했던 것도요. 당연히 되살릴 수 없는 상태라면 연명치료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놨거든요. 의사의 신분이시니 이런 책의 이야기가 더 깊게 다가오셨을 것같아요
네, 남편과 저는 이미 결혼 전부터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뜻을 서로 나눴어요.. 둘다 그런 과정에서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도 너무 피폐해지는 것을 많이 봐와서..
어떤 순수한 물리적 존재도 빨간색을 인식하고 꿀을 맛보고 고통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없지만, 인간은 보고 맛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존재 이상의 존재”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아직 그런 결론을 내릴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중요한 사실은 물리적 차원에서 의식을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의 의식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64p,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꽃의 요정님 여기서 봬서 반갑습니다. 모나의 눈 함께 더 이야기 나누고 마무리 인사 못드려서 죄송해요. 이제서야 일상으로 조금 돌아온 듯해요.
큰일 있으셨는데, 잘 돌아오신 모습 보니 반갑습니다. ^^ 모나의 눈은 출판사에서도 요새 미는 책인 것 같더라고요!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요새도 그렇지만, 너무 어렵고 문학적인 책만 읽으면 머리에 쥐가 나는데, 모나의 눈을 읽으면서 머리와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미국 서점들도 난리에요. 디스플레이를 얼마나 해놨는지, 서점 코너를 돌 때마다 누군가 나를 주시한다 싶어서 돌아보면 표지 그림속 여인의 눈과 마주칩니다! ^^;
의식에 관해 인간은 아직 몽매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여전히 우리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물리적 차원에서 의식을 설명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의식이 흘러가는 세부적인 과정에 대해 인간은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거시적 차원에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지도 감을 못 잡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65p,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4장 읽고 있어요~ 셸리 케이건은 인간을 기계와 다를 바 없는 물질적 존재로 보는 관점에 동의하기에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없네요. 물론 데카르트 논증방식은 중간에 엥? 하는 구간도 있기는 했지만요. 의식이나 자유의지처럼 물리주의로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혼'이라는 초자연적 가설을 도입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저자는 비판하네요. 죽음은 미스터리가 아니라, 기능이 멈춘 육체의 소멸일 뿐!!!
저도 데카르트 논증 방식에서 좀 머리가 아팠는데, 한 가지 의문은 육체와 정신을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의 관계로 유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개밥바라기별과 샛별은 이미 동일한 대상의 다른 명칭임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즉 오류임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데 이를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빗대는 것은 육체와 정신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오류임을 전제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이런 의문을 갖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ㅠ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죽음이란 무엇인가> 1월 3주차 ■■■■ ● 함께 읽기 기간: 1월 15일(목) ~ 1월 21일(수) ● 함께 읽기 분량: 8장~12장 지난 한 주간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찾는 험난한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역의 벽을 넘어 서로의 해석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가는 여러분의 모습에서, AI가 줄 수 없는 인간 지성의 집요함(?)과 연대의 힘을 느끼며 개인적으로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번 주 우리가 마주할 8장부터 12장까지는 논의의 중심이 ‘죽음의 가치 판단’으로 이동합니다. 죽음이 왜 나쁜지(박탈 이론), 영생이 과연 축복인지, 그리고 우리가 죽음을 대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논리적이고도 파격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중반부의 가장 뜨거운 지점을 지나고 있는데요, 다루는 장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분량이 많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선 이론들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가치'를 다루기에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라면 금세 지쳐버렸을 이 철학적 행군이 끝까지 즐거울 수 있도록, 이번 주도 서로의 사유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남긴 이 문장들이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ㅎ 정말 집단지성의 힘을 느끼며 읽고 있어요. 아무리 10년이 지났기로서니 이렇게 재독이 처음 읽었을 때랑 별 다를 바 없다니..;; ㅎㅎㅎ 그래도 여러분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읽어가고 있습니다. '다루는 장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분량이 많지는 않으니'에 공감 갑니다. 실제적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해요. 어두컴컴한 밤길을 하이빔 키고 야간운행하는 기분이었지만.. 계속 달려보아요!
이 표현 너무 딱이잖아요! 전 특히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밤길 운전은 쥐약이거든요. 특히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은 더더욱 그래요. 마치 끝이 안보이는 시골 밤길을 운전하는 느낌이에요, 요즘. 🙄
대댓 단다는 걸;;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인격박탈’을 당하지 않은 권리, 즉 나의 인격이 파괴당하지 않을 권리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인격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가 진정한 형태의 권리라면, 인격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서 살아있는 심장을 꺼내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 가능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우리는 이런 반론을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로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저작을 들여다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한 사람의 죽음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 있고, 이를 상상하려고 할 때마다 자기 자신이 한 사람의 관객으로 끼어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심리분석 차원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또는 이렇게 표현해도 좋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불멸을 확신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저 이 부분 읽으면서 '와.. 역시 프로이트군..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했던 걸 이렇게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디니!'했다가 조금 있다가 이것의 논리적 허점을 들춰내서 배신감 느꼈다는..ㅋㅋㅋ 그래도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불멸을 확신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비록 실제적이지는 않아도 무의식적으로는..;
저도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와, 프로이트 엄청 똑똑한데? (30초 뒤) 궤변이었잖아! 케이건 교수님 엄청 똑똑한데? ^^
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고대그리스인이었으면 궤변론자 소피스트들에게 엄청 돈 뜯기고 사기당하고 살았겠지..라는 생각을..;;
저는 @borumis 님 말씀을 듣고 나서야 같은 생각을... 근데 별 수 없이 당했을 거 같습니다. ^^
(6장 - 정말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내가 주목하고 있는 질문은 "내가 생존해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생존을 통해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단지 동일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 '므두셀라 사례'를 들며 200년을 넘게 사는 '원래의 이름도 예전의 기억도 잃어버리고 성격(작가의 말을 빌리면 인격)도 확연히 달라져 버린 '나'라는 존재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 말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현재의 나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존재'인 '미래의 나'에게서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없을'거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 제가 발견한 문제점은 이것입니다. 사춘기 시절 제가 가장 매달렸던 문제는 '나는 왜 태어났는가'였습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과학적 답변 외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가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눈 딱 감고 넘겨버리니 또다른 문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제가 맞이한 이 문제와 같은 제목의 소설을 읽고 나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톨스토이의 생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당시 저는 사랑에 대해 그리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꼬리가 꼬리를 무슨 생각의 시간이 제법 지나고 나서야 저는, '사람이 사는 이유'에 대해 제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았습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여서 (어쩔 수 없이) 집단을 이루고 산다. 개개인의 작은 욕망과 시기와 이기심으로 채워진 집단은 크기가 커질수록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고 결국 불쾌하고 더럽고 악취가 난다. 인간이 함께 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집단 생활은 결국 개인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간은 이제 집단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제가 찾아낸 결론은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간다.'였습니다. 스무 살 무렵의 제가 추구하던 가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타인에게 손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에 몰두하였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나서 제 모든 가치의 방향은 아이에게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눈길과 손길과 표정과 행동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였습니다. 아이의 모든 것이 부드럽게 반짝거리기를 바라며 제 시간과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크고 난 지금, 저는 다시 제 자신에게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내가 속한 사회'라는 게 맞겠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가 속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그 영향이 작든 크든) 존재로 성장했고 저는 엄마라는 행복하지만 무거운 자리에서 방향을 틀어 조금은 고요하고 아늑한 길을 걷는 중입니다. 길을 가다 외로워 보이는 누군가를 만나면 속도를 늦춰 안부를 묻고 다리가 불편한 이가 도움을 청하면 다리를 주물러 주고 누군가 떨어뜨린 지갑이나 가방이 보이면 주워 눈에 띄도록 바위 위에 놓거나 가까운 파출소까지 가져다 놓는..... 그런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면서 말입니다. 작가가 간과한 점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경험이나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백 년 아니 칠백 년 동안 과연 같은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은 물론 나를 들여다 보는 시선조차 바뀌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긴 세월 동안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존재를 과연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나와 '비슷한' 인격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예수나 부처가 아닌 이상, 그런 온 인류에 대한 어마어마한 애착(저는 사랑보다는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만)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래된 기억을 잃든 이름을 잊어버리든 성격이 변하든 그 존재는 '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치매에 걸린 우리의 부모님을 우리가 아직도 앞으로도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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